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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고양이의 안방입니다.

괴수는 그림자 속에 산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안방고양이
작품등록일 :
2020.04.18 19:28
최근연재일 :
2020.12.11 20:47
연재수 :
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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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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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5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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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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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만개하는 선동 (1)

DUMMY

괴옥이 부서졌다. 그 속 담겨있던 검은 안개가 천천히 피어올랐다.

꼭 짙은 원혼이 풀려나는 듯한 모습이라, 두 사람은 긴장한 듯 마른 침을 삼켰다.


“선배, 저 지금 사악한 마술을 부리는 기분이에요. 알로―호모라.”

“좋지 않은 짓인 건 확실하지. ···온다.”


안개가 허공에 뭉치며, 곧 작은 구멍으로 변했다.

차원을 비틀어 여는 통로. 얼마나 깊은지, 혹은 저 너머 무엇이 있는지 모를 심연.

잠시 후, 구멍에서부터 검은 액체가 쏟아져 나왔다.


- 콸콸콸!


바닷속과 연결되었다 해도 믿을 정도로 끊임없이 쏟아지는 물살이다.

거칠게 차오르는 물결 속에서 괴수가 불쑥 튀어나왔다.

크기와 종류를 상관치 않는 녀석들.

검은 액체가 지하를 채우고, 괴수가 지상으로 역류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뭐, 뭐야!”


이변을 눈치챈 연구원들이 소리쳤다.

하지만 도망치기에는 늦었고, 곧 거친 물살에 휩쓸려갔다.


연구소 앞에서는 수호자와 연구원들이 대립하고 있었다.

조사해야 한다고 말하는 수호자와 그것을 막으려고 애쓰는 연구원들과 경비들.


“내부에서 신호가 잡혀 확인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아니 글쎄. 이곳은 사유지라서 막 들어오면 안 된다고요. 아, 문제 있으면 수색 증명서라도 가지고 오던가.”


- 끼에에엑!


귀를 찢는 듯한 소음에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깜짝 놀랐다.

소리가 들려온 쪽을 보자, 연구소 내부에서부터 검은 액체와 괴수들이 쏟아져 나왔다.


“괴수? 괴수가 왜···. 민간인을 대피시켜라! 여러분들도 빨리 대피하셔야 합니다!”


압도적인 괴수의 물량.

생명에 위협을 느낀 연구원들은 혼비백산 도망쳤다.

수호자들은 그런 사람들을 보호하며, 그저 본성에 따라 괴수에 맞서 싸웠다.


연구소가 무너졌다. 검은 액체가 끝없이 출렁이며 스며들지 못한 엄청난 양에 수호자들의 발목을 적셔왔다.

곧 수십, 수백의 괴수가 검은 액체 속에서 몸을 일으켰기에, 수호자들은 전후 사정을 잊고 전투에 집중했다.


“민간인의 대피를 우선하라! 빠져나가는 괴수를 처리하고, 주변을 통제하라!”


그런 혼란 속에서 세 사람은 기적적으로 빠져나왔다.


“정말 죽다 살아났네요.”

“구멍은 얼마나 유지될까.”

“부순 괴옥도 얼마 되지 않으니 금방 사라질 거에요. 수호자분들도 잘 막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자고요.”


그 짧은 사이에 몇 번이고 죽을 뻔했는지.

다시는 이런 경험을 하고 싶지 않았다.


“로벨리아!”

“세 사람 다 괜찮아?”


로벨리아의 신호기를 따라온 동료들이 그들을 발견했다.

로렌스는 제나르에게 어깨를 기대며 얜에게 말했다.


“난 괜찮으니까 힐라부터 봐줘. 상태가 안 좋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잠깐만. 확인해 볼게.”


얜이 힐라의 상태를 살폈다.

호흡과 맥박, 몸에 있는 부상까지.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호흡은 불안정한데 겉으로 보이는 이상은 없어. 다른 증상도 없고.”


겉으로 봐서는 알 수 없다고.

임시방편으로 회복 능력을 걸었지만, 빨리 전문적으로 진찰받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대답했다.


“그래···.”


로렌스는 뒤를 돌아보았다.

끝없이 솟아나는 괴수들과 분주히 싸우고 있는 수호자들.

금방이라도 밀릴 것 같은 불안한 모습이다.

그러나 제 몸도 가누기 힘든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선배.”

“어, 왜?”


발걸음을 떼지 못하던 그에게, 로벨리아는 반쯤 부러진 검을 건네주었다.


