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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그다르 님의 서재입니다.

아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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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레그다르
작품등록일 :
2012.09.13 03:11
최근연재일 :
2012.09.13 03:11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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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1,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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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29
글자수 :
702,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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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10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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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쪽

-44화: 구덩이

DUMMY

“세, 세상에…… 어찌 이런일이……. 호수의 그 많은 물들은 대체 어디로 간 걸까요?”


브런트의 질문에, 스와이번은 웅덩이로 내려가며 대답했다.


“당연한 거 아닌가? 황후의 무덤속에 가득 찬 물은 여기서 흘러간 거야. 난 그 원리를 찾는데 오랜 시간을 투자했다네. 보름달이 뜬 오늘…… 달의 인력이 작용할 때 드디어 황제의 무덤으로 가는 길이 열리는 것이지.”


일행들은 조심스레 웅덩이로 내려갔다. 물이 갓 빠진 바닥은 여전히 추적거렸으며 사방에 널부러져있는 해조류 때문에 상당히 미끄러웠다. 브런트는 조심조심 균형을 잡으며 한걸음 한걸음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밀리비어턴이 아직도 웅덩이 아래로 내려오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밀리비어턴씨!”


브런트의 외침에 스와이번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신경질난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리며 밀리비어턴을 재촉했다.


“안 내려오고 뭐하나!?”


밀리비어턴은 스와이번에게 물었다.


“바닥이 푹 꺼지거나 하지 않을까? 오랫동안 물이 담겨있던 곳인데.”


이번엔 아이리엘이 소리쳤다.


“그거야 당연하죠! 하지만 조심조심 움직이면 괜찮아요!”


밀리비어턴은 웅덩이 아래로 내려오다가 발을 헛디디며 진흙탕을 구르게 되었다. 동글동글한 몸이 한참을 굴러 바닥으로 떨어지자 해조류와 진흙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밀리비어턴의 비명도 들려왔다.


“으아아아!! 빠진다아!! 드워프 살려! 어푸! 어푸!”


밀리비어턴은 필사적으로 진흙을 부여잡고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동료들은 그를 구하지 않고 바라볼 뿐이었다. 그래도 될 것이, 밀리비어턴의 몸은 전혀 바닥으로 꺼져들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겁에 질린 밀리비어턴이 힘이 다 빠진 후에야 스와이번이 입을 열었다.


“이제 다 했나? 어서 출발하세.”


그제서야 밀리비어턴은 바닥 속으로 빠져들지 않음을 깨달은 듯 하였다. 그는 사방을 두리번 거리더니 입구쪽으로 가는 일행들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같이 가!”


밀리비어턴은 해조류에 두 번 미끄러진 후에야 스와이번 일행 곁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 한편 브런트는 해조류가 가득 끼어있는 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문 맞습니까? 손잡이가 보이질 않는군요.”


“손잡이? 그건 찾아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지.”


스와이번은 그의 작은 배낭에서 수건을 꺼내더니 문을 닦기 시작했다. 찐득찐득한 해조류가 떨어져나가며 드래곤 문양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휘엉청 밝은 보름달에 비춰진 이 드래곤의 문양은 보라색이었다. 보라색 드래곤 문양을 바라보는 스와이번의 얼굴에는 희열이 감돌고 있었다.


“보라색…… 대대로 황제를 나타내는 색이지. 드래곤의 문양 또한 에뎁세스 황제의 것이라네.”


해초를 닦아내자, 문의 아래쪽에 사람 손바닥만한 다이얼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이얼은 안으로 패여져 있었으며, 사람이 손으로 잡을만한 손잡이가 달려있었다. 스와이번이 그것을 비틀자 마치 방울뱀이 쉬이이익 거리는 듯한 소리가 문 전체에서 나오기 시작하였다. 스와이번은 놀란 일행들에게 설명하였다.


“놀라지 않아도 좋아. 물이 스며들게 하지 않기 위한 장비가 풀리는 소리일세. 이것으로 안쪽과 바깥쪽의 압력은 같아졌을게야.”


