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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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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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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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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1.19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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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59화

DUMMY

“야, 좀 일어나봐. 이제 슬슬 나갈 준비 해야 해.”

“음~?”


나는 저녁이 다 되도록 침대 늘어져 굴러다니는 아린이를 깨웠다.

아침 먹고 자고 점심 먹고 또 자더니 결국 온종일 잠만 자네.


“으~ 졸려⋯.”


아린이는 기지개를 쭉 켜길래 일어나나 싶었는데 다시 눈을 감으며 이불로 몸을 말았다.

이거 진짜 왜 이러지?

나는 어쩔 수 없이 이불을 확 걷⋯ 걷어⋯!

와, 힘 더럽게 세네, 이불 찢어지겠다.


“너 혹시 어디 아파?”

“아니⋯ 딱히⋯.”

“근데 왜 그래?”

“모르겠어⋯ 그냥 졸려⋯ 아무것도 하기 싫어⋯.”

“그럼 오늘 못 갈 것 같다고 연락해?”

“⋯아니.”


하지만 그냥 귀찮다고 약속을 깨는 건 말도 안 된다는 자각은 있는지 아린이는 결국 꿈틀꿈틀 일어나 눈을 떴다.

찌푸린 눈과 부스스한 머리 이미 오후 5시가 넘은 시간이 저러고 일어나는 모습을 보니 백수라는 단어를 의인화하면 딱 이 모습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건 화장실에 있으니까 머리라도 감아, 그 모습으로 나가는 건 좀 아니다.”

“응⋯.”


그 성실하던 애가 어쩌다가 저렇게 된 건지, 은퇴 후 무기력증 뭐 그런 건가.

이대로 내버려 두면 방에 틀어박힐 것 같아 무서우니 빨리 헌터로 복귀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우리 오늘은 어디 가는 거야?”

“위치는 강남인데 정확한 건 몰라?”


씻고 나오니 잠이 깼는지 아린이는 말똥말똥한 눈으로 기대된다는 듯 물었다.

오늘 우리는 이소은 헌터와 안석혁 헌터를 만나기로 약속했다.

뭔가 용건이 있는 건 아니고 함께 S급 던전을 무사히 공략한 것에 대한 축하 파티였다.

이제 와서 하기엔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도 어수선했고 S급 던전이라는 초대형 이벤트가 끝이 났으니 둘 다 길드 마스터로서 이래저래 마무리 짓느라 바쁘다 보니 그렇게 됐다.


“이런 데는 오래간만이네.”

“난 처음이야⋯.”


우리는 약속 장소인 강남역 인근의 번화가에 도착했다.

평소엔 이런 곳에 오면 기 빨린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음울한 던전에 하도 오래 있어서 그런지 지금은 이 시끌벅적함이 오히려 활기로 다가왔다.


“⋯⋯⋯⋯.”


나는 구석에 가만히 서서 주변을 슥 둘러봤다.

지나가던 행인들은 우리 근처를 지나갈 때면 슬로우 디버프라도 걸린 듯 갑자기 발걸음이 느려지다 뚝 멈췄다.

아린이 때문이었다.


⋯여기 오래 서 있으면 곤란해질 것 같은데.

나는 그런 조바심에 혹시 뭔가 연락이 와있나 해서 휴대폰을 한 번 확인하고 고개를 들었다.


“어?”


그런데 내가 고개를 든 순간 주변 사람들이 모두 투명하게 변했다.

아린이는 제대로 보였지만 그 외의 사람들은 모두 투명해졌고 심지어 사람들은 우리를 뚫고 지나다니기까지 했다.


“왔어요?”


그때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렀다.

이소은 헌터였다.

그녀는 하얀 셔츠를 청바지 속에 넣어 입고 작은 가방을 멘 길거리 어디에서나 보이는 평범한 20대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맨날 마법사 로브를 걸친 모습만 보다가 이런 사복 차림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허, 헌터님?”

“너무 놀라지 마요. 그냥 우리 모습을 사람들 앞에서 잠깐 숨겼을 뿐이에요. 슬슬 곤란하던 참이었죠?”


그녀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역시 S급이라 잘 아시네요.”

“어딜 가든 사람들이 알아봐 주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피곤한 것도 사실이니까요.”

“안녕하세요, 헌터님!”

“네, 안녕하세요. 잘 계셨나요?”

“⋯네! 잘 있었어요!”

“잘은 몰라도 이래저래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일단 갈까요? 이야기는 천천히 하죠.”


이소은 헌터는 앞장서 어디론가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저희 오늘 어디 가는 건가요?”


S급 헌터 둘이 주선한 만남이라니 좀 기대됐다.

일반인은 입장도 하지 못하는 상류사회의 회원제 바 같은 곳이라도 가는 건가?


“그건 저도 모르겠네요, 장소는 아저씨가 예약했다는데 물어봐도 안 알려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기대 중이에요. 음, 이쯤에 있다고 했는데⋯ 아.”


