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아이의 시대
- 검은 탑
그리고 라인은 눈을 뜬다.
―――――――커헉!!!
토해낸다.
숨을, 구역질을, 뿐만 아니라 몸에 담고 있는 모든 걸. 어떤 수단을 취하든간에········· 뱉어낸다.
―――!!!
경련하는 동공에 혼란은 끝날 줄을 모른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끝이 있는 법. 진정을 한 것인지 아니면 힘이 다해서인지 알 수 없을 때까지 와서야 그 혼란은 그쳤다.
···············
라인은 날뛰었던 동공으로 천천히 지금을 바라본다.
어둠만이 보이는 앞, 천장인지 아니면 어떠한 방의 구조인지 알 수 없게 만드는, 한 치 앞을 구분할 수 없는 장소에 놓여져 있다는 사실만을 알 수 있었다.
'그 감옥'처럼.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라인은 바로 움직이기로 결정한다. 이곳은 꿈이 아닌 '현실'이니까. 그 때처럼 무력하게 아무것도 못하지 않을 것이니까.
그렇게 믿고 있었다.
―――???
몸을 움직이려는 그 때, 라인은 무언가 위화감이 들었다.
무언가 부족하다.
그 한순간만에 명확히 말할 수 없는 무언가. 하지만 알아야되는 무언가. 하지만 눈치채면 무서운 무언가.
어둠 속에서 알 수 없는 부족함, '결손'.
'··················어?'
라인은 움직이지 못한다.
움직일 수 있는 몸의 일부가.
존재하지 않았다.
'어?'
지금까지 뱉어낸 것은? 혼란에 몸부림 친 것은? 눈 앞에 보이는 어둠은? 그보다···
―살아 있는 게 맞는 건가?
덜컥하고 떨어져간다. 이성이라고 부르는 건지 아니면 정신 그 자체인지.
"·········――――!!!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라인은 나오지 않는 비명을 내지른다.
아픔이란 감각은 없었다. 하지만 끔찍함이란 감각은 존재했다. 아니, 끔찍함을 넘어서 혐오감이 치밀어 올랐다. 너무나도 넘쳐오르는 혐오감이, 형태없는 말뿐만인 감각이··· 구체적인 형태를 가지고 몸을 덮쳐온다.
눈을 굴리면 들어오는 사실. 있어야 할 곳에 있을 게 없는 사실.
몸의 결손.
왼쪽 다리에서 오른쪽 허벅지, 그리고 복부를 크게 원으로 두르면서 양팔까지의 결손. 얼굴의 일부조차 존재하지 않아 눈이 어떻게
굴러가는 건지도 모른다.
고통없는 고통에 다시 끝이 없는 혼란에 빠지는 라인.
그런 라인을 바라보는.
눈이 있었다.
"어라어라~."
눈동자는 호기심을 표출한다.
"도대체 어떻게 된건가요? 제 꿈에서 깨어나다니요."
새하얀 입가는 찢어질 듯한 미소를 짓는다.
"흐깍깍각! 새로운 현상 새로운 경지로군요!"
어둠을 가르는 하얀 백의를 펼쳐낸다.
"기대되는군요. 당신은 선택받은 자인지 아닌지!"
그 목소리를 라인은 알고 있다. 잊지 못할 목소리, 정신나간듯 말하지만 정중함과 멋을 느낄 수 있는 목소리.
"············?!! (······뭐?!)"
꿈에서 질리도록 괴롭히던 실루엣의 목소리였다.
'어떻게 된거지? 분명 쓰러뜨렸는데!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 설마 그것도 모두 꿈이라고 말하는거냐!?'
"혼란스러워 보이는군요."
"――!!"
어느 순간, 바로 눈 앞 코앞까지 다가온 정체모를 눈에 라인의 동공은 흠칫! 하고 놀란다.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제 꿈은 간단히 나올 수 없을 뿐더러 '관리자'까지 존재하는데요. 백 퍼센트까지는 아니라도 제 분신체와도 같은 그는 우수할텐데요."
가늘어지는 정체모를 눈은 질문한다.
"―도대체 어떻게 거길 나오셨나요?"
그 말에 라인은 굳어버린다.
분전했던 실루엣을 단순히 분신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눈 앞에 있는 이 자는 도대체 얼마나 위험한 사람인 건가. 어림도 잡을 수 없을 정도의 무언가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네요. 지금 일어난 것은 좀 안 좋네요."
굳었던 라인의 눈에 초점이 돌아온다. 그리고 돌아온 초점은 봐서는 안 될 것을 먼저 찾아낸다.
목소리를 낮춘 백의의 손은 쥐고 있었다. 어딘가 날카롭게 빛나고 있는 도구를.
"―――!!!"
라인은 소리없는 저항을 한다.
본능이 말해주고 있다. 저건 위험한 것이라고, 단순히 흉기가 아닌 다른 의미를 가진 것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자신의 몸이 이렇게 되었는데도 아무것도 못 느끼는 이유가···.
일부가 없는 몸을 억지로라도 움직일려 한다. 몸이 무너져내리는 것은 상관없다. 이대로 가만히 두면 그것보다 더 무서운 일이 벌어질 것은 분명했다.
힘 따위 전혀 보이지 않는 몸이 크게 요동치지만···.
덜컥!
그런 소리와 함께, 결사의 저항은 손쉽게 막힌다.
"―――. (아.)"
어둠에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아직 남아있는 몸을 꽉 붙들고 있는 강철과도 같은 가죽 구속구들이.
"걱정하지 마세요. 아픔은 없습니다. 예정보다는 빠르지만―"
끼이이이이잉!!! 날카롭개 빛을 내던 도구가 섬뜩한 소리를 내뿜는다.
"―꿈을 드리죠."
백의의 손이 라인의 눈을 감싼다.
"이번엔 다를 것입니다. 이번엔 진정한 의미에서의 '꿈'이니까요."
하얗게 가려진 시야를 두 눈을 뜨고 보던 라인은.
―자신을 한 번 돌아 보세요.
그대로 꿈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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