스와이번은 다이얼의 손잡이를 위로 당겨올렸다. 그러자 원형으로 된 해치가 위로 열리면서 무덤으로 향하는 입구가 드러났다. 그리고 잠시후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먼저 들어간다.”


자하투가 머리를 수그리며 가장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른 일행들까지 들어가자 스와이번이 아이리엘에게 램프를 켤 것을 부탁하였다.


“아이리엘. 램프를 켜줘. 인간의 눈은 어둠 속에선 쓸모가 없으니까 말이야.”


아이리엘이 램프를 들자, 무덤 아래쪽으로 향하는 긴 계단이 드러났다. 그리고 매끈한 벽면에는 농사와 상업, 해업등의 풍요를 기원하는 고대의 벽화들이 그려져 있었다. 스와이번은 로브 속에 손을 넣으며 입을 열었다.


“지금은 아래로 내려가지 마. 함정이 있을지 모르니까 말이야. 일단 내가 탐색해 보겠네.”


스와이번은 로브 속에서 호두만한 쇠구슬을 꺼내들었다. 브런트는 스와이번이 또 다시 마법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고는 그에게 물었다.


“마, 마법을 사용하실 겁니까? 이번엔 무슨 마법이죠?”


스와이번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브런트를 한번 바라본 후, 쇠구슬을 계단으로 떨어뜨렸다. 그러자 계단 사이사이에서 수 많은 창살들이 마구 튀어나오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창살이 튀어나오는 그 규칙은 굉장히 난잡했으며, 창살이 들어갔다 나오는 속도또한 매우 빨랐다. 스와이번은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흠. 쇠구슬 정도의 무게로도 함정은 작동하는구만.”


이때 브런트는 생각했다.


‘아…… 쇠구슬은 마법의 재료가 아니었구나. 그냥 쇠구슬이었네.’


스와이번은 처음부터 맞닥뜨린 함정에 다소 고민을 하는 것 같았다. 그는 콧등을 손가락으로 누르며 입을 열었다.


“저 계단의 끝으로만 내려가면 함정을 멈출 장치를 끌 수 있는데 말이야.”


그때 자하투가 입을 열었다.


“그건 내게 맡겨라.”


자하투는 아이리엘에게 말하였다.


“양 벽면에 사람 하나 간격으로 화살을 쏴. 그걸 붙잡고 내가 이동하겠다.”


브런트는 자하투의 계획이 터무니없다고 느껴졌으나, 아이리엘은 자하투의 말대로 화살을 날려 양 벽면에 화살을 박아넣었다. 브런트는 그녀의 화살이 다시금 곡선을 이루며 벽에 박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신기하군…… 대체 무슨 기술이지?’


자하투는 아이리엘의 화살이 벽에 모두 박히자 한쪽 벽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벽에 닿자마자 화살을 붙잡더니, 벽을 차서 반대편 벽으로 날아갔다. 반대쪽 벽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화살을 붙잡고 벽을 찼다. 이런 식으로 함정 위를 지그재그로 이동하여 계단의 3분의 2 지점까지 이동했다. 그러나 화살 하나가 자하투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빠져버리고 말았다. 때문에 자하투는 튀어나오는 창살이 있는 곳으로 떨어졌다. 브런트는 순간적으로 눈을 지푸렸다.


-탁!


자하투는 재빨리 창살이 튀어나오지 않은 부분을 엄지발가락 만으로 서더니, 다시 반대쪽 벽면으로 뛰었다. 그는 마지막 화살 두 개를 붙잡으며 결국엔 계단 끝으로 가는데 성공하였다. 아슬아슬하게 착지하자 그는 스와이번에게 물었다.


“함정을 푸는 장치는 어떻게 생겼지?”


스와이번이 대답했다.


“자네가 준 구조도에 보면, 오른쪽 끝에 사람이 붙잡고 돌릴 수 있는 기둥이 있다네.”


