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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고양이의 안방입니다.

괴수는 그림자 속에 산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안방고양이
작품등록일 :
2020.04.18 19:28
최근연재일 :
2020.12.11 20:47
연재수 :
87 회
조회수 :
69,723
추천수 :
1,955
글자수 :
450,904

작성
20.11.07 20:00
조회
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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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결전 (3)

DUMMY

제어실의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마왕이 봉인 당하는 순간부터, 저항하는 모습까지. 그들도 현장의 대원들과 같은 것을 보고 있었으니까.


“봉인이 불안정합니다!”

“미친 새끼. 저러고도 움직인다고?”


제어실의 총책임자 해머가 소리쳤다.


“다들 움직여! 고도 올리고! 놈을 조준해! 어서 빨리!”


대 괴수 병기. 궁그닐이 지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우우 우우!


궁그닐의 포신이 저 먼 법국에 있는 마왕을 목표로 삼았다.

시대를 앞서간 기술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마왕을 설정했습니다!”

“에너지 충전 완료까지 3분!”


해머가 발사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근질거리는 손가락은 녹색 불빛이 떠오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왕 녀석. 아주 작살을 내주마.”


궁니르의 힘은, 과장 조금 보태어 행성 하나를 파괴할 수 있을 정도였다.

제아무리 단단하고 다재다능한 마왕이라 할지라도, 정면으로 맞는다면 결코 버티지 못하리라.


“충전 완료까지 10초!”


위잉!

거대한 포신이 열리며 과열된 에너지가 차올랐다.

곧 버튼에 불이 들어오며 기다리던 순간이 도래했다.


“충전 완료! 발사 가능합니다!”

“궁그닐, 발사!”


더 기다릴 필요도 없었기에, 해머는 곧장 버튼에 힘을 주었다.


응축된 에너지가 포신에서부터 뿜어져 나왔다.

쿠구구궁!

그 충격파에 거리의 차들이 뒤집히며 가로수들을 뽑아버렸다.


모든 걸 소멸시키는 광선이 순식간에 전장을 관통했다.

가공할만한 에너지가 봉인된 마왕을 집어삼켰다.


“···.”


제어실의 사람들이 그 모습을 영상으로 보았다.

모두가 입을 다물고, 현장의 연락을 기다렸다.


- 마왕의 생존을 확인! 좌측 팔과 다리를 손실했습니다!


“이런 시발!”


쾅!

해머는 분을 참지 못하고 제어판을 내리쳤다.

기습이 통하지 않았다.

비록 그의 몸에 치명상을 입혔다고 하지만, 한 번에 끝내지 못한 것은 뼈아픈 실책이었다.


“궁그닐을 정비해라! 그리고 현장에 알려, 다시 마왕을 붙잡으라고!”


마왕이 똑같은 수에 당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기에, 해머는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기회를 노렸다.


그렇게 지시를 내리던 중. 세상 뒤집힐 소리가 귀청을 찢으며 들려왔다.


- 키에에에에에엑!!


지하 깊숙한 곳에 있는 자신들도 똑똑히 들리는 굉음.


“뭐, 뭐야!”

“대장님! 여기, 이것 좀 보십시오!”


동시에 사람들이 발견했다.

저 하늘 위.

궁그닐의 광선이 뻗어간 그곳.


본래 우주 너머까지 이어졌어야 할 강대한 에너지 광선이, 무언가에 막힌 듯 대기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평화롭게만 보이던 하늘이 쩌저적 갈라졌다.

숨겨져 있던 장막이 부서지며, 본래의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저건.”


해머가 숨을 집어삼켰다.

하늘 위에는, 엄청난 크기의 균열이 펼쳐져 있었다.

그야말로 세상을 집어삼킨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그리고 그 균열을 통해 검다란 무언가가 넘어오려 하고 있었다.


“대장님, 수, 수치가. 수치가 이상합니다!”


대원은 사색이 된 얼굴로 총책임자를 찾았다.

그가 보여주는 화면 속 수치에, 해머 또한 창백하게 변했다.


“이게 진짜라고?”


요동치는 괴수 반응.

끝을 모르게 올라가는 수치.


그는 지금껏 유색 괴수가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다 생각했지만, 저것에 비하면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던 것이었다.


해머가 다시 중앙 화면에 시선을 돌렸다.

