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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그다르 님의 서재입니다.

아발리스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레그다르
작품등록일 :
2012.09.13 03:11
최근연재일 :
2012.09.13 03:11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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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1,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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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29
글자수 :
702,367

작성
12.08.17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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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4
추천
58
글자
16쪽

-78화: 불타는 노웃그래스(Knotegrass)

DUMMY

“대체 이곳 경비병들은 뭐하는 거야?”

에트린은 드레스자락을 움켜쥐고는 제분소 밖으로 나왔다. 때는 대낮이었으나 그녀의 가무잡잡한 피부엔 붉은 빛이 비춰지고 있었다.

“아, 안돼!”

마치 새벽녘의 태양이 떠오른 것처럼, 항구에 정박된 배들은 불타고 있었다. 불타는 배들 중, 가장 큰 배에는 검은 갈매기 문양이 그려져 있었는데 그것은 에트린의 것이었다.

“누구…… 누구 짓이야!?”

말을 탄 기사들이 불을 지르고 있었다. 거친 뱃사람들이 그들을 막으려 했으나, 전신을 갑옷으로 무장한 기사들에게는 속수무책이었다. 기사들은 말을 타고 달리며 선원들을 베었고, 건물에 불을 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성녀님!! 이리로!”

사제들은 에트린의 양팔을 잡고는 끌고가기 시작했다. 에트린은 감정이 북받쳤는지, 울며 소리쳤다.

“저건 아버지께서 물려주신 배에요!”

한편, 베르니타는 학살의 현장을 보고는 몸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 예전 웨스트쇼어의 악몽이 떠오르는 듯 하였다. 하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이럴수록 정신을 차려야 함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주인님. 일단은 몸을 피하셔요. 어쨌든 살아야 복수를 할 수 있지 않겠어요?”

베르니타의 말을 들은 사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성녀님.”

에트린은 신경질을 내며 소리쳤다.

“성녀? 내가 왜 성녀야!?”

기사 하나가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듯, 말머리를 돌려 에트린에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한편, 카노트는 호신용 십자궁을 들고 제분소 밖을 뛰쳐나오는 중이었다. 베르니타는 카노트의 십자궁을 나꿔챘다.

“이것 좀 쓸게요!”

카노트가 만든 십자궁은 앵커의 개량형이었다. 파괴력이 약한 앵커의 약점을 보완한 것이었는데, 등자에 발을 넣어 장전하는 방식이었다. 브런트가 십자궁을 쏘는 모습을 늘상 봐왔던 베르니타였기에 그녀는 등자에 발을 넣고 십자궁을 장전할 수 있었다.

“제발…….”

베르니타는 달려오는 말을 보고는 겁에 질렸다.

‘브런트는 늘 이런 기분이었을까?’

한편, 기사는 베르니타가 십자궁을 겨눈 모습을 보고는 방패를 들어 몸을 방어하였다. 베르니타는 방패 아래로 보이는 기사의 허리를 향하여 볼트를 발사하였다.

-히히히힝!

말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몸을 곧추세우는 것이 아닌가? 그녀의 볼트가 말의 다리에 맞은 것이었다. 말은 마갑(馬甲)을 입고 있었으나, 카노트가 만든 십자궁은 마갑을 뚫고 상처를 입힐 정도로 강력했던 것이다. 한편, 갑옷을 입은 기사는 말이 요동을 치는 바람에 진흙탕에 나동그라지게 되었다.

“어? 나팔소리?”

저 멀리서 나팔소리가 울려퍼지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여덟 개로 나뉘어진 원탁 문양이 그려진 깃발이 몰려오는 것이 보였다. 포틀랜드의 정규병들이 노웃그래스의 침략자를 해치우기 위하여 달려온 것이었다.

“우워어어어어!!”

진흙탕을 뒤집어쓴 기사가 검과 방패를 꺼내들고 달려오고 있었다. 베르니타는 카노트에게 소리쳤다.

“볼트! 볼트!”

“아, 잠깐만. 찾고 있는 중이야.”

불꽃이 그녀의 눈 앞에서 튀었다. 플라투스사제의 육도곤과 기사의 장검이 맞부딪힌 것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사제가 기사의 등 뒤에서 육도곤을 내리쳤다.

“크윽!”

