퀵바

꿈드리머 님의 서재입니다.

pray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완결

꿈드리머
작품등록일 :
2017.06.28 19:33
최근연재일 :
2019.02.03 11:50
연재수 :
130 회
조회수 :
9,575
추천수 :
11
글자수 :
557,668

작성
19.01.15 05:28
조회
44
추천
0
글자
11쪽

1장 4-17

DUMMY

세상이 뒤바뀌었다..


·········그 아이는 라인에게만 소중한 것이 아니다. 라인이 알고 있는 모두가 그 아이를 소중히 여김에 틀림이 없다. 잃을 수 없는··· 잊어버릴 수 없는 존재이다.


그런데.


그 아이가 없어졌다.


그런데.


아무도 그걸 모른다.


그런데.


라인은 알고 있다.


알고 있으니까, 알고 있으니까 괴롭다. 너무나도 괴롭고·········.


너무나도···························


······························


·····················


············


···


말로 꺼낼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소중한 사람이 사라진 세상 속에서 라인은 혼자였다.











눈을 뜨였다.


밝은 햇살. 그 평범한 햇살이 지금은 너무나도 눈이 부셨다.


보이는 건 익숙한 훈련소 천장, 그리고 보건실의 풍경이 시야 끝에 보였다.


나는 지금 보건실 침대에 누워있다, 그 사실을 재빠르게 눈치챌 수 있었다.


몸을 일으키니 포근한 배게가 멀어지는 감각과 함께 푹신한 매트리스의 감촉과 부드러운 이불의 감촉이 느껴졌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밝은 햇살이 비추는 보건실은 너무나도 따뜻해보였다. 환자를 안심시키기 위한 공간이 햇살과 더불어 너무나도 아름답게 눈에 들어왔다.


따뜻한 온도에 이끌리듯 눈이 창가를 향해 돌아갔다.


아름다운 에데아의 빛이 가득한 창가 밖은 눈이 아플정도로 예뻤다. 그렇게 느껴졌다.


그리고.


창가에 비추는.


내 모습.


어린아이라기엔 너무나 초췌하기 그지없는 모습이.


붓기가 빠져 늘어진 눈가에 담겨진 눈빛없는 눈에 들어왔다.


"·····················."


기분이 나빴다.


혐오스럽기 그지없는 모습의 주인이 나라는 사실. 그리고 머릿속으로 기어오르는 잊고 싶은, 아니, 잊으면 안되는 어떤 '현실'.


손으로 머릴 싸맸다. 조금이라도 그 기어오는 '현실'을 견뎌내기 위해서. 아니면············.


찢어질 듯한 아픔을 조금이라도···.


똑. 똑.


노크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 덕분에 머릴 싸맨 손을 내릴 수 있었다.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조용한 발소리, 평소에도 익숙듯한 점잖은 몸가짐, 침대에 누워있을 나를 위해 소리를 죽였다고 할 수 있는 상냥한 발소리.


가리막을 넘어 들어오는 그 사람은.


"라인, 정신이 들었나요?"


아름다운 세상의 빛에 들어오는 자애로운 수녀의 상. 니콜라 선생님이었다.


복잡한 기분을 옆으로 치우고.


"··················응."


아주 작은, 가능한 지금의 내가 낼 수 있는 대답을 했다.


"그래요·········."


창문 밖에서 새가 지저귀는, 아주 작은 시간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라인. 도대체 어떻게 된건지 이야기해주시겠어요?"


진중한 그 말 한마디. 모든 걸 이해해주겠다고, 아니, 이해하지 못할지언정 진중하게 듣겠다고.


·········이해하지 못할테지만.


"··················."


하지만 그 말엔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항상 미소를 품고 있던 선생님이 지금은 웃고 있지 않았으니까.


"···············응."


그랬기에 나는 모든 걸 말했다.


지금까지의 일을, 내가 어떻게 살았던지를, 내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그리고.


그 무시무시한 어둠 속의 일을.


"·····················."


길어진 이야기를 모두 들은 선생님은 잠시동안 입을 열지 않으셨다.


말했지않았는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라인. 지금 당신은 몇 살이죠?"


곰곰이 생각하던 선생님은 문뜩 그런 간단한 질문을 하셨다.


"나? 난 당연히 일곱·········."


그러나 문든 그 질문에 간단히 대답하지 못했다.