잠시 걸어 여러 가게가 늘어선 거리에 들어서자 안석혁 헌터가 보였다.

그는 어딘가에 들렀다 왔는지 깔끔한 정장 차림이었다.


“근데 헌터님.”

“네?”

“이 마법 쓰고 있으면 안석혁 헌터님도 저희 못 보나요?”

“그러게요? 한 번 시험해볼까요?”


내 질문에 이소은 헌터는 호기심이 생긴 듯 마법을 해제하지 않고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안석혁 헌터는 우리가 온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지 주변을 한 번 두리번거리곤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오? 모르나 본데요?”


이소은 헌터는 바로 옆에 있는 우리를 보지 못하고 계속 기다리는 안석혁 헌터의 반응이 재밌다는 듯 그의 바로 옆으로 다가가 눈앞에 손을 흔들었다.


“왁!!!”

“끼약!”


그런데 그 순간 안석혁 헌터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며 이소은 헌터를 홱 돌아봤다.

나와 아린이도 움찔할 정도였는데 바로 옆에 있던 이소은 헌터는 놀라자빠졌고 그와 동시에 마법도 해제됐다.


“하하하하하!”

“아, 알고 계셨어요?”

“어깨가 뻐근할 정도로 묵직한 S급 둘의 마력이 다가오는데 모습만 감춘다고 모를 리가 있나!”


안석혁 헌터는 통쾌하게 웃었고 바닥에 자빠졌던 이소은 헌터는 얼굴이 새빨개져 서둘러 일어섰다.


“준호 헌터, 아린 헌터, 오래간만이야! 잘들 지냈나?”

“네, 안석혁 헌터님도 잘 지내셨나요?”

“잘 지냈어요!”

“나야 언제나 잘 지내지! 다들 좋아 보여서 다행이군, 그럼 가보자고!”


안석혁 헌터는 앞장서 우리를 자신이 예약한 가게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리고 그가 데려간 가게를 확인한 나는 말문이 막혔다.


“⋯아저씨, 장난치세요?”

“큼⋯.”

“이래서 어딘지 말 안 하셨군요?”

이소은 헌터는 안석혁 헌터를 노려보며 쏘아붙였다.


“하하⋯.”


나도 꽤 당황스러워 헛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다.

안석혁 헌터가 우리를 데려온 가게는 다름 아닌 싼 안주로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가성비 실내 포차였다.

물론 S급 헌터인 그가 돈이 없어서 우리를 이런 곳에 데려온 건 아니었다.


“나도 이런 데 한번 오고 싶었는데 내 나이 먹고 이런 데 오면 손가락질 받으니까⋯. 길드의 젊은 애들은 회식 자체를 싫어하고⋯ 내가 언제 이런 데서 젊은이들이랑 술을 마셔보겠어⋯.”

“하아⋯ 정말이지⋯.”


그래도 이소은 헌터는 기왕 온 김에 안석혁 헌터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고 그녀는 우리에게 외모를 왜곡하는 마법을 걸어주었다.

S급 헌터 셋이 한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걸 보면 사람들이 가만히 둘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보스방에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그 많은 석상을 진짜 다 쓰러트렸나요?”

“네? 아, 네! 전 웨펀마스터니까 무기만 있으면 어떤 석상이든 다 상대할 수 있었어요! 없는 무기는 준호가 얼음으로 만들어줬어요!”

“와하하! 진짜 믿기지 않는구만! 난 아린 헌터가 왜 등급 측정을 하면 A급으로 나오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 따지고 보면 우리 중에 제일 강한 거 아니야?”

“생각해보면 준호 씨도 말도 안 되네요, F급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오? 그러게 말이야! 자네 뭐 숨기는 거 없나? 우리한테만 슬쩍 말해봐!”

“하하⋯ 전용특성이 많이 특이한 덕분이죠, 그거 말곤 없어요.”


우리는 던전에서의 일을 화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주문하신 메뉴 나왔습니다.”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주문한 음식과 술도 금방 나왔다.

이소은 헌터의 마법 덕분에 알바생은 정말 이쪽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음~ 이 익숙한 초록병, 옛날 생각나네요.”


소주를 발견한 이소은 헌터는 소주병을 집어 들더니 마구 흔들어 병 안에 회오리를 일으켰다.

그러자 소주병 안의 회오리가 뚜껑을 뚫고 공중으로 솟구쳐 오르더니 소주가 토끼, 고양이, 개, 말 모양으로 변해 각자의 잔으로 달려 쏙 들어왔다.


“오~!”


마법사만이 가능한 화려한 퍼포먼스에 우린 박수를 쳤고 이소은 헌터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해도 다른 사람에겐 어차피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뭐야! 술 좀 따를 줄 아는걸?”

“대학교 다닌 보람이 있죠? 자, 짠해요! 아저씨 건배사 한 번 하시죠?”

“갑자기 건배사? 어⋯ 모, 모두의 건강을 위하여!”

