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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고양이의 안방입니다.

괴수는 그림자 속에 산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안방고양이
작품등록일 :
2020.04.18 19:28
최근연재일 :
2020.12.11 20:47
연재수 :
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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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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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5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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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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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흑색 둥지가 피어날 때 (1)

DUMMY

사람의 형태를 한 괴수가 없던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이족보행을 하는 괴수가 있다.

이계에 있을 때는 드물지 않게 발견된 이 괴수는, 두 다리와 두 팔을 가지고 있을 뿐 어스름한 형태로 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눈앞의 괴수는 다르다.

선명의 사람의 얼굴이 일그러진 표정을 짓고 있다.

거기다 도와 달라는 듯 뻗은 팔과, 불안한 걸음걸이는 사람으로 느껴지게 했다.


로렌스는 이런 감정이 뚜렷한 존재를 하나 알고 있었다.

복수귀. 오직 분노와 원망으로 이루어진 잔혹한 괴물.


‘말도 안 돼.’


로렌스가 고개를 저었다.

마왕의 사후, 관리기관은 사람을 복수귀로 만드는 바늘을 없애기 위해 집중했다.

비록 성녀 오페라는 놓쳤지만, 그 근거지와 함께 자유독립연합을 괴멸시키는 것에 성공했다.


“선배!”


후배의 외침에 상념이 끊어졌다.

로벨리아가 그의 앞을 막아서며, 삼지창을 찔러 넣었다.

푹. 달려들던 괴수는 가슴에 창이 관통되었다.


- 끼에엑!


사람의 형태의 괴수는 특유의 비명을 지르며 검은 액체가 되어 녹아내렸다.

로벨리아는 창을 세워, 안도의 숨을 푹 내쉬었다.


“별거 없어요. 일반적인 괴수랑 똑같아요.”

“괴수가 맞구나.”


로렌스는 얼굴을 찌푸렸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사람과 빼닮은 생김새는 마음 한구석을 불편하게 하기 충분했다.


“단순한 괴수라고 하기에는 이상한 점이 많아. 꼭 만들어 낸 듯한···.”

“설마 그림자 교단이?”

“그럴지도 모르지.”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아니다.

그들은 이미 한번, 드워프 유적지에서도 나타난 전과가 있으니.


“그때처럼 교단이 이곳에 자리했고.”

“여기에서 저 괴수를 만들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수호자들의 표정이 딱딱해졌다.

흑마법사 마틴이 선보였던 강화 인간. 그런 존재들이 양산되고 있다면 쉬이 넘길 일이 아니다.


“막아야지. 무슨 수를 써서든.”


로렌스가 외쳤다.


“지금부터 계획을 변경한다! 괴수의 원인을 찾기 위한 감행 돌파. 힐라는 앞장서서 길을 찾고, 로벨리아는 후방을 경계. 괴수가 보이는 족족 뚫고 지나가도록!”


그의 지시 이후 수호자들이 빠르게 이동했다.

힐라의 감각에 몸을 맡긴 거침없는 돌격.

그렇게 진행하던 중, 일행은 괴수 무리와 마주쳤다.


일반 괴수와 인간 괴수의 혼합 무리. 처음 발견한 힐라가 몸을 곤두세우며 외쳤다.


“모두 조심해!”


직후 날아오는 투사체들. 그녀의 빠른 경고 덕분에 피해는 없었다.


“놈들이 초능력을 쓰고 있어!”


괴수들이 달려들었다.

로렌스는 빛을 내뿜어 괴수의 시야를 막았다. 때를 놓치지 않은 수호자들이 공격했다.

순식간에 녹아내리는 괴수들. 혼자 남은 인간형 괴수가, 크게 포효했다.


- 키야아아악!


“전, 후방에서 괴수들이 나타났습니다!”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들이 지나온 갈림길에서부터 괴수들이 우수수 모여들었다.


“시발 이게 뭐야!”

“싸워! 뒤지기 싫으면 싸우라고!”


마침 뒤에서 따라다니던 사냥꾼 무리가 괴수들과 마주쳤다.

그들에게는 불행이었지만, 덕분에 수호자들은 정명의 괴수에 집중할 수 있었다.


“공격!”


로렌스가 빛으로 견제한다. 제나르와 프렌스가 원거리에서 괴수들을 공격하니.

두 사람의 공세를 뚫고 들어오는 괴수도 있었지만, 힐라와 로벨리아의 벽에 막혀 쓰러졌다.


“처리 완료. 남은 괴수는 없습니다.”


급작스러운 전투가 지나고. 바닥에는 수많은 괴옥이 굴러다녔다.

수호자들이 괴옥을 회수하고 있으니, 뒤편에서 살아남은 사냥꾼들이 씩씩거리며 다가왔다.


