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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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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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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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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3,528

작성
24.01.09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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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0
추천
68
글자
12쪽

51화

DUMMY

“아, 안 돼, 안 돼⋯!”


데미지 뱅크를 쓴 나는 절망에 찬 비명을 질렀다.

마력파는 두꺼운 얼음벽을 뚫고 핵까지 타격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얼음벽을 깨는데 위력을 거의 소진한 탓에 핵에는 표면이 살짝 쪼개질 정도의 충격밖에 가해지지 않았고 핵은 그런 미약한 데미지 정도는 금방 복구해나가기 시작했다.


내가 조금이라도 빨리 정신을 차렸더라면, 아니 애초에 정신을 잃지 않았더라면.

손바닥이 아닌 주먹을 쥐어 조금이라도 더 좁은 면적에 위력을 모았더라면.

많은 후회가 머리를 휩쓸고 지나갔다.

그렇게 자신 있게 말했건만, 결국 나 때문에 아린이까지 얼음에 갇히게 생겼다.

나는 절망과 죄책감이 담긴 눈으로 아린이를 돌아보았다.


“⋯⋯잘했어.”


그런데 아린이는 그렇게 말하며 씩 웃어 보였다.


“어?”


아린이가 손목을 휙 돌리자 마술처럼 단검 하나가 튀어나왔다.

백화요란을 쓸 때 몸에 있는 모든 무기를 다 던진 게 아니었나 보다.


- 화아악!


단검은 활활 타는 듯한 수준의 마력을 머금었고 협소한 공간 속에서 아린이는 손목의 스냅만을 이용해 단검을 투척했다.


- 피잉!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단검은 총알이 스쳐 지나가는 소리를 내며 핵을 향해 날아갔고.


- 콰지직! 콰아앙!


내가 갈라놓은 금 사이로 정확히 쏙 하고 들어가 박히더니 폭발을 일으켰다.

핵의 내부에서 일어난 마력폭발의 폭압은 무의미하게 공기 중으로 흩어지지 않고 온전히 핵에 전달되었다.

그리고 그 덕에 아이스 골렘의 푸르고 둥근 핵은 쩍! 하고 갈라지며 깔끔하게 두 동강이 났다.


- 콰르르르르릉!


핵이 파괴되자 핵의 인력에 끌려 형태를 유지하고 있던 얼음조각들이, 정확히는 조각이라고 하기엔 좀 커다란 집채만 한 얼음덩어리들이 천둥소리를 내며 붕괴하기 시작했다.


- 쾅! 콰앙! 콰광!


“으아악! 아린아, 아린아!!!”


아이스 골렘의 몸이 무너지며 몸속에 갇힐 위험은 사라졌지만 이제 깔려 죽게 생겼다.

나는 다급히 아린이를 불렀지만 어째선지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 아린아?”


뒤돌아보니 아린이는 눈을 감은 채 쓰러져 있었다.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


“이익!”


나는 급히 아린이를 들어 올렸다.

갑옷 때문에 엄청나게 무거웠지만 이런 상황에서 들고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다행이었다.

그리고 낙하는 얼음덩어리를 이리저리 피해 겨우 아이스 골렘의 몸이 무너지는 범위 밖으로 피신할 수 있었다.


“야! 왜 그래! 정신 좀 차려봐!”


마음이 급해진 나는 아린이의 뺨을 찰싹찰싹 때렸다.

뺨이, 얼굴이, 온몸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나는 급히 그녀의 갑옷을 벗겼다.

갑옷은 입어본 적도 벗어본 적도 없어 서툴렀지만 그냥 눈에 보이는 대로 아무거나 막 더듬으며 풀어헤치다 보니 어떻게든 헐렁하게 만들 수는 있었다.

그리고 몇 걸음 물러서 점화를 발동시키고 아린이의 몸을 데워주었다.


‘설마⋯ 설마⋯ 아닐 거야.’


불안감이 엄습했다.

혹한의 냉기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데다 마지막엔 그 차가운 얼음에 전신을 둘러싸이기까지 했으니 몸이 성치 못할 것이다.

나는 설마 이렇게 허무하게 아린이가 일어나지 못하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 드드득⋯. 드드드득⋯!


아린이를 신경 쓰기도 바쁜데 갑자기 얼음 무더기 속에서 그런 소리가 들렸다.

얼음덩어리가 조금씩 움직이며 다시 모여들고 있는 것이었다.


“뭐야, 분명히 핵을 파괴했는데⋯!”


푸른색의 핵이 두 동강 나는 걸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 그런데 그걸 또 복구한다고?

쓰러져 있는 아린이가 눈에 밟혔지만 이대로 아이스 골렘이 다시 일어서면 진짜 끝이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일단 아이스 골렘의 핵이 있던 자리로 달려가 보았다.


“허억, 허억, 이, 이건⋯.”


