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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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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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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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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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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36화

DUMMY

느닷없는 파열음에 던전 브레이크라도 일어나는 줄 알고 놀란 헌터 중엔 무기를 뽑은 헌터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날 때 뭐 깨지는 소리 비슷한 게 난다고 들은 것 같긴 하다.


“마, 마스터! 던전이 열렸습니다!”

“뭐?!”


하지만 다행히 던전 브레이크가 시작된 건 아닌 것 같고 옆에서 입구를 조사 중이던 소은길드의 마법사가 그렇게 외쳤다.

그의 말에 소은길드의 마스터인 S급 마법사 이소은 헌터가 던전 앞으로 달려와 상태를 살폈다.


“지, 진짜다⋯ 열렸어⋯!”


내 눈에는 달라진 게 없어 보이는데?


“야, 아린아, 혹시 너도 던전이 뭔가 달라진 게 느껴져?”

“아니, 똑같은데?”

“그치? 나만 그런 거 아니지?”


아무래도 마법사에게만 보이고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는 모양이다.


“저, 저기요! 어느 길드 소속이시죠? 어떻게 하신 건가요?!”


대한민국 유일의 천재 S급 마법사인 자기도 방법을 못 찾아 앓고 있던 문제를 내가 단번에 해결해버리자 깜짝 놀란 이소은 헌터는 성큼성큼 다가와 얼굴을 들이밀며 내 어깨를 붙잡고 탈탈 털었다.


“윽⋯!”


아무리 마법사라고 해도 S급은 S급, 그녀의 악력에 어깨뼈가 부서질 듯 아파 나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 턱.


그러자 아린은 이소은 헌터의 손목을 잡아떼어내고 물러서라고 경고하듯 그녀의 눈을 똑바로 직시했다.

순간 윤아린 헌터와 이소은 헌터가 한 판 뜨는 건가 하는 분위기에 주변이 싸해졌지만 다행히 이소은 헌터는 순순히 자신의 무례를 인정하며 물러섰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흥분했네요. 소은길드의 마스터 이소은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이미 다 알고 있지만 그녀는 일단 악수를 청하며 정식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박준호입니다. 소속 길드는 없습니다.”


나는 그녀의 악수를 받으며 인사를 나눴다.

소속 길드가 없다는 말에 그녀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일단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던전의 실체는 어떻게 추적하신 건가요? 또 반전식은 어떻게 구현하셔서 현현 시키셨고요? 스펠은 필요 없었나요? 보안식은 해제하신 건가요, 우회하신 건가요, 아니면 설마 파괴해버리신 건가요?”


그녀의 질문에 나는 평소 아린이가 자주 짓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뭔 소리를 하는 건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네.

내가 평소에 하는 말이 아린이에겐 이렇게 들렸던 걸까, 앞으론 조금 더 친절하게 설명해줘야겠다.


“제, 제가 마법사가 아니라 그런 건 잘⋯.”

“마법사가 아니시라고요? 그 말씀은 아직 마법을 배운 적이 없다는 뜻인가요? 마법을 배운 적이 없는데 이런 복잡한 식을 그렇게 간단히 풀다니! 혹시 제대로 마법을 배워 볼 생각은 없으신가요? 뜻이 있다면 저희 길드로 오세요! 대한민국에서 마법으론 우리 길드가 최고인데다 솔직히 외국의 다른 길드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아요! 또 해외 나가봤자 말도 안 통하고 음식도 입에 안 맞고 가족들이랑 떨어져 지내야 해서 힘드실 텐데 저희 길드는 무료 1인 기숙사에 24시간 뷔페를 제공하고 가족과의 동거를 희망 시 길드 차원에서 아주 싼 이자에 주택자금대출도⋯!”

“마, 마스터? 마스터! 소은 언니!”

“헙.”

“너, 너무 흥분하셨어요. 좀 진정하세요.”


나를 아직 발굴되지 않은 천재 마법사로 오해한 이소은 헌터는 싫다고 하면 납치라도 할 기세로 영입하려 했기에 나는 괜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확실하게 말해 두었다.


