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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고양이의 안방입니다.

괴수는 그림자 속에 산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안방고양이
작품등록일 :
2020.04.18 19:28
최근연재일 :
2020.12.11 20:47
연재수 :
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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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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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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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폐쇄된 지하 상가 (3)

DUMMY

마왕과의 내통 혐의.

사람들은 그것이 그저 오즈의 수작이라고 했지만, 사임 이후 찾아낸 흔적들을 통해 무엇이 진실인지는 시원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누군가 지속해서 연락한 기록이 남았다잖아. 그게 바로 내통의 증거 아니겠어?”

“증거? 오즈가 인위적으로 만들었다는 그거?”


프렌스가 그램의 말을 반박했다.

그도 그럴 게, 기관장 선출 당시 많은 후보를 제치고 오즈가 발탁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살인에 미친 놈이 남의 말을 들을 리 없잖아.”


말도 안 된다는 프렌스의 말을, 이번에는 그램이 부정했다.


“내가 눈앞에서 녀석을 봐서 잘 아는데, 놈이 미쳤을지는 몰라도 이성은 남아있었어.”

“마왕과 만날 일이 있었나?”


문득 로렌스가 둘의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아무 연관도 없어 보는 그가 마왕을 봤다니?


그램은 별거 아니라며 어깨를 으쓱였다.


“제가 있던 보육원의 선생 중 한 명이 좀 그런 새끼였습니다. 곱상하게 생긴 남자애한테 사족을 못 썼는데, 시민단체 추천으로 온 낙하산이라 쫓아내지도 못하고 있었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한 체 모두가 입 다물고 있을 때. 마왕이 나타났다.

선생의 목을 잡아 들어 올리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죄를 읊었다.

그때 보인 서늘한 눈빛이나 차분한 목소리는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른다고.


“그 남자아이는···.”

“그 자리에서 복수귀가 되었습니다. 선생을 찢어 죽이고 녹아내렸지요.”


역시 그렇겠지. 복수귀가 된 사람의 끝은 정해져 있으니까.

로렌스는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램의 말도 틀린 건 아니야.”


대부분 사람은 그저 복수를 바라면 나타난다 알고 있지만, 뒤를 쫓고 있으면 싫어도 알게 된다.

마왕은 손에 죽은 사람 중 죄 없는 이가 없다는 걸.

그는 늘 사람들의 행동을 살피고, 목표를 물색하고, 사냥할 때를 기다렸다.


그램이 코웃음 쳤다.


“그때 마왕이 죽인 사람이 몇입니까. 그런데도 이 꼴이죠. 이런 좆같은 세상, 내 자리 지키는 건 당연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힘 있고 권력 쥔 상사에게 꼬리 흔드는 것도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로렌스처럼 자존심만 빳빳이 세우는 걸 이해하지 못하겠단다.


“용사가 되려는 것도 그 때문인가?”

“자리는 높을수록 안전한 거 아니겠습니까.”

“속물 새끼가.”

“여자한테 잘 보이려고 도전한 놈이 입을 터냐?”


또다시 싸우려 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로렌스가 말렸다.

잊은 것 같지만 지금은 적지이고 다른 일행들을 찾아야 하는 상황.

로렌스가 걸음을 재촉하자, 그램이 앞서가기 시작했다.


“능력을 믿는 건 좋지만 어디서 놈들이 나타날지 모르니 조심해야 해.”

“걱정하지 마시죠. 웬만한 공격은 다 막아낼 수 있으니.”


자신만만한 그램의 말. 로렌스는 그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주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쥐 인간이야 별거 없다. 숫자만 많을 뿐이니까.

사령도 로렌스의 빛만 있다면 손쉽게 소멸하고, 프렌스도 있으니까.

하지만 로렌스가 지금 가장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다른 존재였다.


‘오페라, 마틴.’


교단의 성녀와 흑마법사.

교단의 핵심인 그 둘은 무슨 짓을 저질러도 이상하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나아가던 세 사람 앞에 괴물들이 나타났다.

그램은 단단한 육체를 내세워 녀석들을 분쇄했다.

프렌스가 냉기와 얼음을 쏘아 효과적으로 숫자를 줄였고, 로렌스가 사령을 없앤 뒤 그들을 지원했다.

남들은 버거워했을 수십의 쥐 인간과 사령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앞으로 나가는 세 사람.

그렇게 몇 번의 전투를 반복한 끝에, 일행은 다른 존재와 마주쳤다.


“레이지? 알렌?”


그램이 상대방의 얼굴을 보고서 기쁘게 불렀다. 괜찮냐며 안부를 물으려다, 그들의 상태를 보고 혀를 찼다.


