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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그다르 님의 서재입니다.

아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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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레그다르
작품등록일 :
2012.09.13 03:11
최근연재일 :
2012.09.13 03:11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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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1,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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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02,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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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8.03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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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글자
20쪽

-71화: 역설(逆說)의 갑옷

DUMMY

바르쿠스는 테르지오가 했던 말을 기억해냈다.

“그럼…… 내가 혼자 남기를 기다린 것이냐?”

“아니, 본래는 영주와 합심하여 그대들을 공격할 계획이었다네. 그것이 안되니까 다른 방법을 생각한 것이지.”

바르쿠스는 테르지오의 투구를 응시하였다. 그리고 투구 속의 눈동자와 시선을 맞추었다. 바르쿠스와 테르지오의 눈동자가 연결되자 바르쿠스는 테르지오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

“기사여. 나를 도와줄 수 있는가?”

“그래. 성불하도록 도와주지!”

바르쿠스는 테르지오가 현혹되지 않음을 알고는 놀라고 말았다.

“너…… 넌 누구지? 어째서 나의 정신과 너의 정신이 접촉할 수 없는것이냐?”

테르지오는 투스텝의 박차를 가하며 말하였다.

“땅꾼이 뱀을 잡는게 당연하고, 목수가 나무를 자르는게 당연한 것처럼…….”

이윽고 투스텝은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거대한 몸집에 걸맞지 않게, 투스텝의 점프력은 바르쿠스가 떠 있는 곳 이상까지 뛰어올랐다.

“…… 내가 널 없애는 건 당연한 일이다!!”

투스텝은 바르쿠스에게 몸통박치기를 하였다. 바르쿠스는 투스텝에게 자신이 받히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지!?”

대개, 흡혈귀를 향한 공격은 지나쳐 가기 마련이었으나 투스텝 또한 바르쿠스처럼 양쪽 차원에 존재했기 때문에 공격이 성공한 것이었다. 고로, 투스텝의 몸과 바르쿠스의 몸은 서로 뒤엉키며 땅에 떨어지게 되었다.

-콰지지지직!

투스텝의 거대한 말발굽이 바르쿠스를 깔아뭉갰다. 테르지오는 투스텝에게 깔린 바르쿠스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내 이름은 테르지오 매커드. 사람들은 나를 기사라 하지만, 내 본업은 언데드 헌터(Undead Hunter)지.”

“놈…… 너도 추기경과 같은 부류로구나.”

공포에 질린 바르쿠스는 필사적으로 양 팔을 휘두르며 투스텝의 다리를 할퀴었다. 하지만 투스텝은 다리에 상처가 나고 있음에도 꿈쩍없이 바르쿠스를 깔아뭉갤 뿐이었다. 테르지오는 손을 하늘로 들어올리며 알수 없는 말을 외쳤다. 하지만 바르쿠스는 이 고대의 성언(聖言)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신성한 불길!?”

바르쿠스가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하늘에서 테르지오에게 불길이 쏟아져 내려와 폭발하였다. 그와 동시에 성스러운 기운이 테르지오 주위에 퍼져나갔다. 불길은 테르지오와 투스텝에게 그 어떠한 피해도 입히지 않았다. 하지만 불길에 휩싸인 바르쿠스는 처절한 비명을 질러야만 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불길은 사그라들었고, 테르지오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투스텝의 발굽 아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치이이이이이!

테르지오는 먼 발치에서 증기가 흘러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증기로 변한 바르쿠스가 달아나는 것이었다.

“과연 흡혈귀군주로군. 하지만 달아나봤자 소용없을 걸. 너의 은신처가 어디인지 알고 있으니 말이야.”

증기로 변한 흡혈귀에는 어떠한 공격도 통하지 않음을 알고 있었기에, 테르지오는 말고삐를 돌려 브런트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한편, 샤인스트림은 물바다가 되어있었다. 투스텝은 물로 가득찬 거리를 첨벙거리며 달려갔다. 물에 빠져 죽어가는 흡혈귀에게 투스텝의 발굽이 내리쳐지자 그들은 금새 재로 변하여 녹아버렸다. 그리고, 테르지오는 시민회관 앞에 서 있는 브런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브런트는 테르지오를 발견하고는 미소를 지었다.

“물은 정말로 소중한 거로군요. 이렇게 혐오스러운 존재들이 순식간에 사라지다니 말입니다.”

