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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고양이의 안방입니다.

괴수는 그림자 속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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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안방고양이
작품등록일 :
2020.04.18 19:28
최근연재일 :
2020.12.11 20:47
연재수 :
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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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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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5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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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6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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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혼란한 계승식 (1)

DUMMY

계승식 준비로 한창이다.

홍보는 당연했고 대대적인 연예인 광고가 뒤따랐다.

올림픽도 이보다 화려하지는 않을 터.


저번 대회의 문제점을 개선해 이번에는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도록 기획했다고 한다.

수호대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실력이 보장된 수호자들의 대결.

광고만 본다면, 그야말로 세기말의 대결이 되지 않을까.


병실 안. 로렌스는 힐라와 장난을 치는 로벨리아를 보았다.

현재 힐라는, 후배의 짓궂은 놀림에 힘으로 보복할 수 있을 만큼이나 회복한 상태였다.


로렌스가 둘의 사이를 말리고서 로벨리아에게 물었다.


“저번에 기관장이랑 한 이야기는 어때. 용사 계승에 별문제는 없고?”

“그거요? 거절했어요. 별로 유명해지고 싶지도 않고, 지금까지 선배가 당한 걸 봐왔으니까요.”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하긴. 지금껏 가까이에서 로렌스를 봐왔다면, 용사로 불리는 것이 그리 좋은 게 아니라는 걸 알아차리겠지.


“저 다음으로 불린 게 프렌스였으니까, 아마 걔가 후보로 나서지 않을까요?”

“그 친구인가.”


로렌스는 저번에 만났던 얼음 왕자를 떠올렸다.

기관장이 그를 어떤 식으로 밀어줄지는 모르겠지만, 그 친구라면 괜찮겠지. 믿을 만도 하고.


그때 로렌스의 휴대폰이 삐리릭 울렸다.

또 호출인가 싶은 여성들이 그에게 시선을 돌렸고, 로렌스는 별일 아니라면서 손을 저었다.


“기관장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야. 잠시 통화하고 올게.”


로렌스가 곧 병실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병원 앞. 프렌스가 그를 발견하고는 고개를 숙여왔다.

로렌스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나오기 전 뽑아낸 커피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계승식 때문이지?”

“예, 로벨리아가 거절한 직후 저도 후보로 권유받았습니다. 물론 속셈이 뻔히 보였기에 거절했지만, 계승식에는 참여하려고 합니다.”


그는 자신이 용사가 되고 싶다는 걸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기관장이 제시한 편법은 거절했다고.


“그래서 나한테 묻고 싶은 건?”

“제가 용사가 될 자격이 있는지 의심됩니다.”


인정받고 싶다. 그래서 홧김에 용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곰곰이 생각하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고 한다.

과연 자신은 용사가 될 자질이 있는가?


“그건 용사가 되고 나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너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도전할 텐데.”


우선 걱정해야 하는 건 그들을 제치는 게 아닐까.

그런 로렌스의 질문에, 프렌스는 자신있다는 듯 웃었다.


“로벨리아만 아니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습니다. 그러니 용사가 되는 것도 저일 겁니다.”

“그녀가 그만큼 대단하기는 하지.”

“엄청나지 않나요? 지금도 그렇지만, 수호대에 있을 때는 정말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자부심이 있던 것일까. 프렌스는 수호대에서 있었던 이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수호자를 목표로 하여 능력에 자신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수호대. 당연 프렌스와 같이 화려한 초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차고 넘쳤고, 그 사이에서 로벨리아의 능력은 다소 조촐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능력의 활용도 또한 지금과 달리 단검을 만들어 내는 게 전부였다고.

당연히 동기들에게서 그녀는 은근한 무시를 받았다.


“그런데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늘 적극적이고, 두 번 없을 정도로 열정적이었죠.”


그 후로 로벨리아는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능력의 활용도는 물론, 육체적인 능력까지도.

결과, 그녀는 수석의 자격을 달고서 졸업하게 되었다.


“그런 그녀의 옆에 서려면, 용사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진지한 프렌스의 고백. 로렌스는 어깨를 으쓱일 수밖에 없었다.


요즘 들어 사람들이 용사의 호칭에 과도한 기대를 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 실상은 어떤가. 과연 용사라는 호칭에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그러고 보니···.’


로렌스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문득 마왕과 했던 약속을 떠올린 것이다.


‘당신이 원하던 일은 제가 대신하겠습니다. 방법은 틀릴지라도, 만족할만한 결과를 보이겠습니다.’


