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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고양이의 안방입니다.

괴수는 그림자 속에 산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안방고양이
작품등록일 :
2020.04.18 19:28
최근연재일 :
2020.12.11 20:47
연재수 :
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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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5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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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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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결전 (1)

DUMMY

밤하늘을 관통하는 빛줄기에, 내가 중얼거렸다.


“때가 되었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구름보다 높은 곳에서 보는 광경은 그것만을 장관을 연출했다.


시선을 멀리한다. 국경선 넘어 바다 위, 어느 작은 섬나라의, 작은 마을.

저기, 내가 원하던 악인이 있었다.


해적.

스스로 강자이며 약자를 약탈하는 것에 당연하다 생각하는 사람들.

강철의 배 위에서 총과 대포로 무장된 그들은, 자신들이 무적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가라.”


기세등등한 해적들을 향해 괴물들이 덮쳐들었다.

바닷속, 혹은 하늘에서 튀어나온 괴물들.

복수귀를 비롯한 쥐나 새 현상을 띈 개조 인간들 수십이 갑판 위로 향했다. 눈앞의 해적을 도륙했다.


“이놈들은 뭐야!”

“괴물, 괴물이야!”


해적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대포를 쓰기에는 너무 가깝다. 대신 총과 칼을 뽑았다.

총구가 불을 뿜고, 서늘한 칼날이 괴물을 향해 휘둘렀다.

해적 중에 초인이 섞여 있는 것인지 복수귀 또한 죽어가는 게 보였다.


하지만 쓰러지는 것보다 배에 달하는 숫자가 다시 나타났으니.

곧 총알이 떨어지고 힘 빠진 사람부터 괴물에 포위되어 사지를 붙잡혔다.


해적들이 용서를 빌었다.

싹싹 빌던 손이 찢겨나갔다.


해적이 자비를 원했다.

살려달라던 혀가 뽑혔다.


마지막 남은 녀석이 발악했다.

달려들던 다리가 부러져 쓰러졌다.


“끝났군.”


무력하게 팔다리가 뜯기는 해적을 보고서 고개를 돌렸다.

더 이상 그것을 볼 필요가 없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힘들 텐데 쉬고 있지.”

“아직 움직일 수 있으니까요.”


오페라가 미소를 띤 얼굴로 내 무릎을 점령했다.

그녀가 손을 뻗어 내 얼굴을 쓰다듬었다.

나 또한 팔을 움직여 그녀의 허벅지, 종아리를 거쳐, 치마를 쓸어올리며 배까지 올랐다.


오페라가 내게 말했다.


“공화국의 원로가 있는 곳을 발견했어요. 각자 자신의 개들과 함께 개인 벙커로 숨어들었어요. 그대로 놔두면 몇십 년이 지나도 나오지 않을 테죠.”

“그래서 문제 있나?”

“아뇨, 아무것도.”

“그럼 시작해야지.”


오페라는 내게 입을 맞추었다.

저 지평선 너머. 떠오르는 태양을 반기며 내가 말했다.


“마지막 청소를 말이야.”



* * *



로렌스와 수호자들은 황자의 배웅을 받으며 공화국으로 돌아왔다.

마왕을 공격하기 위한 준비 탓인가. 분위기가 좋지 못했다.

거기다 거리에는 사람이 휑하여 아주 조용했다.


비행기에서 내린 로렌스는 휴식할 새도 없이 기관장의 호출을 받았다.


“이제야 왔군요. 제국에서 잘 쉬다 왔나요?”

“덕분에 충분히 쉬었습니다.”

“그래야 할 거예요. 지금부터 아주 바쁘게 움직여야 하니까.”


그녀는 뜸 들일 것도 없이, 곧바로 마왕을 없애야 한다며 재촉했다.


“작전은 이미 세워졌어요. 당신이 할 일도 정해져 있고요.”


이미 주변국과 합의하여 공격 날짜와 방식, 그리고 세부 계획까지 정해졌다고 한다.


“당신이 할 일은 하나에요. 마왕을 견제하는 것.”


로렌스가 소속될 곳은, 특수 마왕 공습 타격 부대.

마왕을 전담하기 위해 이루어진 이 타격조는, 다른 것들을 제치고 오직 마왕을 억제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었다.


계획을 듣던 로렌스는 문득 의문이 들었다.

마왕은 비행기에서 떠난 직후부터 탑을 세워 그곳에서만 지낸다고 한다.


하늘 위 탑에 자리한 마왕.

굳이 탑을 세운 이유가 무엇일까. 거기다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뭐고.


“마왕이 저러는 이유가 뭘까요. 역시 함정이···.”

“그런 걸 알게 뭡니까! 함정이든 뭐든 이미 미룰 수 없다고요!”