투박하고 익숙한 손잡이. 거기에는 작은 괴옥이 박혀있다.

아놀드의 검이다.


“이걸 어디서?”

“보관소에 있는 건 운 좋게 찾았어요.”


그 상황에서 이걸 발견하고 가지고 있었다고?

자신은 힐라를 데리고 살아남기에도 급급했는데.


“고마워. 소중한 친구가 준거거든.”

“그럴 거 같았어요. 드워프제 무기도 마다했으니까요.”


로렌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서 돌아가라는 그녀의 재촉에, 그는 결국 자리를 떠났다.


로벨리아가 그를 배웅한 뒤. 주변을 둘러보았다.

원하는 인물은 보이지 않는다.

프렌스가 움직일 생각하지 않는 그녀에게 어깨를 내밀었다.


“너도 빨리 가서 치료받아야지.”

“그 전에 찾아야 할 사람이 있어서. 제압부대 못 봤어?”

“5, 6팀이라면 저기 있어.”

“1팀이라고, 복장이 조금 다른 사람들이었어.”

“여기로 오면서 본 기억은 없는데. 다른 곳에서 엇갈린 거 아니야?”

“도망쳤다는 소리네. 그럼 연구소장은?”

“연구소장은 가장 먼저 보호했습니다.”


그녀의 말에 대답한 건 드레븐이었다.


수상하게 여기던 연구소에서 괴수들이 뛰쳐나왔다.

대체 무슨 상황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제 분신이 신병을 확보하고 감시하고 있습니다.”


로벨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 한 번 더 전장을 둘러보았지만, 역시 도망친 건지 원하는 놈들은 발견하지 못했다.



* * * * *



민간 연구실이 무너졌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그 요란한 일은 누가 모를 수 있을까.

당연히 매스컴에서는 앞다투어 이를 다루었다.


- 루비 기업 산하의 연구소에서 불법적인 괴수 연구가 발각되었다!

- 그것을 미리 알아차린 관리기관과 수호자들이 찾아갔지만, 때는 이미 늦은 상황!

- 폭주한 괴수는 수호자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민간 구역으로 빠져나와 큰 피해를 주었다!


당연히 사람의 이목은 루비 기업을 향해 쏠리게 되었다.

그에 루비 기업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희는 사회발전과 연구자의 적극적이고 자유로운 동기부여를 위해 자금을 조달했을 뿐, 연구 내용 자체는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시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 드린 점 송구하게 생각하며, 피해자분들에게 알맞은 위로가 되도록 기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신들도 몰랐다.

즉, 꼬리를 자르겠다는 말.


당연히 말도 안 된다며 발발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실제로 관련이 없었다는 경찰 조사와 입이 떡 벌어지는 기부 액수에 사람들의 불만은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오히려 과하다고 말할 정도로 칭송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가 일어난 사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공포가 불을 지폈다.


사실 이전부터 주목받던 일이었다.

수호자들의 수가 줄어, 순찰이 뜸해지는 게 눈에 띄었다.

사람들이 그것을 모를 리 없다.

지금껏 괴수에 의한 피해가 없었기에 말이 없었을 뿐,


이대로 괜찮은 게 맞느냐.

수호자의 역할에 새로운 의문점이 제기되었다.


이번 사건도 더 많은 수호자가 대기하고 있었다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사람들의 입에서 그럴듯한 소문이 떠돌았다.


이럴 때 하라는 일은 안 하고 방송이며 광고에나 얼굴을 비추고 있으니, 당연하게도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광고에 나오기 전에 자기 일부터 잘해라!”

“돈만 밝히는 수호자들!”

“관리기관은 수호자들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 * * * *



로렌스는 의자에 앉아 생각을 정리했다.

연구소가 무너진 후. 기관장의 호출이 없었다.

본래 루비 기업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면, 어떤 식으로든 자신을 해코지하려고 할 텐데.


‘사실 연관점이 없는 걸어서? 아니면 다른 식으로 날 괴롭히려는 건가.’


모르겠다.

결국, 연구소에서 마주친 제압부대 1팀에 관해서도 확인할 수 없었고 말이다.


‘이럴 때 누님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는 불안한 마음에 빈 허리춤을 더듬었다.

부서진 아놀드의 검은 수리를 맡긴 상황.


무기계발부의 거장이 그의 검을 받들며 하는 말이 떠올랐다.

특히 옛 방식을 고수하는 거장이 로렌스에게 깊은 호감을 보였다.


“용사님의 검이라니! 하하하! 내가 어느 것에도 밀리지 않을 만큼 단단한 것으로 고쳐주겠네!”