"라인. 올해 당신은 열 살이랍니다. 어제부로 훈련소 초등과정을 마쳤고 중등과정에 들어가야할 나이에요."


"·········!?"


그 말에 충격과 의문이 터졌다.


기억. 그 어디에도 그런 기억이 없었던 것이었다. ···아니, 기억은 있었다. 숭숭 뚫린 것마냥, 중요한 것 이외에는 모두 쓰레기통에 버린 것마냥.


"설마··· 그럼·········."


"라인이 이야기했던 일이 사실이라면 라인은 3년동안 그곳에 있던 것이 돼요."


말도 안된다. 아니, 오랫동안 그곳에 갇혀있다고는 느꼈지만, 그렇게 길었을리가 없다.


"그리고."


생각이 정리가 되기도 전에 선생님의 말은 이어졌다.


"저희는 기억하고있답니다. 라인과 함께해온 3년간을."


·········솔직히 아무것도 모르겠다. 3년이란 긴 시간이 너무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선생님."


내 3년이란 시간보다 더 중요한 것.


"그러면 하르는요?"


그 말을 입밖으로 내뱉는 순간 이제까지 아름다웠던 세상이 검게물들었다. 창밖에 아름답고 따뜻한 에데아의 빛이 너무나도 싸늘해졌고, 햇빛이 가득했던 보건실이 싸늘하게 색을 잃어갔다.


"···············라인."


니콜라 선생님의 입이 움직였다. 자애로운 수녀의 상인 선생님의······.


"정말 유감이지만········· 저희에겐 그 '하르'라는 사람의 기억이 없어요."


······자애롭다고 느꼈던 선생님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져갔다.


"라인이 말하는 '하르'가 누군지 전, 아니, 여기 살고 있는 모두가 모른다고 말하고 있어요."


충격이 덮쳐왔는데, 정신을 잃고 소리를 지르고 통제가 안될 것만 같은 감정이 몸을 흔들었는데. 몇 번인가 그래서인지··· 아니면 니콜라 선생님이 계셔서인지··· 지금은 참을 수 있었다.


"그러니 라인이 말하는 그 '하르'에 대해 알려주세요."


그건 전환이었다. 그저 충격에 빠진 자신에게 무언가를 시작하게 할 수 있는 전환. 그저 충격에 휩쓸려나가 아무것도 못하는 자신에서, 그 흐름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는 전환.


"···············."


떨리는 입가로.


"······하르는."


말했다.


"하르는 뭘, 뭔가를 제대로 하는게 없는 얘였어. 말도 느려서 제대로 하지 못하고 행동도 느려서 훈련소에 갈 때는 항상 일찍 일어나야했어."


차가운 세상 속에서도 떨리는 입가만이 열을 띄었다.


"그래도 말야. 보통은 비관할 수 있는 그 상황에서도 말야. 열심히하고 있었어. 안될수도 있는 비관적인 상황에서도 말야."


추워서 그런지 눈물 콧물이 줄줄 흘렀다.


"맞아. 하르는 원래부터 대단했었어···! 몸은 안 좋았어도 대단하고 뛰어나고··· 그런데도 열심히라서, 미래가 밝은······ 내가 못나게 질투했었던 때도 있었어···!!!"


선생님이 있는 것도 잊어버리고 흐느껴 울었다.


"근데, 근데 난 그 얘가 가진 고민도, 노력하는 고통도 몰랐어! 몰라주었어! 바로 앞에 있음에도 몰라서···! 상처를 주고 말았어···!!!"


주르륵 눈가에 흐르는 눈물도, 입가까지 흘러 짭짭한 맛을 남기는 콧물도 잊고선 니콜라 선생님을 향해 호소했다.


"사과하고 싶은데!"


선생님이 무슨 표정을 짓는지 보이지 않았다.


"······이제 그 아이가 없어."


푹하고 모든 게 푹신한 이불 위에 떨어졌다. 호소하고 있던 몸도 마음도, 흐르던 눈물과 콧물도, 열을 띠던 입가도.


이제 정신을 잃거나하지 않았다. 모든 걸 쏟아내도 내 눈은 떠있었다.


니콜라 선생님은 잠자코 그 모든 걸 듣고 있었다. 선생님이니까 이해가 통하지 않아도 내 말은 모두 포용하리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군요."


····················· 그 말 한마디가 너무나도.


열받았다.


"어째서···! 선생님은 기억 못하는거야?!"


선생님은 고심하고 있지만 아무것도 모른다.


