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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드리머 님의 서재입니다.

p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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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꿈드리머
작품등록일 :
2017.06.28 19:33
최근연재일 :
2019.02.03 11:50
연재수 :
130 회
조회수 :
9,558
추천수 :
11
글자수 :
557,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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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1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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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장 4-16

DUMMY

― 다른 세상(현실)



수척수척. 비가 내렸다.


네보의 마을에서 드물게 많은 비가 내린 날. 비의 소리가 벽이 두꺼운 훈련소 연구동의 안까지 들릴 정도로 시끄러운 날.


연구동의 어느 어두운 방. 창문 하나가 공간을 나누는 그 방. 창 너머 단 하나의 장치를 위해 만들어진 방이었다. 어두운 방을 밝히는 유일한 빛 또한 그 장치를 위한 것이었다.


"···어떻게 됐지?"


"검사에선 이상은 없었다. 그럼에도 일어나지 않는 것은······."


"···마음 쪽의 문제인건가."


흰 도복에 검은 띠를 허리에 두른 헥터. 여성용 슈트를 입고 그 위에 흰 연구복 가운을 입은 카넬.


훈련소의 전투 교관과 기술 교관은 냉정하게 창 너머를 주시하고 있었다.


굳어진 눈빛과 굳게 쥔 손으로.


냉정···하게.


그런 방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온다.


검은색을 바탕으로 흰 테두리를 띄우며 중앙엔 금색의 자수가 달린 수녀복을 입은 니콜라였다. 훈련소의 마법 교관은 창 너머에서 이쪽으로 문을 통해 들어왔다.


"이쪽도 특히 문제는 없었어요."


"그런가···."


"다만."


니콜라의 말에 두 명의 교관은 소리를 끊고 집중했다.


"흔적은 있었어요. 아주 미세한 흔적."


"어떤거지?"


"아까 말했듯이 아주 미세해요. 이걸론 어떤 영향을 주진 못해요. 만약 이 미세한 흔적으로 '마도'에 영향을 주었다면 그건···."


"우리의 범주를 넘어선 무엇···이라는건가."


침묵이 가라앉혔다.


모두 창 너머의 기계, 아니, 그 기계에서 누워 눈을 못 뜨는 한 소년을 보고 있었다.


"···큿! 야, 근육덩어리."


카넬이 헥터의 멱살을 쥐면서 벽으로 밀쳤다. 과격한 이미지와는 연이 없어보일 과학자일텐데, 그녀 본인의 신경질과 더불어 분노가 담겨있는 행동이었다.


"분명 너가 책임진다 했었다. 근데 지금 이 꼴이 책임을 지고 있는건가?"


"카넬."


으르렁거리듯 말하는 카넬을 옆에서 니콜라가 팔을 잡아 말린다.


"······."


헥터는 뭐라 대꾸하지 않아다.


평소 잘 다투던 둘 사이에서 한쪽이 져준 적은 없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이곳에 있는 세 사람 모두 잘 알고 있었다.


"칫!"


카넬은 혀를 차며 거칠게 도복에서 손을 때어낸다.


"어떻게든 해라. 언제나 지껄이는 정신론을 꺼내든지 아니면 이제까지 대답 하나 주지 않던 그 잘난 스승님에게 일러바치던지."


말 하나하나에 가시가 돋친 말은 조근히 말하며 카넬은 어두운 방을 나가는 문의 손잡이를 잡으며.


"나는 내 방식으로 할테니."


어두운 방을 나간다.


"······하린과 르아는 어떻게 하고 있지."


벽에 몸을 붙친채 헥터는 말한다.


"두 사람 다 충격을 받았어요. 얘가 그런 얼굴로 쓰러졌는데 괜찮은 부모가 어디 있겠어요."


카넬이 나간 문을 보며 니콜라는 말한다.


"그리고 라인이 토할 때 이런 것이 발견되었어요."


니콜라가 소매에서 꺼내든 무언가에 헥터는 벽에서 몸을 때고 눈을 가까이 두었다.


작은 알갱이. 눈을 가까이 둬야 보일정도로 아주 작았고, 은색을 띄는 것을 보아 어떠한 금속인 것을 추측할 수 있는 알갱이였다.


"이건··· 뭐지?"


"모르겠어요. 음식 안에 들어간 걸론 보기 어렵고요. 마나도 느껴지지 않으니 마법과 관련돼있다고는 보기 어렵고요."


