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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그다르 님의 서재입니다.

아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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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레그다르
작품등록일 :
2012.09.13 03:11
최근연재일 :
2012.09.13 03:11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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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9.13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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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2쪽

-87화: 붕괴되는 신전

DUMMY

한편, 기가비어턴은 로메리온을 향해 손톱을 할퀴었다. 로메리온은 그의 손톱을 피하며 말했다.

“기가비어턴. 스폰들의 전쟁이 끝나기 전에 서로를 죽여선 안되네.”

“알고 있다! 하지만 죽이지만 않으면 된다! 머저리야!”

로메리온과 기가비어턴은 엎치락 뒤치락 싸우더니, 공중을 오르면서 서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로메리온의 주문이 먼저 완성되었는데, 그의 손아귀에서 푸른번개가 뿜어져 나와 기가비어턴의 몸을 관통했다. 로벤슈타인의 장기인 사슬번개 마법이었다.

“으아아아아아악!”

번개에 맞은 기가비어턴은 추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시에 기가비어턴의 마법 또한 완성되었다. 붉은색 드래곤은 순식간에 네 마리로 늘어나버렸다. 로메리온은 중얼거렸다.

“거울허상(Mirror Image)마법인가?”

로메리온이 기가비어턴을 물었으나 그것은 허상에 불과했다. 그리고 기가비어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널 죽이진 않으마! 대신!”

기가비어턴의 주문이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로메리온은 시야를 밝히는 주문을 외우는 것보단 기가비어턴의 남은 잔영을 없애는게 더 빠르다는 계산을 하였다. 그는 손톱으로 또 다른 기가비어턴을 공격하였다. 하지만 이것 또한 허상이었다. 기가비어턴의 말은 계속되었다.

“널 아주아주 먼 곳으로 보내주마!”

로메리온이 기가비어턴의 마지막 허상을 지웠을 때, 기가비어턴의 주문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마법의 빛은 로메리온에게 쏘아져 들어갔다. 하지만 로메리온에게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기가비어턴은 로메리온의 발에 들린 브런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놈! 반지의 힘으로 보호했구나!”

기가비어턴의 마법이 브런트가 가진 반지에 흡수되어버린 것이었다. 순간, 로메리온의 손톱이 기가비어턴의 목을 후려쳤다. 기가비어턴의 붉은 비늘이 떨어져 나가며 피가 뿜어져 내려왔다. 기가비어턴은 아래로 쏘아져 내려갔다. 로메리온은 그를 추격하기 위하여 똑같이 아래로 날아갔다. 그때, 기가비어턴이 갑자기 위로 다시 솟아오르며 로메리온을 공격하는게 아닌가? 로메리온은 손을 들어 기가비어턴의 손톱을 막아내었다. 하지만 그때

-빠아아악!

기가비어턴의 꼬리가 로메리온의 발을 쳐버렸다. 그리고 로메리온은 브런트를 놓치고 말았다.

“안돼!!”

로메리온은 떨어지는 브런트를 구하기 위하여 몸을 돌려 아래로 날아들었다. 그리고 간신히 브런트를 발로 잡아챘다.

-콰직

순간, 로메리온은 기가비어턴의 발이 자신의 얼굴을 붙잡은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기가비어턴의 승리감에 찬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로메리온!! 이게 너와 나와의 차이다!!”

기가비어턴은 그대로 로메리온을 아래로 내리찍었다. 로메리온은 기가비어턴에게서 벗어나려 하였으나 머리부터 잡힌고로, 꼼짝도 못하고 아래로 추락하게 되었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기가비어턴은 자신의 체중까지 실은 채, 로메리온을 머리부터 땅으로 내리꽂아버렸다.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한 거대한 소리가 지역 전체로 뻗어나갔다. 먼지가 걷혀지자, 기가비어턴은 기절한 로메리온을 발견할 수 있었다.

“흥! 스폰과의 전쟁이 시작되지 않았으니 죽이진 않으마!”

기가비어턴은 브런트를 찾았다. 하지만 로메리온의 발에 브런트는 없었다.

“어디로 간거지!?”

그때, 기가비어턴은 신전 안으로 들어가는 성녀 디오라를 발견하였다. 기가비어턴은 브런트가 죽은 것을 확실히 보고 싶었으나, 지금은 성녀가 더 급한 사안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몸을 날릴 수 밖에 없었다.

“모두 비키거라아아아아아!!!”

