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최근연재일 :
2024.06.28 07:20
연재수 :
179 회
조회수 :
529,320
추천수 :
8,905
글자수 :
1,086,548

작성
24.01.22 07:20
조회
3,667
추천
59
글자
12쪽

62화

DUMMY

“에⋯ 생업에 종사하시는 중에도 국가 안보를 위해 바쁜 시간을 내어 먼 길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 같은 뻔하고 형식적인 연설과 함께 입소식이 시작되었다.


“⋯⋯쿨.”


그 지루하고 딱딱한 연설에 나는 그만 정신을 잃어버렸다.

군대의 냄새, 분위기, 목소리.

그 모든 게 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선배님들 식사 이동하시겠습니다.”


영원 같던 입소식이 끝난 다음은 중식이었다.

한 3시간 들었나 싶었는데 시간은 고작 1시간이나 겨우 지나있었다.


“어우.”

“와우.”

“후.”


중식을 먹는데 여기저기서 그런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그 중엔 나도 있었다.

어쩜 군대에서 만든 밥은 이렇게 맛이 다 똑같은 건지 된장국을 한 입 먹는 순간 훈련소부터 전역까지의 군 생활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삭 스쳐 지나갔다.


“선배님들 장구류 및 총기 지급 받으시겠습니다!”


우린 자아 없는 인형처럼 조교가 시키는 대로 어슬렁어슬렁 몰려다녔다.

다들 표정은 귀찮고 지루해 죽으려고 했지만 말은 잘 들었다.


“A조는 사격장, B조는 화생방 훈련장으로 이동하시겠습니다!”


밥을 먹자마자 훈련이 시작됐다.

나는 A조였기에 사격장으로 이동했다.


“노리쇠 후퇴고정, 탄알집 인계, 우상탄 이상 무, 탄알집 결합, 노리쇠 전진, 조정간 단발~.”


사로에 누워 소대장의 지시를 복명복창하며 소총을 장전했다.


“준비된 사수로부터 사격 개시!”


- 탕! 탕! 탕!


아, 귀마개 잘못 꼈다.

귀를 찢는 듯한 총성이 그대로 고막을 때렸다.

에이, 모르겠다, 조준을 풀기 싫었던 나는 사격을 시작했다.

불합격하면 개인정비 시간에 다시 사격하러 와야 한다고 해서 집중했다.


‘오?’


그런데 신기한 현상이 벌어졌다.

발사돼 날아가는 총알이⋯ 눈에 보이는데?

물론 총알을 피하거나 잡을 만큼 느리게 보이는 건 아니고 슝 하고 날아가는 게 보일 뿐이지만 그래도 능력치가 상승하며 동체시력이 이만큼이나 좋아졌나 보다.

거기다 좋아진 건 동체시력뿐만이 아니라 힘과 정밀성 등등 신체기능이 전반적으로 좋아졌기 때문에.


“오우⋯ 밖에서 혹시 사격선수나 뭐 그런 거 하시나요? 특급사수도 이렇겐 못 쏘는데⋯.”


영점사격 훈련에서 나는 사격 교관이 감탄할 정도의 촘촘한 탄착군을 형성했다.


“고생들 하셨습니다~.”


그날 저녁, 훈련을 마치고 생활관에 들어오자 누군가가 그렇게 운을 띄웠다.

모르는 사람끼리 모이면 꼭 한 명쯤은 남들한테 말 걸기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이번엔 그가 그런 포지션인가 보다.


“수고하셨습니다~.”

“2박 3일 동안 잘 지내봐요.”


그가 물꼬를 터준 덕에 생활관은 자연스럽게 인사가 오고 가고 대화가 시작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돌았다.

모르는 사이라고는 해도 대부분 예비군을 처음 와보는 것도 아니고 나이도 관심사도 비슷한 20대 청년들을 모아놓았으니 친해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61번 아저씨, 아까 사격 한 거 보니까 엄청 잘 쏘던데 진짜 사격선수 같은 거 해요?”


한 번씩 인사를 나누고 대충 잡담으로 넘어가던 중 누군가 내게 물었다.