얼음 더미를 뒤져 핵을 찾아보니 핵은 아직 쪼개진 그대로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하지만 핵 속에 들어 있던 것으로 보이는 작은 구슬 하나가 진동할 때마다 주변 얼음이 그 구슬에 반응해 점점 모여들었다.


나는 있는 힘껏 그 구슬을 밟았다.

이런 작은 구슬 따위 밟아 깨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럴 리가 있나, 구슬은 아이스 골렘의 몸보다도 단단하게 느껴졌다.


- 드드드드드⋯!


구슬이 진동하며 주변의 얼음이 한층 더 가깝게 끌려왔다.

파괴된 핵의 잔해도 점점 가까워지는 걸 보니 이게 구슬에 다시 붙어 온전한 핵이 되는 순간 아이스 골렘이 도로 일어서는 건 시간문제일 것 같았다.

나는 급한 대로 부서진 핵의 조각을 멀리 던져 복구를 늦추려 했지만 구슬의 인력에 붙잡힌 핵의 조각은 바닥에 달라붙은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 드드드드드⋯!


어떻게 손쓸 방법도 없이 점점 얼음이 모여들기만 했다.


“하하하하~! 아, 미쳐버리겠네~.”


뭐 이렇게 되는 게 하나도 없냐.

짜증이 머리끝까지 나니 웃음이 다 나왔다.

나는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일단 구슬을 들어 올렸다.


“어?”


그런데 구슬을 들어 올리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 경고! [만년빙의 정수]를 흡수합니다. 』


다짜고짜 구슬을 흡수한다는 메시지에 화들짝 놀란 나는 구슬을 떨어트렸다.

뭘 흡수하는 메시지엔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 드드드드드⋯!


하지만 마치 내 선택을 재촉하듯 구슬이 진동하는 주기가 점점 짧아지며 빠른 속도로 얼음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


저 멀리 쓰러져있는 아린이의 모습이 보였다.

여전히 의식이 없어 보였다.

하, 그래, 어차피 아이스 골렘이 되살아나면 둘 다 죽은 목숨인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죽어도 나 혼자 죽으련다.

그렇게 마음 먹은 나는 구슬을 꿀꺽 삼켜버렸다.


“욱⋯! 우욱⋯!”


아, 잠깐만, 굳이 삼킬 필요는 없지 않았나.

구슬을 삼키자 몸속에서 구슬이 꿈틀꿈틀 움직이는 기분 나쁜 느낌이 났다.

식도를 타고 위로 내려갔던 구슬은 갑자기 역류해 다시 식도로 올라오더니 가슴 한가운데에서 딱 멈췄다.

그리고 그 순간.


- 콰아아아아!


점화를 발동시킨 적도 없는데 갑자기 온몸에 불이 붙었다.


“뭐, 뭐야, 이거 왜 이래!”


불을 끄려고 해봤지만 테르고스의 불씨는 마치 폭주하듯 제멋대로 불을 뿜어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 쩌적, 쩌저저저적!


몸 이곳저곳이 얼어붙기도 했다.

신체가 불탐과 동시에 얼어붙는다니 참 기묘한 상황이었다.

마치 터줏대감인 테르고스의 불씨와 굴러들어온 돌인 만년빙의 정수가 서로 이건 자기 몸이라며 영역싸움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 푸쉬이이이익⋯.


그렇게 한참 몸이 불타고 얼어붙고를 반복하던 중 승부가 난 건지 서로 타협을 한 건지 갑자기 불과 얼음이 동시에 조용해졌다.

그리고 그 결과를 시스템 메시지가 알려주었다.


『 [만년빙의 정수] 흡수 성공! 』

- [테르고스의 불씨] 효과로 인해 성능이 감소합니다.


[만년빙의 정수]

[귀속 아이템]

- 아이템 스킬 [혹한의 냉기] : 강력한 냉기를 흘려보낼 수 있습니다.

- 아이템 스킬 [만년빙의 주인] : 만년빙을 자유자재의 형태로 가공할 수 있습니다.


와우, 이제 에어컨도 할 수 있겠네.




***




“으으⋯.”


한참을 쓰러져 있던 아린이가 드디어 눈을 떴다.

두통이 심한지 한동안 머리를 움켜쥐며 고통스러워했지만 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았다.


“골렘은⋯?”

“괜찮아, 해치웠어.”


내가 만년빙의 정수를 흡수해버리자 아이스 골렘의 몸은 단순한 얼음덩어리가 되었을 뿐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이소은 헌터의 말마따나 그 말도 안 되는 냉기는 골렘의 핵이 마력을 이용해 발생시키는 것이었는지 만년빙의 정수가 없는 골렘의 몸은 빙수를 만들어 먹어도 될 정도로 평범한 얼음이 되어 녹기 시작했고 주변의 온도도 빠르게 정상화되어 갔다.


“몸은 좀 어때?”

“많이 춥긴 한데⋯ 그래도 괜찮아.”

“일어날 수 있겠어?”

“으응, 고마워.”