기가비어턴이 신전앞으로 내려오자 어마어마한 광풍이 몰아닥쳤다. 신전 밖에 있던 테르지오 뿐만 아니라, 사제들과 병사들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날아가게 되었다. 기가비어턴은 소리쳤다.

“아케(Ake)!! 코다브런(Kodabrun)!! 죽고 싶지 않으면 돌격하라!!”

그러자 이번엔 신전 반대쪽에서 버그베어들과 거인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쓰러진 테르지오는 몸을 일으키며 철퇴를 다시 꼬나들었다.

“이번엔 버그베어들인가?”

버그베어와 오크는 경쟁관계였기에, 버그베어족장 코다브런은 오크족이 수세에 몰릴 때까지 지켜보기만 한 것이었다. 하지만 무서운 주인의 명령이 떨어지자, 그는 부족원들을 이끌고 공격에 나서기 시작했다.

-콰앙!

무엇보다도 5미터가 넘는 언덕거인이 내리치는 거대곤봉(Giant Club)은 병사들을 순식간에 피떡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병사들은 거인의 공격에 겁을 집어먹고 물러서기 시작했다. 테르지오는 병사들에게 말을 몰아 달려가며 소리쳤다.

“어디로 가려는 것이냐!? 달아나며 드래곤에게 먹힐테냐!? 아니면 거인의 몽둥이에 짓이겨질 것이냐!? 돌격하라! 검 아래는 지옥이요, 한발자국 더 들어가면 생명이 있으리니!!”

말을 마친 테르지오는 언덕거인을 향하여 돌진했다. 언덕거인은 그의 거대곤봉을 높이 치켜들었다. 하지만 테르지오는 더욱 빨리 투스텝을 달리게하여 언덕거인 안으로 뛰쳐들어갔다. 가까이 붙은 자는 공격할 수가 없는 법이다. 언덕거인은 테르지오를 무리하게 맞추려다가 몸의 균형을 잃고 말았다. 테르지오는 무방비상태가 된 거인의 허벅지에 철퇴를 후려쳤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거인은 한쪽 무릎을 꿇고야 말았다. 테르지오의 공격에 용기를 얻은 병사들은 각자 무기를 꼬나들고 거인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결국, 테르지오의 통솔 아래 병사들은 버그베어와 거인들을 상대로 전투를 벌이게 되었다. 한편, 이 모습을 바라본 기가비어턴은 씁슬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흥! 어차피 성녀만 취하면 네놈들하고는 볼 일이 없다!’

기가비어턴은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그의 몸이 인간으로 변해버리는 것이 아닌가? 가운데 가르마를 탄 풍성한 갈색머리와 다이아몬드처럼 다듬어진 턱수염, 끝이 살짝 말려올라간 콧수염과 오똑한 코와 쌍커풀이 진한 눈……. 마치 전설속의 왕이 나타난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기가비어턴이 그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판단했을때의 모습이기도 했다.

붉은색 빌로드 예복을 입은 거대군주 기가비어턴은 콧방귀를 한번 뀌더니 신전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는 드래곤의 몸으로 신전안에 들어가면 성녀가 깔려 죽을까 걱정했기에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여 들어간 것이었다.


한편, 브런트는 강에서 걸어나오고 있었다. 로메리온은 자신이 땅에 쳐박히기 전, 브런트를 강물로 던진 것이었다. 브런트는 물에 젖은 텐세컨즈가 멀쩡히 작동하는지 점검하였다. 도르래부분이 살짝 고장나있었으나, 전투에는 지장이 없어보였다. 점검을 마친 그는 신전을 향하여 뛰어가기 시작하였다.

‘방금 그것은 아버지였어!’

강물에 빠져있던 브런트는 바텐호스가 신전으로 들어가는 것을 발견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성녀가 신전으로 들어갔으며, 인간으로 변한 기가비어턴 또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브런트는 버그베어와 사제들, 거인과 병사들의 치열한 전투장을 지나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신전 아래로 내려온 디오라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버려진 신전 아래에는 뜨거운 열기와 함께 불이 사방에 피워져 있었다. 불의 신 파르고의 축복을 받은, 꺼지지 않는 불이었다. 그녀는 지하로 더 내려가 정화의 용암을 찾으려 하였다.