“그런 건 아니고 각성자라 그래요.”

“엥? 각성자가 군대를 왜 와요?”

“아, 그러고 보니까 F급은 온다고 했던 것 같아요. 저 말년일 때 중대에 한 명 들어왔던 것 같은데.”

“진짜요? 와, 그럼 우리 각성자 보유 분대네요?”

“저기, 혹시 각성자면 뭐 초능력 같은 거 있어요? 막 스킬 같은 거!”


각성자라는 말에 분대원들의 관심이 한 몸에 쏠렸다.

내 능력은 재생능력이지만 여기서 배를 가르고 다시 붙는 걸 보여줄 순 없으니 나는 만년빙의 주인을 발동해 얼음으로 소총 모양을 만들어 보여주었다.


“와~ 개쩐다!”

“다른 것도 만들 수 있어요?!”


분대원들은 신기해하며 얼음으로 만든 소총을 가지고 놀았다.

너도나도 한 번 만져보겠다고 달려들길래 나는 검이나 도끼 같은 걸 몇 개 더 만들어 모두에게 돌렸다.

날도 세우지 않았고 혹한의 냉기를 발동하지 않으면 그렇게 차갑지 않아 안전했다.


“하~ 이거 영상 찍으면 딱인데 보안스티커 때문에!”


내 능력 덕에 분위기는 한껏 들떴고 그렇게 첫날 밤이 지나갔다.




***




“지금부터 시가지 전투 훈련을 진행하겠습니다, 승리한 분대는 내일 조기 퇴소할 예정이니 진지하게 임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


둘째 날의 훈련은 마일즈 장비를 착용하고 10 대 10으로 싸우는 모의 전투 훈련이었다.

조기 퇴소가 걸리자 축 늘어져 있던 예비군들의 자세에 갑자기 각이 잡히기 시작했다.


“분대장 조, 약진 앞으로!”

“약진 앞으로!!!”


훈련은 실전만큼이나 치열하게 전개됐다.

조기 퇴소가 걸리자 다들 눈이 돌아갔다.

물론 눈은 나도 돌아있었고 최선을 다해 전투에 임했다.

결과는 당연히 대승리.


“역시 각성자! 7킬 0뎃 뭐냐고!”

“오늘 제가 PX 쏩니다, 악기바리 당할 준비 하십쇼!”


상대팀에겐 좀 미안한 일이지만 체력은 국력 특전으로 월등한 신체 능력을 가진 나는 엄청난 반응속도와 민첩성 그리고 명중률을 자랑했다.

상대 팀은 나를 향해 총구조차 돌리지 못하고 우수수 탈락했고 조기 퇴소를 확정받은 우리는 서로 어깨를 얼싸안고 빙글빙글 돌며 기뻐했다.


아, 전역하고 가끔 군대가 그리울 때 다 기억 조작, 과거 미화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별것도 아닌 걸로 울고 웃던 이 낭만을 그리워한 거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올 때는 언제 끝나나 했는데 또 벌써 내일이면 집 가네.”

“그러게 말이야~.”


그날 저녁 우린 내일이면 집에 간다는 기대감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시원섭섭함을 느끼며 마지막 밤을 보냈다.


“아니, 그때 진짜 멧돼지가 트럭만 했다니까!”

“에이~ 조미료 너무 넣는다, 무슨 멧돼지가 트럭만 해~!”

“아저씨는 후방 부대니까 못 봤겠지! 전방은 진짜 그렇다니까! 독수리도 사람만 하다고! 준호 분대장님! 내 말 맞죠? 수색대였으니까 알 거 아니야!”


전역한 남자 10명 모이면 무슨 얘기를 하겠나, 당연히 군대 이야기였다.

우린 각자 군대에서 있었던 일을 떠들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타다다다당!

그런데 그때, 저 멀리서 희미하게 그런 소리가 들렸다.


“⋯⋯⋯⋯.”


그러자 그 순간 시끌벅적하던 생활관 일대가 싹 조용해졌다.

