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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고양이의 안방입니다.

괴수는 그림자 속에 산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안방고양이
작품등록일 :
2020.04.18 19:28
최근연재일 :
2020.12.11 20:47
연재수 :
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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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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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5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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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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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폐쇄된 지하 상가 (2)

DUMMY

“거기다 제압부대는 꿈도 못 꾸지.”

“제압부대가 되고 싶은 건가요?”

“그래야만 열람할 수 있는 자료가 있으니까.”

“그거, 별 흥미로운 건 없다던데요.”


로벨리아가 고개를 갸웃이며 말했다.

수호자의 급수가 정해져 있듯, 기관 내 정보에도 열람할 수 있는 등급이 분류되어 있었다.

하지만 보안만 거창해 보일 뿐 이렇다 할 정보는 없다. 해봐야 범죄자 개개인의 개인 정보 정도.

당장 제압부대 대장인 알파에게 묻더라도 그리 잘 찾아보지는 않는다고 하니까.


데이지는 잠시 먼 곳을 바라보는 것처럼 고개를 돌렸다.


“좀 알아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

“알겠다. 옛날 남자친구죠? 같은 수호자로 다니다, 외국으로 도망쳐서 어디 있는지 찾으려고요?”


막장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이야기. 로벨리아가 눈을 번쩍이며 묻자, 데이자가 피식 웃었다.


“검은 악령···. 아니지. 마왕이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고 싶어서.”

“마왕은 그냥 마왕 아닌가요?”


마왕은 날 때부터 마왕이 아니던가.


그녀의 말도 틀리지 않았다. 대부분 사람은 그저 마왕을 마왕으로만 기억하고 있으니까.

괴수의 왕, 복수의 광인.

과거 마왕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 연설하던 한 의원 후보를 거창하게 찢어 죽이면서였다.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그를 마왕이라 불렀다. 동시에 로렌스를 용사라 부르기 시작했으니까.

그의 진짜 이름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무튼 그런 게 있어. 자, 손님들이 왔으니 맞이해 줘야겠지.”


데이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기 어둠 속에서 몰려오는 괴물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쥐인간이 스물, 아니 서른 정도?”

“사령도 섞여 있어. 대충 열다섯.”


쥐인간들의 사이에 떠도는 그것. 분노나 슬픔, 고통 등의 각기 다른 표정의 사람 얼굴.

사령이다.


“사령은 검기나 마법으로만 공격할 수 있다고 했어요.”

“힘을 아껴둬. 지금 중요한 건 오랫동안 버티는 거니까.”


곧바로 두 사람을 향해 돌격하는 괴물들.

로벨리아가 지상의 쥐인간들을 상대했다.

그녀는 괴물이 데이지에게 향하지 않도록 다소 과장된 움직임을 보이며 주의를 끌었다.

데이지 또한 마법이 부여된 총을 꺼냈다. 위력이 약해 괴수에게는 소용없는 것이지만, 사령을 상대하기에는 충분한 물건이다.


그녀는 부지런히 사령을 제거해 나갔다. 하지만 벽을 통과하며 이리저리 떠다니는 놈들을 맞추기는 요원한 일.

결국, 두 마리가 탄환을 피해 로벨리아의 곁으로 접근했다.


“놓쳤어!”

“확인했어요!”


로벨리아는 자신에게 향하는 사령을 놓치지 않았다.

검기를 피워낸 칼날이 정면에서 날아오는 사령을 베어낸다. 곧 뒤에서 움직이는 녀석 또한 일자로 갈라버린다.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여길 때쯤. 기둥 속에 숨어있던 녀석이 툭 튀어나왔다.

로벨리아가 빠르게 반응했지만, 쥐인간 한 마리가 숨이 붙어있었는지, 그녀의 발목을 퇴직! 물어버렸다.


“윽!”


쥐인간을 마무리 짓는 사이. 사령이 그녀의 몸을 통과했다.

데이지가 급히 녀석을 제거했지만 이미 공격당한 직후.

로벨리아는 자세를 낮추며 호흡을 고르게 내쉬었다.


“로벨리아?”

“괜찮아요. 제나르 선배도 그랬잖아요? 당황하지 말고 안정을 취하면 된다고. 남은 적도 없으니 좀 쉬면 괜찮을 거예요.”


전투에 앞서 제나르가 한 말이 있었다.

본래 사령은 위협적이지 않다.

자연 발생하는 녀석들 또한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미약하니까.

그건 지금처럼 인위적으로 만든 사령 또한 다름없었다.