버려진 신전은 상당히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수도 없이 많았으며, 계단 아래쪽으로는 또 갈래길이 있었다. 뜨거운 열기를 참으며 디오라는 정화의 용암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는 불길이 흘러가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이글이글 타는 바닥을 밟고 지나간 그녀는 골목안으로 들어가자 뜨거운 용암이 강처럼 흐르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녀는 볼을 타고 흐르는 땀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이제야 찾았어.”

“저도 당신을 찾았습니다.”

디오라는 뒤를 돌아보고는 놀라고 말았다. 그녀의 뒤에 서 있는 것은 검은색 박쥐갑옷 파라텍터를 입은 바텐호스였기 때문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브런트는 간신히 몸을 날려, 날아오는 얼음의 창(Ice Spear)마법을 피하였다. 그는 석회석으로 만들어진 기둥 뒤로 숨고는 고개를 살짝 내밀었다. 인간으로 변한 기가비어턴이 옆 골목으로 달아나는 것이 보였다. 기가비어턴과 브런트는 신전 지하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기가비어턴은 드래곤으로 변할 수 없었기에 브런트의 볼트를 주의해야만 했다. 골목 뒤로 달아난 기가비어턴은 계단 아래로 내려가며 중얼거렸다.

“흥! 드래곤의 모습이라면 저놈쯤은 아무것도 아닐텐데!”

기가비어턴은 성녀를 찾기 위하여 아랫계단으로 더 내려갔다. 순간

“크허허허헉!”

기가비어턴의 어깻죽지에 브런트의 볼트가 박혔다. 기가비어턴은 황급히 몸을 엄폐물 뒤로 숨기고는 볼트가 날아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브런트가 어디론가 달려가는 그림자만 보였다. 한편 브런트는 안타까움에 이를 갈고 있었다.

‘제길! 텐세컨즈가 멀쩡했더라면!’

텐세컨즈는 살짝 고장나 있었다. 때문에 그의 공격은 기가비어턴의 심장을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위력 또한 그를 죽이기에는 부족했었다. 브런트는 텐세컨즈를 최고로 확장시키기 위하여 권양기를 힘껏 감았다.

-끼리리리릭!

물에 젖은 권양기에서 나는 소리가 기가비어턴의 귀에 들려왔다. 기가비어턴은 브런트의 위치를 대충 가늠하고는 주문을 시전하였다.

-구구구구구구구구궁!!

브런트가 있는 곳의 땅이 흔들리면서 아래로 꺼지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브런트는 떨어지기 직전에 기둥에 달린 깃대를 잡았다.

‘이, 이게 뭐지?’


한편, 디오라와 바텐호스 또한 땅이 흔들리자 몸의 균형을 잃고 말았다. 바텐호스는 간신히 몸을 세우며 말했다.

“아무래도 이곳 지반이 이상하군요. 당신을 빨리 주인님께 데리고 가야겠습니다.”

바텐호스가 디오라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디오라는 바닥의 돌멩이를 주워 바텐호스에게 휘둘렀다. 하지만 바텐호스는 그것을 간단히 막더니 디오라를 들쳐메었다.

“아, 안돼!!”

디오라는 몸부림을 쳤으나 맨손으로는 갑옷을 입은 바텐호스에게 그 어떠한 타격또한 입힐 수 없었다.

“성녀님이 안된다고 하지않나?”

그 목소리를 들은 바텐호스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사내에게 말하였다.

“화이트 휠윈드라고 했었나?”

그렇다. 화이트 휠윈드가 신전 안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바텐호스는 화이트 휠윈드가 자신보다 강함을 알고 있었기에 성녀를 이용하여 협박을 하였다.

“다가오면 성녀님은 죽는다.”

화이트 휠윈드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거짓말은 통하지 않는다. 성녀가 죽으면 너도 주인에게 죽을텐데 말이지.”

바텐호스는 화이트 휠윈드가 검을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흐흐흐. 맨손으로 갑옷입은 나를 상대하려는 것인가?”

바텐호스는 성녀를 들쳐멘 채로 화이트 휠윈드에게 달려들었다.


-구구구구구구궁!

브런트는 또 다시 부서지기 시작한 지반을 뛰어, 다음 지반으로 건너갔다. 그는 기가비어턴을 향하여 소리쳤다.

“그만둬!! 부서지겠어!!”

둘은 서로를 바라볼 수 없었으나, 기가비어턴의 목소리는 신전을 울리며 브런트의 귓전에 들어왔다.

“흐흐흐. 성녀만 찾으면, 이런 신전따위 부서지든 말든 상관이 없다!”