“마, 마력이 없어서 마법 자체를 사용 못해요. 던전을 연 건 마법이 아니라 다른 방법입니다⋯.”

“아, 그래요.”


마력이 없다는 말에 반짝반짝 빛나던 이소은 헌터의 눈이 순식간에 탁해지며 나에 대한 관심이 식었다.

뭐, 뭔가 좀 서운한데?


“그럼 어떻게 던전의 입구를 연 건가요?”

“그, 그게 실은⋯ 이 S급 던전⋯ 제가 불러일으킨 것 같은데요⋯?”

“예?”

“그게 무슨 소리야?”


내 발언에 이소은 헌터와 아린이는 물론 주변의 요원과 헌터들까지 모두 의아해하며 이야기를 들으려 몰려들었다.

그래서 나는 뜬금없이 시스템이 무슨 선물을 보내 받아보니 초대장이었고 그 직후 S급 던전이 열려 뭔가 연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 현장에 와서 던전을 만지니 초대장이 사용되었다, 고 그간의 일을 설명했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괜히 선물을 받지만 않았어도⋯.”


뭔가 상황을 설명하고 보니 그래서 결론은 나 때문에 이 지경이 났다는 것 같아 사과했다.


“아니에요, 초대장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던전이 생성되지 않았을 거라는 보장은 없고 오히려 초대장도 없는 상황에서 던전이 생성됐다면 더 골치 아팠을 텐데 이제 레이드를 진행할 수 있게 됐잖아요. 잘하셨습니다.”


하지만 이소은 헌터는 나를 두둔해주었고 그녀의 말에 다른 헌터들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드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정보는 헌터관리국의 비상 통신망을 통해 모든 길드로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던전에 진입할 수가 없다는 말에 사실상 던전 브레이크를 상정하고 밖에서 몬스터를 방어하는데 집중하는 작전을 염두하고 있던 정부와 헌터관리국은 공격대를 꾸려 던전을 공략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전략을 바꾸었다.


“나 회의 참가하러 갈게. 당분간 정신없을 것 같아, 신경 쓰지 말고 먼저 집에 들어가.”


나와 아린이는 일단 여명길드로 돌아왔다.

S급 던전 레이드가 결정된 이상 아린이는 엄청나게 바빠졌다.

참가해야 하는 회의와 미팅이 거의 분 단위로 빡빡하게 짜였고 그녀의 곁엔 시간과 일정을 관리해주는 개인비서가 붙을 정도였다.


“준호 씨.”

“어? 예!”


딱히 할 것도 없으니 조용히 집에 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이소은 헌터가 나를 불렀다.

그녀도 여명길드의 회의에 참가하는 모양이다.

S급 헌터님의 부름에 나는 후다닥 그녀의 앞으로 달려갔다.


“잠시 이쪽으로.”


이소은 헌터는 나를 인적이 드문 구석으로 불러냈다.


“무, 무슨 일이시죠?”


아까는 어수선해서 잘 느끼지 못했는데 S급 헌터와 1대1로 마주하니 긴장됐다.

드레스처럼 하늘하늘한 빨간색의 고급스러운 마법사 로브와 다소곳이 모은 손, 우아한 발걸음에서 그녀의 기품이 느껴졌다.


“그렇게 긴장하지 말아요, 그냥 당신에게 선물을 주고 싶어서 부른 거니까.”


이소은 헌터는 생긋 미소 지으며 나긋한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그녀의 봄바람처럼 따뜻한 목소리와 포근한 인상에 정말로 긴장이 풀렸다.


“선물이요?”

“네.”


그녀는 자신의 목에 걸고 있던 목걸이를 벗어 내 목에 걸어주었다.

좋은 향기가 확 풍겼다.


[소은이 수제 매직실드 팬던트♡]

- 물리, 마법 데미지와 해로운 효과를 무효화하고 반격합니다.


그녀가 내가 걸어준 목걸이는 방어막 효과가 있는 아이템이었다.


