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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고양이의 안방입니다.

괴수는 그림자 속에 산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안방고양이
작품등록일 :
2020.04.18 19:28
최근연재일 :
2020.12.11 20:47
연재수 :
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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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708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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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5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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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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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만개하는 선동 (2)

DUMMY

보고서를 받아든 기관장 오즈는 손톱을 깨물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처음 계획과 다르게 흘러가는 여론에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상한 소문이 퍼질 줄도 알고는 있었지만, 열망의 예언? 마왕 같은 거나 숭배하는 놈들이 꼴값을 떨고 있어.”


뭐가 진실인지, 무엇이 거짓인지도 모를 상황.

하지만 혼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금껏 잠잠하던 법국에서 연락이 온 것.


“수호자 로렌스를 불러오세요. 그리고 기자회견도 준비하고요.”

“알겠습니다.”


그녀의 말에, 방구석에 자리하던 리시트가 고개를 꾸벅 숙이고 방을 나섰다.



* * * * *



며칠 뒤. 로렌스는 기관장에게 호출되며 드디어 올 게 왔구나 싶었다.

역시 루비 기업과 연관하여 책망하겠지. 또 어떤 말도 안 되는 식으로 꼬투리를 잡으려 할까.


‘혹여 다른 동료들이라도 건드린다면.’


그땐 수호자를 그만두는 한이 있더라도 결판을 내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기관장과 마주하고서 들은 이야기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저보고 기자회견에 나가라는 겁니까?”

“그래요. 용사가 직접 얼굴을 보여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항에 관해 설명하고, 시민들의 불안감을 낮추라는 말이죠.”

“직접 하시면 되지 않습니까. 평소 그런 일에 먼저 나서시던 분이.”

“사람들은 평소 방송에서 모습을 보이던 수호자들에게 불신을 품고 있어요. 그런 상황에서 관리자인 제가 나서봤자 신뢰성을 얻기는 힘들겠죠.”


반대로 평소 미디어 노출이 적으며, 활약상으로만 소식이 전해지는 용사가 이 일에 제격이라고.


로렌스는 오즈의 얼굴을 가만히 보았다.

분명 그녀의 말에는 틀림이 없다. 평소 이리저리 얼굴을 내밀며 사람들에게 익숙한 그녀가 나서 말해봤자, 그저 제 조직을 감싸려는 의도로밖에 느껴지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본심은 그게 아니겠지.’


다른 노림수가 있을 것이다. 지금껏 그래왔고, 또 그럴 테지.


‘회견 중에 다른 동료들을 노리려는 걸까?’


그래서 자신을 한 장소에 붙잡아 두려는 거고?

아니다. 그거야말로 말이 안 되지. 동료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데.


“의심이 많이 드는가 보네요. 하긴 그렇기도 하겠죠. ···좋아요, 이걸 보도록 하세요.”


오즈는 서류 하나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이건?”

“법국에서 보내온 공개자료에요. 미궁에서 있었던 일들을 알리는 내용이죠.”


미궁에서 일어났던 사건·사고들. 유적지에서 발굴된 신화 마법에 관한 것까지 모든 정보를 담고 있었다.


“이걸 왜 보여주시는 겁니까?”

“법국에서는 이걸 전 세계적으로 공개했죠. 그야말로 모두가 볼 수 있도록.”


그녀는 서류에 적혀있는 한 구절을 가리켰다.


“사냥꾼. 마법 무기를 사용하는 일반인이 괴수를 사냥하며 괴옥을 수집했다. 직접 마주했기에 잘 알고 계시죠?”

“예, 꽤 많은 수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게 문제라는 거에요. 이 내용 때문에, 지금도 사람들 사이에는 마법 무기 소유와 괴수 사냥에 대해 자유화시켜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어요.”


그중에는 괴수 사냥이 괴옥을 얻기 위한 관리기관의 독점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지금은 아주 소수에 불과했지만, 점차 불어나겠지.


“마법 무기 자유화에 대해 마탑에서는 환영하고 있어요.”


연구로 인해 늘 돈이 부족한 게 마법사들이 아닌가.

합법적으로 비싼 물건을 팔 이 기회를 놓칠리가 없었다.


“설마 사람들이 괴수 사냥을 하지 않을 거라는, 그런 희망을 품고 있지는 않겠죠?”

“그렇지 않습니다.”


괴수는 위험하다. 지금도 때때로 수호자 중 희생자가 나오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도 괴옥을 얻으려는 사람은 분명 존재했다.

미궁에서 봤던 무수한 수의 사냥꾼이 이를 증명하고 있었다.


“당신이라면 알겠죠. 일반인이 괴수와 맞서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이번 기자회견은 그것을 만류하는 장이기도 하니까요. 현장에서 뛰고 있는 용사라면 더 잘 전달할 수 있겠죠.”

“···알겠습니다.”


다 사람들을 위해서다.

로렌스는 마지못해 수락했다.


며칠 후.

수많은 기자 앞에서 로렌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며, 그는 마이크를 두고 입을 열었다.


“많은 혼란이 떠돌고 있습니다. 마왕이 사라진 이후, 저희는 전혀 새로운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탓이죠.”


걱정하는 마음도 이해하고 있다. 우리는 대화가 필요하며, 지금이 그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시고, 열린 마음을 받아들여 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초인 여러분도, 자신이 지닌 힘에 책임감을 느끼셨으면 합니다.”


우리 같은 초인은 무의식적인 행동 하나에도, 충분히 상대를 상처 입힐 수 있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


그의 연설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현 상황에 대한 질문과 기타 개인적인 내용. 그리고 초인과 수호자를 통틀어 묻는 궁금증까지.