자하투는 기둥을 발견한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오른쪽 골목으로 꺾어져 들어갔다.


-콰당!


하는 소리와 함께 입구의 해치가 닫혀버렸다. 한편 아이리엘은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스와이번에게 물었다.


“문이 닫혀버렸어요! 그리고…… 호수에 물이 다시 차오르고 있어요!”


스와이번은 웃으며 대답하였다.


“원래 그래야 정상이야. 이것 봐…… 계단을 보라구. 함정이 이미 사라졌지 않은가?”


스와이번의 말대로 계단위로 솟아오르던 창살은 이미 들어가버린 뒤였다. 함정이 중지되면 해치가 닫히고 다시 호수에 물이 차오르는 모양이었다. 한편 계단 끝에서 자하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려와라. 여긴 안전하다.”


그제서야 스와이번일행은 계단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밀리비어턴은 계단에서 다시 창살이 튀어나올세라, 깨끔발로 조심조심 계단 아래로 내려왔다. 물론 그는 다시 균형을 잃고 굴러 계단 끝까지 빠르게 내려올 수 있었다. 계단 아래에는 기다란 복도가 있었는데, 일행은 혹시나 다른 함정들이 있을까 조심조심 확인하며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 × × × ×


흥건한 핏물 속에 누워있던 오크족장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는 자신의 목에 칼이 그어진 것까지 기억이 났으나 이상하게도 그는 자신이 깨어났으며, 또한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왜냐하면 목에 입은 상처가 매우 깊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목의 상처가 조금씩, 아주 조금씩 재생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으으…….”


목을 돌릴려고 해도 목은 돌아가지 않았다. 더군다나 목이 그어진 상태였으므로 목소리도 나오질 않았다. 잘려진 목과 입에선 바람이 빠지는 소리와 함께 신음소리만이 조금씩 흘러나올 뿐이었다. 오크족장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상처가 재생되기까지 최대한 몸을 안정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는 옆 방에서 물이 빠져나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 × × × ×


스와이번일행의 전진은 매우 느렸다. 어디서 치명적인 함정이 나올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복도를 모두 지나 커다란 원형 홀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있었다.


호수 아래에 만들어진 건물이어서 그런지, 홀 내부는 습하였다. 홀 바닥에는 아주 커다란 보라색 드래곤문양이 그려져 있었으며, 그 문양 앞에는 우물모양의 청색돌기둥이 있었다. 그리고 기둥 주변에는 다섯 개의 검은 원이 그려진 상태였다. 그리고 이 기둥의 건너편에는 커다란 문이 있었으며, 문의 좌 우에는 매우 커다랗고 깊은 구멍 두 개가 있었다. 그제서야 밀리비어턴이 입을 열었다.


“드디어 무덤의 문까지 왔군. 저 문에는 결계가 있지. 그 결계는 강력하여 드래곤조차도 저 문을 통과할 수 없다고 해.”


브런트가 밀리비어턴에게 물었다.


“그 결계는 어떻게 제거합니까?”


이번엔 스와이번이 대답했다.


“나의 연구에 따르면, 결계를 푸는 데에는 세가지 조건이 필요하네. 그 첫 번째 것을 지금 실행할거야. 모두들 저 검은 원 위로 올라가게.”


스와이번이 가장 먼저 검은 원 중 하나 위로 올라갔다. 그러자 검은색 원이 하얗게 빛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자하투는 서스럼 없이 검은 색 원 위로 올라갔다. 물론 그쪽도 하얗게 빛났다. 다른 일행들까지 모두 검은색 원 위로 올라가자 우물처럼 생긴 돌기둥 위에 빛나는 물체가 두둥실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 마름모꼴로 생긴 빛의 물체는 빙글빙글 돌고 있었는데, 스와이번은 동료들을 바라보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모두들 보았나? 이래서 이 무덤으로 갈 인원이 다섯명이 필요했던 거야. 무덤을 관리하는 고위사제가 무덤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 절차가 필요했지. 자, 이번엔 두 번째 조건을 성사시키도록 하지. 모두 손을 뻗어 이 빛 쪽으로 손을 뻗게.”