우리뿐만이 아니라 다른 생활관도 마찬가지였다.

뭐가 터지는 소리 같기도 하고 폭죽 소리 같기도 한 그 소리가 무슨 소린지, 모두가 익히 들어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건 총성이었다.


“뭐, 뭐지 방금? 다들 들었죠?”

“이거⋯ 맞는 거 같은데?”


그 소리에 모두가 수군거렸고 생활관이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다른 생활관의 사람들도 문을 열고 복도로 나와 두리번거리며 다른 생활관 사람들에게 무슨 일인지 아냐는 양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결국 우리 분대원 중 한 명이 지나가던 조교를 붙잡고 물었다.


“어어, 조교님. 방금 총소리 같은 거 들렸는데 오늘 야간사격 훈련이라도 있어요?”

“아, 아닙니다, 없습니다. 저도 지금 파악 중이라⋯.”


- 무슨 일인지 아는 인원 있으면 즉시 보고 바람, 다시 한번 전한다, 조금 전 폭음, 무슨 일인지 파악된 인원 있으면 즉시 보고 바람 이상.


하지만 조교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어딘가로 급히 향하고 있었고 그가 들고 있는 무전기에서도 상황 파악을 위해 바쁘게 오가는 통신이 흘러나왔다.

뭔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 생활관 내에는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




“뭐야 저거?”


부대의 정문 위병소에서 근무를 서던 김 일병이 뭔가 이상한 것을 보고 혼자 중얼거렸다.


“왜, 뭔데.”


그러자 그의 사수인 박 상병이 위병소에서 나오며 물었다.

안 그래도 심심하던 차에 뭐 구경거리라도 있나 싶어서였다.


“⋯뭐야 저거?”


그리고 그 이상한 광경을 본 박 상병도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어두워 잘 보이지는 않지만 부대의 정문 앞으로 수십여 명의 사람이 집결하고 있었다.

이런 외진 지역에 있는 군부대에 저렇게 많은 사람이, 그것도 걸어서 올 리는 없었기에 둘은 의문만이 가득했다.


“박 상병님, 지통실에 보고⋯ 합니까?”

“어어⋯ 일단 해봐.”


그들의 분위기가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박 상병은 그들을 주시하며 김 일병에게 보고를 맡겼고 그는 초소로 들어가 지휘통제실과 연락을 하고 돌아왔다.


“당직사관님께서 용건이 뭔지 묻고 별거 없으면 돌려보내라고 하십니다.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아니야, 아니야, 가지 말아봐.”

“잘못들었습니다?”

“가지 말아봐, 뭔가 이상해. 네가 볼 때 저게 정상적인 사람으로 보이냐?”


박 상병의 말에 김 일병은 정문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확실히, 뭔가 이상해 보이긴 했다.

물론 겉보기론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이 풍기는 분위기에서 꼭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는 사냥개 같은 모습이 겹쳐 보였다.


“⋯야, 박스 까자.” “자, 잘못들었습니다?”


초병에겐 기본적으로 공포탄만을 지급하지만 위급 상황 시 사용할 수 있도록 초소 안에 실탄이 든 상자가 따로 있었다.

사수와 부사수가 각각 가진 열쇠를 동시에 사용해야 열 수 있는 상자였는데 박 상병은 실탄이 든 그 상자를 보고나 허가도 없이 갑자기 열자고 했고 아무리 어리버리한 일병이라도 실탄이 든 상자를 마음대로 연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아는 김 일병은 크게 당황했다.


“잘 들었잖아, 씨발아! 탄약 박스 까자고. 열쇠 가지고 있지?”

“바, 박 상병님⋯ 그게⋯ 아, 알겠습니다.”


하지만 김 일병은 박 상병의 말대로 열쇠를 꺼냈고 실탄이 장전된 탄알집이 든 상자를 열었다.

단순히 시킨 일이기에 짬에 눌려 따르는 것은 아니었다.

박 상병이 왜, 어떤 느낌으로 이런 짓을 하는 건지 김 일병도 똑같이 느끼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성적으론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몸은 어째선지 지금이 전투 상황이라는 신호를 보내며 아드레날린을 뿜어내고 있었다.