“헛소리였지.”

“네?”

“혼잣말이야.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용사는 대단한 게 아니거든.”


그의 앞에서 했던 다짐들.

실제로는 어떤가. 바꾸기는커녕, 아무것도 못 하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지 않은가.


“오히려 자격이 없는 건 나였지. 용사의 이름은, 훨씬 전에 버렸어야 했어.”


로렌스는 프렌스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이렇게 된 거, 기관장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버려. 두 번이나 퇴짜를 맞았으니 어떤 놈을 내보내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프렌스는 잠시 눈치를 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맡겨만 주십쇼. 제가 용사가 되면 훨씬 대단한 업적을 세울 테니까요.”

“우선 용사부터 되지 그래? 나도 쉽게 당하지는 않을 거니까.”



* *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 계승식 당일.


계승식이라는 엄숙함과는 다른,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분위기.

사람들이 우글거리며, 관계자들은 그들을 안내하기 위해 진땀을 빼는 중이었다.


경기장에서 화려한 조명이 사회자를 감쌌다.

주목받은 그는, 곧 앞으로 펼쳐질 진행 상황에 관해 설명했다.


로렌스는 자신의 차례가 오기 전 대회장 전체를 확인했다.

역시 저번처럼 우월주의의 습격을 주의하는 것인지, 수많은 경비와 수호자들이 이곳저곳을 움직이는 게 눈에 띄었다.


‘우월주의를 경계하는 건 알지만···.’


안 그래도 부족한 수호자 인력을 이렇게 낭비해도 되는 걸까.

로렌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의 우려와는 달리 경기는 계승식은 시작된다.


화면 속에서는 왕좌에 앉은 로렌스와, 도전하는 수호자들의 모습이 연출되었다.


로렌스는 자신의 대기실에서 고전하는 도전자들의 모습을 보았다.


마법사들이 만든, 괴수를 모방한 골렘을 상대하는 것.

온 함정을 뚫고서 목표에 도달하거나, 무작위 대련으로 승자를 가려내는 경기까지.


이윽고 최종 후보가 세 명으로 좁혀졌다.

프렌스와 드레븐. 그리고 또 한 명의 수호자.


프렌스는 자신의 옆에서 드레븐을 흘겨보았다.


“넌 여기서 뭐하냐. 용사에 관심있는 것도 아니면서.”

“마탑에서 지원받았습니다. 적당히 마법 도구 자랑하다 갈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누가 걱정한다고.”


그는 피식 웃고는 고개를 돌렸다. 문제는 다른 쪽에 있었으니까.


남은 한 명. 기관장이 뒤를 봐주는 게 분명한 수호자.

떡대 같은 덩치와 그에 걸맞은 커다란 키. 서있는 것만으로도 위협적인 얼굴까지.

전신갑주 그램.


“그램. 수호대 이후로 오랜만이야. 기관장이 잘 해주던?”

“너야말로 수석 꽁무니만 쫓는 게 질렸나 보구나. 아니지, 용사한테 뺏겨서 발악하는건가?”


두 사람은 서로에게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드레븐은 두 사람을 보며 한심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로렌스는 마지막 경기의 내용을 살폈다.

그를 경기장 중앙에 두고서 도전자들이 함께 맞서는 형태이다.

여기서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이 용사의 칭호를 계승하는 것.


‘이번에는 내가 마왕인 건가. 얄궂네.’


무엇을 따라 했는지는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것도 분명 기관장의 노림수겠지만.


로렌스는 붉게 표시된 자리에 섰다.

위잉—. 지하의 바닥이 올라서며 그의 몸이 차츰 위로 올라간다.

곧 지상으로 경기장으로 올라온 그의 정면에는, 세 명의 도전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 자! 계승식의 마지막 대결입니다! 자리를 지키고 싶어 하는 용사 로렌스와, 그에 도전하는 세 명의 수호자들! 과연! 오늘 새로운 신성이 떠오를 것인가! 아니면 하늘의 별이 자리를 지킬 것인가!


사회자의 설명과 함께 경기 시작을 알리는 폭죽이 터졌다.


‘자 어떻게 할 거냐.’

가만히 기다리고 있던 로렌스의 앞에 얼음벽이 솟아났다.

반대편이 잘 보이지 않는 울룩불룩한 얼음벽. 시선을 가리기 위함인가.


“흡!”