“멸망의 예언이 퍼지고 있는 가운데, 그것이 실현될 가능성에 대해 얼마나 높다고 생각하십니까?”

“출처도 불분명한 글입니다. 시민 여러분의 괴수에 대한 두려움을 이해합니다만, 지금은 그 무엇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용사님은 유일하게 광고며 출연 제의를 받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다른 수호자들이 자신의 이름을 뽐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 본업에 지장을 주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선 알려드릴 건, 저 말고도 수호자 일에 집중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물론 이전 연구소 사태에 의해 관리기관은 미흡한 점을 인지하게 되었으며, 지금 그와 관련하여 대처법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괴수와의 공존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분분한데요. 실제로 괴수와 공존하는 경우에 대한 의견은 어떠십니까?”

“불가능합니다. 실제 괴수와 마주했던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괴수는 통제할 수 없는 괴물입니다. 그러므로 확신할 수 있습니다. 괴수와는 공존할 수 없습니다.”


“법국에서 공개된 자료에 의해 사냥꾼의 실효성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일반인이 괴수를 사냥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신체 능력이며 공격 수단 등, 많은 것이 부족한 일반인들입니다. 수호자조차 피해가 나오고 있는 지금, 그다지 권장하고 싶지 않습니다.”


“조금 사적인 질문입니다. 용사님의 가족관계를 보시면 장녀와 본인, 그리고 막내인 붉은 폭군까지 삼 남매 모두 초인인 것을 볼 수 있는데요, 따로 초인이 되는 방법이라도 있는 게 아닙니까?”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어느 순간 능력을 쓸 수 있게 되었으며, 나이도 시기도 각자 달라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었습니다. 순전히 운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주변에 여성이 많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실제 팀원을 보면 본인을 제외하고 모두 여성 팀원이던데, 영웅호색을 몸소 증명하시는 건가요?”

“그들은 하나하나 모두 소중한 동료들일 뿐입니다.”


“현재 초인 우월주의의 활동이 과격해지는 가운데, 그들의 의견을 수용하여 초인 인권을 향상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것에 관해서는 대답해드리기 힘듭니다. 수호자들은 그저 괴수의 위협에서 시민들을 지키고, 불법적인 행동을 하는 초인을 제재할 뿐, 그들의 의견에 관해서 대변할 수는 없습니다.”


그 밖에 오가는 많은 질문과 답변들.

로렌스는 이전 길거리에서 해냈던 경험을 살려 꽤 정확하고 확실하게 대답해 갔다.


그리고 얼마 후 그에 관한 기사가 떠올랐다.


[출처도 불분명한 글은 어느 것도 믿을 수 없다.]

[광고하는 수호자들만 보지 말 것. 업무에 힘쓰는 사람들에 집중하라.]

[괴수와의 공존은 절대로 불가능한 일. 그러니 포기해라.]

[일반인이 괴수를 사냥하는 것에 부정적.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 괴수와 맞서는 것을 원치 않는다.]

[초인은 될 사람만 되는, 운에 따른 것이다.]

[주변 여성이 많다는 것을 인정. 하지만 애인이 아닌 동료일 뿐.]

[우월주의는 수호자의 소관이 아니니 묻지 말라.]


얼마나 훌륭한 왜곡인가.

그야말로 의혹을 퍼뜨리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덕분에 사람들이 가지던 용사에 대한 인식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용사님에서, 개새끼로.

그야말로 모든 시선이 용서하나에 집중된 것이다.


그리고 때를 노린 듯, 기관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었다.

명분으로는 용사의 망언에 관한 해명과 현 상황에 대한 기관장의 정확한 입장을 알리는 자리라면서.


“저 씹년이 처음부터 저걸 노린거였어!”


힐라가 병실에 앉아 소리쳤다.

옆에서는 얜이 사과를 깎아주며 그녀를 진정시켰다.


로벨리아가 제나르가 접시의 사과를 야금야금 주워 먹으며 말했다.


“또 얼마나 몰아가려고 그럴까요?”

“지금보다 더 나쁘게 만들 수 있는 것도 대단한데.”


곧 기관장이 모습을 드러내며 회견이 시작되었다.


로렌스 때와는 다른, 기자들의 매우 우호적인 질문들.

문답 속에 오가는 감성팔이와 논점 흐리기는, 실체를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라도 껌뻑 속을 것이다.

은근한 비난과 우회적인 책임전가. 아마 당사자가 아니라면 모르겠지.


- 늘 고생하시는 기관장님. 전도유망한 용사와 늘 의견충돌을 일으킨다고 들었습니다. 많이 고생하고 계시죠?

- 예, 하지만 그분 또한 시민들을 위하는 수호자이기에, 늘 수용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용사님의 말이 조금 과격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또한 시민들을 위한 것이라 믿고 있으니까요.

- 기관장님의 배려심 넘치는 모습. 정말이지, 저는 개인적으로 감동 받았습니다.

-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러분들에게 알려드릴 건, 곧 수호대에서 2기 견습 수호자를 모집하기로 했습니다. 새로운 영웅이 되고 싶은 분들은, 주저 말고 신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잘 짜인 한편의 연기.

정말 기가 차고 말이 안 나오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하지만 이 회견이 실제로 효과가 있었는지, 용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더더욱 격해져만 갔다.


개중에는 용사의 직책에 직접 불만을 말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용사를 제명하라!”

“그는 용사로 불릴 자격이 없다!”


반대로 기관장 오즈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게 되었으니.


“논란을 정리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더니.”

“확실히 다른 말이 없기는 하지.”


힐라와 제나르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정확히는 로렌스에게 시선을 집중시키고, 다른 문제를 감췄을 뿐이지만.


두 번의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세상은 점점 더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오탈자와 설정 오류, 피드백은 언제나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용사를 제명해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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