등을 얻어맞은 기사는 앞으로 고꾸라질 듯 하면서도 간신히 몸을 세웠다. 그는 몸을 뒤로 돌리며 방패를 휘둘렀다. 기사 뒤에 있던 사제는 그 방패에 맞고 쓰러졌다. 기사는 그 기세를 늦추지 않고 장검을 반대로 또 휘둘렀다.

-따앙!

반대편의 사제는 육도곤을 곧추세워 장검을 받아냈다. 사제는 양 손으로 육도곤을 고쳐잡고는 위에서 아래로 크게 내리쳤다. 하지만 기사는 방패를 비스듬이 올려 육도곤을 옆으로 비껴나가게 하였다. 그리고는 사제에게 한 발짝 다가서더니 장검을 가로로 휘둘렀다. 사제는 다급했는지 팔로 장검을 막았다. 쇠가 갈리는 소리가 나며 사제의 의복이 찢어졌다. 사제는 의복 속에 사슬갑옷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사제의 팔과 기사의 장검은 얽히게 되었다.

-털썩!

기사가 사제의 다리를 걸어버리자 사제가 넘어진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기사는 검을 거꾸로 세워 아래로 내리찍었다. 찌르는 장검은 사슬갑옷을 뚫고는 사제의 숨통을 끊었다.

“베이슨(Bason)!!"

죽은 사제의 이름은 베이슨인 듯 하였다. 방패에 맞았던 사제는 코피를 줄줄 흘리면서도 다시 일어나 싸우기 시작했다. 다른 사제들 또한 기사에게 모두 달려들었다. 하지만 기사의 상대가 되지는 못하였다.

베르니타는 기사를 볼트로 맞추려 하였으나 사제들과 기사가 뒤엉키자 볼트를 쏠 수가 없었다. 그때 콧수염이 난 사제가 베르니타에게 물었다.

“말, 말은 없소!?”

베르니타가 황급히 대답했다.

“건물 뒤쪽에 화물을 나르는 마차가 있어요!”

“안내하시오!”

“하, 하지만…….”

베르니타는 기사와 싸우고 있는 사제들을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염이 난 사제는 고개를 저었다.

“성녀님을 지키지 못하면 그들의 죽음 또한 헛될 것이오!”

사제는 기사에게 동료들이 모두 죽을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베르니타는 상대가 이렇게 부탁하자 거절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럼 따라오세요!”

한편, 포틀랜드의 정규병들은 침략한 기사들과 사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박쥐무늬가 그려진 예복을 입은 이 기사들은 대단한 무술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창과 방패로 무장한 정규병들은 기사들의 거창공격에 목숨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저기있어요!”

건물 뒤에는 말이 매어져 있는 화물용 마차가 세워져 있었다. 사제가 입을 열었다.

“다행이오. 이미 마차에 말이 매여져 있을 줄이야.”

카노트가 대답했다.

“오후에 곡물가루를 보내야 해서 미리 매어놓은 겁니다요. 네.”

“이놈들! 거기 서라!”

그들의 뒤에서 걸걸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베르니타는 뒤를 돌아보고는 숨이 멎는 것을 느꼈다. 갑옷에 피가 가득 묻어있는 기사가 서 있었던 것이다. 사제들은 이미 죽어버린 것이리라.

기사는 너덜너덜해진 방패를 버리고는 장검을 양손으로 꼬나쥐더니 달려오기 시작했다. 수염이 난 사제는 카노트에게 부탁하였다.

“줄을 풀때까지 시간을 벌어주시오!”

카노트는 당황해하며 어물거렸다.

“아, 저, 소인은 이런 것에 소질이…….”

사제는 에트린을 마차에 태우고는 말이 매어져 있는 줄을 풀기 시작했다. 한편 베르니타는 피투성이의 기사에게 십자궁을 겨누며 소리쳤다.

“다가오지마!”

기사는 낮게 웃으며 검을 이리저리 휘둘렀다.

“흐흐흐. 쏴보거라. 한번만 실수해도 넌 죽은 목숨이야.”

베르니타는 기사의 가슴을 겨누었다. 하지만 기사의 장검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통에 조준하기 어려웠다. 굳은 결심을 한 그녀는 십자궁의 방아쇠를 당겼다.

“으윽!”

