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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고양이의 안방입니다.

괴수는 그림자 속에 산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안방고양이
작품등록일 :
2020.04.18 19:28
최근연재일 :
2020.12.11 20:47
연재수 :
87 회
조회수 :
69,710
추천수 :
1,955
글자수 :
450,904

작성
20.09.14 10:55
조회
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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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증폭하는 불안 (1)

DUMMY

로렌스와 그 일행은 무사히 공화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는 곧 미궁에서 있었던 일을 보고하기 위해 기관장실로 찾아갔다.


“성기사들과 함께 둥지는 파괴. 괴옥은 나오지 않았으며, 유적 조사는 법국에서 일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오즈는 보고서를 내려놓고 한숨을 내쉬었다.

의외로 그녀는 어떤 책망도 하지 않았다.


“됐어요. 이만 나가보세요.”


웬일로 조용한가 싶었지만, 자신이 신경 쓸 일이 아니었기에 등을 돌려 나가려 했다.

그런 로렌스에게 기관장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덧붙였다.


“아 그리고, 한가지 전할 사항이 있어요.”



* * * * *



가까운 대형 병원의 1인실로 박차고 들어간 로렌스. 팔다리가 고정된 채 누워있는 알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 로렌스. 잘 다녀왔냐?”

“이게 무슨 일인가요?”

“뭐긴. 놈들한테 당한 거지.”


그는 깁스로 감긴 손을 흔들었다.


“때를 노린 것인지, 아니면 시기가 겹친 것인지 우월주의 놈들이 날뛰더라고.”


로렌스가 법국으로 떠나고 나서 생긴 일이었다.

초능력 우월주의자들.

그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권리 향상을 위해 시위하는 자들이 있는가 하면, 절도와 테러를 일삼는 녀석들도 있었다.


“웃기지도 않은 게, 자기들 세상이라고 생각하더라고.”


그들의 도를 넘는 행동에, 제압부대가 그들의 은신처를 습격했다.


“함정이었어. 사람이며 마법까지 쫙 깔려있더라.”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었다.

부하를 감싸던 알파만이 큰 부상을 입었다.


“치료 능력자분들은요?”

“소용없었어. 웬 이상한 무기를 쓰더라고.”


개중에 처음 보는 특이한 무기가 있었다. 그것에 당하니 몸에 기운이 빠지며 회복 능력이 통하지 않았다고.


“의사가 말하기를 몇 주는 가만히 요양해야 되더라. 잘됐어, 집에 쉬면서 대접이나 받으려고.”

“형수님께서 무척 싫증 내실 거 같은데요.”

“저번에는 집에 좀 들어오라고 애원했으니 말대로 된 거지. 미안하지만 나 대신 고생 좀 해주고.”

“알겠습니다.”


무사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 로렌스가 안도했다.

걱정하지 말라는 대답에 알파는 고개를 저었다.

주변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는 목소리를 낮췄다.


“우습게 볼일이 아니야. 누군가 그놈들을 지원하는 게 분명해. 무슨 목적인지는 모르지만, 초인들이 잘나가기를 바라는 거겠지.”

“초인이요?”

“아, 넌 법국에 있어서 모르겠구나.”


알파가 깜박했다는 듯 설명해주었다.

초능력에 대한 명칭을 변경한다고 지침이 내려왔다고 한다.


길고 불편한 명칭 대신 새롭고 정감 있는 호칭으로 바꾼다.

그것이 바로 초인.


“굳이 바꿀 필요가 있는 건가요?”

“당연히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겠지.”


알파가 혀를 찼다.

익숙한 단어를 바꾸는 게 왜일까. 다른 건 몰라도 불편하다는 이유가 개소리인 건 분명했다.


“그러나 어쩌겠어. 윗분들이 그렇게 정했는걸.”


그래서 미디어나 여러 매체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초인이라 부르게 되었다.


“요 짧은 시간에 사람들이 적응할까요?”

“오히려 지금 초능력자라 부르면 시대에 뒤떨어졌다면서 손가락질 받고 있어. 웃기는 일이지.”


그는 본래 주제에 대해 돌아왔다.


“은신처를 습격하면서 확신했어. 원래 구심점도 없이 흩어질 양아치들이야.”


전투의 경험도, 조직의 체계도 부족한 떨거지들.

사람이 좀 모였다고 하지만, 결국 그뿐이다.

그런 놈들이 비싼 장비와 은신처를 마련했다. 함정을 깔아 제압부대를 공격했다.

무슨 수로?


“누군가 녀석들을 사주하고 있는 게 분명해.”


의심 가는 사람은 많이 있지만, 그중 루비 기업이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기관장이며 여러 시민단체와 붙어먹는 행동이 수상하다고.