로렌스의 질문에 신경질 내는 기관장. 그녀의 발악에 보아 아직 마왕의 정확한 목적은 밝히지 못한 듯하다.


“세세한 작전은 나중에 듣고 우선 장비부터 교체하시죠.”


오즈는 로렌스의 지급용 장비를 흘겨보았다.

로렌스는 순간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교체하다니, 무슨 말입니까.”

“무슨 말이긴요? 전투에 대비해 복장을 바꾸라는 소리죠. 설마 아무 지원도 없이 싸우라고 하는 줄 아셨나요?”


바쁘니 어서 가라며 손을 휘휘 젖는 그녀의 모습에, 로렌스는 몸을 돌렸다.

정말로 바쁜 것인지 오즈는 다른 서류들을 확인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로렌스는 지하에 있는 무기계발부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이미 마왕을 상대하기 위한 장비들로 가득했다.

자동 명중 총이며 고농도 마나 방패. 평소 보지 못했던 품질의 물건들에 로렌스가 혀를 내둘렀다.


“오! 용사님 왔구먼!”

“해머 씨. 이런 장비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당연하지, 지금 온 힘을 다해서 만들고 있으니까.”


로렌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SF를 연상케 하는 슈트를 받았다.


신식 기술이나 마법이 설치된 장비의 설명을 들으며 그가 생각했다.

평소에도 이만한 장비를 갖췄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희생을 줄일 수 있었을 거라고.


해머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혀를 차며 말했다.


“위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서 갑자기 툭 던져주는데, 평소 이랬으면 얼마나 좋아.”


마왕을 토벌하기 위해 지원되는 천문학적인 인력과 금전.

없던 세금이 하늘에서 떨어졌을리는 없고, 분명 여력이 있음에도 모른척했다는 소리 아닌가.


“아무튼 작전에 대해서는 들었겠지?”

“아뇨, 아직 아무것도 듣지 못했습니다.”

“하, 그년 일하는 꼴이 그렇지.”


해머가 피식 웃으며 로렌스를 이끌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며 마왕을 한 방에 보낼 무기를 제작하고 있다는 듯하다.


“내가 용사님의 힘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위에서 까라는데 어쩌겠어.”


마왕이 괜히 마왕으로 불리던가.

아무리 용사의 능력이 우위를 점한다 해도, 지휘부에서는 로렌스에게 모든 것을 맞기지 않았다.


그때 딱 좋은 게 있었다.

본래 전 기관장 더글러스가 계획하던 것으로, 대 괴수용으로 설계된 초대형 에너지 블래스터.


“궁니르. 어떤 괴수든 한 방에 보낼 무기지.”

“대포를 제작하고 있는 건가요? 오는 동안 보지 못한 거 같은데요.”

“그야 당연하지. 움직이는 놈이 아니니까.”


그렇게 말하며 해머가 안내한 곳은, 거대한 넓이의 지하 공간이었다.

몇십 미터에 달하는 천장과, 사람 백여 명이 들어와도 충분한 범위.

그곳에는 장소를 가득 채울 무언가가 제작되고 있었다.


“저게 그 궁그닐이군요.”

“솔직히 처음 설계도를 보고 깜짝 놀랐어.”


지금 지급된 장비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각종 과학과 마법이 어우러진 산물.

처음 그 정체를 확인한 연구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해머가 궁니르의 완성본을 보였다.

기계나 무기에 관해 무지한인 로렌스가 보기에도 거대하고 복잡한, 대단한 무언가라고 느낄 수 있었다.


“현존하는 것보다 몇 세대는 앞선 기술이 적용되었지. 더글러스 그 양반이 대단한 건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이걸 설계했는지는 감도 잡히지 않아.”

“그렇군요.”


그는 구역이라 적힌 부분을 가리키며 말했다.


“더 놀라운 건, 더글러스가 궁니르를 설치하기 위해 이곳을 비워놨다는 거야.”

“여기에 뭐가 있는 건가요?”

“바로 위에 관리기관 터의 공원이 있지.”

“그 말은···?”

“그래. 전투가 시작되면, 공원이 반으로 갈라지면서 궁니르가 지상으로 올라가는 거야! 그리고 마왕을 향해 팍 쏴버리는 거지!”


그 모습이 얼마나 장엄할지. 해머는 어린아이처럼 기대했다.


“아무튼 그렇게 돼서 말이야. 용사님의 역할이 중요해.”


그가 로렌스의 어깨를 두드렸다.


“물론 혼자는 아니지만,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건 용사님뿐이니까.”


로렌스가 특수 공습 부대에 포함된 이유도 그것이었다.

마왕의 행동을 억제해, 궁그닐을 맞출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것.


로렌스는 자기 역할의 중요성을 들으며 손을 꽉 쥐었다.


“알겠습니다.”