그녀의 볼트는 기사의 허벅지에 박혔다. 본래는 심장을 노린 것이었으나, 조준이 흔들린 것이었다. 덕택에 기사는 볼트를 막아낼 수가 없었다. 기사는 고통스러워 하며 무릎을 꿇었다.

“이, 이년이…….”

그는 장검을 지팡이 삼아 다시 일어나려 하였다. 그때

-콰르르르르르르

제분소 뒤편에 세워놓은 목재들이 넘어지는 바람에 기사가 깔리게 되었다. 기사는 움직임을 멈추었으며 베르니타는 흩날리는 먼지 너머로 작은 그림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카노트 아저씨!”

목재 뒤편에는 카노트가 있었던 것이었다. 카노트는 목재를 밀어버린 손을 펼치며 대답하였다.

“시간끌라며?”

“하!”

그녀와 카노트 곁으로 마차가 뛰쳐나가고 있었다. 사제가 에트린만을 태운 채 마차를 몰고 출발한 것이었다. 사제가 베르니타에게 소리쳤다.

“용서하시오! 부디!”

베르니타는 두 눈을 크게 뜬 채 카노트에게 물었다.

“우리…… 버려진 건가요?”

“저, 저길 봐!”

마차가 나간 방향에서 기사들이 말을 타고 오는 것이 보였다. 카노트가 다시 소리쳤다.

“이럴 때가 아냐! 우리도 달아나야 한다구!”

베르니타는 뒤를 돌아보았다. 마차가 매여져 있던 곳은 막다른 곳이었던 것이다. 카노트가 절망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우린 끝인가?”

“아뇨! 절 따라오세요!”

베르니타는 마굿간 옆에 세워진 나무통을 발견하고는 그리로 올라갔다.

“제 손을 잡아요!”

그녀는 카노트를 끌어올린 후, 마굿간 지붕으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몸을 숙이고 카노트를 끌어올리려 하였다. 하지만 카노트의 키가 너무나 작아 손이 닿질 않았다. 기사들은 미처 올라가지 못한 카노트를 향하여 거창을 겨누며 달려왔다. 카노트가 베르니타에게 말했다.

“난 놔두고 가.”

“안돼요!”

베르니타는 십자궁을 내밀었다. 카노트는 십자궁을 붙잡았다. 하지만, 그녀는 카노트를 끌어올릴만한 힘이 없었다. 나무통을 올라올 때에는 카노트가 발돋움을 하고 손을 통에 얹었기에 쉽게 올라왔지만 마굿간 지붕까지 올라가기 위해선 순전히 베르니타의 힘만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한편, 말을 탄 기사들은 더욱 속력을 높여 카노트에게 달려왔다.

“아! 맞다!”

카노트는 허리춤에서 갈고리를 꺼내더니 지붕의 목재에 박아넣었다. 그리고 그것을 손잡이 삼아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 그들이 완전히 올라가버리자, 기사들은 지붕위의 두 사람을 바라만 봐야 했다. 카노트는 숨을 가다듬고는 기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마카인(Markain:노움들의 신)의 이름으로! 당신들에게 저주가 임하길 바랍니다! 흥!”

지붕 위를 지켜보던 기사는 부하들에게 말했다.

“태워라.”

부하들은 마굿간과 작업장에 불을 지르기 시작했다. 카노트가 놀라 소리쳤다.

“아! 안돼!! 내 모든 연구 결과들이……!”

그때, 베르니타가 카노트를 잡아끌었다. 그와 함께 화살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기사들 중 몇몇은 활을 가지고 있던 것이었다.

“산으로 올라가면 안전할 거에요.”

제분소는 산을 끼고 있었다. 특히 마굿간 지붕은 산과 연결이 되어있었는데, 베르니타와 카노트는 그것을 이용하여 산 속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한편, 에트린은 마차 위에서 불타는 노웃그래스를 바라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 가만두지 않으리라……. 이 일을 귀족원(貴族院)에 알려 저들을…….”

갑자기 그녀는 말을 모는 사제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대는 저들의 문장을 봤지요? 박쥐문양 말이에요. 그게 어느 귀족의 것인지 아시나요?”

사제는 말을 모느라 앞을 보면서도 대답하였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사제는 두 눈을 크게 뜨며 말을 맺었다.

“…… 그게 우리 앞에 있군요.”