물론, 이번에도 스와이번이 손을 가장 먼저 뻗었다. 그러자 스와이번의 손바닥과 빛의 물체 사이에 빛의 광선이 형성되었다. 다른 일행들도 모두 손을 뻗자 다섯 개의 광선이 빛의 물체 주변에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의 틈새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스와이번은 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 저 문 안쪽은 수 많은 보물로 빛나고 있겠지!! 이제 드디어 마지막 단계만이 남았어!”


“마지막 단계는 뭡니…….”


브런트는 갑자기 몸을 낮추었다. 자하투의 손날치기를 목에 맞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브런트는 한방에 쓰러지지 않았다. 그는 손을 뻗어 자하투의 다음 공격을 방어하려 하였다. 그러나 자하투는 브런트가 내뻗은 손 사이로 파고들며 손바닥으로 브런트의 배꼽 아래를 쳤다. 브런트는 극심한 고통과 함께 자신의 몸이 마비되는 것을 느꼈다.


“크윽! 이게 무슨 짓입니까!?”


브런트의 몸은 마비되었으나 입은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었다. 스와이번이 웃으며 대답했다.


“흐흐흐. 마지막으로 필요한 세 번째…… 그것은 저 두 개의 구덩이로 한 희생자의 몸을 나누어 떨어뜨리는거다.”


브런트는 갑자기 전신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문 옆에 놓여있는 두 개의 구덩이의 거리가 상당히 먼 것을 깨달았다.


“왜, 왜……!?”


스와이번은 다시 대답하였다.


“황제의 무덤에 들어가는게 그리 쉬울 줄 알았나? 고위 사제라도 한 사람의 희생이 있어야 무덤에 들어갈 수 있었단 말일세.”


그제서야 브런트는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와이번일행은 이 무덤으로 들어가기 위한 희생양을 찾고 있던 것이었다. 그나마 무술에 능한 자를 데리고 와야 오크들에게 죽을 확률도 줄어들 테니까 그들의 선택은 당연히 브런트가 된 것이었다. 한편 스와이번은 아이리엘을 끌어안으며 입을 열었다.


“오…… 내 사랑 아이리엘. 이제 저 친구를 둘로 나누어 양 구덩이에 넣어야 한다네. 어디를 자르는게 좋을까? 목?”


아이리엘은 스와이번의 입에 진한 키스를 하더니, 그의 얼굴을 양 손으로 붙잡고는 대답을 하였다.


“후후후. 목보다는 손이 좋겠어요. 난 저 녀석이 죽어서도 그 십자궁을 쓰지 못하면 좋겠거든요.”


스와이번은 아이리엘의 엉덩이를 몇 번 쓰다듬더니 흔쾌히 웃으며 허락하였다.


“그래. 그대가 원한다면 그렇게 하도록 해. 어차피 구덩이 아래로 떨어지면 저 녀석은 죽게될테니.”


아이리엘은 포옹을 풀더니 브런트의 배낭에서 마법도끼 루트슬래셔를 빼들었다. 그리고 브런트의 오른손을 만지더니 입을 열었다.


“이제 이 오른손과는 안녕이네? 앞으론 그 알량한 십자궁따윈 쏘지 못하겠지. 난 네놈이 그 음흉한 눈빛으로 날 훑어볼 때부터 이 순간이 오길 기다렸어. 이 변태자식.”


브런트는 이를 갈며 소리쳤다.


“헛소리! 난 그런적이 없어! 베르니타에 비하면 넌 길거리의 돌멩이보다도 못해! 게다가 변태는 너야! 어찌 의붓아버지와 입맞춤을 할 수 있어!?”


아이리엘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 너를 속인게 하나 있는데…… 사실 난 스와이번과 연인 사이야. 스와이번은 육십구세이고 난 그보다 두 살 어린 육십칠세이니 이정도면 연인이 될 법하지. 안그래?”


