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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드리머 님의 서재입니다.

p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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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꿈드리머
작품등록일 :
2017.06.28 19:33
최근연재일 :
2019.02.03 11:50
연재수 :
130 회
조회수 :
9,559
추천수 :
11
글자수 :
557,668

작성
19.01.19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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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장 4-18

DUMMY

달렸다.


훈련소의 운동장. 달리기트랙을 계속해서 달렸다.


낮이든 밤이든, 하늘에서 무엇이 떨어지든··· 쉬지도, 자지도 않고 달렸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물으면, 대답하기 어려웠다.


그저 달렸다.


어느 때.


벌을 받던 그 날처럼.









헥터는 창문 너머로 운동장을 보고 있었다.


"·····················."


한 아이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황량한 운동장을 달리는 것을 보았다.


헥터에겐 그 아이가 무엇을 보고 달리는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아이는 지금 아무것도 보지 않고 있다는 것을.


목표 없이, 그저 의미없는 행동을 하고 있는 아이를··· 헥터는 그저 보고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강경하게 막았다.


말도 없이 운동장에 나가 달리기 시작한 아이를 붙잡아 가둬둔 적도 있었다. 하지만 창문을 깨서라도 나가는 아이를 막을 수 없었다.


침대에 묶어뒀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는 발작을 시작 하더니 자기 몸은 상관하지 않고 끈을 끊어 나가버렸다.


···달리는 저 아이를 막는 방법이, 좋은 방향이······ 떠오르지 않았다.


뿌드득. 강철과도 같은 주먹을 굳게 쥐는 소리가 작게 울렸다.


헥터는 떠올린다. 동료가, 니콜라가 말해준 아이의 이야기를.


솔직히 그 이야기는 너무나도 비약적이었다. 기적이 가득한 이 세상이라고 해도 그 정도의 일을 해낼 수 있는 건지 의문이 들 정도로. 하지만 믿어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그리 강인했던 아이가 저렇게 망가질리가 없을테니까.


···생각만 해선 안된다. 무언가 필요하다. 그것이 당장의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다해도··· 앞으로는 나아가게 만들어줘야된다.


저렇게 무의미하게 달려가게 만들 수 없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길을 조급하게라도 만들어줘야만 한다. 저 아이를 위해서.


헥터는 그 의미를 주먹에 쥐고.


창가를 떠나 복도를 걸어나간다.










"라인!"


케스는 라인의 길을 막아섰다. 이 이상 그대로 두지 않겠다고, 양팔까지 벌려가면서 라인의 앞에 섰다.


"············."


그러나 라인은 단 하나의 신경도 쓰지 않고 그대로 옆으로 둘러간다. 트랙은 그저 장식이라고 말하듯이.


"···! 라인, 너···!"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그리고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라인의 그 태도에 케스도 열을 받지 않을수가 없었다.


달려가는 라인의 어깨를 붙잡고 억지로 이쪽을 보게 만들었다.


하지만.


"흡···!"


숨이 턱 막혔다.


억지로 돌린 라인의 눈은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고 있었다. 어둡게··· 눈을 내리까면서도 눈빛이 죽어있었다.


"···큭! 야!"


그런 라인을 향해 케스는 소리를 버럭질렀지만, 라인은 눈꼽만큼도 움직이질 않았다.


"···후우우."


숨을 내뱉었다. 가장 친한 친구의 처참한 모습에 이제부터 단단히 쓴소리를 해야하니까.


"라인, 넌 너만 생각하는거야!?"


양 어깨를 붙잡아 늘어진 라인의 머리를 얼굴이 잘 보이게 고정시켰다. 초췌하고, 빛이 없고, 색이 없는 그 모습에 케스는 흡, 하고 숨을 삼킨다.


"니가 이렇게 되버리면··· 모두 괴로워하잖아! 선생님들도, 집에 계시는 할아버지도, 나도, 그리고 카린도!"