기가비어턴이 노린 것은 성녀의 비명소리였다. 땅을 마법으로 조금씩 부숴뜨리면 성녀의 목소리나 위치를 쉽게 알아챌 수 있으리라는 계산을 한 것이다. 그는 지면이 부서지지 않는 방향을 계산하여 지진마법을 사용한 것이었다.

-구구구구구궁!

지면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무너져 내린 천장을 통해, 브런트와 기가비어턴은 서로를 마주보게 되었다.

-퓻슝!

브런트가 재빨리 발사한 볼트가 기가비어턴의 허벅지에 명중했다. 기가비어턴은 무릎을 꿇었으며, 브런트는 다시금 볼트를 재장전하였다. 기가비어턴은 이를 갈며 손을 뻗었다.

“이 버러지 같은게!”

기가비어턴의 손아귀에서 마법유도탄이 쏘아져 나왔다. 마법유도탄은 포물선을 이리저리 그리며 브런트를 향하여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브런트는 몸을 돌려 배낭으로 마법유도탄을 막아내었다.

“으헉!”

하지만 마법유도탄의 위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브런트의 몸은 심하게 흔들렸으며, 그의 오른쪽 어깨에 마법유도탄 하나가 작렬하고 말았다. 브런트는 기가비어턴이 또 다른 마법을 쓸지 두려웠기에 황급히 자리를 떴다.


-콰아아아아앙!

바텐호스가 뒤로 쓰러졌다. 바텐호스는 믿을 수 없다는 투로 말했다.

“이, 이럴수가!?”

화이트 휠윈드의 손바닥치기(Iron Palm)공격에 바텐호스가 쓰러진 것이었다. 바텐호스는 몸을 다시 일으키며 검을 휘둘렀으나 화이트 휠윈드는 그것을 가볍게 막아내며 바텐호스의 팔을 비틀어 꺾었다. 그것도 모자라 그는 바텐호스의 검을 빼앗고는 그의 목에 겨누었다.

“기가비어턴이 어디에 있는지 말하라.”

바텐호스는 낮게 웃으며 대답했다.

“흐흐흐. 내가 그걸 왜 말할 거라고 생각하나?”

“흥! 죽고 싶은게냐?”

“죽기는…… 날 죽이면 이 갑옷의 저주가 너에게 덧씌워질거다.”

그때 갑자기 땅이 심하게 꺼지고 말았다. 화이트 휠윈드는 몸을 뒤로 날려 피하였으나 바텐호스는 땅 아래로 추락하고 말았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콰앙!

바텐호스가 추락하는 소리가 들리자, 화이트 휠윈드는 디오라에게 말하였다.

“빨리 그 성화를 붙이시오. 이곳 지반이 상당히 불안하오.”

디오라는 용암에 예식용 육도곤을 집어넣었다. 육도곤이 황금색으로 변하며, 꺼지지 않는 성화가 피어올랐다. 두 사람은 계단으로 나왔다. 하지만

-쿠쿠쿠쿠쿠쿵!!

또 다시 지면이 붕괴되기 시작하였다. 기가비어턴이 계속하여 마법을 쓰는 통에, 오래된 신전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화이트 휠윈드는 내려갈 계단이 붕괴되자, 어쩔 수 없이 디오라를 데리고 지상으로 올라가기로 하였다.


한편, 엄폐물 뒤에 숨은 브런트는 기가비어턴의 모습을 다시 발견하게 되었다. 그는 텐 세컨즈를 발사하였다. 하지만 어깨를 심하게 다친 이후라 그의 사격은 부정확하였다. 기가비어턴을 맞추지도 못했을뿐더러, 기가비어턴에게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키고야 말았다.

“거기구나!”

기가비어턴의 음파(Sonic Wave)마법이 브런트의 주변에 터져나왔다. 브런트는 귓청이 떨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뒤로 움직였다. 순간

-콰르르르르르릉!!

브런트가 있었던 지면 전체가 아래로 꺼져버렸다. 브런트는 간신히 가장자리를 잡고는 떨어지는 것을 막았다.

“허억! 헉!”

브런트의 아래에는 붉은색 원이 빛나고 있었다. 용암은 아니었으며 마법적인 포탈이었다. 기가비어턴은 브런트가 양손을 붙잡고 버티는 것을 보며 웃었다.