테르지오 또한 투구를 벗었다. 그의 얼굴에도 미소가 깃들여져 있었다.

“소중한 것일수록 사람들은 그 소중함을 모른다네.”

테르지오는 브런트 뿐만 아니라 후르시아또한 살아있음을 확인했다. 한편, 테르지오를 발견한 후르시아는 눈가를 움쳤다. 그녀의 얼굴엔 강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물이 잔뜩 묻어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인간들은 물색의 타일보다는 진짜 물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후르시아.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오.”

“아…… 어서오샴! 근데 다리 아래 경비병들은 어떻게 되었샴!?”

키가 작은 에톤라크는 물에 뜬 채로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그들은 무사히 구출되어 둑에 있네. 그들의 도움으로 둑을 무너뜨릴 수 있었지.”

“경! 본관은 그대를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소! 그대의 용맹이 도시를 구했소!”

지칠대로 지친 칼리암의 성기사 헥투스가 비틀거리며 걸어나왔다. 테르지오는 웃으며 뭔가 대꾸하려 하였는데

“으아아아아아!”

남자의 오열이 테르지오의 귓전을 때렸다. 그것은 펠페트의 울음소리였다. 그는 흐르는 물 가운데에서 한 여인을 끌어안고 있었다. 테르지오는 투스텝에서 내려 펠페트에게 다가갔다.

“이보게 펠페트…….”

“죽었어요! 그녀가 죽었다고요! 평생 지켜주기로 맹세했는데…….”

테르지오는 에이나의 시신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에이나의 목에서 흡혈귀의 이빨자국을 발견할 수 있었다. 펠페트는 소리쳤다.

“어쩌죠? 그녀를 어떻게 하면 구할 수 있을까요!?”

테르지오는 펠페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대답했다.

“그녀를 태워야 한다네.”

“미치셨습니까!? 그녀를 왜 태워야 하나요!?”

“진실로 그녀를 사랑한다면…….”

테르지오의 말은 펠페트의 눈을 크게 만들었다.

“태워서 성불시키는게 그녀를 구하는 일이네.”

펠페트는 고개를 떨구었다. 울음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으나 그의 어깨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한편, 바르쿠스는 증기의 모습으로 사막을 날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힘이 조금씩 돌아오는 것을 느끼고는 다시금 흡혈귀의 모습으로 변하였다. 그는 고개를 돌려 샤인스트림 도시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한순간에 도시를 잃을 줄이야.”

“바르쿠스님.”

노인의 목소리가 그의 뒤에서 들려왔다. 바르쿠스는 고개를 돌리며 대답하였다.

“스와이번…… 늦었군.”

로브를 걸쳐입은 흡혈귀가 머리를 조아리며 서 있었다. 그는 흡혈귀로 변한 마법사 스와이번이었다. 푸른 얼굴색과는 대조적인, 백색의 수염이 움직이며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찌하여 이곳에 계시는지요? 그리고 우리의 군대는 어디에 있습니까?”

바르쿠스는 에데판제국의 고위귀족 출신이었다. 자존심이 강했던 그는 테르지오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그는 단지

“둑이 터져 나의 군대가 전멸했다.”

라고만 말하였고, 스와이번은 다시금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인간들이 머리를 굴렸나보군요.”

정곡을 찔린 듯, 바르쿠스의 눈꼬리가 올라갔다. 스와이번은 자신이 말 실수했음을 깨달았는지 곧바로 사과의 말을 건네었다.

“주인님. 소인이 말을 잘못했으니 용서해 주십시오.”

“지금 나에겐 네놈 하나뿐이 없으니 자비를 베풀겠다. 하지만 용서는 이번 뿐이니 앞으론 주의하도록.”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내가 지시한 일은 성공했느냐?”

스와이번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인 후 한팔을 벌렸다. 기나긴 로브자락 너머로 기다란 검이 세워져 있었다. 이것은 양손으로 휘두르는 형태의 검이었다.

“로텐펠트(Lotenpelt)남작의 서재에 걸려있었습니다.”

바르쿠스는 검을 받아들고는 검을 치켜올렸다. 그러자 검에서 붉은 기운이 뻗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바르쿠스는 검의 상태를 확인하며 물었다.

“조용히 처리했겠지?”

“물론입니다. 병사들이 감시하고 있었지만 간단한 마법 몇 개로 그들을 속인 후 빼내었습니다. 그들은 도둑에 당한 줄로만 알 것입니다.”