“이 미친놈들이 우리를 죽이려고 괴수를 불러들여?”

“멋대로 따라온 건 그쪽이잖습니까.”

“가는 길이 같은 거 뿐이라고! 공화국 능력자면 다인 줄 알아?”


그렇게 말하던 그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온 마법 무기들을 대뜸 내밀었다.


“이거 어떻게 할 거야. 너희들 때문에 여분까지 다 써버렸어! 중요한 괴옥은 쳐 나오지도 않았고!”

“미궁 안이니 괴수는 어디서든 나타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오히려 저희 덕분에 지금껏 전투를 피했으니 값을 치렀다고 생각하십시오.”


로렌스는 냉정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러나 회까닥 머리 뚜껑 열린 사냥꾼에게는 그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수호자들이 싸운 괴수에게서는 괴옥이 우수수 나온 것과 달리 사냥꾼들이 막아선 후방에는 괴옥이 거의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일반 괴수보다 인간 괴수에게서 괴옥이 더 잘 나오는 모양.


“거기 있는 거에 딱 절반만 내놔. 뒤에서 막아준 게 우리니까 그 정도는 받아야지.”

“이 아저씨가 듣자 듣자 하니까.”


듣다 못한 힐라가 앞으로 나서려 했지만, 로렌스가 그녀를 말리며 사냥꾼들과 정면으로 마주했다.


“위험을 알았다면 이만 돌아가십시오. 이 앞은 지금보다 더한 위험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괴옥을 달라니까 왜 딴소리야. 야! 너희가 뭔데 이래라저래라, 너이 새끼 몇 살이야!”

사냥꾼은 지지 않고서 눈을 부라렸다.

금방이라도 칠 것 같은 분위기.

정적을 깨뜨린 건 로벨리아의 외침이었다.


“전방에 괴수 출현! 몰려옵니다!”

“시발 너 운 좋은 줄 알아라.”


사냥꾼들이 물러났다. 일반인인 그들로서는 아까와 같은 상황이 일어난다면 곧 한계에 다다를 테니까.


사냥꾼들이 모습을 감추자 로렌스가 뒤를 돌아보았다.


“선배.”


로벨리아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성격 좋은 선배를 보며 눈빛으로 말했다.

또 이러냐고.

그녀에게 여러 도움을 받았기에, 로렌스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도와줘서 고마워.”

“익숙해져서 괜찮아요. 그래도 좀 의외였어요. 저는 영락없이 괴옥을 줄거라 생각했거든요.”


비단 그녀 뿐만의 생각은 아니었는지, 다른 여성들도 그 말에 동의했다.


“그러면 더 따라붙었을 게 뻔하니까. 얻은 게 없으면 돌아갈 수밖에 없지.”

“그런 거라면 힐라 선배가 하도록 두지 그랬어요. 아예 치고받고 싸우면 다시는 얼씬도 하지 않을걸요.”

“야. 너 요즘 좀 까분다?”


괜히 언급된 힐라가 그녀의 볼을 꼬집었다.


“아파여. 아파여.”

“요 입이냐? 앙큼한 말을 하는 게 요 입이냐고.”


그것으로는 부족했는지 그녀는 반대편 볼도 잡아 늘이며 이리저리 주물럭거렸다.

로렌스는 둘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그리고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지기로 지시했다.


‘앞으로 얼마나 남았을까.’


잠시 후. 충분히 쉬었다 여긴 로렌스는 힐라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후배를 자신의 다리 사이에 끼워 넣고는 여전히 볼살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힐라 안쪽에 뭔가 느껴지는 게 있어?”

“음···.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뭐가 거대한 게 있어. 앞이 아니라 밑인 걸 봐서는 한 층 더 내려가야 할 거 같아. 자세한 건 직접 봐야 알겠고.”


로렌스는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일으켰다.


“가자.”


수호자들은 빠르게 움직였다. 여러 갈림길을 막힘 없이 지나쳤으니.

그야말로 쾌속 전진.

그들은 곧 지하 2층으로 내려가는 길을 발견했다.


아래로 내려간 일행. 그들을 맞이한 건 더 많은 수의 괴수였다.

일반 괴수와 인간 괴수가 반반씩. 유적의 흔적도 더 선명하게 남아있으며, 여기저기 부서진 마법 도구의 잔해가 보였다.


“아직 잔여 마나가 남아있습니다.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군요.”


이전에 들어온 사냥꾼들의 물건으로 추측된다고.

그들이 여기까지 내려온 것인지, 아니면 이곳에 자리한 존재들 때문에 끌려왔는지는 알 수 없는 일.