여전히 라인의 눈은 무언가를 쫓지않았다.


"나는 괜찮아! 근데··· 네가 잡아줬던 내 동생, 카린까지도 괴로워하는 건 못 참아!"


운동장 근처, 교정에서 숨죽여 이쪽을 보고 있을 여린 여동생을 떠올리면서 소리쳤다.


"너네 부모님도 걱정하시잖아!"


아주 살짝, 아무것도 보지 않는 라인의 눈이 움찔했다. 아주 작았지만, 지금의 라인에겐 큰 반응.


케스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너희 어머니랑 아버지가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 줄 알아?! 너 하나만 보면서 사시는 두 분께 미안하지 않아?!"


아주 살짝 라인의 입술이 움직였다.





"그 '하르'라는 사람이 대체 누군데 이러는건데?!"





케스의 입에서 나온 그 말은.


라인에게 무시무시하게 다가왔다.


"························."


무언가 끓어오르는 것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닿지 못한다.


"···············시끄러."


아주 조용하면서 나지막하게 그건 흘러나왔다. 그건 터져나오면서도 밑에서 기어나왔다.


죽은 표정으로 라인은 말한다.





"너흰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야."





이제까지 느껴본 적이 없는 부정이 케스를 덮쳤다. 어깨를 붙잡고 있던 케스의 손이 힘없이 떨어졌다.


손에서 벗어난 라인은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충격이란 말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표정의 케스를 나두고.


가장 친했던 두 사람은 멀어지기 시작한다.










···············흑.


그건 어디선가 작게 울린 울음소리였다.


그건 운동장과 가까운 교정에서 들려온 작은 소녀의 울음소리였다.


그건··· 소중한 여동생의 울음소리였다.


"라―!"


어떻게든 친구를 붙잡아야된다. 벗어나지 못한 충격 속에서도 그것만을 떠올리면서 다시 운동장을 달리는 친구에게 몸을 돌렸다.


···그곳엔.


세상에서 가장 듬직하다고 생각한.


헥터 선생님이 친구의 앞을 막고 있었다.













"···············."


툭, 하고 라인의 머리가 헥터의 단단한 몸에 맞닥뜨렸다.


헥터는 그 큼직한 몸으로 라인의 앞을 막아섰다. 라인이 옆으로 돌아가려고 하면 따라가 그 길을 막아선다. 계속해서, 계속해서.


"···비켜."


라인은 선생님에게 불손하게 말을 중얼거렸다.


"···안됀다."


헥터는 나지막히 말한다. 비키기는 커녕 거리를 바싹 좁혀온다.


이젠 라인이 돌아갈 수도 없을 정도의 거리. 라인의 머리 바로 위에 헥터의 머리가 있을정도로 가까운 거리.


"더 이상 달리게 두지 않겠다."


라인이 뒤로 물러설려하면 헥터는 그만큼 다가갔다. 어디로 향하든간에 몸집이 3배는 되어보이는 헥터가 따라왔다.


라인은 달리지 못하고 있었다.


"왜··· 왜 방해하는거야."


라인의 중얼거림이 살짝 커졌다.


"어째서······."


어딘가 자책과도 같은 중얼거림이 이어지기도 전에.





"라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인!!!"





귀청이 떨어진다는 말이 실현된 것만같은 큰 소리가 터져나왔다. 죽은 표정이 된, 변화가 없을 라인의 얼굴에 강제로 변화가 생기게 만들 정도로 큰 목소리가.


고통에 이를 악무는 라인을 향해 헥터는 그 기세를 멈추지 않는다.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는 마음이 죽어있다곤 하나 그대로 듣고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그저 무의미하게 달리기만 했던 라인은 귀를 막을 수밖에 없었다.


"시. 끄러···!"


중얼거림이 더더욱 커지고.


"시끄럽다고! 그냥 놔두라고!"


이길 수 없다곤 알아도 소리를 지른다.