바르쿠스가 든 양손검에선 끊임없이 붉은색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바르쿠스는 검을 몇 번 휘둘러 보더니 감탄의 말을 내뱉었다.

“리처(Leecher). 드디어 주인의 손으로 돌아왔구나. 기나긴 시간이 흘렀으나 너의 예리함은 예전과 변함이 없도다. 너만 있었어도 아까의 수치는 없었으리로다.”

스와이번은 바르쿠스가 말한 ‘수치’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으나, 그의 주인을 자극할 수는 없었으므로 물어보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그는 다른 걸 물어보았다.

“주인님…… 궁금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마법검 리처를 다시 찾은 바르쿠스는 상당히 기쁜 듯, 흔쾌히 질문을 허락하였다.

“뭔가? 물어보라.”

“주인님이 거하시던 에뎁세스의 무덤에…… 이퀄리브리온이라는 절대명검이 있었는데, 어찌하여 이퀄리브리온을 취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이퀄리브리온이 절대명검인 것은 인정하지. 그러나 우리와는 상관 없는 무기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이퀄리브리온은 피해자의 양기(陽氣:Positive Energy)를 흡수하여 사용자에게 전해주지. 하지만 우리처럼 음기(陰氣:Negative Energy)로 존재하는 물체에겐 치명적이란 말이다. 대신 리처는 상대의 양기를 흡수하여 음기로 저장한다. 알겠느냐?”

마법사였던 스와이번은 그의 말을 쉽게 이해했다.

“전 이퀄리브리온이 무한한 젊음만을 가져다 주는 줄 알았는데, 양기를 흡수하는 효과도 있었군요. 그렇다면 이퀄리브리온으로 한 생명체를 죽인다면…….”

바르쿠스가 대꾸했다.

“……양의 기운으로, 생명체의 상처가 회복되겠지.”


“으아아아아아아악!”

이퀄리브리온에 배가 꽂힌 기사는 몸부림을 쳤다. 그가 쓰러지자, 갑옷 밖으로 드러난 손이 말라 비틀어졌다.

-츄우우욱!

보라색기운이 일렁이는 마검이 뽑혔다. 그것을 뽑은 손가락 두개는 무척이나 거대했다. 이 거대한 손가락에는 붉은색 비늘이 달려있었는데, 손가락의 주인은 사악한 레드드래곤 기가비어턴이었다.

“내 눈…….”

브런트에 의해 상처 입었던 그의 눈이 아물기 시작했다. 눈은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으며 상처는 사라졌다. 하지만 기가비어턴이 입었던 자존심의 상처는 조금도 아물지 못했다. 그는 슬픔을 잊기 위하여 자신이 모아놓은 보물을 바라보았다. 동굴 한편에는 눈이 부실 정도의 금화와 보물들이 쌓여있었다. 황금색의 금화 사이사이에는 형형색색의 보석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었으며, 입을 반쯤 벌린 보물상자들 안에는 목걸이와 보석이 박힌 검, 그리고 비단등이 흘러나와 있었다. 기가비어턴은 중앙에 놓여있는 거대한 다이아몬드를 바라보았다. 이 다이아몬드는 여타 다른 다이아몬드에 비해 크기도 컸으나, 거울처럼 주변의 사물을 선명하게 비추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기가비어턴의 동공은 이 보석의 영롱함에 취하여 둥근 모양으로 확장되었다.

“백라이트 다이아몬드(Back Light Diamond)…… 넌 언제 보아도 아름답구나.”

하지만 기가비어턴은 보물을 바라보아도 마음의 상처가 가라앉지 않음을 깨닫고 있었다. 그의 뇌리에는 눈에 볼트를 박아넣은 브런트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잊어버려야 하는데, 나의 기억력은 잊을려고 해도 잊지 못하는구나.’

기가비어턴은 백라이트 다이아몬드의 거울처럼 깎여진 표면에서 브런트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흠칫 놀랐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그것은 브런트가 아니라 브런트와 비슷한 체형을 가진 남자의 모습이었다. 기가비어턴은 이것이 자신의 뒤에 있는 사람이 비춰진 것임을 알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바텐호스…… 돌아왔구나.”

백라이트 다이아몬드에 비춰졌던 남자는 브런트의 아버지인 바텐호스였다. 그는 여전히 전신에 검정색 갑옷을 입고 있었으며 머리에는 박쥐날개조각이 달린 투구를 쓰고 있었다. 그는 말라 비틀어진 채 죽은 기사를 바라보았다. 기사는 바텐호스의 부하였던 것이다. 바텐호스는 기가비어턴에게 물었다.

