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4-1
-어렸을 적의 꿈
한 숲 속이었다.
나무와 풀이 무성히 자라나고 다듬어진 길 따위는 없는, 도저히 사람이 살 것같지 않는 그런 숲.
오직 자연의 섭리만을 따르는 장소.
황금빛 이데아의 빛이 가득 담겨 자연의 빛을 그대로 뽐낼 수 있는.
정이 없어보이지만, 그렇기에 아름다운 장소.
그렇게 사람을 거부하여 아름다운 공간에···.
응애~! 응애~! 응애~!
아이러니하게도 갓난아기가 울고 있었다.
정적을 깨버리는 힘찬 울음소리. 사람을 거부하는 숲에 있어 소음이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장소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아침의 눈부신 이데아의 빛 때문일까. 갓난아기의 힘찬 울음소리는 아름다운 숲에 어울러져 있었다.
그러나 숲 속에서 이러한 큰 소리는 상황을 좋지 않게 만든다. 사람이 없기에 야생 그대로의 환경에서 큰 울음소리는 숲의 주민들을 불러내기 시작한다.
숲에선 흔한 풀숲, 그 모든 곳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눈들이 숨어있었다.
궁금증에 나타난 자들, 평소와는 다른 소리에 신경이 간 자들, 그리고···
먹잇감을 노리는 포식자들.
그 모두가 울고 있는 아기의 주변에서 서로의 동태를 보며 힘찬 소리의 주인공을 보고'만' 있었다.
응애~
아기의 울음소리가 점점 줄어가고. 그렇게 무정한 세상이 만들어져간다.
······························――――하지만.
만들어져가던 무정한 세상에 끝을 고하는 존재가 다가오고 있었다.
사라락, 하고 풀숲이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풀숲을 헤집고 등장한 한 마리의 숲의 주민.
듬직하면서 웅장한 몸집 동시에 날렵한 골격과 라인. 그리고 무엇보다, 에데아의 빛에 푸르렇게 일렁이는 아름다운 백색의 털결.
숲의 주민이자 동시에 주인인.
한 마리의 늑대였다.
그의 등장으로 포식자로서의 주민들은 모습을 완전히 감춘다.
오직 궁금증만을 가진 자들만 그 광경을 보기 위해 남았다.
터벅터벅. 보통의 늑대라고는 볼 수 없는 몸집의 그는 커다란 발로 험준한 산의 지형을 무시하며 아기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거대한 몸집에 어울리게 몇 걸음만에 아기의 앞에 도착한다.
보통의 늑대가 아닌, 무언가 의미가 있을 거대한 늑대는 웅장한 몸집에 맞게 아기를 내려다본다.
아기를 보고 있는 청백색을 바탕으로 둔 벽안이 무엇을 생각하는지는 다른 이들에겐 쉽게 파악할 수 없었다.
빤히 아기를 바라보던 숲의 주인은 이내 자신의 기다란 주둥이를 아기로 향해 뻗는다.
응애~.
어찌보면 아슬아슬하면서도 위험천만한 장면. 사람이 아닌 숲의 주민들 또한 긴장을 감출 수 없는 장면.
포식자의 이빨이 아기를 향해 드러내더니―
덥썩.
백색의 늑대는 이빨을 세우지 않고 아기를 물어 뛰어오른다. 한순간만에 숲의 주인은 아기를 데리고 떠나버린다.
힘찬 울음소리가 없어진 숲 속.
순수한 호기심의 숲의 주민들은 한순간에 사라진 아기와 주인의 자리를 멍하니 보고 있었다.
아기가 어떻게 될 지는 모르지만, 당장에 유혈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오직 호기심을 가지고 남았던 숲의 주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뱉어낸다.
그제서야 그들은 눈치를 챈다.
아주 짧았으나 약자인 자신들이 포식자가 모여든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을, 포식자들이 자신들을 노리지 않고 사라진 사실을, 야생에서 가장 중요한 생존보다 호기심이 앞서던 사실을, 그리고···
자신들이 인간의 아기를 어째서인지 걱정했던 것을.
야생의 생존을 우선시하던 호기심쟁이 주민들은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백색 늑대는 자신의 보금자리, 숲에서 가장 안쪽의 가장 큰 동굴 앞에 착지했다.
언제나 먹이를 찾고 돌아오는 보금자리. 하지만 오늘만큼은 다른 것이 있었다.
응애~! 응애~! 응애~!
그의 입에 물려있는 사람의 아기.
백색 늑대는 아기를 문 채 동굴로 들어선다.
아무것도 없는 동굴. 딱딱한 돌로 된 동굴은 바깥보다 선선하여 한기가 작게 감돌고 있었다.
응애~! 응애~! 응애~!
춥기 때문인지 아니면 피곤해서인지, 아기는 이보다 더 할 수 없을 정도로 울기 시작한다.
허나 백색 늑대는 그저 아무 표정변화도 없이 동굴의 안쪽으로 향해 간다.
동굴 가장 안쪽, 백색 늑대의 큰 몸집에 알맞게 넓찍한 큰 바위가 놓여 있었다. 백색 늑대의 침대격인 바위이다.
백색 늑대는 큼직한 발걸음으로 한걸음만에 바위에 오른다.
응애~.
이제는 울기도 힘든 듯한 아기를.
백색 늑대는 품에 안아준다.
침대에서 아기를 재워주듯. 한기에 아기를 지켜주듯. 아니면 다른 무엇들로부터···.
무표정의 숲의 주인의 알기 어려운 호의를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가 어떻게 이해를 했는지 모르지만.
아기는 울음을 그치고 편안히 눈을 감았다.
아기가 잠에 들어간 것을 곁눈질로 확인한 백색의 늑대는 숨을 한 번 내뱉어내곤 눈을 감는다.
그렇게 고고한 숲의 주인은 평소와는 다른 잠을 청했다.
그렇게 고독한 짐승인 숲의 주인과 근본을 찾을 수 없는 인간인 아기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