"···카넬도 이걸···?"


"네, 가지고 있어요."


"그런가···."


여러 생각과 함께 침묵이 내려앉는다.너무나도 무겁게 느껴지는 분위기가 어두운 방안을 지배하고 있었다.







또각또각.


복도를 걷는 구두소리가 선명하게 울려퍼진다.


또각또각또각.


규칙적이면서도 어딘가 빠른 느낌이 드는 그 구두소리.


'···역시는 역시나였어. 바보에게 모든 걸 맞긴게 잘못이었어.'


복도를 나아가고 있는 카넬은 남겨둔 두 명과는 따로 생각을 다잡고 있었다.


흰 가운, 연구복이 평소보다 크게 흔들린다.


카넬은 흔들리는 연구복에 손을 집어넣고 그 안의 작은 알갱이를 쥐며.


'나는 내 방식대로 한다.'


그저 복도를 나아간다.






여러 걱정들이 쏟아져나오는 가운데.


검사기계 위에 놓여있던 한 소년은.


눈을 뜬다.


움직이는 소년을 보고 교관들은 화색을 띄우며 소년에게로 향했지만.


일어난 소년의 모습을 보고.


교관들의 안색들은 더욱 나빠질 뿐이었다.









아이들이 수업을 받는 교실.


지금 그 아이들의 교실에는 아이는 없었고 어른만이 있었다.


"·····················"


고요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말없이 기다리는 두 어른은 서로를 곁에서 조용히, 말 없이 아이들의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괜찮겠지."


예쁠 목소리가 힘없이 나지막히 울렸다.


"···응. 괜찮을거야."


듬직할 목소리가 힘없는 목소리를 위로하며 안아주었다.


"우리 얘인걸."


하지만 듬직함 또한 어딘가 힘이 없었다.


교실에 앉아있는 두 어른. 하린과 르아는 아이들의 책상을 붙여앉고 있었다.


서로를 지지하듯 앉아있는 두 사람. 어깨를 맞대고 하린이 르아의 다른 쪽 어깨를 잡아주고 있었다.


침울한 기운이 명백한 두 사람의 모습은 평소의 활기찬 모습은 하나도 없었다. 오직 불안과 걱정. 얼굴에는 그것밖에 보이지 않았다.


···당연하다. 부모가 된 사람이 자신의 아이의 '그런 모습'을 보면.


생각하게 된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무엇이 틀렸던 것인지, 설마 자신들의 사랑이 모자랐던 것인지.


그 모든 게 두려웠다.


두려움과 눈에 선하게 떠오르는 '그 모습'은 둘에겐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어째서 그렇게 된걸까."


"··················."


답을 찾을 수 없는 그 말에 다시 침묵이 가라앉혔다.


떠올려진다. 자신의 아이가 말한 '하르'라는 단어를. 그리고 그 단어에 의문을 말한 순간, 얼굴을 어그러뜨리며, 구토를 하며 쓰러진 아이의 모습이.


비가 내리는 소리가 창문을 내리면서 이제는 비 소리만이 들리지 않게 되었다. 너무나도 많은 비가 내려 크게 울리는 비 소리만이.


그 때였다.


복도 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적어도 3명 이상의 발소리. 그리고 그 중에는 두 사람이 지금 가장 중요한 아이의 발소리도 포함되어 있었다.


자동으로 두 사람은 일어났다. 의자가 끌리는 요란스러운 소리도 신경쓰지 않고.


그리고.


교실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 아이의 모습――――――






비 내리는 소리가 크게 울리는 어두운 복도.


그런 어두운 복도에, 케스는 벽에 기대고 서 있었고 카린은 바닥에 쭈구려 앉아 있었다.


케스는 멍하니 창을 때리는 빗방울을 보고 있었고, 카린은 하염없이 복도의 바닥을 내려보고 있다. 어딘가 정신이 빠진 모습에서 기운이 없는게 명확하게 보였다.


'만약.'


그건 후회라고 부르기엔 거창하면서도, 후회라는 단어 이외로 말하기 어려운 상념이었다.


'그 때 붙잡았다며.'


누구 하나의 생각이 아니다. 여러 상념이 오고가고 부딪히면서 발생하는 공명과도 같은 마음의 소리. 빗방울이 창을 때리는 소리만 가득한 복도에서, 아무 말도 없는 복도에서, 빗소리보다도 크게 오고가는 상념이 아이들 사이에서 울리고 있었다.