“이 친구가 주인님께 무슨 잘못이라도 했습니까?”

“그는 못 볼 것을 보았느니라.”

바텐호스의 부하는 기가비어턴의 상처입은 눈을 보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넌 내가 볼 것을 가져왔겠지?”

바텐호스는 허리춤의 가방에서 초록색 옥구슬을 꺼냈다.

“분부하신대로 바이탈제이드를 가져왔습니다. 메자히스탄과 이곳은 거리가 멀기에, 돌아오는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기가비어턴은 그의 거대한 손가락을 뻗어, 바텐호스가 바치는 바이탈제이드를 집어들었다. 거대한 드래곤의 손에 비하면, 바이탈제이드는 모래알만한 크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기가비어턴은 그것을 보물함에 조심스레 넣더니 바텐호스에게 치하의 말을 건네었다. 하지만 그 치하의 말은 극히 간단명료했다.

“수고했도다.”

바텐호스는 고개를 숙여 감사의 뜻을 비추었다. 고개를 든 바텐호스는 기가비어턴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있음을 깨달았다.

“더 시키실 일이 있습니까?”

“아니, 아니다. 단지…… 네가 누군가와 닮아 보여서 그랬다.”

기가비어턴은 바텐호스의 과거를 모를 뿐만 아니라 그가 브런트의 아버지임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바텐호스는 기가비어턴의 말을 듣자마자 일순 경직되었다. 그리고 기가비어턴은 바텐호스의 작은 움직임을 꿰뚫어보았다.

“왜 그러느냐?”

“왜 그러냐니요?”

“너의 몸짓과 목소리가 여느 때와는 다르구나. 메자히스탄에서 누군가를 만났느냐?”

“아닙니다.”

바텐호스가 거짓말을 한 것을 알았지만 기가비어턴은 오히려 웃었다.

“흐흐흐. 거짓말이로다.”

“어째서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네가 지금 입고있는 갑옷 ‘파라텍터(Paratector)’는 입고 있는 사람의 성격을 뒤바꿔버리지. 그 갑옷을 입기 전의 너는 선하고 진실되었으니, 지금 네가 하는 말은 악하고 거짓된 것이 아니겠느냐?”

기가비어턴의 말에 바텐호스는 자기도 모르게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기가비어턴은 자기 기분에 따라 부하를 마구 죽인다는 것을 알고있었기 때문이었다.

“겁 먹지 말거라. 바텐호스여. 너는 짐의 강한 전사이자 심복이로다. 여섯 번째 심복인 너는 짐에게 중요한 존재이니라.”

“제가…… 여섯 번째의 부하입니까?”

“그렇지. 갑옷 파라텍터는 주인을 죽인 자에게 들러붙어 그를 지배하느니라. 네가 죽였던 크로울리(Crowly)는 짐의 다섯 번째 심복이로다. 맨 첫 번째 심복인 아벨스톤(Abelstone)을 그보다 더 강한 테인(Tane)이 죽이고 짐의 심복이 되었다. 더 강한 자가 나의 심복을 죽일수록 짐은 더욱 강한 심복을 가지게 되는 것이지. 여섯 번째인 너는 강하고 지혜로우니 짐이 함부로 죽이겠느냐? 겁 먹지 말거라.”

바텐호스는 자신의 몸을 뒤덥고 있는 검은 갑옷 파라텍터를 바라보았다. 벗을 수 없는 이 갑옷에는 검은색 기운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었다.


샤인스트림에 흐르는 물은 다음날 정오가 되어서야 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도시에 흘러넘친 물은 많았으나 남부지방 특유의 강렬한 태양은 흘러넘친 물들을 금새 증발시켰다. 게다가 말라붙은 대지는 생명이 담긴 물을 엄청난 속도로 흡수하였다. 그리하여 생명수의 도시 샤인스트림은 금새 예전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샤인스트림의 내부는 예전과 같을 수가 없었다. 수 많은 사람들이 흡혈귀들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샤인스트림의 영주 세릭은 테르지오를 무척이나 신뢰하게 되었으므로, 그의 의견에 따라 시체들을 모두 불태웠다. 흡혈귀에게 물린 시신은 하루가 지나면 흡혈귀로 변해버리므로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이었다.