“클클클. 아래에 있는 마법진이 보이느냐? 그것은 봉인(Masical Seal)마법이니라. 걱정하지 말거라…… 저기에 들어가면 30년만 봉인되고 나오나니. 으하하하하.”

기가비어턴은 봉인마법을 아래층에 깔고는 브런트를 함정에 조금씩 빠뜨린 것이었다. 기가비어턴은 브런트의 얼굴에 피어오른 공포를 즐기고 있었다.

“오…… 오른팔의 힘이 이젠 없느냐? 짐이 금새 편하게 해주겠느니라.”

기가비어턴은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였다. 브런트는 몸을 끌어올리려 하였으나, 다리를 지지할 곳이 없었다. 게다가 오른팔에는 힘이 들어오지 않았으며, 왼팔 하나만으로는 몸을 끌어올릴 수가 없었다.

-구구구구구궁!

기가비어턴의 마법이 시전되자 브런트가 붙잡고 있던 가장자리가 부서져버렸다.

-덥썩!

브런트는 누군가가 자신의 팔을 붙잡았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기가비어턴의 대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텐호스!! 뭐하는게냐!!?”

브런트는 검은 갑옷을 입은 사내, 바텐호스가 자신을 붙잡았음을 깨달았다. 바텐호스가 힘을 주자 브런트의 몸은 안전한 곳으로 끌려올라왔다. 브런트는 바텐호스가 잡은 곳에 피가 흥건해져있음을 발견했다. 그의 아버지는 화이트 휠윈드에 의해 이미 중상을 입은 상태였던 것이었다.

“대답하거라!! 바텐호스!!”

기가비어턴의 호통에 바텐호스가 천천히 대답했다.

“피는…… 물보다 진한 법이지요. 주인님.”

기가비어턴은 이 한마디를 듣고는 모든 것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놈…… 그가 너의 아들이었구나!”

천년의 지혜를 가진 드래곤이었으나…… 인간의 사랑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악당도 자신의 자식은 소중히 여기는 법이 아니던가? 기가비어턴은 분노로 몸을 떨며 소리쳤다.

“네가 정녕 죽고 싶은게냐!?”

“죽일테면 죽이십시오. 하지만 제 갑옷의 저주가 주인님께로 돌아갈 것입니다.”

기가비어턴은 손가락을 치켜올리며 소리쳤다.

“멍청아! 너를 죽이는게 어려울 것 같으냐!?”

-쿠구구구궁!!

다시 지면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천장이 무너져내렸다. 브런트는 바텐호스가 자신을 밀어내는 것을 느끼며 쓰러졌다.

“아, 아버지!!?”

천장이 무너져내리며 바텐호스가 깔린 모습이 드러났다. 그리고 기가비어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흥! 저주는 이렇게 간단한 방법으로 피할 수 있느니라!”

기가비어턴이 아니라, 돌멩이가 바텐호스를 죽인셈이 된 것이다. 바텐호스의 몸을 덮고 있었던 파라텍터는 흐물거리더니 검은 액체가 되어 어디론가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브런트의 눈에는 반백의 머리를 가진 아버지의 모습이 보이길 시작했다. 바텐호스는 힘겹게 고개를 돌리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입을 열 때마다 입에선 피가 가득 게워나오고 있었다.

“박쥐는…… 죽어서야…… 세상을 바로 보는구나…….”

바텐호스의 눈동자는 브런트에게 향했다.

“…… 장성했구나…… 나의 아들…….”

그리고 이어지는 바텐호스의 마지막 말은 너무도 작았다.

“…… 사랑한다…….”

바텐호스는 결국 눈을 감았다. 브런트는 오열하였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브런트는 텐세컨즈를 왼손으로 부여잡았다.

“기가비어턴!!”

기가비어턴은 어느새 브런트가 있는 층으로 올라온 상태였다. 그의 마법을 이용하여 몸을 띄운 것이었다.

“크흐흐흐. 왼손 하나만 가지고 뭘 할수 있겠느냐?”

브런트는 텐세컨즈의 등자에 발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왼손으로 텐세컨즈를 붙잡고는 힘껏 잡아올렸다.

-지이이이익!

기가비어턴은 텐세컨즈를 수동으로 장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순식간에 볼트가 장전되자 기가비어턴은 위기를 느꼈다.

‘젠장! 마력이 다 떨어졌다!’