브런트는 머리를 망치로 맞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말, 말도 안돼…….”


“말도 안되긴. 넌 하프엘프가 인간보다 수명이 긴 것을 모르니? 어쨌든 네 손을 잘라내겠어.”


아이리엘은 도끼를 휘둘러 브런트의 오른손을 잘라버렸다. 피가 뿜어져 나옴과 동시에 브런트는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 아이리엘은 브런트의 비명을 즐기는 듯, 크게 웃었다.


“꺄하하하하! 네 목을 자르지 않은 이유가 하나 더 있지. 목을 자르면 비명을 들을 수 없거든.”


“아이리엘. 장난할 시간 없어. 이 손은 웅덩이에 던져야 한다.”


자하투는 브런트의 손을 집어들고는 왼쪽의 구덩이로 그것을 던졌다. 잠시 후 ‘탁!’하며 손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나더니, 왼쪽 문이 빛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오른쪽 문은 빛이 나질 않고 있었다. 스와이번이 자하투를 재촉했다.


“이제 그놈을 오른쪽 구덩이에 던져.”


자하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브런트를 어깨에 짋어들었다. 브런트는 움직이려 했으나 그의 몸은 마비되어 움직이지 않았다.


“으아아악! 놔! 놓으라고!!”


브런트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자하투는 묵묵히 입을 열 뿐이었다.


“난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다만 너를 여기 떨어뜨릴 뿐이야. 네가 죽는 것은 내 책임은 아니다. 신의 가호가 있다면 넌 죽지 않을 것이다.”


브런트는 구덩이를 바라보았다. 구덩이의 바닥은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깊어보였다.


“그, 그만둬!! 안돼!!”


자하투는 브런트를 구덩이 아래로 던졌다. 브런트는 비명을 지르며 떨어졌다. 그는 바닥 아래로 떨어지며 지금까지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머리에 스쳐지나감을 느꼈다. 떠나간 아버지를 기다리며 십자궁을 연마한 것부터, 테르지오와 함께 모험을 떠난 것, 베르니타를 구출한 것, 그리고 카노트의 조수가 되어 일을 했던 것…….


‘카노트?’


브런트는 자신의 왼손을 바라보았다. 그의 왼손에는 카노트가 준 ‘하급 추락하는 깃털의 반지’가 끼워져 있었던 것이었다. 흔한 나무반지의 모양이었기에 스와이번일행은 이것이 마법의 도구인지 몰랐던 것이었다. 브런트는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베닐하!”


그리고 그의 목소리는 스와이번일행의 귀에도 들렸다. 아이리엘이 스와이번에게 물었다.


“베닐하가 뭐죠?”


-쿠르르르르릉!!


문의 오른쪽마저 빛을 뿜어내더니, 굉음과 함께 거대한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와이번일행의 앞에는 각종 금은보화가 가득한 무덤의 내부가 나타났다. 그 보물들을 바라보던 스와이번은 황홀한 눈빛을 하며, 아이리엘의 물음에 건성으로 대답하고 말았다.


“몰라. 아마 노쓰웨이 지방의 욕이겠지. 죽기 직전에 내뱉는…….”


스와이번일행은 금은보화로 빛나는 무덤으로 들어가며 사방을 두리번 거렸다. 아이리엘은 각종보석이 박힌 브로치를 들더니 스와이번에게 물었다.


“이거 어때요? 제게 어울려보여요?”


스와이번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대는 무엇을 걸쳐도 아름답지만 그것은 특히나 어울리는군. 하지만 적당이 챙겨둬. 우리는 여기의 보물을 모두 다 가져갈 수 없으니까 말이야.”


아이리엘과 밀리비어턴은 그들의 배낭에 각종 보석들을 꽉꽉 채워넣었다. 하지만 자하투는 보물을 하나도 챙기지 않고 이곳저곳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스와이번이 자하투에게 물었다.


“자네도 좀 챙겨놓게. 돈이 많아서 나쁠 것은 없어.”


자하투는 고개를 저었다.


