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마왕의 사후.
세상에는 많은 혼란이 있었지만, 소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많은 사람. 그중 악인들이 추종자의 손에 죽으며 세상에 악의가 사라진 탓이다.
살아남은 악 또한 마왕의 부활이 두려워 숨어버렸으니.
세상은 아주 빠른 속도로 질서를 되찾았다.
악이 사라진 시대.
남은 사람들은 마왕이 죽은 뒤를 그렇게 불렀다.
* * *
로렌스가 걸음을 옮겼다.
그가 도착한 곳은 기관장실로, 안으로 들어가자 기관장 에리카가 바쁘게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호출했다 들었습니다.”
“왔군요. 일단 앉으세요.”
로렌스가 자리에 앉으니 리시트가 차와 다과를 권했다.
달콤한 꿀이 섞인 로즈마리 차와, 촉촉하면서도 그리 달지 않은 쿠키의 조합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정말 맛있어요.”
“감사합니다.”
진심 어린 칭찬에 리시트가 고개 숙였다.
그렇게 잠시 차를 음미하는 그에게, 에리카가 말했다.
“이번 추모식에도 대표로 나서주실 건가요?”
추모식.
마왕이 죽고서 3년간 지속되어온, 전쟁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연례행사였다.
“시민들은 아직 불안해하고 있어요. 마왕이 돌아올지 모른다면서.”
관리기관에서 공식적으로 마왕의 사망을 알렸지만, 사람들은 그다지 믿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한번 되돌아왔으며 그러한 말을 남겼으니까.
사람들에게 추모식은 마왕의 경고를 되새기는 행사이기도 했다.
“이번에는 제국의 황자···. 아니, 황제도 온다고 했어요.”
평소였다면 이렇게 질문할 것도 없이 맡을 일이었지만, 올해의 로렌스는 상황이 달랐다.
“아뇨, 하지 않겠습니다. 이제 용사가 아니니까요.”
로렌스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그림자를 힐끔 쳐다보았는데, 이는 무언가 결정을 내릴 때 생긴 버릇이었다.
“알겠어요. 그럼 프렌스에게 부탁하도록 하죠.”
3대째 용사 프렌스.
이미 예상했던 일인지 에리카는 별다른 말 없이 행사 명단에 프렌스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용건은 그걸로 끝인가요?”
“설마요. 우선 이 사진을 봐주세요.”
그녀는 극비라 적힌 자료를 꺼내 로렌스에게 보여주었다.
하늘 위에 열린 균열. 그 균열이 닫히기 직전, 검다란 무언가가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연구원들은 마왕에게서 빠져나왔다고 하는 그림자가 이게 아닐까 하고 추측하고 있어요.”
“···.”
하지만 정작 이것이 무엇인지는 밝혀내지 못했다고 한다.
고작해야 기생형 괴수가 아닐까하는 추측 정도.
“흑마법사의 자료를 찾아봐도 이에 대한 단서는 없다고 하니까요.”
전쟁 중 자멸한 마틴은, 자신의 연구실에 괴수에 대한 자료를 남겨놓았다.
제나르를 비롯한 마법사들이 그것을 토대로 연구를 계속했지만, 워낙 방대하며 미지의 영역이다 보니 3년이 지난 지금도 정확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
“성녀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녀의 흔적을 발견했다는 소식은 있었어요. 하지만 워낙 위험한 장소라···. 참여하시겠어요?”
초인들에게도 위험하다니. 대체 어떤 곳일까.
로렌스는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이런 말 하기 죄송스럽지만, 휴가를 받고 싶습니다. 괜찮을까요?”
“···물론이죠. 지금까지 고생하셨으니까, 푹 쉬다 오세요.”
누구보다 고생했다는 걸 알기 때문일까.
에리카는 바쁜 시기임에도 그의 휴가를 허가했다.
“감사합니다.”
로렌스는 기관장과의 볼일을 끝내고 밖을 나왔다.
완전히 밖으로 나온 그는, 잠시 눈을 감고 자신의 심장에서 나오는 파동을 느꼈다.
심장을 공유하고 있는 힐라의 위치를 가늠했다.
“한 시간이면 도착하겠어.”
용사를 그만둔 자신과 달리, 그녀는 제국과의 교류로 훨씬 바빠졌다.
말도 없이 휴가를 냈다고 하면 분명 삐지겠지.
“그때는 뭐, 간식이나 사주면 되겠지.”
로렌스가 고개를 내려 자신의 그림자를 확인했다.
마왕은 죽었다. 바로 자신의 손에.
하지만 어째서일까.
- 나는 그림자 속에서 지켜볼 것이다.
저주와도 같이 떠오르는 그 말에, 로렌스는 지금껏 한시도 쉬지 않고 일했다.
“그동안 뼈 빠지게 노력했습니다. 조금만 쉬었다 할게요.”
그렇게 3년. 이제야 그 목소리가 조금은 흐릿해지는 걸 느꼈다.
이 정도면 그도 인정했다는 게 아닐까?
‘아니면 시험하는 걸 수도.’
그러나 지금의 로렌스는 말 할 수 있었다.
자신은 쉴 거라고.
분명하며, 또박또박 말할 것이다.
“당신이 알려준 거니까요.”
괴수는 계속해서 나타나며 문제는 아직 산더미였지만, 뭐 어쩌랴.
자신들은 살아남았으며, 내일을 살기 위해 죽을 때까지 발버둥 칠 것이다.
오탈자와 설정 오류, 피드백은 언제나 감사합니다.
- 작가의말
안방고양이 입니다.
괴수는 그림자 속에 산다가 86화로 완결되었습니다.
긴 시간 봐주신 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리며, 응원과 오타지적, 피드백 해주신 분들에게 정말 고개 숙여 감사 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본문과 부제목의 수정은 천천히 진행하며, 차기작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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