지금까지 마력을 너무도 남발한 탓에, 기가비어턴은 더 이상 지진마법을 쓸 수가 없었다. 브런트는 왼손으로 텐세컨즈를 견착하고는 기가비어턴을 겨누었다. 기가비어턴은 재빠르게 자신의 몸에 걸려있던 변신마법을 풀었다.

-콰콰콰콰콰콰콰쾅!

본래의 거대한 드래곤의 몸으로 변하자 신전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붕괴되기 시작하였다.


한편, 신전 밖에는 전투가 마무리되어가고 있었다. 버그베어들과 거인들은 패퇴하였으며 그들은 달아나 버린 것이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신전 밖으로 나간 디오라가 소리쳤다.

“모두들 달아나세요! 이곳이 무너지려 합니다!”

땅이 꺼지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은 기겁하여 신전에게서 달아났다. 단 한명을 빼고 말이다.

“브런트!! 그가 안에 있어요!!”

베르니타였다. 그녀만이 거꾸로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그녀를 뒤에서 잡아끌었다. 테르지오였다.

“아서게! 위험하네!”

“안돼요!! 놓으세요!!”


본래모습으로 변한 기가비어턴은 무너지는 신전 안에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형체도 없이 녹여주마!!”

브런트는 어린시절, 십자궁을 단련하던 기억을 떠올렸다. 사격의 요체…… 그것은 기다림이었다. 브런트는 텐 세컨즈를 견착한 채,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기가비어턴이 숨결을 내뱉기 위하여 입을 벌리는 순간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브런트의 볼트가 기가비어턴의 목젖을 뚫고 지나갔다. 기가비어턴의 숨결은 신전 위쪽으로 뿜어져 올라갔다. 신전의 상부는 불로 녹아들어가며 무너져 내려갔다.

-콰아아아앙!

기가비어턴의 무거운 머리가 뒤로 넘어갔다. 뒤쪽의 건축물들이 부서져내렸다. 브런트는 쓰러진 기가비어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너와의 악연은 이걸로 끝이다.”

“누가 끝났다고 했느냐?”

브런트는 기가비어턴이 아직도 살아있는 것을 알고는 경악하였다. 기가비어턴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목젖에 볼트가 통과했음에도 이 끈질긴 생물은 살아있던 것이었다. 기가비어턴은 치명상을 입은 듯, 말할 때마다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놀랍군…… 하찮은 인간 하나가 날 이렇게까지 위기로 몰아넣다니……. 분하지만 이번엔 내가 물러난다……. 그러나 넌 죽게 될 것이다. 넌 원래 황제의 무덤에서 죽었어야 할 몸. 이번엔 확실히 지하에 묻히겠구나.”

텐세컨즈의 장전을 마친 브런트는 다시 기가비어턴을 겨누었다. 하지만 기가비어턴은 옆으로 몸을 수그리더니 어디론가 들어가버렸다. 기가비어턴이 들어간 곳은 봉인마법진이었다. 그는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하여 30년의 봉인마법에 스스로를 집어넣은 것이었다.


-콰르르르릉! 콰릉!

거대한 드래곤이 빠져나가자 신전은 붕괴되기 시작하였다. 브런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미 모든 계단과 통로는 무너져 내렸으며, 브런트가 있는 곳 또한 무너지고 있었다. 브런트는 고개를 떨구고는 그의 아버지 바텐호스를 바라보았다. 브런트는 짧게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 이제야 우리 가족이 모두 함께 있게 되었네요. 어머니는 잘 계시겠죠?”



“브런트!!! 안돼에에에에에에에!!!”

눈물범벅이 된 베르니타가 오열하였다. 신전은 이미 가라앉았으며, 신전이 가라앉음과 동시에 그녀의 다리 또한 가라앉았다. 땅에 주저앉은 그녀는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테르지오는 무너져내린 신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대, 대체…… 어떻게 된거샴?”

전투에서 살아남은 에톤라크가 테르지오에게 물었다. 대답하는 테르지오의 목소리는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나의 소중한 친구가……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몸이 되었다네…….”