민낯을 드러낸 하늘 위. 이 말도 안 되는 수치의 주인이 이쪽을 보며 탐나는 듯 촉수와 같은 무언가를 움직이고 있었다.


‘왜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했는가.’


지금 그딴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건, 녀석이 아직 완전히 넘어오지 못했다는 것과, 궁그닐의 공격으로 인해 다시 균열 속으로 밀려나고 있는 점.


“저놈이 넘어온다면, 인류는커녕 세상이 끝날 거야.”


해머가 지금 사태를 깨닫고 소리쳤다.


“궁그닐의 출력을 최대로 올려! 예비전력까지 모두 동원해!”

“하지만 이미 과부하 상태입니다!”

“올려! 망가지든 말든, 죽고 싶지 않으면 어서 올리라고!”


대원들이 즉시 궁그닐의 출력을 과부하 시켰다.

혹시를 대비한 여분 에너지부터 공화국의 모든 전력을 끌어모았다.


궁그닐의 포신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비상등이 깜빡이며 시끄럽게 울렸지만, 그것에 신경 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때, 날카로운 고음이 그들의 귀를 찔렀다.


“지금 뭣들 하시는 건가요! 공격이 실패했으면 기계를 멈추고 다음을 준비해야죠!”


기관장 오즈가 나타나 대원들을 보며 소리쳤다.

궁그닐의 공격이 빗나갔음에도 출력을 높이는 모습에 직접 내려온 것이다.


“제 말 못 들었어요? 어서 중단하세요! 마왕을 없애야 할 거 아니에요!”

“머리가 빈 건 알고 있었지만 눈깔도 비었어? 넌 저게 안 보이냐고!”


기관장의 재촉에 해머가 화면에 뜬 균열과 괴수를 가리켰다.

오즈는 화면에 떠 있는 괴수를 힐끔 보았다가, 저게 무슨 문제냐는 듯 말했다.


“그래봤자 어차피 괴수잖아요. 마왕을 처리한 뒤에 연합군이 공격하면 금상 없앨 수 있겠죠.”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그녀의 말을 듣고서 해머는 확신했다.

이년은 지금 마왕을 없애는 것에 미쳐,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고 있다고!


“기관장은 저입니다! 다들 옷 벗고 싶어요? 제 명령에 따르세요!”

“이 자리의 책임자는 나야! 이년의 말은 신경 쓰지 말고 출력을 유지해! 저 빌어먹을 괴수를 밀어내라고!”


사람들이 기관장의 말을 무시하며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오즈는 직접 궁그닐을 멈추기 위해 움직였다.


“좋아요! 어디 해보자고요.”


그런 그녀의 앞을 해머가 가로막았다.

스위치를 건드리려던 손을 쳐내며 삿대질했다.


“마왕을 놔둬도 너 같은 놈들이 죽지만, 저걸 놔두면 우리 모두 죽어! 알아들었어? 이 별이 멸망한다고!”

“무, 무슨!”


설마 이 정도로 반응할 줄은 몰랐던 것일까.

오즈는 순간 멍청한 표정을 짓더니, 곧 신경질적으로 얼굴을 찌푸렸다.


그렇게 다시 소리 지르려는 찰나. 수호자들이 나타나며 그녀를 붙잡았다.

그들은 오즈의 말은 무시한 채 곧바로 수갑과 족쇄로 온몸을 포박했다.


“수호자 에리카!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죠?”

“기관장님. 당신에게 횡령과 뇌물수수, 우월주의와 내통이며 드워프 장비의 사적 거래 등 다수의 범죄가 고발되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시죠. 다 지어낸 이야기일 게 뻔하잖아요!”

“당신의 비서인 수호자 리시트가 고발한 내용입니다. 그러니 닥치고 따라오시죠.”

“그 년이 날 고발했다고? 말도 안 돼! 이건 모함이라고!”


오즈가 저항했다. 그러나 혼자서 여럿의 힘을 떨쳐낼 수 없었기에, 그녀는 에리카를 필두로 하는 수호자들에게 연행되어 갔다.


오즈가 사라지고 나서야 해머는 저 거대한 균열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상해.”


화면 속 모습에서 문뜩 이질적인 점들이 눈에 띄었다.

궁니르의 공격이 정확하게 균열의 중심을 때리고 있던 것이다.


과연 이걸 우연이라고 해도 될까.

