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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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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최근연재일 :
2024.07.0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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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3,528

작성
23.12.2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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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글자
13쪽

35화

DUMMY

몇 시간 만에 돌아온 서울의 분위기는 여느 때와 같으면서도 달랐다.

서울시민은 모두가 평범히 각자의 일상을 보내는 중이었다.

다만 그 일상에 높은 비율의 군인이 섞여 있었다.


- 삐익! 삐이익!

- 쿠구구구구구.


신호등과 상관없이 여기저기 교통경찰이 나와 일반차량의 통행을 막고 전차와 장갑차 등이 먼저 지나갈 수 있게 도로를 통제했다.

하지만 군대의 행렬을 지켜보는 시민들과 심지어는 어딘가로 출동 중인 군인 본인들도 표정에 의문만이 가득한 것을 보니 아직 공식적인 발표는 나기 전인 모양이었다.


나는 우선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서울로 돌아오지 말라고 알렸다.

가능하면 당장 해외로 피신시키고 싶지만 두 분 다 여권이 없어 불가능하니 일단 던전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다음으로 나는 세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세희는 몇 번이고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고 일단 급한 대로 문자를 남겨두었다.


“하아⋯ 후우⋯.”


아직도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아 가슴이 콩닥거렸다.

두려웠다.

물론 이름만 들어도 아는 최강의 길드와 헌터들이 총력을 다 해 레이드에 나서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공격대가 패하고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한다면⋯ 그날로 대한민국은 서비스 종료다.

S급 던전이 의미하는 바는 그 정도였다.


“⋯⋯준호야.”

“응?”


줄곧 옆에서 조용히 있던 아린이 입을 열었다.

그녀조차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난 이쯤에서 내릴게.”

“내린다고? 지금? 아직 여명 길드까지는 좀 남았는데?”

“차가 너무 막혀서 뛰어가는 게 나을 것 같아. 헌터관리국에서 비상소집령을 내려서 시내에서 힘을 써도 되거든. 데려다줘서 고마워, 너도 어서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가봐.”

“자, 잠깐만!”


나는 차에서 내리려는 아린이를 붙잡았다.


“지금 길드로 브리핑 받으러 가는 거지?”

“응, 그리고 바로 던전으로 갈 거야.”

“저, 저기⋯ 나도 데려가 주면 안 될까?”

“안 돼, 위험해.”


아린이가 이렇게 정색하며 딱 잘라 거절하는 모습은 처음 봤다.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어서 그래, 어쩌면 나랑 관련된 걸지도 몰라.”

“너랑 관련 있을 수도 있다고? 뭐가?”

“지금 설명하기엔 나도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 그것만 확인하고 나면 바로 대피할 테니까.”


약간 꿰맞추는 느낌도 있긴 했지만, 이상한 초대장을 받고 나서 곧바로 생긴 S급 던전이라니, 우연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 알았어, 네가 멍청하게 자살할 애는 아니니까.”


아린은 잠시 고민했지만 곧 나를 신뢰해주었다.


“그, 그런데 차는 어떡하지?”


군부대의 행렬 때문에 도로가 앞뒤로 꽉 막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차를 도로 한복판에 버려두고 갈 수도 없고⋯.


“차는 내가 옮겨줄게.”


그 말과 동시에 아린이는 내 차를 번쩍 들어 올리더니 다른 차들을 피해 휙 뛰어올라 근처 주차장에 차를 내려놓았다.

갑자기 차 한 대가 하늘을 날아다니니 사람들은 입을 쩍 벌리고 그 광경을 구경했고 힘이 센 줄은 알았지만 너무 비현실적인 광경에 나도 잠시 꿈을 꾸고 있나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럼 출발한다? 꽉 잡아!”


주차장에 차를 내려놓고 돌아온 아린이가 갑자기 내 허리를 끌어안더니 그렇게 말했다.

어? 뭘 꽉 잡으라는⋯.


- 콰아앙!


“꺄아아아아악!”


폭음과 함께 우주선이라도 탄 듯한 중력가속도가 느껴졌고 눈을 깜빡였다 뜨니 어느새 20층이 넘는 아파트가 발밑으로 보일 정도로 높이 떠올라 있었다.

아린이가 나를 들고 뛰어오른 것이었다.


“악! 으악! 으아아아악!”


자고로 인간이란 땅에 발을 붙이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살아야 하는 생물이거늘.

위아래의 구분이 없어지고 갈 곳 잃은 발이 허공에서 버둥거리니 나는 추락하는 공포에 비명이 절로 나왔다.


“아오~ 시끄러! 안 떨어트리니까 소리 지르지 마! 자꾸 그러면 확 던져버린다?!”

“흡!”


던져버린다는 말에 최선을 다해 입을 다물었다.