그런 어두운 복도에서.


새로운 소리, 발소리가 들어왔다.


그 발소리에 케스 남매의 눈이 돌아갔다.


어두운 복도를 들어오는 세 명의 그림자. 어른 두 명이 아이 한 명을 데려오고 있는 그림자.


그 그림자를 보고 화색을 띄웠다. 그 아이, 자신의 친구가 괜찮을 거라는. 그 상념이 행복한 결말로 끝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그림자가 다가와 그 아이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케스 남매는 느꼈다.


상념은 끝나지 않고. 더더욱 깊고 깊게 파고들어오는 것이.






――――――――그 아이의 모습······.


덜컥. 하고 심장이 떨어질 것만 같은 감각이.


르아와 하린을 덮쳐왔다.


니콜라와 헥터가 데리고 온 아이의, 라인의 눈이, 눈 뿐만 아니라 사람이 가지는 활기라는 것이···.


죽어있었다.


"라···라인···?"


르아의 떨리는 목소리. 이름을 부르는 그 목소리에.


라인은 반응조차 하지 않는다.


죽은 눈은 어딘가를 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흰회색을 띄고 있던 머리카락도 빛을 잃어 이제는 완전히 회색이 되어버렸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느낄 수 있는 공감이 라인에겐 없었다.


르아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라인···!"


하린이 다가와 라인의 어깨를 붙잡으며 이름을 불렀다.


어깨를 잡아서인지 이번에는 라인의 시선이 움직였다.


정확하게 하린의 눈동자에. 허나 눈에 비춰지는 것 없이.


"아···저씨."


생기가 없는 말을 중얼거리듯이 내뱉었다.


너무나도 차가운 그 말에 하린은 입술을 깨물고 싶은 감정을 참아내야 했다.


"라인,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무, 슨 일이라니···?"


하린의 진심어린 걱정에도 라인은 별 반응이 없이 뻐금뻐금 입을 움직일 뿐이었다.


"라···라인······."


허무하게 떨어지는 하린의 말에 라인은 그저 입을 뻐금뻐금 중얼거렸다.


마치 다른 세상에 사는 것처럼.


뻐금뻐금, 입이 움직이면서, 빛을 잃어버린 회색의 머리카락이 죽어버린 라인의 눈앞에 살랑살랑 흔들린다. 계속해서, 계속해서······ 이윽고···.


죽어버린 눈동자에 흔들리는 회색 머리카락이 들어올 때······.


"···············아저씨."


"엇, 그, 그래, 라인. 무슨 일이냐!?"


그나마 괜찮게 들려온 라인의 목소리에 하린이 당황해하면서도 황급히 대답해주었다.


허나.


그것은 괜찮은 것이 아니었다.


아까보다 심각하게, 죽어있다고 말하는 것보다 심각하게.


사람의 눈동자라고 말할 수 있을지 애매모호한 눈빛으로 라인은 말한다.


"―――하르는···?"


그 눈빛에 라인의 어깨를 잡고 있던 하린의 손이 움찔한다.


무어라 대답할 수 없는 그 질문. 하린은 라인을 데려온 니콜라와 헥터에게 눈길을 줬다.


하지만 둘은 그 눈길에 가로저을 뿐이었다.


"···············."


말이 없었다. 자신들의 아이가 말하는 '하르'라는 단어에 짐작가는 것이 없없다. 동시에 그 단어에 라인이 얼마나 많은 집착이 있는지 알고 있었다.


알고 있지만······.


명확한 답이 없었다.


"그··· 라인."


그렇기에.


"'하르'란게 무엇이니? 어떤 물건이나 사람의 이름이니?"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그 말에.





끼기기기기기기긱. 어딘가 톱니바퀴가 끼이는 소리가 울리고.


"······으."


너무나도 비참하고··· 너무나도 끔찍한.


"으,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각각각각각각각각각각각각각각각각각각각각각각!!!!"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우수수 떨어지는 빗소리가 시끄럽게 내려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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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1장 4-3 18.11.07 87 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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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1장 3-61 18.10.22 45 0 4쪽
106 1장 3-60 18.10.18 39 0 6쪽
105 1장 3-59 18.10.08 58 0 8쪽
104 1장 3-58 18.10.03 82 0 7쪽
103 1장 3-57 18.09.26 54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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