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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드리머 님의 서재입니다.

p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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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꿈드리머
작품등록일 :
2017.06.28 19:33
최근연재일 :
2019.02.03 11:50
연재수 :
130 회
조회수 :
9,574
추천수 :
11
글자수 :
557,668

작성
18.09.18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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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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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1장 3-56

DUMMY

빛은 어디에도 없다.


폐쇠된 공간. 빛이 이어질 곳 하나 없는, 어둠만이 내려앉은 공간.


하지만 오래있으면 어둠에 익숙해지는 법이다.


눈을 오래 둔 사람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폐쇠공간을 이루고 있는 존재를, 식물의 줄기들을.


어둠에 익숙해진 눈이 색까지는 아니라도 질감이나 형태같은 것으로 그것을 파악해낸다.


하지만.


그것뿐만이 아니다.


질감과 형태가 보이는 눈에 보이지 않을리가 없는 존재가 있었다.


폐쇠공간을 꿰차는 공기.


어둠에 익숙해진 눈에 확연히 보이는, 생물의 숨과도 같은 공기. 사람과는 호흡방법도 원리도 다른 이 공간을 이루는 식물이 내뱉는 숨.


하지만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쉽게 단언할 수 없었다.


분명.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눈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끔찍한 분위기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거지.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부의 감정. 아니, 그것을 넘어선··· 세상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도 같은 사고 그 자체.


그런 가시화 할 수 없는 사고 그 자체가 기체라는 형태를 가지는, 있을 수 없는 사태.


그리고 위의 사실을 단 눈 두 개로만 파악할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


보통의 사람이면 공포에 떨며 절망시킬 수 있는, 그 끝에는 절명까지 이어질 수 있는 사악한 의지 그 자체.




그 속에서 하나의 빛이 반짝였다.




아주 작은 빛.


힘따위 전혀 느껴지지 않는, 언제 꺼져도 이상하지 않는 나약한 빛.


작고 힘없음에도, 그럼에도, 이 절망적인 폐쇠공간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유일한 존재.


작고 힘이 없는 빛은 아주 작게 어둠을 비춰낸다.


어둠밖에 존재할 수 없는, 식물의 줄기로 구성된 폐쇠공간에, 아주 작은 공간만을 비춰낸다.


완벽히 걷히지 않는 어둠과 작고 나약한 빛의 사이. 회색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의 작은 공간 속에.


숨을 쉬고 있는.


라인이 있었다.


『하아, 하아, 하아···』


숨은 약했고 눈은 반쯤 감겨있었으며 몸에선 힘을 느낄 수 없었다.


울퉁불퉁 자라난 식물의 줄기에 몸을 기대다싶이 누워있는 라인.


반쯤 감긴 눈이 제공하는 반쯤 닫힌 시야를 통해 라인은 자신이 버티고 있는 이곳의 상황을 본다.


『(여긴··· 그 식물의 안인가···.)』


어둠에 익숙해진, 반쯤 닫힌 시야에 들어오는 식물의 줄기의 질감과 형태. 라인은 그것만으로 자신의 현상황을 판단한다.


『(몸은··· 움직여지지 않는가···.)』


시선을 옆으로 돌리면 보이는 것은 어둠에 빠진 손과 다리였다. 빛이 닿지 않는 그곳엔 감각이 돌고있지 않았다.


파악이 끝난 시선은 자동으로 편한 쪽으로 향했고, 다시 천창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을까 라고 생각이 드는 식물의 줄기에 시선이 돌아온다.


『···············』


라인은 말없이 천장의 식물의 줄기를 바라본다.


어느 날, 자신이 얘기도 없이 심어버린 씨앗 때문에 벌어진 한 소동.


그 날 보았던 르아 아주머니의 마법.


눈에 보이는 끝에서 끝까지, 그 모두를 식물로 뒤덮을 정도의 규모의 위용.


『(가장 경계하고 먼저 대응했어야되는건 르아 아주머니였을지도 모르겠어···.)』


후회처럼 보이는 마음을 곱씹는 라인은 반쯤 닫힌 눈을 완전히 감아버렸다.


다른 의미의 어둠이 라인을 감싸안고.


···빠져버린다.











·····················


조금··· 착각을 한 것일지 모른다.


모든 걸 다 해낼 수 있다고.


도움을 받으면, 길을 발견하면, 주먹을 쥐고 일어서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고.