- 휘유우우웅, 탓!


아린은 아파트 옥상에 깔끔히 착지해 건물과 건물 사이를 징검다리 넘듯 뛰어다니며 빠르게 길드로 향했다.

처음엔 갑자기 사람을 들고 팽그르르 돌며 수직으로 뛰어올라 식겁했는데 조금 적응하고 나니 하늘을 나는 것 같아 은근 재미도 있고 기분도 좋았다.

어릴 때부터 하늘을 날고 싶었는데⋯ 잊고 있던 오래된 꿈을 어쩌다 보니 이루게 되었다.




***




“장비 빨리빨리 옮기고 길드 내 전 헌터 무장시켜!”

“아직 헌터관리국에서 연락 없어?!”

“다른 길드 현황은 어때, 정보공유 요청해봐!”


여명 길드 내부의 분위기는 거의 폭탄이라도 터진 듯 어수선했다.

말을 하는 사람은 죄다 소리를 질렀고 움직이는 사람은 죄다 뛰어다녔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아린이의 앞길은 항상 뚫려있었고 그녀가 탈 엘리베이터는 미리 준비돼 있었다.

우리는 막힘없이 여명 길드의 대회의장까지 직행할 수 있었고 회의장 내부엔 여명 길드의 주요 임직원과 헌터들이 이미 모여 있었다.


“윤아린 헌터님 도착하셨습니다!”


아린을 마지막으로 곧장 브리핑이 시작됐다.

아린의 뒤를 따라 자연스럽게 들어와서 그런지 누구도 날 제지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들어온 정보와 상황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S급으로 파악된 던전은 금일 오전 11시 41분경 헌터관리국에서 최초 관측했으며 위치는 관악산 400미터 지점으로 확인되었습니다.”


11시 41분경?

그때면 내가 의문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선물을 수령 한 딱 그 시간인데?


“헌터관리국에서 요원을 급파하여 현장을 조사한 결과 S급 던전이 확실하다고 하며 등산로에서 벗어난 산 중턱에 던전이 생성되었음으로 현재까진 민간엔 알려지지 않아 대통령실은 혼란을 피하기 위해 헌터와 군부대의 배치가 끝나고 시민의 피난을 유도할 준비를 마치면 계엄을 선포함과 동시에 위 사실을 민간에 알릴 것이니 그전까지는 최대한 기밀을 유지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군사정권 시절도 아니고 설마 내가 살아생전 계엄이 걸리는 걸 보게 될 줄이야.

하지만 S급 던전이 하필이면 수도 턱밑에 갑자기 들이닥쳤으니 그럴 만도 했다.

아직도 실감은 안 나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국가의 존망을 건 위기를 맞이했다.


“또한 현재로서 해당 던전이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킬 징조는 없으나 S급 던전의 특성상 예측 불가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에 저희 길드도 최대한 빨리 준비 태세를 마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사료 됩니다.”

“공격대로 참여할 길드는 정해졌습니까?”

“그것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헌터관리국에서 곧 모든 S급 길드와 A급 길드의 관계자를 모아 논의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해외투자자를 설득하고 주가를 방어할 방안은 있습니까?”


이 와중에도 누군가는 돈부터 걱정했다.

하긴, 뭐, 돈이 목숨 같은 양반들이기도 하고 그걸 걱정하고 대비하는 게 본인의 업무인 사람들이니까.


“잠시 주목해주십시오, 새로운 정보가 들어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회의장에 모인 임직원과 헌터들이 각 부서의 브리핑 담당자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하던 중 급히 들어온 누군가가 마이크를 잡았다.

새로운 정보라는 말에 시끌시끌하던 회의장이 싹 조용해졌다.


“소은 길드로부터 들어온 정보입니다만⋯ 현재 던전으로의 진입이 불가하다고 합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웅성이기 시작했다.

들어갈 수 없는 던전이라니 유례없는 일이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진입이 불가능하다니요?”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해당 S급 던전은 현재로선 진입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이유가 뭡니까?”

“소은길드 마스터의 설명에 따르면 해당 던전은 던전 입구의 형체만 존재할 뿐 존재가 존재하지는⋯? 않는 상태라고 합니다.”


소은길드라면 S급 마법사 이소은 헌터가 설립한 길드였던가.

길드이름이 본인 이름이라 외우기 쉬웠다.

그나저나 형체만 존재하고 존재는 존재하지 않는다니 이게 무슨 소리지?

나를 포함해 회의장에 있는 그 누구도 대한민국 유일의 S급 마법사인 그녀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래서 그게 좋은 겁니까 나쁜 겁니까? 전 실속 없이 껍데기만 있는 던전이라는 뜻으로 이해했는데 그럼 좋은 거 아닙니까?”