테르지오는 영주의 병사들과 함께 지하묘지를 다시 급습했다. 관속에서 몸을 재생하던 흡혈귀들은 가슴팍에 쐐기가 박히고 목이 잘려 성불하게 되었다. 하지만 테르지오의 표정은 밝지 못했는데, 흡혈귀 군주인 바르쿠스의 관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샤인스트림의 비극이 있은지 삼일 후, 테르지오와 브런트 일행은 정비를 마치고 사막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 일행에는 펠페트가 끼어 있었다. 그들은 펠페트의 안내를 받아 고대유적이 있다는 곳에 도착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사막에는 모래 뿐이었고 유적 비슷한 것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브런트가 펠페트에게 물었다.

“펠페트. 여기에 유적이 있는게 맞아?”

가죽갑옷을 입고 있던 펠페트는 나침반과 지도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여기가 맞다구. 마법사 양반이 그렇게 말했거든.”

“마법사 양반이라니? 너 혼자 여기로 온 거 아니었어?”

펠페트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브런트에게 오히려 따졌다.

“이것 보라고. 나처럼 길거리에서 글러먹고 싸움질이나 한 놈이 어떻게 유적을 찾았겠냐? 샤인스트림에 온 한 모험가 집단이 나에게 짐꾼과 안내 역할을 해달래서 이리로 데리고 왔단 말이지.”

후르시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그걸 왜 지금 말한거죠? 그걸 알았다면 우리가 여기로 올 필요는 없었잖아요?”

“뭐? 엘프아가씨…… 당신들이 물어봤어야 이야기를 했을꺼 아냐?”

“우리가 여길 왜 찾는지 몰랐나요? 그걸 꼭 이야기해야 했겠어요? 우리가 찾는 물건은 그들이 이미 다 가져갔겠군요.”

“흥. 나는 당신들이 유적을 연구하려는줄 알았는데…… 결국 보물을 찾았던 거로구만. 하지만 보물따윈 걱정안해도 돼. 유적에는 보물이 남아있어.”

“어째서죠?”

“그 모험가 일행은 여길 벗어나질 못했거든. 내 생각엔 유적 속에서 죽었을거야.”

브런트가 물었다.

“뭣이? 유적 속에서 죽었다고?”

“그들은 욕심이 끝이 없더라고. 내가 빨리 나가자고 했는데 그들은 보물을 쓸어담느라 바빴어. 마법사는 유적을 연구한답시고 이해할 수 없는 글자들만 줄창 보고 있었고 말이지. 결국 유적은 다시 모래속에 갇혔고…… 그게 한달 전 일이야. 그러니 그들은 이미 죽지 않았겠어?”

테르지오가 펠페트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유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아는가?”

“물론이죠. 경. 이것만 있으면 유적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펠페트는 등의 배낭을 내려놓더니 그 안에서 얇은 천을 꺼냈다. 천의 크기는 무척이나 컸는데, 린넨으로 만들어진 천은 무척이나 튼튼해 보였다. 에톤라크가 어깨를 들썩이며 물었다.

“그 천으로 대체 어떻게 들어간다는 거샴?”

“아! 저길 보라구! 저걸 이용하면 돼!”

일행은 펠페트가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브런트는 눈을 크게 뜨며 질문을 던졌다.

“저, 저게 뭐야!?”

“모래 폭풍이샴!”

모래폭풍이 몰려오고 있는 것이었다. 마치 모래로 만들어진 파도와 같았는데, 거대한 모래의 벽은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펠페트가 소리쳤다.

“모두 천 아래로 들어오라구!”

테르지오는 씨앗을 던졌다. 투스텝의 거대한 몸은 씨앗 속으로 빨려들어가 사라졌다. 일행은 모두 천 아래로 들어갔고, 그제서야 펠페트는 소리쳤다.

“천 끝을 붙들고 엎드리쇼!”

모래폭풍이 일행을 덮쳤다. 어마어마한 바람소리와 함께 천막이 날아갈 듯 흔들렸다. 천막은 모래를 대부분 막아주었으나, 천막 아래로 비집고 들어오는 모래는 막을 수가 없었다. 에톤라크는 입에 들어온 모래를 뱉어내며 소리쳤다.

“카악! 퉤! 난 모래가 싫샴! 마치 무덤에 묻히는 것 같잖샴!?”