“아, 아이템 이름이 개성 있네요.”

“힉! 그, 그게⋯ 고등학생 때 만든 거라⋯!”


이소은 헌터는 그건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 깜짝 놀라더니 귓볼까지 빨개졌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아이템을 갑자기 저한테 왜⋯.”


본인이 지은 이름을 저렇게 부끄러워할 줄이야.

괜히 미안해진 나는 급히 화제를 돌렸다.


“아, 그게 혹시 생길지 모를 불미스러운 일을 방지하고 싶어서요.”

“불미스러운 일이요?”

“준호 씨, 이번 던전 레이드에 참가하실 생각 있으신가요?”

“제, 제가요? F급인 제가 S급 레이드에 참가해봤자 짐짝밖에 더 될까요?”

“할 거냐 말 거냐를 묻는 게 아니에요, 하고 싶냐, 아니냐를 묻는 거지.”

“⋯⋯가능하면⋯ 하고 싶습니다.”


초대장이라는 이름으로 내게 S급 던전의 입구를 열 수 있는 열쇠가 손에 들어왔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몰라도 내가 던전에 들어오기를 바라는 누군가가, 또는 무언가가 있다는 소린데⋯ 그게 대체 뭔지 신경 쓰였다.


“그럴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드리는 거예요. 준호 씨가 앞으로 또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모르니 레이드 전까지 준호 씨를 안전히 보호하고 싶거든요. 물론 무슨 일이 있을 리는 없겠지만 고작 목걸이 하나 걸어주는 걸로 던전에서 일어날지 모를 변수 하나를 제거할 수 있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요?”

“던전 입구를 열었을 때처럼요?”

“그렇죠. 던전 안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그 초대장이 계속 필요할지 어떻게 알겠어요? ⋯곧 민간에 이 사실이 알려지면 당분간 아주 혼란스러울 거예요. 치안에도 공백이 생기겠죠. 제가 괜한 걱정이 너무 많은 걸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팬던트를 차고 있으면 어떤 적을 만나도 도망칠 시간은 벌어줄 거예요. 제가 보증할게요.”

“⋯감사합니다, 항상 차고 있겠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또 필요할 일이 있을지 모르니 만일을 위해 최소한의 조치를 해두고 싶었던 모양이다.

내가 차고 있기엔 너무 화려하고 우아한 팬던트였지만 그래도 그냥 목에 걸고만 있으면 상시 유지되는 실드가 생기는 셈인데 나로서도 굳이 안 차고 있을 이유가 없다.


“제 용건은 이게 끝! 그냥 이걸 드리고 싶어서 불렀어요. 도움 될 일은 없으면 좋겠네요. 그럼 전 참가할 회의가 있어서 이만.”


이소은 헌터는 미소를 띤 얼굴로 살랑살랑 손을 흔들며 멀어져갔다.


“⋯집에 가자.”


아, 맞다.

집에 가기 전에 차부터 가지러 가야 하나.

그리고 들어가는 김에 통조림이랑 생수 같은 것 좀 사둘까.

그런 생각에 땅을 보며 걷는데 누구와 툭 부딪혔다.


“아, 죄송합니⋯.”


고개를 들어 앞을 보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


다름 아닌 김지호였다.

여명길드의 직원인 그가 여명길드에 있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지만⋯ 문제는 그의 양옆에 서 있는 두 헌터였다.

누가 봐도 날 잡으러 온 분위기였다.

아, 또 왜요.


“잠시 같이 가실까요.”

“아니요, 제가 바빠서.”


소은 헌터님 감사합니다.

팬던트를 쓸 일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네요.

나는 목에 걸고 있는 팬던트를 만지작거렸다.


“잠시 이야기나 하자는 겁니다.”

“그럼 여기서 하시죠.”

“뭐든지 때와 장소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지금 여기서 할 이야기는 아닙니다.”

“⋯⋯⋯⋯.”

“그렇게 경계하지 마세요, 제가 이렇게 사람이 많은 길드 한복판에서 설마 박준호 씨를 죽이기라도 하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애초에 순순히 보내줄 생각이 없으니까 이렇게 헌터까지 대동해서 온 거겠지.