“아⋯ 그게⋯ 최악이라고 합니다. 이쪽에서 진입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던전 쪽에서 나오는 것은 가능하다고 합니다.”

“뭐, 뭐라고요?! 그럼 우리는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날 때까지 그냥 손 놓고 구경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까?”

“혀, 현재로서 그렇다는 것이지 소은길드에서 방도를 찾아보겠다고 합니다.”


괜한 정보에 회의장은 한층 소란스러워졌고 괜한 소식을 들은 내 속도 뒤집어졌다.

아니, 미친,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저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길 기다려야 하는 S급 던전 같은 건 세상에 존재하면 안 되는 거 아니야?


- 길드 내 A급 헌터님들께 안내 말씀드리겠습니다. 곧 현장으로 이동할 예정이오니 용무를 마친 A급 헌터님들께선 1층에 준비된 차량에 탑승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안내 말씀⋯.


길드 전체에 그런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안내방송을 들은 아린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나서 1층으로 내려갔다.


“와우⋯.”


그리고 그녀를 따라 1층으로 내려간 나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감탄했다.

여명 길드 정문 앞 광장엔 새카만 고급 세단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고 검은 양복에 선글라스를 쓴 운전기사들이 밖으로 나와 열중쉬어 자세로 대기 중이었다.


방송을 듣고 급히 1층으로 내려온 여명 길드의 A급 헌터들은 하나둘 차량에 탑승했고 나도 아린이를 따라 차에 올라탔다.

모든 헌터가 탑승하자 검은 세단은 줄줄이 출발했고 길드의 정문을 나서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바이크를 탄 경찰이 차량 행렬을 따라오며 막힘 없이 달릴 수 있도록 교통을 정리해주었다.

등급 높은 헌터가 좋긴 좋구나.


“업힐래 안길래?”

“뭐, 뭐가 덜 민망할까?”


관악산에 도착하자 차량에서 내린 다른 헌터들은 알아서 슉슉 나무와 절벽을 타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아린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아까 안겨봤으니까 이번엔 업혀봐.”

“그럴까?”


그렇게 나는 아린의 등에 업혀 산을 올랐다.

원래 같으면 몇 시간 동안 올라가야 할 험한 바위산을 아린은 몇 분 만에 주파했다.




***




던전이 생성된 현장은 당연히 혼잡했다.

각 길드에서 파견된 대한민국에서 날고 기는 헌터들이 죄다 이곳에 모여 있었고 얼굴과 이름을 아는 유명한 헌터들도 드문드문 보였다.

던전의 모양새는 상당히 기괴했다.

던전의 입구는 보통 문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건 마치 땅굴처럼 거대한 구멍의 형태로 땅을 향해 입구가 나 있었다.


“⋯흐음.”

“그래서 확인하고 싶은 게 뭔데? 확인 다 했으면 밑에까지 데려다줄게. 여긴 위험해.”


아린이는 내가 던전 근처에 있는 것을 조마조마하게 생각했다.

다른 던전은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날 징조를 미리 알아차릴 수 있지만 S급은 어떤 변수가 생길지 예측이 불가능했다.

지금 당장 입구에서 몬스터가 쏟아져나오기 시작해도 헌터들은 S급이니까~ 하고 납득할 것이다.


“그게⋯ 조금 가까이 가봐도 될까?”

“⋯확인하면 진짜 바로 내려가야 해?”


나는 확인이 끝나면 곧장 내려가겠다고 약속했다.


“접근하시면 안 됩니다.”


뭔 듣보잡인 내가 소은길드의 마법사들이 조사 중인 던전에 다가가려 하자 근처의 요원이 길을 막았다.


“잠시 확인해볼 게 있어서 그래요.”


하지만 옆에서 아린이가 한마디 하자 요원은 곧장 길을 비켰다.

이거 일반인은 서러워서 살겠나.


“으음⋯.”


나는 일단 조심스럽게 던전 주변을 거닐며 던전의 반응을 살폈다.


‘⋯⋯근처에 온 것만으론 반응이 없네.’


무섭지만 기왕 여기까지 온 거 확실하게 해야겠지?

나는 용기를 내 던전의 입구를 손가락으로 톡 건드려봤다.


[???의 초대장을 사용합니다!]


그 순간이었다.

쓸 건지 말 건지 물어보지도 않고 자기 마음대로 초대장이 사용됐다.


- 파아아앙!


그리고 그와 동시에 던전의 입구에서 요란한 파열음이 나며 마력파가 산기슭을 타고 퍼져나갔다.

파열음은 산봉우리에 맞고 되돌아와 파앙⋯ 파앙⋯ 파앙⋯ 하고 메아리쳤고.


“⋯아.”


주변을 둘러보니 각자 다른 일을 하던 모든 헌터와 요원들이 내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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