“장전하고 조정간 바꿔, 병신같이 방아쇠에 손가락 걸고 있다가 실수로 쏘지 말고.”

“바, 박 상병님⋯ 저희 이러면 영창으로 안 끝나는 거 아닙니까⋯?”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씨발. 근데 너도 느끼고 있잖아, 저 새끼들 뭔가 이상해. 내가 다 책임질 테니까 넌 하라는 대로만 해.”


- 꾹.


박 상병은 초소 안에 위치한 버튼 하나를 눌렀다.

비상 상황 발생 시 신속히 출동하는 5분대기조 호출 버튼이었다.


“내가 다녀올 테니까 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허튼짓 안 하나 경계 잘하고.”


실탄을 장전한 박 상병은 초소 안에 김 일병을 세워두고 앞으로 나가며 외쳤다.


“이곳은 군사 시설입니다! 용건이 없다면 돌아가십시오!”


- 삐리리리리!


그때 초소에 놓인 전화기로 연락이 왔다.


“통신보안⋯!”

“야! 오대기 니들이 불렀어?!”

“예, 맞습니다!”

“아니, 왜!”

“그, 그게 부대 정문 앞에 거수자 다수가⋯.”

“그냥 적당히 돌려보내라고 했잖아!”

“뭐, 뭔가 이상합니다. 지금 박희수 상병이 무슨 용건인지 확인하러 갔⋯!”


- 철퍽!


김 일병이 당직사관과 통화 중일 때 초소 안으로 뭔가 질퍽한 물체가 날아들었다.


“⋯힉! 으아아아아아아악!!!”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한 김 일병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비명을 질렀다.

초소 안으로 날아든 물체는 뜯겨나간 박 상병의 머리였다.


“크아아아아아악!!!”


그와 동시에 정문 앞에 서 있던 군중이 부대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뭐야! 무슨 일이야! 야!!!”


김 일병의 비명을 들은 당직사관의 상황을 묻는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지만 김 일병에겐 수화기를 붙잡고 대답할 시간이 없었다.

그는 초소를 향해 달려드는 무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F급 무한재생 헌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62화 +1 24.01.22 3,668 59 12쪽
62 61화 +3 24.01.21 3,776 65 14쪽
61 60화 +4 24.01.20 3,862 61 15쪽
60 59화 +2 24.01.19 3,840 62 13쪽
59 58화 +6 24.01.18 3,870 66 15쪽
58 57화 +4 24.01.17 3,955 67 14쪽
57 56화 +2 24.01.16 4,013 69 12쪽
56 55화 +1 24.01.15 4,108 69 20쪽
55 54화 +3 24.01.12 4,113 70 12쪽
54 53화 +2 24.01.11 4,097 67 14쪽
53 52화 24.01.10 4,135 63 14쪽
52 51화 +3 24.01.09 4,242 68 12쪽
51 50화 24.01.08 4,308 70 13쪽
50 49화 +2 24.01.07 4,274 67 13쪽
49 48화 +1 24.01.06 4,330 68 14쪽
48 47화 +2 24.01.05 4,314 66 14쪽
47 46화 +1 24.01.04 4,341 67 15쪽
46 45화 +2 24.01.03 4,361 66 13쪽
45 44화 +2 24.01.02 4,378 67 14쪽
44 43화 24.01.01 4,413 67 14쪽
43 42화 +1 23.12.31 4,364 65 15쪽
42 41화 +2 23.12.30 4,416 64 13쪽
41 40화 +7 23.12.29 4,496 62 13쪽
40 39화 +4 23.12.28 4,446 62 14쪽
39 38화 +7 23.12.27 4,491 73 13쪽
38 37화 +3 23.12.26 4,493 74 12쪽
37 36화 +1 23.12.26 4,563 74 13쪽
36 35화 23.12.25 4,685 73 13쪽
35 34화 +1 23.12.24 4,882 73 14쪽
34 33화 +2 23.12.23 5,000 76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