단지 정신을 자극해 빈틈을 만들려 할 테니, 다른 괴물들과 함께 오는 걸 주의해야 한다고.


매우 급한 전투가 끝난 상황.

방금처럼 잠깐의 공백 시간이 있다면 물자를 아끼는 게 낫다고 로벨리아는 판단했다.


“그래도···.”

“에이 괜찮다니까요. 자 봐요. 아무렇지도, 않, 아서.”


데이지가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로벨리아는 그녀는 안심시키기 위해 웃으려 했다.

주변 사물이 일그러져 보이기 전까지는.


로벨리아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밀폐된 공간. 짙은 피 냄새. 피 칠갑이 된 붉은 덩어리들.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그 날의 기억.


사람들의 비명과 괴수의 포효와 뒤섞인다.

지하철이 탈선하며 일어난 굉음이 귓가를 때렸다.


“아, 이건 예상 밖인데.”


허공을 떠도는 기운이 당시 지하도를 가득 메우던 혈향과 흡사하다.

세 개 밖에 남지 않은 손가락으로 자신에게 손을 뻗는 엄마의 모습.


“로벨리아. 내가 보여? 누군지 알아보겠어?”


데이지는 로벨리아의 안색이 하얗게 죽어가는 것을 보았다.

어깨를 흔들었지만, 그녀의 시선은 고정되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렸다.


“괴수가, 괴수가 오고 있어요.”

“여기에 괴수는 없어. 괴물들은 다 처리했잖아. 위험한 건 없으니까 일단 진정하고.”

“열차가 부서지고, 사람들이 죽고! 엄마가, 엄마!”

“정신 차려!”


데이지가 소리쳤지만 로벨리아의 상태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점차 심해졌다.

사령이 이토록 강하다고는 듣지 못했다.

아니면 그녀의 트라우마라도 자극한 걸까? 이것도 추종자의 노림수이고?


데이지가 안정제를 찾기 시작했다.


“살려주세요. 죄송해요. 앞으로 말 잘 들을게요. 엄마! 괴수가 오고 있어, 아빠 어디였어요!”


데이지는 안정제를 들고 발버둥 치는 로벨리아의 팔을 붙잡았다.


“괴수가 있어서, 누구세요? 제발, 악마? 뭐든 할게요. 마왕님. 살려주세요.”

“마왕?”


헛소리와 거친 발버둥으로 정신없는 와중. 그녀의 외침에 데이지의 손이 우뚝 멈췄다.

마왕? 어째서 그녀가 마왕을 부르는 거지?

그녀가 마왕을 알고 있는 건가?


‘아니, 지금 급한 건 그게 아니잖아.’


로벨리아는 발버둥을 넘어 발광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딱 봐도 위험한 상태.

안정제가 투입되고, 로벨리아는 몸을 축 늘어뜨렸다.


“내 목소리 들리니? 누군지 알아보겠어?”

“아···.”


로벨리아가 숨을 고르게 뱉으며 눈동자를 굴렸다.

주변을 확인한다. 눈앞에는 데이지가,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그녀는 손을 뻗어 데이지의 얼굴을 붙잡았다.


“로벨리아?”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데이지. 저도 모르게 몸을 빼려 했지만, 붙잡힌 손아귀가 빠지지 않는다.


“안녕? 좀 자고 있으렴.”


거부는 허용되지 않는다.

로벨리아의 꽉 잡은 손이 억지로 그녀의 눈동자와 시선을 마주했다.


곧 데이지의 눈이 흐리멍덩하게 변하더니 풀썩 쓰러졌다.


로벨리아가 그녀를 붙잡았다.

바닥에 그녀의 몸을 뉘자, 그림자가 푹신한 물침대처럼 그녀의 몸을 받쳤다.


“거기 있나 마틴.”

“죄송합니다 마왕님. 아직 다루는 것이 익숙지 않아 큰 결례를 끼쳐버렸군요.”


하얀 가운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며 사과했다.

입으로는 죄송하다고 말하지만, 그의 시선이나 행동은 전혀 다른 곳을 향했다.

마틴은 주변에 있는 쥐인간과 사령을 가리켰다.


“그보다 놀랍지 않습니까. 그저 본능에 따라 움직이던 두 개체가, 사역자인 제가 가까워지니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왜일까요. 그저 지능의 동기화인지, 아님 마나의 부족으로 지능에 문제가 생긴 것인지. ···아아, 이 얼마나 신비한 현상인지. 그런데도 그 늙은이들은 보기 좋지 않다는 이유로 금지해버렸지요.”