“아, 아니. 그냥 검날만 다시 교체하고 세워주시면 되는···.”

“걱정하지 마시라! 다시는 부러질 일 없도록 해줄 테니!”


자신감 넘치는 그 모습에, 로렌스는 그저 잘 부탁한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내던 와중. 몸을 회복한 알파와 마주쳤다.


“잠깐 쉬던 세에 안팎으로 난리도 아니구나.”

“몸은 좀 어떠신가요.”

“너무 놀았는지 좀 뻐근해. 그나저나 참 독한 거기도 해. 그 자존심 강한 아이가 축 늘어지다니.”


그는 힐라가 입원하며 교체하듯 복귀했다.

처음 보는 연약한 그 모습에 많이 놀랐다고.


“연구소장은 어떻게 되었나요? 심문은 잘 돼 가고 있겠죠?”

“···자살했다. 입속에 독을 지니고 있었는지 스스로 자결했어.”


알파가 말하면서도 인상을 찌푸렸다.

자살이라 결론 내렸지만, 여러 가지로 의문점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분명 확인을 했을 텐데. 감시도 지속해서 하고 있었는데.

하지만 이미 죽은 사람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

이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힘들었기에, 기관장은 이 사고를 어영부영 넘겨버렸다.


당연히 루비 기업과의 연관성은 물론, 우월주의 등과 관련하여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했다고 한다.


“역시 기관장이 손을 쓰고 있는 거겠죠.”

“그렇겠지. 그거랑 관련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다시 괴수공존단체가 난리를 피우고 있어. 멸망의 예언이라는 게 퍼졌다나 봐.”

“멸망의 예언이요?”

“이미 쫙 퍼졌으니까 쉽게 찾을 거야.”


알파가 말했다.

예언이 그렇듯, 진짜인지 아닌지도 모른체 그저 실제인 양 퍼지고 있다고 한다.


어디서 누가 시작했는지 모르는 헛소리.

웃건, 짭종자 중 한 명이 인터넷에 허세로 쓴 글일 확률이 높다고 한다.


로렌스는 어렵지 않게 멸망의 예언을 발견할 수 있었다.


- 괴수의 왕이 틈새를 열고 모습을 드러내니, 인류는 그 그림자 발견하지 못하는구나.

떨어질 것이 두려워 아래를 보지 못하고, 노력이 게을러 위를 보지 못하는 족속들아.

생각 또한 짧아 먼 앞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자들아. 너희는 끝내 멸망을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뭐야 이거.”

“그치? 웃기지 않냐.”


왜 헛소리라 했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괴수의 왕? 틈새?

그저 괴수에 대해 겉핥기식을 알고 있는 누군가가 제멋대로 쓴 소설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괴수의 왕이라니.’


괴수의 왕은 또 무엇일까.


“설마 마왕을 뜻하는 걸까요?”

“그래서 마왕이 돌아왔으면 하는 추종자들이 쓴 글이라는 말이 가장 설득력 있지.”


그렇다면 이른 글이 있다는 것에도 이해는 되었다.


“문제는 공존단체에서 이런 걸 가져와 명분으로 써먹고 있다는 거야.”

“누가 썼든, 사람들의 불안을 부추기는 건 확실하군요.”

“아주 고약한 일이지.”


이런저런 소란 가운데.

일부 민간인들, 그중 과격파의 사람들이 말했다.


“모든 초인은 괴수와 싸워 시민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지녀야 합니다! 차라리 모든 초인을 공공재로 사용하기를 바랍니다!”


모든 초인을 수호자로 만들자.

그게 안 된다면, 의무적으로 일정 기간 수호자로 복역을 지게 하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당연히 초인들이 반발해 나섰다.

그저 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인생의 몇 년을 수호자로 보내야 한다니.

그야말로 과거 관리기관이 지하의 비밀기관으로 있을 때와 마찬가지 아닌가.

지들일 아니라고 쉽게 말하고 있었다.


그렇게 괴수를 죽이지 말라는 단체들과,

초인 모두를 수호자로 하려는 피해자들.

그리고 자유를 잃고 싶지 않은 초인들까지.


고작 요 며칠 사이.

정확한 정보 하나 없이, 불확실한 소문과 뜬구름 잡는 소리 몇몇에 사람들의 혼란은 극으로 치솟았다.


“난장판이야.”




오탈자와 설정 오류, 피드백은 언제나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이리저리 빙글빙글 돌아가는 소문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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