하지만 그건 큰 착각이다.


지금에서, 아주 짧은 지금에선 말할 수 있었다.




―나같은 건 아무것도 할 수 있을리가 없어.




노력따위, 아니, 노력 이전의··· 모든 걸 쉽게 생각하면서 간단히 넘어가려는. 그런 사람이 나란 사람이란걸 깨닫지 못한 것이다.


위험한 상황이, 긴박한 상황이 그 사실을 망각시켰다.


단순하게 느낌만으로 원인 모를 도움을 순수히 받아들이고. 짧게 보여진 출구에 모든 것을 쏟아붇고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자만심은 낭떨어지에 떨어져가는 것을 잊게 하고, 존재할지도 모를 다른 출구를 막아버렸다.


···후회해도 이제 늦어버렸다. 이미 바닥으로 추락한 몸은 다시 일으킬 수도, 주먹을 쥘 수도 없었다.


그저··· 끝나길 빌어야··· 그 자식이 말했던 것처럼······


그 때.


포기하며 이제는 모든 걸 어둠에 맡길려는 그 때.




빛이 보였다.




아주 작은 빛. 너무나도 힘없고 나약하며.


눈을 감고 있으니 절대 볼 수 있을리가 없는 빛.


하지만 너무나도 명확히 보이는 그 빛은 너무나도 익숙했던 것이었다.


오래됐지는 않았지만 많은 힘이 되어주었던 빛.


작고 나약하지만.


하얗게 빛나는 빛.


·········나보고 어떻하라는 거야. 한심한 나는 더이상 그걸 바라지 않아. 이제 도움따위 다 소용이 없어. 이제···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감은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다.


그 모든 것들이.


그 하얀 빛이.


···도대체 뭐야.


질문했다.


···도대체 넌 뭐야.


이상하게도 의문이라고 생각이 되지 않는 질문을.


의미가 다른 어둠 속에선 있지도 않는 손을 뻗어버렸다. 힘없고 나약한 작은 빛따위에게.


그 순간이었다.


작았던 빛이 크게 뛴다.


의미가 다른 어둠이 지워지고.


의미가 다른 어둠을 하얀 빛이 대신 자리를 채운다.








라인은 눈을 떴다.


감고 있었던, 어쩌면 정신을 잃었던 시간 속에서 무언가를 받았던 기억이 선명하게 눈에 남아 있었다.


이제는 반쯤 떠졌던 눈은 활짝 뜨였고 불규칙하고 약했던 숨도 가라앉혔다.


이곳에 와서 마음이 이렇게 차분했던 적은 처음이었던 것처럼. 라인은 눈앞을 바라본다.


하얀 빛.


나약하고 힘없으며 작은 빛.


눈앞에 보이는 그 빛에 눈을 두었다.


『그래.』


그건 대답이었다.


눈을 감고 있었던, 정신을 잃고 있었던, 그 시간에 받았던 그 말에 대한.




―힘내.




어디선가 들었던 목소리였다. 정확하게 기억해내진 못하지만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는 목소리였다.


그 때, 라인은 확신했다.


이 빛은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 가족과도 같은 마을의 모두와 같은 빛이라는 걸.


힘겨운 싸움이 끝날 때마다 받는 것이 있었다. 무엇인지 알 수 없었던 그것. 이유를 알 수 없는 이곳에서 어떻게 받을 있는지도 알

수 없는 그 마음을.


라인은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


라인은 손을 뻗었다. 어둠에 가라앉아 움직이지 않는 손이 아닌, 가슴에서 뻗어나오는 마음의 손을.


그리고.


보이지 않는 손은, 뻗어지지 않는 마음에, 아슬아슬한 그 끝에.


빛이 다가와.


닿는다.





나약하고 힘없는 작은 빛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고 찬란하게 빛을 내비춘다.


















―·········이제, 이것이 마지막이다.


어디선가 들었던, 기억해내지 못하지만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는 목소리가.


라인에게 들리지 않는 곳에서 작게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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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1장 아이의 시대 18.10.26 42 0 6쪽
107 1장 3-61 18.10.22 45 0 4쪽
106 1장 3-60 18.10.18 40 0 6쪽
105 1장 3-59 18.10.08 59 0 8쪽
104 1장 3-58 18.10.03 83 0 7쪽
103 1장 3-57 18.09.26 54 0 15쪽
» 1장 3-56 18.09.18 55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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