“불평하지 마! 오늘 같은 날이 매일 있는지 알아? 마법사양반이 말했지, 매달 14일에서 16일 사이에 단 한차례 모래폭풍이 유적으로 가는 길을 연다고! 우리가 여기 조금만 늦게 왔어도 한달은 더 기다려야 했다구!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야!”

모래폭풍이 이곳을 지나는 데에는 한시간이 걸렸지만, 일행이 느끼기에는 마치 열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모래폭풍이 사라지자 일행은 천막을 걷어치우고 몸을 일으켰다. 사방에는 모래가루가 안개처럼 사방에 깔려있었으며, 그들이 몸을 털자 더욱 많은 모래가 사방에 흩날리게 되었다. 에톤라크는 여전히 침을 뱉으며 중얼거렸다.

“퉤! 퉷! 고대 요정들은 모래를 좋아했샴!? 대체 이게 뭔…….”

“저길 보세요!”

후르시아의 말에 일행은 그녀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테르지오의 입에선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아…… 아름답군.”

모래연기 너머로 보이는 웅장한 기둥…… 그리고 그 기둥들 주변으로 고대의 신들이 조각된 건축물들이 드러나 있었다.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기둥과 건축물들은 군데군데 부서진 상태였으나, 건축물들과 기둥사이사이에 빛나는 황금과 장식물들은 유적의 아름다움을 더욱 배가시키고 있었다. 자질구레한 장식은 보이질 않았으나 단순함과 웅장함은 오히려 더욱 세련된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자! 가자구! 세시간 후면 모래폭풍이 이곳을 다시 뒤엎을 거야!”

펠페트는 유적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계속


작가의말

안녕하십니까? 레그다르입니다.

아..오늘은 결국 하루를 넘겨서 글을 올리네요. 죄송합니다. 이번편은 양이 9천자뿐이 안되는데 쓰는데는 7시간이나 걸렸네요. 저도 오늘 왜 이렇게 시간이 걸렸는지 이해가 안되요.^^; 어제편은 만3천자인데도 3시간 걸렸거든요.

이번 편에는 마법검 리처에 대한 내용만 적습니다. 바텐호스가 입은 갑옷 파라텍터는 파라독스(역설)와 프로텍터(보호구)의 합성어입니다. 파라텍터에 대한 설명은 다음에…….^^;
소서리스에도 마법검 리처가 나오는데 별로 비중이 없었죠. 하지만 이 세계관에선 매우 유명한 무기입니다.


===========

*리처(Leecher)

형태: 양손검(Greatsword)
데미지: 2d6+2(음의 데미지 추가됨)

내용: 리처는 이퀄리브리온처럼 고대부터 내려오는 무기입니다. 에데판제국의 황제 에뎁세스는 이퀄리브리온을 만들기 위하여 당대 최고의 마법사와 대장장이, 신관들을 불렀습니다. 하지만 이퀄리브리온을 만드는 작업은 번번히 실수했습니다. 그러나 실패작들 중에도 굉장히 강력한 무기들이 있었는데 리처는 그들 중 하나입니다.
이 무기는 이퀄리브리온처럼 상대의 생명력을 빨아들이지 못합니다. 대신 상대에게서 빨아들인 생명력을 음의 에너지로 바꾸어 검에 저장할 수가 있습니다. 음의 에너지가 충전된 리처에 맞으면 음의 에너지까지 함께 맞게 되어있습니다. 때문에 이 무기의 이름이 리처(거머리)가 되었습니다.
리처가 유명해진 것은 고대의 귀족이자 위대한 용사인 바르쿠스(Barques)가 사용하면서부터입니다. 수 많은 적군에 둘러쌓여있어도 바르쿠스의 검은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하여 적들을 베어넘겼습니다. 적들은 바르쿠스의 검에 두려움을 느꼈는데, 리처라는 이름 또한 바르쿠스가 붙인 것이 아니라 적들이 붙인 것입니다.