“조심해라. 어디서 누가 독니를 들어낼지 모르니. 같은 수호자라고 해도 믿을 수가 없어.”

“괜찮아요. 허무하게 당하지는 않을 테니까.”

“하긴, 네 실력은 알고 있지.”


알파가 무사한 걸 확인했겠다. 인사를 끝낸 로렌스가 병실을 나섰다.



* * * * *



며칠 뒤. 로렌스는 평소와 같이 순찰을 돌고 있었다.

킁킁.

힐라가 코를 움찔이더니 눈을 찌푸렸다.


“힐라?”

“피 냄새야.”


로렌스가 그녀를 따라 냄새를 맡았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분명히···. 이쪽이야!”


불온한 기운을 감지한 그녀는 건물 틈새를 향했다.

으슥한 뒷골목.

세 명의 사내가 투덜거리면서 커다란 짐을 옮기고 있었다.


“야 이 새끼들아!”


그들을 발견한 힐라는 지체없이 발을 날렸다.

한 명이 벽에 부딪히고, 수호자들을 발견한 그들은 화들짝 놀라 반응했다.


“부, 붉은 폭군!”

“누가 폭군이야 새꺄!”


그녀는 별명에 걸맞은 위용을 보이며 사내들을 제압했다.

일반인인지 어렵지 않게 그들을 붙잡았다.


짐을 열어보자, 머리에 피를 흘리며 기절한 사람이 들어있었다.

얜이 그들의 상태를 살폈다.


“의식이 없을 뿐이지 별다른 이상은 없어.”

“니들 뭐야. 뭔데 대낮부터 사람을 납치하냐고!”

“형님이, 왕초 형님이 시킨 거야!”


사내들은 이런 상황에 익숙한지 아주 가볍게 입을 열었다.


왕초라는 사람이 있다.

당연히 본명은 아닐 테고, 무언가 상징적인 호칭이겠지.


“요즘 순찰이 줄어들었으니까, 얼마든지 쓸어 담을 수 있다고 했어.”


사내가 고백했다.

무슨 소리인가 싶던 로렌스는, 곧 그들의 소지품에서 주변의 인식을 줄이는 마법 도구를 발견했다.


“이런 걸 사용하니 평범한 경찰에 발각될 일이 없겠지.”


반대로 감이 좋은 수호자나 마법사들에게는 위치를 알리는 꼴이지만, 최근 감시하는 수호자의 수가 줄어 일하기가 쉬웠다고 한다.


“수호자가 없다니.”

“기관장! 그년이 수호자 인식 개선이라면서 지랄하고 있잖아!”


기관장의 권유에 수호자 다수가 광고며 이런저런 쪽으로 빠지는 상황이다.

그 인기에 맛을 들여 그만두는 수호자가 부지기수.

제압부대도 부상으로 빠졌으니, 공백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수호자들은 괴수 대응에 우선한다.

그렇다 보니 초인이 연관되지 않은 다른 문제는 뒷전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야들아, 이거 특수범죄이긴 한데 수호자랑은 상관없는 거 알제?”

“그건 모르겠고 너희들은 답 없는 새끼들이란 걸 알았다.”

“다 말했잖아. 저항할 생각도 없으니까 살살 좀 다루라고. 나중에 과잉 진압으로 고소할지도 모른다?”

“범죄자 녀석들이 무슨.”


낄낄 웃는 사내들.

힐라가 코웃음 치고서, 머리를 쳐 기절시켰다. 도주를 우려한 대응이라 덧붙였다.


잠시 후 경찰들에게 그들을 인도했다.

로렌스는 떠나는 그들을 보며 찝찝한 얼굴을 지우지 못했다.


“왕초라는 사람을 잡지 않으면 오늘 같은 일이 계속 일어날 거야.”

“아니면 기관장을 족치던가. 다 그년 때문이니까.”


힐라가 오즈에 대해 거침없이 씹었다. 얜과 제나르가 맞장구쳐주었으니, 한참을 씹은 뒤에야 그녀는 이성을 되찾았다.


“후우.”

“진정됐어?”

“진정해야지. 아직 할 일이 많으니까. 어떻게 할 거야?”


인신매매에 관한 이야기였다.

마법 도구가 사용되는 이상, 일반 경찰이 처리 할 수 없는 범위의 밖이다.

그렇다고 자신들이 끼어들기에는 초인과 관련된 게 아니라 행정적으로 애매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기관장에게 알려 참여하는 것이지만···. 로렌스는 고개를 저었다.


“독자적으로 찾아보고, 정 안 되겠으면 말해야겠지.”

“그년은 말하나 안 하나 관심도 없을 테니 우리끼리 처리하자고.”