“시신을 끌고 간다 치면, 교단이 확실시 되는 건가?”

“아무래도 그럴 겁니다. 괴수들이 자발적으로 하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계속 가자.”


최단 거리로 움직인 덕분인가. 멀지 않은 장소에서 3층으로 내려가는 길을 발견했다.

동시에 힐라가 몸을 떨었다.


“이 아래. 조금만 가면 바로 앞이야. 강력한 무언가가 있어.”

“좋아. 지금부터는 신중하게 움직인다. 모두 주의하도록.”


밑으로 내려간 수호자들은, 무수한 괴수들과 마주했다.

지금껏 보이지 않던 괴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해도 믿을 정도였다.


“기다려. 마법으로 위장할게.”


제나르가 마법으로 수호자들의 모습을 감췄다.

로렌스는 자신의 몸이 투명해지는 것을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괴수들의 행동을 살폈다.

놀랍게도, 괴수들은 영상이 멈춘 것처럼 한 자리에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저건 무엇을 하는 거지?”

“저 안쪽에 무언가 있어요.”


로벨리아 괴수들의 건너편을 가리켰다.

통로의 안쪽. 괴수 너머에는 거대한 공간이 있으며, 그 가운데 돔 형태의 물체가 오르락내리락 호흡하듯 움직이고 있었다.


“힐라 뭐가 좀 보여?”

“다른 방향에 있는 통로에서 괴수들이 사람의 시신을 끌고 오고 있어. 아무래도 모든 길이 이곳으로 통하는 거 같아.”


그녀의 말처럼 반대편 통로에서 괴수들이 나타났다. 녀석들은 사람의 사체를 질질 끌며 다가오더니, 돔 형태의 그것이 쩍 벌어지자 사람의 사체를 던져 넣었다.


“저건 시체를 먹이고 있는 건가?”

“성녀나 그림자 교단은 보이지 않아.”


교단과는 상관없는 일이인가.

그리 생각하고 있으니 돔 형태의 존재가 격렬하게 꿈틀거렸다.

잠시 후, 다시금 벌어진 곳에서부터 인간의 모습을 한 괴수가 불쑥 튀어 나왔다.


“저게 바로 인간 괴수의 원인이야.”


사체를 먹여 괴수로 만드는 것.

로렌스는 저 존재를 더 선명히 보기 위해 눈을 찌푸렸다.


무언가의 알 같기도 하며, 점액 포자 같기도 한 그것은 땅에 뿌리를 박고서 박동하고 있었다.

힐라의 초월적인 감각이 없더라도 느낄 수 있다.

위험하다고.


“힐라 저거···.”

“맞아. 유색 괴수야.”


두 번을 마주했기에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저 존재는, 그만한 위험성을 가졌다고.

하지만 색은 없었다.

아니, 굳이 말하자면 검은색.


‘흑색의 유색 괴수?’


말도 안 되는 거 같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일반적으로 검은 아지랑이를 피우는 흐릿한 모습의 괴수들과 달리, 저 거대한 물체만큼은 선명한 윤곽선과 괴옥과 비슷한 광택을 보였으니까.


- 끼륵?


“괴수들이 눈치챘어.”

“지금은 방법이 없어. 모두 후퇴한다.”


- 끼에에에륵!


한 괴수가 수호자의 존재를 느꼈다. 동시에 그 자리에 있던 괴수들이 떼거리로 몰려들었으니.

아무리 길이 좁고 실력 있는 수호자라 할지

라도, 이 많은 수를 막아내기란 불가능하다.

로렌스는 고민 없이 퇴각을 외쳤다.


“거미의 장막!”


제나르의 마법이 통로를 막는 벽를 만들어냈다.

얜이 그것에 기운을 불어넣으며, 드레븐의 분신이 막아섰다.


“오래 유지되지는 않아. 어서 도망쳐야 해!”


수호자들은 왔던 길을 따라 재빠르게 뛰었다.

듬성듬성 보이는 사냥꾼들에게 경고했지만, 당연하게도 그들은 로렌스의 말을 무시했다.


“이곳은 위험합니다! 모두 돌아가십시오!”

“미친놈인가.”

“뭐라는 거야?”


오히려 침을 뱉으며 반응하는 사냥꾼들.

로렌스는 두 번 말하지 않고서 지나쳤다.


곧 1층에 도착한 일행은, 곧바로 입구에서 경계하고 있는 성기사에게 다가갔다.


“유색 괴수를 발견했습니다. 이곳에 더는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통제해야 합니다.”

“손님. 죄송하지만 그 말씀은 들어드릴 수 없습니다. 성녀님은 미궁이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스스로 책임지도록 지시하셨습니다.”




오탈자와 설정 오류, 피드백은 언제나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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