“난 이런 거 필요 없다. 에뎁세스의 반지만 있으면 돼.”


그제서야 스와이번의 생각은 에뎁세스 황제가 남긴 네 가지의 보물에 생각이 미쳤다.


“그래…… 자네 말이 맞아. 네 가지의 보물 중 하나만 있어도 여기에 있는 금은보화 모두의 값어치보다 많을거야.”


그때 아이리엘의 질문이 들려왔다.


“그런데…… 함정은 계단에 있던 창살, 그게 전부인가요? 황제의 무덤 치고는 너무 적네요?”


스와이번은 고개를 저었다.


“여기까지는 그 함정이 전부겠지. 하지만…… 여기서 더 지하로 내려가면 무수한 함정이 기다리고 있을거야. 거기서 나는 에뎁세스황제가 남긴 검, 이퀄리브리온(Equalibrion)을 찾아야만 해. 바로…….”


아이리엘이 스와이번의 말을 받아 이었다.


“…… 우리의 사랑을 위해서…….”


“그래. 그 검이 있다면 난 젊은 모습으로 돌아가 그대와 계속 사랑을 나눌 수 있을거야. 하하하하하!!”



한편, 구덩이에 떨어진 브런트는 바닥에 누워서 꿈쩍도 않고 있었다. 그는 아직도 방금 일어난 일을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카노트의 반지를 사용하자, 추락하는 곳 바로 아래부터 공기가 정지하더니 안전하게 떨어질 수 있었던 것이었다.


-콰직!


작은 소리를 내며 브런트의 왼손에 찬 ‘하급 추락하는 날개의 반지’가 깨어져버렸다.


‘아까의 효과가 마지막 힘이었나보군.’


브런트는 잘린 손목에서 계속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응급처치를 해야 했으나 자하투의 공격으로 인해 몸이 굳어 있었기에 그것을 바라만 보고 있어야 했던 것이다. 그는 잘려나간 손목에서 고통이 계속 전해지는 것을 느꼈다.


‘여기서 비명을 지르면 그들은 내가 살아있음을 알게될거야!’


브런트는 자하투의 마비공격이 시간이 흐르면 다시 풀리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마비가 풀릴 때까지 참으며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데


-치이이익!


어둠 저편에서 무언가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황소만한 큰 그림자가 조금씩 다가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피냄새를 맡고 다가온 거대한 거머리였다.


-계속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늘 늦게 올리며 죄송해하는 레그다르입니다.^^ 주인공이 왜 공성십자궁을 따로 안샀는지 물어보셔서 여기에 답을 올립니다.

브런트는 그냥, 그게 필요할 거라고 생각지 않은 모양입니다.^^;(사실은 주인공 무기가 점점 업글해나가려고 그랬습니다.) 소서리스에서 클리버란 사기적인 무기가 나오는데 그거 하나 등장하니까 주인공 싸움이 시시해져 버리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편에서는 주인공 무기가 쉽게 강해지지 않습니다. 조금씩 강해지는 주인공의 장비와 능력 등으로 모험을 구성하려고 합니다. 양해 바랍니다.^^