탄식해 마지않는 마틴을 두고, 로벨리아는 자신의 머리를 툭툭 건드렸다.

그림자가 뱉어내는 끔찍한 비명이 들린다. 문제는 그것을 제외하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완전히 들어가 버렸군. 다시 깨어나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어.”


반응을 확인한 그녀는 마틴에게 시선을 돌렸다.


“지상의 목표는 이미 도망쳤다. 괴물들을 풀어 수호자의 발을 묶고, 다른 곳에 집중하도록.”

“알겠습니다. 그럼 그 아이는 어떻게 할까요?”


마틴은 잠든 데이지를 보며 물었다.

모두가 떨어져 통신조차 되지 않는 상황. 한 명 더 죽는다고 해서 문제 있을까.


“늙지 않는 능력이라면 분명 연구할 가치가 있을 겁니다.”

“아니, 앞으로 에리카의 손발이 될 테니 살려둔다.”

“알겠습니다.”


그는 약간 아쉽다는 표정과 함께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로벨리아는 잠든 데이지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를 쓸어 넘겼다.



* * * * *



로렌스는 자신의 상황을 빠르게 파악했다.

함정에 빠져 흩어진 일행들. 진득하게 펼쳐진 이질적인 기운은 이것을 위함이었나.


‘어떻게 할까.’


계획은 이미 물거품이다. 지금은 생존에 집중해야 할 때.

그런데도 조급하게 굴지 않는 건, 함께 있는 두 수호자가 믿음직하기 때문이었다.


프렌스와 그램.

계승식에서 실력을 증명한 두 남자는 어둠 속에서 오는 진동을 느꼈다.


“온다 얼음쟁이.”

“나도 알아 단데기.”


비록 사이는 그리 좋지 못했지만, 그들의 능력은 어딜 가도 꿀리지 않으니.

몰려오는 괴물을 무리 없이 처리해 나간다. 공중을 부유하는 사령 또한 로렌스의 빛에 소멸했다.


“후.”


적들이 사라지고 소강상태가 되자 그램이 자리에 앉았다.

반대로 프렌스는 상가의 구조물을 살피며 자신들의 위치를 가늠했다.


“중반 지점인거 같습니다. 괴물들이 오던 방향을 역으로 이동한다면, 핵심구역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겁니다.”

“뇌가 얼어붙었냐? 아직 공간 함정 작동 중이잖아. 해제될 때까지 조심해야지.”

“쫄?”

“이 사발놈이.”


그램은 프렌스의 도발에 몸을 일으켰다.

그의 앞으로 다가가 한 번 더 말해 보라는 듯 으르렁거렸다.


“수호대에서 로벨리아와 눈도 못 마주친 쫄보가. 뭐 쫄?”

“지금 그게 무슨 상관인데 새끼야.”

“상관은 시발, 너는 분신 뒤에 숨는 드레븐 그놈이랑 똑같아. 아주 로벨리아에 붙어먹고 있지.”


격화되어가는 말다툼에 로렌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라면 괜찮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전장이다.

그는 박수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대로 있어봤자 아무것도 안 될 테지. 전력은 충분하니 일단 앞으로 나선다. 이의 있나?”

“저는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또 어떤 함정이 있을지 모르지 않습니까.”

“그것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을 찾을 필요도 있어. 우리는 자체적으로 보호할 힘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을 테니.”


그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그램. 프렌스는 웬일이냐며 그를 보았다.


“너라면 그런 놈들 놔두라고 할 줄 알았는데.”

“나도 수호자다 새끼야. 누구처럼 여자 꽁무니나 쫓아서 쫄래쫄래 움직이는 줄 알아?”

“기관장한테 잘만 꼬리를 흔들던 놈이.”


프렌스의 비난에도 그램은 당당하게 말했다.


“그럼 상사한테 잘 보여야지. 괜히 대립각 세우고 피곤하게 지내는 것보다는 낫지.”

“넌 지금 기관장이 하는 꼴을 보면서도 그런 소리가 나오냐?”

“그게 뭐. 다른 놈들이 앉으면 다를 줄 알아?”


어차피 제 욕심만 채우는 게 사람의 본성이 아니던가.

권력을 쥔 사람이란 거기서 거기다.


“그럼 전 기관장은 뭔데. 선배님 중 다수가 그 사람이 돌아오기를 원하던데.”

“병신이 사랑 좇다 머리도 꽃밭이 됐냐? 기관장 교체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기억도 않나냐?”


그램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 기관장 더글러스의 사퇴 당시 꽤 소란스러웠으니까.




오탈자와 설정 오류, 피드백은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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