그러기에는 너무 편의적이 아닐까?


“설마.”


해머는 순간 전 기관장이 마왕과 손을 잡았다는 소문이 떠올랐다.


시대를 앞서간 설계도나, 이미 지정된 설치 장소.

다시 모습을 드러낸 직후부터 줄곧 하늘에 떠 있던 마왕.


“···.”


해머는 자신의 팔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 * *



궁니르의 광선이 끊기지 않았다.

본래 공격 빗나갔을 경우, 다시 정비 하고 기회를 노리도록 되어있었다.


그 이유는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강대한 에너지 줄기는 이미 목표를 때리고 있었으니까.


궁그닐이 하늘에 닿음과 동시에 모습을 드러낸 그것.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리며 숨이 벅차오른다.

한낱 인간이 마주하기에는 너무 이른 그 존재에, 로렌스는 쓰러지지 않도록 몸을 긴장시켜야만 했다.


“말도 안 돼.”

“저게 바로 너희가 보지 못했던 괴수의 왕이다.”


마왕이 멈춰선 그를 보며 웃었다.

멸망의 예언에 나온 발견하지 못한 그림자.


로렌스가 마왕을 보았다.


“하지만 괴수의 왕은···.”

“나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난 고작 티끌일 뿐이야. 저놈에게서 떨어진 티끌.”


마왕이 미소 지었다.

어른을 속이는 것에 성공한 어린아이처럼 유쾌하게.


‘그는 저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의 말을 들으며 로렌스의 머리가 번뜩였다.


마왕이 하늘 위에 자리하며 궁니르의 방향을 조절했다.

그렇게 생각하자, 그가 탑을 세워 움직이지 않았던 게 이해되었다.


마왕의 목적은 사실 저 괴수를 몰아내는 것이다!


‘그럼 그의 목적은 이루어졌으니, 지금부터라도 대화로···.’


“로렌스! 또다시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구나!”


그런 속마음을 꿰뚫어 본 것처럼 마왕이 혀를 찼다.

그는 진심으로 역겹다는 표정을 지으며 허공에서 지팡이를 꺼냈다.


그것은 사람 머리만한 괴옥이 달려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양의 마나가 차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너를 위해 좋은 걸 보여주마!”


지팡이를 높이 들었다.

마왕의 입에서 마법 섞인 언어가 전장을 지배했다.


“죽음을 거역하라!”


로렌스는 처음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복수를 다 하지 못한 억울한 영혼이여!”


곧 익숙한 흐름에 눈이 부릅뜨였고,


“여기! 그대들을 부르는 비명이 울려 퍼지니!”


본능적으로 그것이 어떤 힘인지 깨달았다.


“본능에 따라 그대들의 분노를 내보여라!”

“그를 막아야 합니다!”


로렌스는 마왕을 막기 위해 움직였다.

모든 사람이 그를 공격했다.


“깨어나라! 망령들이여!”


하지만 늦었다.

그를 중심으로 퍼진 거대한 파동이, 전장을 훑고 지나갔다.


“···안 돼.”


로렌스가 비통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그룩, 그르르르―.


동시에 지상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쓰러졌던 사람, 괴물 등.

죽은 모든 시체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승리를 점치던 연합군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주춤했다.

당황한 병사는 되살아난 시체의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으아아악!”

“이게 뭐야!”


몸을 일으킨 시체가 연합군을 덮치며, 좀비 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했다.

난전과 혼란.

사람들의 비명이 전장의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마왕의 웃음소리가 그 뒤를 따랐다.


“마왕!”

“하하하! 자 로렌스! 우리의 전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시작했을 뿐이지!”

“네 이놈!”


금색의 용이 마왕을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닿지는 못했다.

하늘에서, 아니 균열에서부터 괴수들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괴수는 마왕을 무시한 채, 로렌스와 연합군에게 달려들었다.

개중에는 유색 괴수도 섞여 있었기에, 버티지 못한 대원들이 하나둘 추락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알파가 후퇴를 말했다.


“로렌스! 더는 버틸 수 없어! 지상으로 내려가 태세를 정비해야 해!”


마왕은 그들을 방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권장했다.


“로렌스! 밑에서 보자꾸나. 단둘이서 말이지!”


그리 말한 마왕은 아무런 미련 없이 지상을 내려가 버렸다.




오탈자와 설정 오류, 피드백은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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