“으어어어···.”

“끄르륵.”


느릿한 걸음걸이와 부릅뜬 눈동자.

핏기없는 얼굴과 입에서는 의미 없는 신음성만이 흘러나왔다.

붉게 더럽혀진 제복은 상처 입고 찢어져 넝마나 다름없다.

드러난 피부는 쥐 파먹은 것처럼 구멍이 듬성듬성하여 내장을 드러낸다.


다섯의 시체가 쥐 인간과 사령, 그리고 강화 인간을 이끌고 다가왔다.


“그 사이를 못 버티고 뒤졌군.”

“저것도 마법의 일종이겠지?”


수호자들의 시체가 팔을 뻗었다. 능력을 쓰나 싶었지만, 그 정도 지능은 없는지 흐느적거리는 발걸음으로 좀 더 빠르게 걸어올 뿐이었다.


“마법이든 뭐든 그 새끼만은 으깨버리겠어.”


그램이 돌격해 괴물 무리 속으로 파고들었다. 손을 뻗어 잡히 것을 가차 없이 쥐었다.

콰직!

수호자 하나의 머리가 터지며 시체가 쓰러진다.

그 틈을 타 쥐 인간이 붙으며 발톱을 세웠다. 그러나 단단한 그의 갑옷은 흠집 하나 나지 않았으니.


“떨어져라 더러운 쥐새끼들아!”


오히려 팔을 흔들어 털자 우수수 떨어져 나가는 게 아닌가.

그램은 혼자서 괴물들 사이를 날뛰었다.

하지만 그 상황도 곧 바뀌었다.

아무리 강하다고는 하나, 다수의 강화 인간이 합세하자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저 무식한 새끼가!”


프렌스가 뒤에서 그를 보조했다.

얼음을 쏘아 주변 적들을 공격했다. 냉기가 놈들을 둔하게 만들면 그램이 주먹을 휘둘러 처리한다.


로렌스도 마침 사령을 처리하고 둘의 상태를 살폈다.

그램이 괴물들과 얽혀 싸우고 있다. 프렌스는 강력한 공격은 자제하며, 그램을 보조하는 역할로만 치중한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계승식에서도 그랬지만 그의 행동은 너무 튀었다.


“프렌스. 녀석들의 발을 붙잡을 수 있겠어? 그램까지.”

“그거라면 가능합니다.”


프렌스가 바닥에 손을 놓았다. 바닥에 냉기가 서렸다.


“합!”


다시 힘을 방출한다. 그의 앞으로 발목 높이만큼의 충격이 지나가며 적들의 발을 얼려버렸다.

그 중심에 서 있던 그램도 예외는 아니었다.


“좋아.”

“자, 잠깐!”


로렌스가 검을 들었다. 은빛 날에 빛이 머금으며 움직임을 따라 잔상을 그린다.

그 모습을 본 그램이 당황하며 소리쳤지만, 로렌스는 멈추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후욱!


어두웠던 지하에 열기와 함께 가로로 늘어진 선이 그려졌다.

쥐 인간이 쓰러지며 강화 인간들은 무릎 꿇는다.


“···.”


그램은 눈을 껌뻑이며 자신의 상태를 살폈다. 허리를 가로지르는 그을림을 털어내며, 다시 일어나려는 강화 인간들을 마무리 지었다.


“거 한마디만 해줘도 되지 않습니까.”

“멋대로 돌격한 건 너잖아. 자신감 넘치는 건 알지만, 동료를 버려선 안 되지.”

“예이예이, 알겠습니다.”


그램은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죽은 수호자들의 시체를 살폈다.

하나하나 얼굴을 확인하고 그들의 신분증을 챙겼다.


로렌스와 프렌스가 그 지켜본 후 다시 괴물들이 왔던 방향을 향해 나아갔다.


셋은 곧 분수대가 위치한 넓은 교차 지점을 발견했다.

전기가 끊긴 분수대에는 물이 고여 썩어있으며, 그 주위로는 작은 괴수가 우리 속에 갇혀있었다.

그렇다 괴수.


- 키에에엑!

- 캬아악!


백이 넘는 숫자의 괴수들이 세 사람을 발견하고는 우리 안에서 마구 날뛰었다.

단단한 쇠창살은 놈들을 붙잡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여긴 대체 뭐 하는 공간이지? 괴수를 붙잡아 두다니.”

“괴수를 연구하던 곳으로 보입니다.”

“아니면 조련하려던 것이 아닐까요? 저기 보면 목줄 같은 게 있습니다.”


괴수를 조련한다? 괴수와의 공존을 외치는 사람들이 할 법한 소리가 아닌가.