“아~나 진짜~ 아저씨!!! 안 되겠어, 아린 헌터님이 다시 해주세요!”

“제, 제가요? 어⋯ 자, 잘 부탁드립니다!”

“오케이! 잘 부탁드립니다!”


소주잔을 들자 이소은 헌터의 텐션이 확 바뀌었다.

우린 호쾌하게 잔을 부딪쳤고 소주잔의 맑은 챙 소리가 본격적인 술자리의 시작을 알렸다.


“으~ 쓰다. 맛없는데? 이런 걸 왜 먹는 거야?”


소주를 마신 아린이는 오만상을 지으며 물로 입 안을 씻어냈다.


“새삼스럽게 뭘 그래요~ 소주 처음 마셔 보시나~.”

“네, 처음 마셔봐요!”


이소은 헌터는 가볍게 농담처럼 말했지만 돌아온 아린이의 대답에 두 사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 아린 헌터가 몇 살이지? 내가 기억하기로 미성년자⋯는 아닐 텐데?”

“24살이요!”

“혹시 위스키나 와인 같은 게 취향인가?”

“그냥 술을 마셔 보는 게 처음인데요?”


이소은 헌터와 안석혁 헌터는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 봤다.


“뭐, 뭔가 저희가 죄를 지은 느낌인데요⋯.”

“괜한걸⋯ 먹였을지도.”


이소은 헌터와 안석혁 헌터는 먹기 싫으면 먹지 않아도 된다고 아린이를 말렸지만 아린이는 이 맛없는 걸 왜 먹는지 이유를 알고 싶다며 계속 소주를 들이부었다.

하지만 극독을 주워 먹어도 속이 조금 불편하고 마는 S급 각성자의 해독력을 고작 도수 17도의 소주가 뚫을 순 없었고 아무리 마셔도 전혀 취하지 않는 아린이는 결국 맛없어서 못 먹겠다며 음료수로 대체했다.


“그런데 두 분은 소주 마시면 취하시나요?”


F급인 나조차 소주로는 그다지 취기가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어쩐지 이소은 헌터와 안석혁 헌터는 벌써 얼굴이 달아오른 것 같았다.


“전 마법으로 알코올에는 취할 수 있게 해놨어요.”

“나도 술 없이는 못 살아서 취할 수 있도록 진화했지!”


어⋯ 진화가 아니라 퇴화 아닌가⋯.

아무튼 술 때문에 그렇게까지 하다니 술이 무섭다는 말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조금 빨리 알았더라면 무언가 도움을 줄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구만.”


밤은 길고 할 이야기는 많았다.

아린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몇 시간이 훌쩍 지났고 뭔가 진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소은 헌터와 안석혁 헌터가 앞으로의 일에 대해 조언해 주는 분위기가 되었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건가요, 뭔가 희망이나 계획 같은 게 있으신가요? 아린 헌터님은 이대로 은퇴하기엔 아직 젊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걸요.”

“대형 길드에 가입하는 것도 좋지만 길드를 직접 설립해 보는 건 어떤가? 아린 헌터 실력이면 금방 길드를 성장시켜서 자리 잡는 것도 가능할 거야.”

“아저씨, 그런 말 하면 안 되죠, 아린 헌터님이 길드를 설립하면 안 그래도 살기 빡빡한데 더 빡센 경쟁자가 등장하는 건데요?”

“그, 그럼 길드 설립은 안 하는 게 좋을까요?”

“노, 농담이에요, 농담. 저도 기왕 계속 헌터로 활동하실 거라면 길드를 설립하는 게 좋다고 봐요.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세요. 도와드릴게요.”

“처음부터 끝까지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물어보기도 죄송해요⋯.”

“처음부터 끝까지 알려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아린 헌터님 같은 분이 현역으로 있어 줘야 다음에 또 S급 던전이 나타나더라도 저희의 짐이 덜어지는 셈이니까요.”

“가, 감사합니다⋯ 그런데 혹시 길드 만드는데 돈은 얼마나 드나요? 많이 드나요?”

“돈이요? 돈은 꽤 들죠? 하지만 아린 헌터님이 걱정할 만큼 많이 들진 않아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제가 지금 완전 빈털터리라 돈을 처음부터 다시 모아야 해서요⋯.”

“지금까지 모은 돈을 전부 날린 이야기는 기억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번 S급 던전 정산금은 남아 있잖아요?”

“그거면 길드 설립할 수 있나요?”

“설립하고도 한참 남죠! 아직 계속 계산 중이긴 하지만 아린 헌터님이랑 준호 씨 두 분 정산금 합치면 1000억은 넘을걸요?”

“푸웁!”


이야기를 들으며 혼자 잔을 홀짝이던 나는 소주가 기도로 들어가 코로 역류했다.


“뭐야, 너 왜 그래, 괜찮아?”


아린이가 등을 두드려주었고 나는 기침을 하며 코로 역류한 소주를 닦고 물었다.


“저, 정산금이 뭐 얼마라고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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