“탑에 문의 해보지. 최근 관련 도구를 대량으로 만들거나 판 사람이 있다면 꼬리가 잡힐 거야.”

“난 주변 사람들한테서 정보를 모아볼게.”


정보가 부족한 상황이기에 각자 역할을 정했다.

로렌스와 힐라가 행동하며 제나르와 얜이 정보를 모은다.


“알파 선배의 말에 따르면, 루비 기업에서 주로 수상한 움직임을 보인다고 했어.”

“그럼 당연히 거기로 가야지. 그 새끼들 하는 거 보면 분명 털어서 나올 테니까.”


힐라가 의욕적이었다.

털어서 연결되지 않은 사람 없다고. 이번 일로 간접적으로나마 기관장을 엿 먹인다면, 그것보다 좋은 건 없겠지.



* * * * *



로렌스는 힐라의 감을 믿고서 무작정 움직였다.

우선 가장 수상한 것이 루비 기업의 본사.

아닐 확률이 높았지만, 맨땅에 머리 박기식 수사가 아닌 게 어디인가.


본사 근처에 도착한 두 사람은 예상치 못한 사람과 만났다.

정확히는 힐라가 발견했다.


“로벨리아?”

“힐라 선배인가요?”


그녀는 은폐용 마법 도구로 몸을 숨긴 체, 시선은 다른 쪽으로 주시하고 있었다.

고개조차 돌리지 않는 그 모습. 무언가 감시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뭘 보고 있는 거야?”

“저기, 저놈이요.”


로벨리아가 손을 들어 가리켰다.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지나가는 남자.

그는 여행을 위한 복장도 아니었지만, 사람 한 명은 구겨 넣기 충분한 캐리어를 가지고 있었다.

저게 무엇을 뜻하는지는 금세 깨달았다.


“인신매매?”

“예, 여기까지 오는데 두 명을 거쳤고, 지금 프렌스와 드레븐이 각자 미행하고 있어요.”


로렌스가 헛웃음 지었다.

정말 계획 없이 움직인다 생각했던 것만, 이게 또 먹혀드니 어이가 없어졌다.


“놈들도 마법 도구를 썼어?”

“처음 발견한 놈이 인식을 줄이는 거랑 사람 기절시킬 때요.”

“···.”


그녀의 말에 따르면 납치당하는 장면을 봤다는 소리다.

그럼 왜 막지 않았느냐고, 로렌스는 탓하지 않았다.

덕분에 추격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녀의 선택은 틀렸다고 할 수 없었다.


“우리도 아까 비슷한 놈들을 발견했어.”

“단순히 어중이 모임은 아니라는 소리군요.”


캐리어를 끌던 사람이 한 승합차 앞에 멈췄다.

트렁크가 열리며 사람 둘이서 캐리어를 받아 실었다.

두 명의 남자는 캐리어를 끌고 온 사람에게 돈을 건네고, 곧 자리를 떠났다.


“아무리 그래도 차를 따라가기는 힘들겠죠. 저 사람만 미행할까요?”

“아니, 차는 따로 쫓는다. 힐라.”

“알겠어.”


힐라는 은폐용 도구를 꺼내 발동시켰다.

보통 사람이 눈치챌 수 없을 정도로 몸이 흐릿해진 그녀는, 날개를 펼쳐 하늘로 날아올랐다.


“조심해.”

“위치만 확인할 테니 걱정하지마.”


날아가는 그녀를 뒤로하고서 로렌스도 은폐용 도구를 사용했다.


“우리는 방금 그 사람을 따라는 거야.”

“네, 선배.”


캐리어를 끌던 남자. 그는 이리저리 길을 꼬아 움직였다.

켕기는 게 있어 미행을 의식하는 게 확실하다.

다행이 차를 타거나 마법 도구를 쓸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단순한 이동책인 걸까요?”

“그럴지도 몰라.”


꽤 긴 이동을 했다 싶을 때, 남자가 아파트로 들어갔다.


302호. 남자가 들어가고, 두 사람은 도청용 도구를 꺼냈다.

안에서 들려온 소리는, 지극히 평범한 가정집 소리였다.

로벨리아가 냉철하게 소리를 분석했다.


“여성 하나와 아이 둘, 노모가 한 분 계신 거 같아요.”


확실하다. 그는 단순한 이동책이다.

아무것도 모른 체 그저 의뢰를 받아 움직이는 일반인.

로렌스는 입안이 아려왔다.




오탈자와 설정 오류, 피드백은 언제나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수호자는 많은 마법도구를 지원 받습니다.

단, 마법도구의 개인사용이 확인 될 경우 그만한 벌금을 내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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