투구를 쓴 테르지오의 표정은 확인 할 길이 없었으나, 고개를 떨군 그의 어깨는 매우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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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88화: 에필로그(Epilogue) +87 12.09.13 4,576 92 14쪽
» -87화: 붕괴되는 신전 +11 12.09.13 3,397 50 22쪽
86 -86화: 용사의 귀환 +11 12.09.13 3,190 53 25쪽
85 -85화: 발리스타(Ballista) +25 12.09.10 3,663 62 19쪽
84 -84화: 마차 속의 소녀 +21 12.09.06 3,478 64 17쪽
83 -83화: 용사, 일어나다. +30 12.08.31 3,546 68 16쪽
82 -82화: 속죄의 방 +24 12.08.28 3,605 67 17쪽
81 -81화: 달빛에 비친 그녀 +28 12.08.26 3,637 59 18쪽
80 -80화: 국화와 물매화 +16 12.08.22 3,415 62 17쪽
79 -79화: 내가 조준당하고 있다 +19 12.08.20 3,489 60 16쪽
78 -78화: 불타는 노웃그래스(Knotegrass) +22 12.08.17 3,541 58 16쪽
77 -77화: 시간싸움 +14 12.08.15 3,627 65 19쪽
76 -76화: 성녀의 정체 +17 12.08.13 3,605 67 17쪽
75 -75화: 리터너(Returner) +29 12.08.11 3,748 59 20쪽
74 -74화: 예언의 석판 +27 12.08.09 3,829 65 17쪽
73 -73화: 바라탄으로 +19 12.08.06 3,826 64 15쪽
72 -72화: 전설의 무기 +20 12.08.04 4,259 73 21쪽
71 -71화: 역설(逆說)의 갑옷 +16 12.08.03 3,964 64 20쪽
70 -70화: 남은건 너 하나 뿐이다. +21 12.07.31 3,827 60 29쪽
69 -69화: 문을 열어주세요. +16 12.07.29 3,939 64 20쪽
68 -68화: 흡혈귀(Vampires) +19 12.07.27 4,086 69 20쪽
67 -67화: 도시의 비밀 +17 12.07.25 3,878 67 15쪽
66 -66화: 샤인스트림(Shinestream) +17 12.07.23 4,144 69 20쪽
65 -65화: 천공(天空)의 기사 +31 12.07.21 4,747 71 22쪽
64 -64화: 플라투스의 성녀(聖女) +52 12.04.22 6,086 96 18쪽
63 -63화: 진실문답 +46 12.04.18 5,897 101 23쪽
62 -62화: 대지의 신전 +30 12.04.12 6,350 98 25쪽
61 -61화: 바텐호스(Bartenhose) +34 12.04.02 6,793 108 21쪽
60 -60화: 가장 맞추기 힘든 표적 +31 12.03.28 6,675 104 23쪽
59 -59화: 사막의 폭풍우 +25 12.03.25 7,128 108 23쪽
58 -58화: 세레네의 성직자 +33 12.03.21 7,484 113 25쪽
57 -57화: 황제의 침공 +28 12.03.19 8,801 109 26쪽
56 -56화: 골드 드래곤의 거처 +35 12.03.15 9,067 129 26쪽
55 -55화: 의식을 막아라 +47 12.03.12 8,891 132 30쪽
54 -54화: 반지의 정체 +42 12.03.09 9,439 119 23쪽
53 -53화: 엘프들의 산 +58 12.03.06 9,885 128 24쪽
52 -52화: 텐 세컨즈(Ten Seconds) +52 12.03.03 9,768 146 23쪽
51 -51화: 사랑, 가시 그리고 갑옷(Love, Thorn, Mail) +35 12.02.29 9,842 110 24쪽
50 -50화: 우연한 재회 +46 12.02.26 10,218 117 22쪽
49 -49화: 밴시(Banshee) +33 12.02.23 10,746 125 23쪽
48 -48화: 버려진 자 +44 12.02.21 10,652 120 28쪽
47 -47화: 아발레스트(Arbalest) +39 12.02.18 10,870 121 21쪽
46 -46화: 무기를 손에 넣다 +32 12.02.15 10,510 109 21쪽
45 -45화: 마검(魔劍) 이퀄리브리온(Equalibrion) +20 12.02.13 10,595 99 23쪽
44 -44화: 구덩이 +29 12.02.10 9,996 108 20쪽
43 -43화: 황제의 무덤 입구 +25 12.02.07 10,348 105 21쪽
42 -42화: 문 미러(Moon Mirror) +26 12.02.04 10,154 102 16쪽
41 -41화: 스와이번 일행 +22 12.01.31 10,046 106 14쪽
40 -40화: 제분소를 나서다 +30 12.01.29 10,329 100 14쪽
39 -39화: 에뎁세스의 반지 +27 12.01.26 10,662 10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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