주인공의 신무기는 여러번 나올 예정입니다. 다양한 무기를 사용하는 주인공의 활약을 기대해 주세요.^^

그리고 주인공의 이번 파티는 악성향 파티입니다. 브런트는 여러분 예상대로 뒷통수를 맞죠. 하지만 여러분도 제 글 스타일을 아시듯이…… 전 어디까지나 헤피엔딩을 추구합니다. 주인공은 계속 위기에 몰려도 결국 승리합니다. 끝까지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날이 계속 춥네요. 이 추운날 여러분들 건강 유의하시길 빕니다. 다음편에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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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83화: 용사, 일어나다. +30 12.08.31 3,549 68 16쪽
82 -82화: 속죄의 방 +24 12.08.28 3,607 67 17쪽
81 -81화: 달빛에 비친 그녀 +28 12.08.26 3,639 59 18쪽
80 -80화: 국화와 물매화 +16 12.08.22 3,417 62 17쪽
79 -79화: 내가 조준당하고 있다 +19 12.08.20 3,492 60 16쪽
78 -78화: 불타는 노웃그래스(Knotegrass) +22 12.08.17 3,544 58 16쪽
77 -77화: 시간싸움 +14 12.08.15 3,630 65 19쪽
76 -76화: 성녀의 정체 +17 12.08.13 3,607 67 17쪽
75 -75화: 리터너(Returner) +29 12.08.11 3,751 59 20쪽
74 -74화: 예언의 석판 +27 12.08.09 3,832 65 17쪽
73 -73화: 바라탄으로 +19 12.08.06 3,829 64 15쪽
72 -72화: 전설의 무기 +20 12.08.04 4,263 73 21쪽
71 -71화: 역설(逆說)의 갑옷 +16 12.08.03 3,966 64 20쪽
70 -70화: 남은건 너 하나 뿐이다. +21 12.07.31 3,831 60 29쪽
69 -69화: 문을 열어주세요. +16 12.07.29 3,941 64 20쪽
68 -68화: 흡혈귀(Vampires) +19 12.07.27 4,089 69 20쪽
67 -67화: 도시의 비밀 +17 12.07.25 3,881 67 15쪽
66 -66화: 샤인스트림(Shinestream) +17 12.07.23 4,146 69 20쪽
65 -65화: 천공(天空)의 기사 +31 12.07.21 4,751 71 22쪽
64 -64화: 플라투스의 성녀(聖女) +52 12.04.22 6,088 96 18쪽
63 -63화: 진실문답 +46 12.04.18 5,902 101 23쪽
62 -62화: 대지의 신전 +30 12.04.12 6,353 98 25쪽
61 -61화: 바텐호스(Bartenhose) +34 12.04.02 6,798 108 21쪽
60 -60화: 가장 맞추기 힘든 표적 +31 12.03.28 6,678 104 23쪽
59 -59화: 사막의 폭풍우 +25 12.03.25 7,130 108 23쪽
58 -58화: 세레네의 성직자 +33 12.03.21 7,487 113 25쪽
57 -57화: 황제의 침공 +28 12.03.19 8,804 109 26쪽
56 -56화: 골드 드래곤의 거처 +35 12.03.15 9,071 129 26쪽
55 -55화: 의식을 막아라 +47 12.03.12 8,894 132 30쪽
54 -54화: 반지의 정체 +42 12.03.09 9,442 119 23쪽
53 -53화: 엘프들의 산 +58 12.03.06 9,889 128 24쪽
52 -52화: 텐 세컨즈(Ten Seconds) +52 12.03.03 9,772 146 23쪽
51 -51화: 사랑, 가시 그리고 갑옷(Love, Thorn, Mail) +35 12.02.29 9,845 110 24쪽
50 -50화: 우연한 재회 +46 12.02.26 10,221 117 22쪽
49 -49화: 밴시(Banshee) +33 12.02.23 10,749 125 23쪽
48 -48화: 버려진 자 +44 12.02.21 10,654 120 28쪽
47 -47화: 아발레스트(Arbalest) +39 12.02.18 10,873 121 21쪽
46 -46화: 무기를 손에 넣다 +32 12.02.15 10,512 109 21쪽
45 -45화: 마검(魔劍) 이퀄리브리온(Equalibrion) +20 12.02.13 10,598 99 23쪽
» -44화: 구덩이 +29 12.02.10 10,003 108 20쪽
43 -43화: 황제의 무덤 입구 +25 12.02.07 10,350 105 21쪽
42 -42화: 문 미러(Moon Mirror) +26 12.02.04 10,157 102 16쪽
41 -41화: 스와이번 일행 +22 12.01.31 10,051 106 14쪽
40 -40화: 제분소를 나서다 +30 12.01.29 10,332 100 14쪽
39 -39화: 에뎁세스의 반지 +27 12.01.26 10,665 10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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