로렌스는 널브러져 있던 목줄을 챙겼다.

더 안쪽으로 가니 급히 도망친 흔적이 나뒹굴고 있었다.

아직 처리되지 못한 자료나 여러 물품.


프렌스가 그중 거대하게 펼쳐진 지도를 확인했다.

몇 군데의 목표가 표시되어있었는데, 그중에는 자신들이 있는 이 장소 또한 마찬가지였다.


“지도보다 연구 자료를 먼저 처리했군요. 어지간히도 보이기 싫었던 모양입니다.”

“지도에 표시된 지역은 어디지?”

“1급 교도소, 루비 기업 본사, 블라인트 호텔. 그리고 여기입니다.”

“무슨 표시인 거지?”


언뜻 보기에는 공통점 없어 보이는 장소들이다. 하지만 분명 무언가 있을 터.

로렌스가 찜찜함을 느낄 때쯤, 그램이 호텔을 가리켰다.


“블라인드 호텔은 많은 고위 정치인들이 머무는 곳입니다. 청탁할 때도 자주 사용되는 장소이죠.”

“기관장이랑 많이 다녔나 봐?”

“그래 새끼야. 내가 호위로 움직였다. 꼽냐?”


물론 민간인도 많이 이용하지만, 대부분 손님이 거물급 인사라며 그가 덧붙였다.


로렌스는 무언가 깨달은 듯 자신들이 위치한 곳의 표시를 가리켰다.


“여기는 그냥 시내 아니었나? 특별한 건 없는 거로 아는데.”

“···사창가입니다.”


프렌스가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와 드레븐이 만나 술을 마셨던 장소이기도 하다.


로렌스는 이로써 확신했다.

악인 말살.

마왕의 하수인들이, 그가 사라지고 나서도 같은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프렌스, 기관에 연락해 목표 지점에 사람들을 대피시켜라. 그램은 남은 자료들을 수집하고.”

“옙!”

“알겠습니다.”


이곳의 잠복한 괴물들이나 준비된 괴수의 수를 보아 다른 곳도 마찬가지일 게 뻔하다.

이미 적들은 수호자들의 공격을 알고 있으니 언제 움직이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아니, 이미 움직였을 수도.


한시가 급한 상황.


쿠구구궁!


그때 범상치 않은 진동이 울렸다.

지하 전체를 뒤집을 법한 진동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흔들렸다.


“생매장하려는 건가!”

“괴수들이 탈출했습니다!”


지반이 단단하다는 말이 거짓은 아니었는지 지하가 곧바로 무너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괴수를 가둔 우리에 작업해놨던 것인지, 그 단단하던 쇠창살이 손쉽게 부서졌다.

괴수들이 뛰쳐나오며 달려들었다.


“모두 엎드려!”


로렌스가 경고하며 검에 힘을 주입했다. 검기가 솟구치며 빛이 섞인다. 두 사람 머리 위로 궤적이 스치며, 몰려오는 괴수를 베어버린다.

곧 괴수들이 쩌억 갈라지는 듯싶더니, 펑! 한순간에 터져버렸다.


“엑. 퉈퉛! 시발 뭐야!”

“독한 새끼들. 폭탄이라도 심어둔 모양입니다.”


세 사람은 그대로 검은 액체를 뒤집어썼다.

로렌스가 검은 액체를 털어내는 사이, 지하의 진동이 거세지며 금방이라도 붕괴할 것처럼 잔여물이 우수수 떨어졌다.


“방금 공격이 기둥까지 부숴버린 듯 합니다. 아까처럼 괴수만 공격할 수는 없던 겁니까?”

“그건 위력이 약해.”

“제가 시간을 벌겠습니다!”


프렌스가 무너져가는 기둥을 향해 손을 뻗었다. 임시방편으로 얼음 기둥을 만들어 시간을 늦춰보려는 것이다.

하지만 생각과 다르게 방출되는 힘이 약했다.

그뿐 아니라 몸살에 걸린 것처럼 힘이 빠지는 게 아닌가.


“능력이 나오지 않아.”

“시발, 몸이 무거워진 거 같은데?”


당황하는 두 사람과 달리, 로렌스는 이 감각을 알고 있었다.


‘중화제!’


괴수의 액체를 뒤집어쓴 게 문제였나?

하지만 어떻게? 중화제는 본래 검은 액체를 정제하여 만든 것이 아니던가.


‘설마 목줄이 그런 용도인가?’


모르겠다. 아무튼, 중요한 건 지금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

다행히 힘이 약화했을 뿐, 완전히 쓰러질 정도는 아니다.




오탈자와 설정 오류, 피드백은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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