* * *



제국과 연합이 법국을 향해 법황, 즉 마왕의 악행을 고발했다.

항복을 요구했지만, 무응답.


황제는 연합의 이름을 들어 전쟁을 선포했다.


공격 작전이 시작되지 24시간 전.


두두두두두―!


헬기에서 내린 로렌스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금 법국과 국경선을 맞댄 이 타국의 땅에, 전 세계 병력이 집결하고 있었다.


단 한 명.

마왕을 죽이기 위해서.


로렌스가 고개를 돌렸다.

높이선 탑이 구름 위까지 뻗어 선명하게 보였다.

수많은 군인과 다수의 마법사, 그리고 초인들이 각자 위치를 잡았다.

국경과는 거리가 있다고 하지만 저 위에서 보기에 분명 똑똑히 보일 것이다.


혹여 어떤 공격이 올지 대비했지만, 마왕이 먼저 손 쓰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모르는 건가, 아니면 아무렴 괜찮다는 자신감인가.


‘모르겠어.’


“용사공. 법국의 국경선에 무장된 병사들을 발견했네. 오랜 시간 준비를 거쳤다는 소리겠지.”

“그렇군요.”


고민하던 찰나 기사 테일즈가 알려왔다.

모르는게 아니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대기하는 것이다.


작전 시작 6시간 전.

점차 다가오는 실제 상황에, 사람들의 말수가 없어졌다.

고요한 전장에 침 넘기는 소리만이 들리니.


로렌스는 최전선에 꽤 먼 곳에 있었지만, 실체화 된 듯한 긴장감은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다.


작전 시작 1시간 전.

황제가 병사들의 앞에서 연설했다.


“우리는 거대한 전투를 앞두고 있다! ···나를 따르라!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병사들의 환호를 들으며. 로렌스는 언제든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했다.



* * *



선전포고 1일 차.

미사일과 대마법 등 비대칭 전력이 발동했다.

목표는 법국 중앙에 위치한 마왕의 탑.

각종 원거리 공격이 탑에 날아들었다.

하지만 탑에 둘러진 고도의 방어 마법에, 모든 것이 무력화되었다.


선전포고 2일 차.

공격이 통하지 않음을 깨닫고 지상 병력이 움직였다.

사방에서 압박하는 연합의 병력.

병사들이 국경선을 넘음과 동시에, 법국의 병사들과 부딪혀 치열한 전선을 펼쳤다.


탑에 설치된 방어 마법은 여전히 견제했다.


선전포고 3일 차.

폐쇄된 법국의 저항은 한계가 명확했다.

총알과 마나가 떨어진 법국의 병사들이 제 몸을 바쳐 연합 병사들에게 달려들었다.

수십 발의 총알 세례를 뚫는 병사들은 모두 개조된 인간들로, 단 한 명이라도 참호를 뚫는다면 일반 병사에게는 치명적인 위험이 되었다.


이때 초인들이 힘을 발휘했다.

강화 인간을 쓰러뜨림과 동시에, 공백이 생긴 전선을 뚫고 앞으로 나아갔다.


로렌스가 자신도 나서기를 자처했지만 기각당했다.


선전포고 4일 차.

연합의 병력이 진격한다.

도시에서 만난 시민들이 광신도와 같이 달려들었다.

무기가 없다면 맨손으로, 손이 없다면 이빨을 보이는 그들은 의지 없는 괴물이라 불리기 충분했다.


마법사들의 마법이 시민들을 밀어내며 육신을 불태웠다.

그들은 검게 타 죽는 그 순간까지 병사들에게 달려들었다.


선전포고 5일 차.

법국의 모든 시민이 죽었다 생각될 정도로 시체가 산을 이루었다.

그중에는 분명 연합 병사의 시체도 섞여 있었다.


마왕의 탑까지 바로 앞.

전진하던 병사들의 앞에 흑마법사 마틴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광기 어린 웃음과 함께 아무것도 없다 여긴 장소에서 괴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복수귀, 쥐인간, 새인간 등등.


함정이었다.

병사들이 괴물과 싸웠지만, 이미 난전인 상황인지라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로렌스가 다시 한번 앞을 나서기를 자처했다.

황자가 그의 얼굴을 후려치며 자리를 지키라 일갈했다.


선전포고 6일 차.

병사들이 대열을 정돈하여 다시금 진격한다.


탑의 마법을 유지하던 마나가 떨어졌는지, 곧 탑은 원거리 공격에 휑하니 노출되었다.


미사일 하나 탑에 닿아 폭발을 일으켰다.

힘없이 쓰러져 버리는 하늘 탑.


마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탈자와 설정 오류, 피드백은 언제나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저는 국제 관계를 전혀 모릅니다!

저는 전쟁을 아무것도 모릅니다!


고증 하나 따지지 않고 제 멋대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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