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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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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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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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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1.0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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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49화

DUMMY

초대장이 사용되긴 했다.

하지만 문이 열리진 않았다.


“실패한 건가요?”


문이 잠잠하자 이소은 헌터가 물었다.


“아니요,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혹한의 시련이 시작된다고 하는데요.”


공허충 때처럼 혹시 시스템 메시지에서 뭔가 힌트를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나는 일부러 최대한 정확히 시스템 메시지를 그대로 읽어주었다.


“혹한의 시련이라⋯.”


하지만 메시지는 너무 단순명료했고 그냥 이 추위를 견디라는 말로밖에 이해되지 않을 때 갑자기 굉음이 일며 던전이 진동했다.


- 드드드드드드!


“뭐, 뭐지?!”


- 쿠웅!


“우왁!”


내가 서 있던 땅이 갑자기 땅이 푹 꺼졌고 어딘가는 솟아올랐다.

천장이 올라가거나 주저앉기도 했고 또 어디는 벽이 돌출하거나 들어가기도 했다.

마치 공격대를 이리저리 갈라놓으려는 것처럼 던전의 구조가 미로처럼 변해 갔다.


“으아아아악!”


위에서 뭐라고 외치는 다른 헌터들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렸지만 나는 밑으로 떨어지기 바빠서 하나도 듣지 못했다.


‘얼마나 깊은 거야⋯!’


너무 높은 곳에서 떨어져 바닥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근처에 잡을 것도 없어서 어떻게 멈추거나 속도를 늦출 방법도 없었고 나는 떨어지더라도 다리로 떨어지면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중심이라도 잡으려고 몸부림쳤지만 그럴수록 머리를 축으로 몸이 빙글빙글 돌아버릴 뿐 괜히 중심을 잡기만 더 힘들어졌다.


“가만히 있어! 몸부림치지 마!”


그때 머리 위에서 아린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린이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있는 나는 목소리를 듣자마자 얼음땡 하듯 모든 움직임을 딱 멈췄고 그러자 아린이는 알아서 공중에서 나를 낚아챈 뒤 몇 바퀴 빙글빙글 돌더니 안정적으로 중심을 잡고 착지했다.


- 콰앙!


몸에 무거운 갑옷과 온갖 무기를 잔뜩 달고 있으니 상당한 충격이 일며 과격한 착지가 됐지만 그래도 철푸덕 떨어지는 것보단 나았다.


“어⋯? 여기는⋯!”


아린이는 나를 내려놓고 예리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어디지?”


⋯그러게, 나도 궁금하다.

뭐 아는 것처럼 말해서 놀랐네.

아린이가 한 번 둘러보긴 했지만 나도 일단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것도 없는 공터는 공터인데 엄청나게 넓은 공터였다.

위쪽의 광장보다도 몇 배는 넓은 게 던전 안의 던전이라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위보다 훨씬 더 추웠다.


“일단은 저쪽으로 가볼까?”


아린이는 찬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끼리 움직이면 위험하지 않을까? 일단 공격대와 합류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은데⋯.”

“어떻게 합류하게?”

“네가 뛰어올라서 천장을 부수면 되지 않을까?”


내 말에 아린이는 천장을 한 번 슥 올려다보더니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나라고 하늘을 날 수 있는 건 아닌데⋯.”

“저기까지 못 뛰어올라?”


나는 그렇게 말하며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안 되겠구나.”


그리고 인정했다.

천장은 까마득하게 보일 정도로 높이 있었다.


“그럼 혹시 벽을 타고 오르면⋯.”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빨리 가자, 추워.”

“네.”


나는 추위에 발걸음이 급해진 아린이의 뒤를 따라나섰다.




***




“으으으으⋯.”


우린 덜덜 떨며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쪽을 향해 계속 걸어갔다.

너무 차가운 공기에 폐가 찢어질 것 같아 숨 쉬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그그그런데 왜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가는 거야⋯?”

“그그그래야 이 냉기의 원인이 나올 테니까⋯.”


너무 추워서 혀가 굳고 이빨이 딱딱 부딪힐 정도였다.


- 쿠오오오.


길을 가던 중 얼음에 뒤덮인 골렘 몇 마리가 나타났다.


“하아⋯.”


원래 같으면 별것도 아닌 몬스터지만 골렘을 본 아린이는 한숨을 푹 쉬었다.

몸을 움츠리고 있어야 그나마 체온이 유지되는데 싸우려면 몸을 활짝 펴야 하기 때문이었다.


“호오⋯ 호오⋯.”


아린이는 전투에 앞서 입김으로 얼어붙은 손을 녹이고 주섬주섬 전투망치를 꺼내 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불쌍하기도 하고 죄책감도 들었다.

그래, 이러다간 사람 얼어 죽겠다.


“야, 아린아.”

“응?”

“몸 좀 녹여.”


『 아이템 스킬 [점화]를 발동합니다. 』


나는 그녀를 위해 인간 모닥불이 되어주기로 했다.