로렌스가 검을 들어 힘차게 휘둘렀다. 짙은 열기를 두른 검이 두꺼운 얼음을 손쉽게 갈라버린다.


우수수 쏟아지는 얼음결정들 너머로, 구릿빛 피부의 남자가 달려들었다.

자신을 향한 일직선의 돌진. 로렌스는 코웃음 치며 몸을 피했다.

순식간에 위치가 뒤바뀌며, 등을 보인 그램을 반동을 이용해 밀쳐버렸다.


“너는 뭐 없어?”


드레븐을 보며 로렌스가 손을 까딱였다.


“보여드리겠습니다.”


드레븐은 작은 인형을 꺼내더니 바닥에 놓았다.

인형은 금세 사람만 한 크기로 커지더니 로렌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뭐야 이건.”

“마탑에서 만든 자동 골렘입니다. 비살상과 살상형 모두 존재하죠.”


은근한 설명조. 후원이라도 받은 걸까.

로렌스는 다가오는 골렘을 순식간에 반 토막 내버렸다.


“선배님. 시연하고 있는데 고생하는 모습도 좀 보여주셔야죠.”

“그럴 틈은 없거든.”


직후 로렌스는 뒤에서 찍어오는 주먹을 피했다. 동시에 날아오는 얼음송곳을 그램의 몸으로 가린다.

파바박!

거대한 덩치는 간지럽다는 듯이 등을 털어내 버렸다.




“얼음장이! 방해하지 마라!”

“이 아르마딜로 새끼가. 너야말로 그만 좀 알짱거리지?”


그램은 아무렇지 않은 듯 프렌스를 향해 중지를 날렸다. 프렌스 또한 지지 않고서 손을 들었고.


상대를 앞에 두고도 다투는 모습에 로렌스는 고개를 저었다.

합을 맞춘 적 없기에 생기는 당연한 문제겠지.


“처음부터 협력은 말도 안 되는 거야. 어차피 용사는 한 명이잖아!”


프렌스가 경기장 전체에 냉기를 펼쳤다.


로렌스는 자신의 입에서 하얀 입김이 나오는 걸 확인하고는, 검과 주위에 열기를 품어 냉기로부터 몸을 보호했다.

옆에서는 드레븐이 망토를 꺼내더니 과장되게 둘렀다.


‘드레븐 쪽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고.’


프렌스가 하늘로 손을 뻗는 게 보였다.

곧 허공에 수많은 얼음 결정이 굳어지며, 우수수 비처럼 쏟아지는 게 아닌가.


“소수의 전투에서 힘을 난발하는 건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야.”


로렌스가 검자루를 양손으로 쥐었다. 그러자 그의 검이 빛나다 못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대는 해줘야겠지.”


그리고는 검을 크게 휘두르자, 불길이 하늘을 가르며 집어삼켰다.


틈을 노린 그램이 정면에서 달려들며 주먹을 휘둘러왔다. 동시에 뒤에서 드레븐은 전기봉을 찔러온다.


“그럴 때는 더 일찍 들어와야지.”


로렌스는 당황하지 않고서 뒤편으로 손을 뻗었다. 전기봉을 빼앗으며 정면 덩치의 가슴팍을 향해 뻗었다.

파지직!

스파크가 튄다. 분명 초인조차 기절시킬 위력을 선보였지만, 그램의 능력은 절연기능도 있는지 멈추지 않고서 주먹을 휘둘렀다.

쾅!

몸을 피한 로렌스 대신 드레븐이 주먹에 곤죽이 되었다.

스르륵 사라지는 드레븐. 목표를 놓친 그램이 뒤에 있던 진짜를 보며 외쳤다.


“야 겁쟁이! 너도 날 방해하려는 거냐?”

“남 좆도 신경 쓰지 않는 건 수호대에 있을 때랑 변함없군요. 그것보다 마법사분들이 뭐라고 할지.”


보이는 것마다 무력한 모습을 보이니 후원자들이 좋아하지는 않겠지.


잠시 틈을 이용해 로렌스는 거리를 벌렸다.

순식간에 대치되는 상황. 그는 관객석을 한번 쓱 둘러보더니, 세 도전자를 돌아보며 쓰게 웃었다.


‘구경거리도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자세를 고친다. 검을 고쳐잡는다.

손잡이는 뒤로, 검 끝은 앞으로.

마치 총을 쏘는 듯한 자세.


“가만히 있으면 위험할 거야.”




오탈자와 설정 오류, 피드백은 언제나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삐비비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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