특수능력: 적에게 데미지를 입힌 만큼, 다음번 타격에 피해량을 더합니다.(음의 에너지로 취급) 이 피해량은 점점 중첩되는데, 총 피해량이 100을 넘지는 못합니다. 검에 충전된 음의 에너지는 한 시간 후에 소멸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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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발리스트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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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88화: 에필로그(Epilogue) +87 12.09.13 4,581 92 14쪽
87 -87화: 붕괴되는 신전 +11 12.09.13 3,400 50 22쪽
86 -86화: 용사의 귀환 +11 12.09.13 3,193 53 25쪽
85 -85화: 발리스타(Ballista) +25 12.09.10 3,667 62 19쪽
84 -84화: 마차 속의 소녀 +21 12.09.06 3,482 64 17쪽
83 -83화: 용사, 일어나다. +30 12.08.31 3,549 68 16쪽
82 -82화: 속죄의 방 +24 12.08.28 3,607 67 17쪽
81 -81화: 달빛에 비친 그녀 +28 12.08.26 3,639 59 18쪽
80 -80화: 국화와 물매화 +16 12.08.22 3,417 62 17쪽
79 -79화: 내가 조준당하고 있다 +19 12.08.20 3,492 60 16쪽
78 -78화: 불타는 노웃그래스(Knotegrass) +22 12.08.17 3,544 58 16쪽
77 -77화: 시간싸움 +14 12.08.15 3,630 65 19쪽
76 -76화: 성녀의 정체 +17 12.08.13 3,607 67 17쪽
75 -75화: 리터너(Returner) +29 12.08.11 3,751 59 20쪽
74 -74화: 예언의 석판 +27 12.08.09 3,832 65 17쪽
73 -73화: 바라탄으로 +19 12.08.06 3,829 64 15쪽
72 -72화: 전설의 무기 +20 12.08.04 4,263 73 21쪽
» -71화: 역설(逆說)의 갑옷 +16 12.08.03 3,967 64 20쪽
70 -70화: 남은건 너 하나 뿐이다. +21 12.07.31 3,831 60 29쪽
69 -69화: 문을 열어주세요. +16 12.07.29 3,941 64 20쪽
68 -68화: 흡혈귀(Vampires) +19 12.07.27 4,089 69 20쪽
67 -67화: 도시의 비밀 +17 12.07.25 3,881 67 15쪽
66 -66화: 샤인스트림(Shinestream) +17 12.07.23 4,146 69 20쪽
65 -65화: 천공(天空)의 기사 +31 12.07.21 4,751 71 22쪽
64 -64화: 플라투스의 성녀(聖女) +52 12.04.22 6,088 96 18쪽
63 -63화: 진실문답 +46 12.04.18 5,902 101 23쪽
62 -62화: 대지의 신전 +30 12.04.12 6,353 98 25쪽
61 -61화: 바텐호스(Bartenhose) +34 12.04.02 6,798 108 21쪽
60 -60화: 가장 맞추기 힘든 표적 +31 12.03.28 6,678 104 23쪽
59 -59화: 사막의 폭풍우 +25 12.03.25 7,130 108 23쪽
58 -58화: 세레네의 성직자 +33 12.03.21 7,487 113 25쪽
57 -57화: 황제의 침공 +28 12.03.19 8,804 109 26쪽
56 -56화: 골드 드래곤의 거처 +35 12.03.15 9,071 129 26쪽
55 -55화: 의식을 막아라 +47 12.03.12 8,894 132 30쪽
54 -54화: 반지의 정체 +42 12.03.09 9,442 119 23쪽
53 -53화: 엘프들의 산 +58 12.03.06 9,889 128 24쪽
52 -52화: 텐 세컨즈(Ten Seconds) +52 12.03.03 9,772 146 23쪽
51 -51화: 사랑, 가시 그리고 갑옷(Love, Thorn, Mail) +35 12.02.29 9,845 110 24쪽
50 -50화: 우연한 재회 +46 12.02.26 10,221 117 22쪽
49 -49화: 밴시(Banshee) +33 12.02.23 10,749 125 23쪽
48 -48화: 버려진 자 +44 12.02.21 10,654 120 28쪽
47 -47화: 아발레스트(Arbalest) +39 12.02.18 10,873 121 21쪽
46 -46화: 무기를 손에 넣다 +32 12.02.15 10,512 109 21쪽
45 -45화: 마검(魔劍) 이퀄리브리온(Equalibrion) +20 12.02.13 10,598 99 23쪽
44 -44화: 구덩이 +29 12.02.10 10,003 108 20쪽
43 -43화: 황제의 무덤 입구 +25 12.02.07 10,351 105 21쪽
42 -42화: 문 미러(Moon Mirror) +26 12.02.04 10,157 102 16쪽
41 -41화: 스와이번 일행 +22 12.01.31 10,051 106 14쪽
40 -40화: 제분소를 나서다 +30 12.01.29 10,332 100 14쪽
39 -39화: 에뎁세스의 반지 +27 12.01.26 10,665 10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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