"나뿐만이 아니야! 그 얘는, 모두에게도 소중했었던 아이라고!"


이번엔 열을 내고 있었다.


"아저씨와 아주머니의, 나같은 가짜가 아니라 진짜 얘였다고!"


아마 나는 못된 얼굴로 선생님을 보고 있을거다.


"어째서 모르는 거야?! 그렇게 소중한데···!"


차가운 세계에서 이보다 더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을, 모든 걸 알고 싶어하는 이해심깊고 착한 선생님께, 아주 나쁘다고 생각할 정도로 내보냈다.


"어떻게 잊어버릴 수 있는건데···?!!!"


눈물이 넘친 눈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항상 미소를 짓던 니콜라 선생님은 여태껏 보여준 적 없었던 표정을 짓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


이미.


이곳은 다른 세상인 것이다.


이곳은············.


·········더 이상 '내' 세상이 아닌 것이다.


눈물과 콧물과 함께 나는.


다시 무너져내렸다.






"라인······."


니콜라는 무엇을 말해야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녀는 그녀의 직업특성상 아주 수많은 고민을 들었고 조언을 해주었다. 그 내용 또한 '평범'과 멀었던 적도 적지않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나도 이야기가 비약적이었다.


이런 어린아이에게, 그것도 자신의 제자에게, 너무나도 큰 규모의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만약 아이가 말한 것이 모두 사실이라면··· 아무리 기적이 가득한 이 세상에서도 너무나도 큰 대사건이다.


···이건 완벽히 끝을 내는데 너무 오래걸릴것이다. 니콜라는 판단했다.


허나 그것은 당장이 아니다.


당장은.


소중한 자신의 아이를 어떻게든 해줘야된다.


그렇기에 니콜라는 라인에게 손을 뻗는다.


"라인. 힘을 내요. 아직 모든게 끝난 게 아니에요. 아직―"


니콜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세상'을 잃어버린 소년은.




"그걸 어떻게 믿어."




"―흣."


니콜라는 자신의 손이, 소중한 아이를 붙잡아준 손에서, 얼어붙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올리는 라인의 얼굴을 보았을 때는.


"·····················."


니콜라의 말이 멈추었다.









어떻게 믿으라는 걸까.


이미 이 세상은 '내 세상'이 아닌데.


이미.


이 세상은 내 세상이 아닌데.








라인의 얼굴에는.


···


············


·····················


······························


··················너무나도 잔혹한 현실만을 띄울 뿐이었다.










라인은 자신을 잡아주던 손을 놓아버리고.


어둠 속에 주저앉아버린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pray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2부 이행 안내 21.11.11 10 0 -
130 1장 막간 19.02.03 88 0 12쪽
129 1장 4-21 19.02.01 56 0 6쪽
128 1장 4-20 19.01.27 55 0 18쪽
127 1장 4-19 19.01.23 53 0 17쪽
126 1장 4-18 19.01.19 54 0 11쪽
» 1장 4-17 19.01.15 45 0 11쪽
124 1장 4-16 19.01.11 60 0 11쪽
123 1장 4-15 19.01.06 61 0 7쪽
122 1장 4-14 18.12.31 32 0 11쪽
121 1장 4-13 18.12.27 128 0 7쪽
120 1장 4-12 18.12.24 53 0 12쪽
119 1장 4-11 18.12.17 51 0 8쪽
118 1장 4-10 18.12.09 53 0 5쪽
117 1장 4-9 18.12.08 50 0 9쪽
116 1장 4-8 18.12.01 40 0 7쪽
115 1장 4-7 18.11.27 65 0 8쪽
114 1장 4-6 18.11.20 51 0 5쪽
113 1장 4-5 18.11.15 60 0 6쪽
112 1장 4-4 18.11.11 46 0 19쪽
111 1장 4-3 18.11.07 87 0 6쪽
110 1장 4-2 18.11.03 67 0 7쪽
109 1장 4-1 18.11.01 73 0 6쪽
108 1장 아이의 시대 18.10.26 42 0 6쪽
107 1장 3-61 18.10.22 45 0 4쪽
106 1장 3-60 18.10.18 40 0 6쪽
105 1장 3-59 18.10.08 59 0 8쪽
104 1장 3-58 18.10.03 83 0 7쪽
103 1장 3-57 18.09.26 54 0 15쪽
102 1장 3-56 18.09.18 55 0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