그 때를 헥터는 놓치지 않았다.


"난 니가 이렇게 무의미하게 뛰게 만들지 않을거다! 니가 그렇게 살아가게 두지 않을거다!"


퍽! 둔중한 소리가 울릴 정도로. 헥터의 주먹이 라인을 날려버린다.


꺄악! 하는 비명소리가 어디선가 울리고, 라인은 뒤로 수 미터 나가떨어졌다. 먼지를 일으키면서 라인은 운동장에 나가떨어졌다.


"············."


헥터는 나가떨어진 라인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건 라인을 기절시켜 데려가려는 눈길이 절대 아니었다.


그걸 보여주듯이.


수 미터, 운동장에 나가떨어진 라인은 일어서고 있었다.


"내········· 선생님은 선생님이 아닌데! 왜 그러냐고!!!"


중얼거림은 언젠가 외침이 되어있었다. 듣는 헥터에겐 잔혹하게 들릴 수 있는 외침을.


"그렇다!"


하지만 그 외침의 대답은 부정이 아니었다. 너무나도 시원스럽게 말한, 큼직한 긍정의 대답이었다.


"난 네 선생님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큰 소리가 아닌 목소리로, 절대로 화난 것이 아닌 아쉬움이 섞힌 목소리로.


"···하지만 나는 내가 기억하는 라인의 선생님이다. 그러니 네가 그렇게 무의미하게 떨어지는건 용서 할 수 없다."


선생은 제자에게 말했다.


"·····················."


라인은 고개를 떨궜다. 더 이상 생기가 죽어버린 얼굴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 상태로 라인은 중얼거리듯 말하기 시작했다.


"하르를 잃어버렸어. 모두가 기억도 못 해."


이제까지 없었던, 죽어있었던 감정이란 말이 처음으로 그 말에서 느껴져 온다.


"약속을 지키지 못했어! 난 벌을 받아야 돼·········!"


눈물이 운동장 모래에 떨어졌다.


죽어버린 것이 아닌, 갈피를 잡지 못해 숨어버린 마음은 넘쳐흘러 겉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터뜨리는 아이에게, 주워담을 수 없는 그 마음에게, 헥터는 대답해줘야한다.


그저 위로를 위한 것이 아닌.


강인함을 줄 수 있는 대답을.


"그럼 찾아라."


"············뭐···?"


표정이 생겼다. 지금까지 없었던, 죽어있던, 숨어있던.


"찾으러 가라. 네가 남은 모든 걸 포기하면서까지 소중한 것 아니잖느냐."


"하지만··· 어떻게······."


감정이, 라인의 입술이 부르르 떤다.


"그것 또한 네가 찾아야된다. 그건 '우리들의 세상'이 아닌 '너의 세상'이니까."


헥터는 단호한 말을 내건다. 단호해도··· 강인함을 줄 수 있을 말을.


"걱정하지말거라. 라인, 넌 혼자가 아니다. 내가, 아니, '우리'가 도와주마. '너의 세상'을 되찾기 위해서."


보장은 없었다. 그 말에는 어디에도 확실이 없었다.


그렇지만.


나아가야할 길은 보여주었다. 어떻게 나아가야되고 끝이 어디있는지도 모르는, 불명확한 길임에도.


나아가야만 하는 길을.


"························."


라인은 떠올렸다. 이제는 그 누구도 떠올리지 못하는 어떤 아이를. 눈앞엔 없어도 어째선가 눈에 선한 그 모습을 떠올리자니.





『기다릴게. 라인.』





들릴리 없는 목소리가 들려온 것만 같았다.


"··················하르."


라인은 그대로 운동장에 쓰러져 기절했다.











다른 세상 속에서.


소년은 자신의 세상을 찾기로 결정했다.







―다른 세상(현실)을 뛰어넘어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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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1장 3-60 18.10.18 39 0 6쪽
105 1장 3-59 18.10.08 58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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