“오오오!”


점화의 열기로 적어도 내 근처는 후끈후끈 해졌다.


“하아아~ 살겠다~.”


아린이는 양팔을 크게 벌리고 앞뒤로 몸을 돌리며 열기로 몸 구석구석을 데웠다.

하도 추위에 시달리다 보니 나도 차라리 이게 나은 것 같았다.


“좋았어! 간다~!!!”


몸이 따뜻해져 기분이 좋아진 아린이는 공중으로 붕 날아오르더니 빙글빙글 돌아 전투망치로 골렘의 머리통을 내려찍었다.


- 와르르르르!


골렘은 전보다 더 단단한 얼음으로 둘러싸여 있었지만 그럼에도 시원하게 박살났고 그렇게 다른 골렘도 시원하게 날린 아린이는 내 곁으로 돌아와 다시 불을 쬐었다.


“불 곧 꺼야 하지?”

“안 꺼도 돼.”

“뜨겁지 않아?”

“뜨거운데 생각해보면 이게 공평한 것 같아서.”


어디 대감님 행차하시는 것도 아니고 누군 추위에 벌벌 떨면서 몬스터와 싸우고 길을 터는데 누군 뒷짐 지고 남이 터준 길을 걷기만 하고 있으니 양심이 있으면 따뜻하게라도 해주는 게 맞는 것 같아 계속 점화를 발동시킨 상대로 곁을 따라다니기로 했다.

그리고 겸사겸사 소은길드의 로브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도 알아보고.


“그런데 여긴 대체 얼마나 더 추워질 수 있는 거지? 지금은 네 덕분에 잘 모르겠지만 아까보다 더 추워진 것 같아. 앞으로 손만 뻗어도 차가워.”


나도 점화를 발동하고 있는 덕분에 딱히 추위는 못 느끼고 있지만 몬스터를 감싸고 있는 얼음이 더 두껍고 단단하게 얼어 있는 게 확실히 훨씬 더 추워진 것 같았다.

뭔가 이제 다 왔다는 느낌인데⋯.


“엇.”


앞으로 조금 더 달리다 보니 거대한 얼음벽이 나타났다.

얼음으로부터 무시무시한 냉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게 아무래도 저게 원인인 모양이다.

점화를 사용하고 있는데도 순간 몸이 시릴 정도였다.


“아무래도 저것 때문인 것 같지? 그런데⋯ 저걸 어쩌지⋯?”


마찬가지로 냉기를 느낀 아린이가 말했다.

무슨 마법 같은 걸로 던전의 온도를 낮추는 거라면 어떻게 해보겠는데 그냥 무식하게 거대하고 차가운 얼음덩어리가 원인이라니.


“그러게 말이야, 다 녹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깨부술 수도 없고⋯.”


이소은 헌터를 불러오면 어떻게든 해주려나.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진동이 일며 던전이 흔들렸다.


- 쿠구구구구구구!


그리고⋯ 얼음벽이 일어서기 시작했다.


- 드드드드드드⋯.


“뭐, 뭐야!”


천천히 일어나기 시작한 얼음벽은 곧 그 형체를 드러냈다.

우리 앞을 막고 있는 건 얼음벽이 아니라 거대한 얼음조각으로 이루어진 골렘이었다.


“주, 준호야⋯?”

“응⋯.”

“아무래도 다 녹여버리거나 깨부숴야 할 것 같은데⋯?”




***




- 쿠우우우웅!


“히익!”


아이스 골렘과의 전투가 시작됐다.

나는 열심히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아이스 골렘의 공격을 피했다.

몸뚱이가 거대한 만큼 민첩하진 않았지만 한 번에 공격하는 면적이 하도 넓어 매번 아슬아슬했다.


- 쾅! 콰앙! 콰직!


이번엔 아린이의 도움을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아이스 골렘은 덩치만큼이나 굉장히 튼튼했다.

아린이는 열심히 아이스 골렘의 이곳저곳을 두드리고 다니며 핵을 찾았지만 얼음이 워낙 단단하고 또 미끄러운 탓에 공격이 거의 먹혀들지 않아 영 진전이 없었다.

게다가.


“으읏, 추워!”


이 추위의 원인인 골렘의 표면에서는 모든 것을 순식간에 얼려버릴 정도의 냉기가 계속 뿜어져 나오고 있었기에 아린이는 골렘의 주변에서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내게 돌아와 잠시 몸을 녹여야 했다.


“아린아! 일단 후퇴하는 게 어때?”


너무 갑작스럽게 마주쳐 생각지 못했는데 슬슬 보스가 나와도 전혀 이상한 타이밍은 아니었다.

거기다 아린이의 공격에도 끄덕 않는 수준의 몬스터라면 S급 보스 몬스터가 확실해 보였다.


“후퇴?! 아니야! 아직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은데?”

“내 생각엔 이거 보스 같은데 다 같이 와서 잡는 게 안전하지 않을까?!”