아린이는 내가 내민 손을 잡고 일어났다.

뭔가 반대의 상황은 자주 있었는데 내가 아린이를 일으켜 준 적은 처음인 것 같았다.


“으으⋯.”


나는 비틀거리는 아린이를 부축해 골렘을 물리치자 나타난 새로운 문을 향해 나아갔다.

또 몬스터라도 나오면 어쩌나, 그냥 여기서 최대한 아린이를 회복시키고 움직일까 고민했지만 문 안에는 끝도 없이 위로 솟아오른 나선형 계단이 있었다.


“어때, 조금 더 쉬다 갈래?”

“일단 올라가 보자, 아래로 떨어진 건 우리뿐이니까 올라가면 누구라도 만날 수 있지 거야. 우리끼리 있는 것보다는 최대한 합류하는 편이 나을 테니까.”

“그래, 그러자.”


나는 군말 없이 아린이의 판단을 따랐다.




***




“아, 준호 씨, 아린 헌터님! 무사하셨군요!”


한참 계단을 올라 꼭대기에 위치한 문밖으로 나가보니 넓은 광장이 펼쳐져 있었고 이소은 헌터가 우릴 반겨주었다.

광장에는 뿔뿔이 흩어졌던 1공격대 헌터들이 모여있었고 지금도 계속 모여들고 있었다.


“소은 헌터님, 무사하셨군요. 괜찮으세요?”

“네, 저는 괜찮아요, 다른 분들도 상태가 좋진 않지만 괜찮으신 것 같고요.”


주위를 둘러보니 한참 추위에 떨던 헌터들이 모닥불 앞에 옹기종기 모여 몸을 녹이거나 음식을 먹으며 기운을 차리고 있었다.

아린이는 모닥불을 보자마자 그쪽으로 쪼르르 다가가 불을 쐬었다.


“⋯그런데 준호 씨, 밑에서 무슨 일 있으셨나요?”

“어? 네, 어떻게 아셨어요?”


이소은 헌터는 내 가슴을 가리키며 말했다.


“뭐가 추가돼서 오신 것 같아서요.”


만년빙의 정수 말인가, 이소은 헌터는 마법사라 그런지 내 몸에 아이템이 추가된 걸 바로 알아차렸다.

나는 그녀에게 밑에서 아이스 골렘과 조우해 전투한 일을 전해주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 정도의 아이템을 그냥 흡수하면 엄청난 부작용이 있을 텐데 테르고스의 불꽃이라는 아이템 덕분에 중화된 것 같아 다행입니다. 아무쪼록 고생하셨어요, 그런 중요한 순간에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네요.”

“으에~취~! 와~ 얼어 뒤질 뻔했네!”


이소은 헌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멀리서 안석혁 헌터와 몇 명의 헌터가 광장을 향해 걸어왔다.

그들을 마지막으로 1공격대 헌터 전원이 무사히 합류했다.

어떻게 이 와중에 사망자가 나오지 않은 건지, 하여간 다들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모두 모인 1공격대는 잠시 작전회의 시간을 가졌다.

헌터들의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아 무리하게 레이드를 진행하다가는 쓸데없이 피해를 키우거나 전멸할 가능성도 있어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딱 봐도 슬슬 마지막인 것 같지?”


1공격대가 쉬고 있는 광장 앞에는 또 닫힌 문이 있었는데 이게 지금까지와는 느낌이 달랐다.

문의 크기로 보나 화려한 장식으로 보나 여기가 보스방이라는 느낌이 풀풀 났다.

하⋯ 아이스 골렘이 보스인 줄 알았는데 그냥 문지기 정도였을 줄이야.

왜 다들 S급 던전이 발생하면 그렇게 호들갑을 떨며 질색팔색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네, 충분히 휴식한 뒤 2,3 공격대와 합류까지 마치고 문을 여는 걸로 하죠. 저도 마력을 보충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저도 아이스 골렘 때문에 아직 몸이 으슬으슬 떨려서 바로 싸우긴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 여기까지 잘 와놓고 성급한 마음에 일을 망칠 순 없지! 유종의 미를 거두자고!”


1공격대는 이곳을 마지막 거점으로 삼고 모든 공격대와 합류해 안정적으로 물자를 보급받고 휴식을 취하며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었다.

아린이를 포함해 한참 추위에 시달린 1공격대 헌터들은 한동안 발열과 오한으로 고생했다.

하지만 누가 고등급 헌터들 아니랄까 봐 다들 빠르게 체력과 기운을 회복했고 모든 준비가 끝난 뒤 나는 문 앞에 섰다.


“그럼⋯ 열겠습니다.”

“응.”

“네.”

“뭐가 나오는지 한번 보자고!”


나는 문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러자 역시 초대장이 사용되며 문이 열렸다.


[???의 초대장을 사용합니다!]

- 최후의 시련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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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59화 +2 24.01.19 3,849 6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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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2화 24.01.10 4,143 6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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