피한다고 피해질 일도 아닌 것 같고 만일의 사태가 일어나도 팬던트와 불씨를 이용하면 얼마든지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확신도 있었다.

나는 김지호를 따라갔고 그가 안내한 곳은 사용하는 부서가 없는 텅텅 빈 사무실이었다.

사무실에 도착하자 두 헌터는 내 몸을 수색해 스마트폰을 빼앗아 밖으로 나가 망을 봤고 김지호는 한쪽 구석에 숨겨두었던 사과박스 하나를 가져와 책상 위에 올렸다.

올려놓고 신음하며 허리를 짚는 걸 보니 꽤 묵직한가 보다.


“아고고, 허리야⋯ 자, 열어보세요.”


그는 편하게 열어보라는 듯 창가로 걸어가선 내게 등을 돌리고 창밖을 구경했다.

무거운 사과박스라니 이거 설마⋯.


‘흐익.’


박스를 열어본 나는 입이 떡 벌어졌다.

사과박스 안에는 내가 예감한 대로 5만 원권 돈뭉치가 가득 차 있었다.

우와, 이게 다 얼마야?


“정확히 10억입니다.”


김지호는 내 생각을 읽은 듯 액수를 알려주었다.


“갑자기 뭡니까? 돈 자랑 하시는 겁니까?”

“돈 자랑은 준호 씨가 하셔야죠. 이제 준호 씨 돈인데요. 축하드립니다.”


이게 내 돈이라고?

혼자 뭐라는 거야?


“지금 무슨 상황인지 하나도 이해가 안 되는데 일부러 혼란을 주는 겁니까, 제가 눈치가 없는 겁니까?”

“그만하셨으면 됐습니다, 바쁜 사람끼리 툭 까놓고 이야기하자고요.”

“툭 까놓고 이야기한 지 좀 됐는데요. 부장님이야 말로 슬슬 툭 까놓고 말씀해주시죠.”

“하~ 끝까지 이러실 겁니까?”


내 말에 김지호는 양 주머니에 손을 넣고 터벅터벅 걸어와 내 앞에 섰다.


“이 돈을 가지고 세계여행을 떠나시든 어디 따뜻한 남국에서 왕처럼 사시든가 하세요. 조건은 단 하나, 윤아린 헌터의 인생에서 사라지기. 어때요, 너무 쉽죠?”


그리고 그는 그런 말을 꺼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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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1화 +3 24.01.21 3,786 65 14쪽
61 60화 +4 24.01.20 3,872 61 15쪽
60 59화 +2 24.01.19 3,849 62 13쪽
59 58화 +6 24.01.18 3,880 66 15쪽
58 57화 +4 24.01.17 3,965 67 14쪽
57 56화 +2 24.01.16 4,022 69 12쪽
56 55화 +1 24.01.15 4,118 69 20쪽
55 54화 +3 24.01.12 4,121 70 12쪽
54 53화 +2 24.01.11 4,106 67 14쪽
53 52화 24.01.10 4,143 63 14쪽
52 51화 +3 24.01.09 4,251 68 12쪽
51 50화 24.01.08 4,317 70 13쪽
50 49화 +2 24.01.07 4,284 67 13쪽
49 48화 +1 24.01.06 4,340 68 14쪽
48 47화 +2 24.01.05 4,325 66 14쪽
47 46화 +1 24.01.04 4,351 67 15쪽
46 45화 +2 24.01.03 4,371 6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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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2화 +1 23.12.31 4,374 65 15쪽
42 41화 +2 23.12.30 4,428 64 13쪽
41 40화 +7 23.12.29 4,507 62 13쪽
40 39화 +4 23.12.28 4,456 62 14쪽
39 38화 +7 23.12.27 4,502 73 13쪽
38 37화 +3 23.12.26 4,504 74 12쪽
» 36화 +1 23.12.26 4,575 74 13쪽
36 35화 23.12.25 4,696 7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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