“으음⋯ 그, 그래 알겠어! 그럼 내가 너까지 데리고 나갈 테니까 신호하면 잠깐 불 좀 꺼줄래?! 자, 간다. 하나, 둘⋯!”


- 쿠웅!


적당히 후퇴하려고 타이밍을 재고 있던 때 아이스 골렘은 사람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건지, 아니면 낌새가 딱 봐도 도망칠 사람들의 낌새였는지 몸의 얼음조각 일부를 떼어내 던져 우리가 들어온 통로를 막아버렸다.

그리고 골렘의 몸이 분해되더니 통로를 막고 있는 얼음조각을 중심으로 다시 조립돼 통로를 막는 문지기가 되었다.


“와우⋯ 아하하하!”


그런데 그 모습을 본 아린이가 갑자기 웃었다.

얘가 너무 추워서 실성을 했나?


“너, 너⋯! 지금 이게 웃겨?!”

“아~ 미안, 미안~ 솔직히 말하면 도망치기엔 뭔가 될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웠거든, 그래도 그게 현명한 행동인 것 같아서 자존심은 일단 접어두려고 했는데 이렇게 되면 싸우는 수밖에 없네?!”

“흐으으으⋯!”


그 말을 들은 나는 나도 모르게 흐느껴버렸다.

아린이의 얼굴엔 광기가 서려 있었다.


“왜 우는 소리를 내!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최선을 다해 보자!”

“그래⋯ 최선을 다해 보자⋯!”


나는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아린이의 말대로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지만 이 상황을 즐기는 게 열받았다.


- 콰직!


몸을 녹이고 뛰어오른 아린이는 공중에서 검을 던져 아이스 골렘의 표면에 꽂았다.


- 쩌어어어억!


그리고 망치로 검을 때려 아이스픽처럼 사용해 아이스 골렘의 몸을 쪼갰다.

하늘이 두 동강 나는 것 같은 굉음이 울렸다.


“여긴 없네? 그럼 어디 있을까? 저긴가?”


아린이는 갑자기 텐션이 올라가서는 아이스 골렘의 몸 여기저기를 때려 부수며 핵을 찾아 나섰다.


“익! 이익!”


- 픽, 픽


나는 유일할 탈출구인 통로를 막고 있는 골렘의 다리를 메이스로 열심히 때려 봤지만 너무 단단해서 얼음조각이나 몇 조각 툭툭 튈 뿐 별 데미지는 입힐 수 없었고 그나마 때려 부순 얼음조각마저도 강력한 인력에 끌려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다시 아이스 골렘의 몸에 달라붙었다.


점화의 열기로 다리를 녹여보려고도 했지만 녹는 속도를 보아하니 이 얼음덩어리를 녹여서 여기서 나가는 것보다 그냥 내가 늙어 죽는 게 더 빠를 것 같아 포기했다.


“으으~ 추워, 추워!”


한참 골렘의 몸을 쪼개고 다니던 아린이가 돌아와 몸을 녹였다.

추워서 잔뜩 찡그려져 있던 아린이의 얼굴이 온기에 천천히 풀어지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따뜻해?”

“응⋯ 따뜻해⋯.”

“그래, 이렇게라도 쓸모가 있어서 다행이다.”

“쓸모있는 정도가 아니야⋯ 너 없으면 안 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쓸모는커녕 방어와 회피까지 대신 맡기느라 오히려 짐짝이었는데 이제는 뭐라도 도움이 되는 인간으로 성장했구나.

에휴, 그래, 쓸데없이 힘 빼지 말고 인간 난로 역할이나 똑바로 해야겠다.


- 콰직! 쩌저저적! 콰직! 쩌저적!


아린이가 바빠질수록 나는 한가해졌다.

아이스 골렘은 어느새부터 나한텐 신경을 거의 쓰지 못하고 아린이를 막는 데만 집중하고 있었다.

방법과 감각을 익히고 나니 아이스 골렘의 얼음을 깨부수는 게 점점 가속이 붙었다.


- 콰직! 쨍그랑!


그렇게 골렘의 몸을 거의 다 부숴봤을 때쯤 갑자기 맑은 금속음이 들렸다.

아이스픽으로 쓰던 검이 부러진 것이었다.


“앗, 부러졌다.”

“뭐야, 괜찮아?!”


아무리 좋은 아이템이라도 저렇게 막 쓰면 결국 부러지는구나.


“괜찮아! 한 자루 더 있으니까!”


하지만 아린이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쿨하게 검을 버린 뒤 두 번째 검을 꺼내 들어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찾았다!!!”


산삼이라도 본 듯 그렇게 외친 아린이는 골렘의 등 뒤에서 쏙 고개를 내밀고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나도 아린이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래⋯ 네가 만족스러우면 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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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0화 +4 24.01.20 3,871 61 15쪽
60 59화 +2 24.01.19 3,849 62 13쪽
59 58화 +6 24.01.18 3,879 6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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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5화 +1 24.01.15 4,118 69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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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8화 +7 23.12.27 4,500 7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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