에트린은 앞을 쳐다보았다. 한 기사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고 서 있는 것이 보였다. 투스텝처럼 거대한 말 위에 올라탄 박쥐갑옷을 입은 기사……그는 바텐호스였다. 사제는 에트린에게 다짐하듯이 말하였다.

“꽉 붙잡으십시오.”

그런데, 바텐호스가 말에서 내리는 것이 아닌가? 검은색의 거대한 말은 길의 바깥쪽으로 가버렸고, 결국엔 바텐호스 혼자만 남게 되었다. 에트린이 소리쳤다.

“미쳤군! 밟아버려요!”

“안됩니다! 달아나는게 급선무입니다!”

사제는 말을 옆으로 틀어 바텐호스의 옆을 지나쳤다. 순간 엄청난 소리와 함께 그녀는 마차에서 쓰러지게 되었다.

“꺄아아악!”

마차와 말의 연결고리가 부서진 것이었다. 그리고 그 충격으로 사제가 앉아있던 의자부분이 부서졌으며 말은 달아나게 되었다. 에트린이 머리를 흔들며 물었다.

“이, 이게 어찌된 일이죠?”

하지만 그녀는 사제를 볼 수 없었다. 마차가 멈추면서 그 반동에 의해 앞으로 날아갔기 때문이었다. 땅에 쓰러진 사제는 소리쳤다.

“안돼!”

잠시 후, 그녀는 마차가 위로 들려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마차 밖으로 고개를 내민 그녀는 믿지 못할 광경에 몸서리를 쳐야 했다.

“말…… 말도 안돼.”

바텐호스가 두 손으로 마차를 들어올린 것이었다. 바텐호스의 갑옷 파라텍터는 착용자의 힘을 강화시켜주는 마력이 있었는데, 방금 말이 튕겨나간 것은 순전히 그 힘 때문이었다. 바텐호스의 검은 투구 밖으로, 검은 기운과 함께 그의 목소리가 스며나왔다.

“성녀님 이젠 제가 모시겠습니다.”


“헉, 헉…….”

카노트는 숨이 끊어질 듯한 상황에서도 위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기사 세 명이 말에서 내린 후 계속 추격해왔기 때문이었다. 베르니타 또한 숨을 헐떡이며 입을 열었다.

“세상에…… 어떻게 저 무거운 갑옷을 입고도…… 이렇게 추격해 올 수 있는거죠?”

산길은 가파랐으나 두 사람은 쫓아오는 추격자를 뿌리치기 위하여 계속 오르고 또 올라야했다. 얼마나 올랐을까? 그들은 그제서야 평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베르니타가 땀을 닦으며 말했다.

“다행이에요. 이제 달려 달아날 수 있겠어요.”

“그런데…… 저놈들도 이젠 달릴 수 있단 말이지.”

“기운빠지는 말 하지 마요.”

어느새 기사들까지 평지 위로 올라왔다. 베르니타와 카노트는 기사 한명의 실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있었기에 또 다시 달려야만 했다. 그런데 그들 앞에 허름한 로브를 입은 사내가 가로막는 것이 아닌가?

“으아앗!”

베르니타와 카노트는 깜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그들의 뒤에서는 기사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휴우…… 겨우 잡았구만.”

“얼굴은 반반한게 뜀박질은 잘하는군. 누구부터 할래?”

‘누구부터 할래’라는 말을 듣는 순간 베르니타는 모골이 송연해져 옴을 느꼈다. 기사 세 명이 왜 그녀를 여기까지 굳이 추격했을까? 그 이유는 그녀의 몸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부들부들 떨면서도 어찌할 바를 몰라 뒷걸음질만 치고 있었다.

“네가…… 브런트의 여자친구인가?”

로브를 입은 남자가 갑작스럽게 질문을 던지자 베르니타는 등골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로브를 입은 남자를 바라보았다. 체구는 남자치곤 다소 왜소해 보였으나 얼굴이 후드로 가려져 있어서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순간 그녀는 브런트가 했던 말을 떠올릴 수 있었다.

‘기가비어턴…… 그가 베르니타의 이름을 알고 있어.’

베르니타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부인하였다.

“아뇨! 난 브런트가 누군지도 몰라요!”

후드를 쓴 사내는 그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이제까지 너를 관찰해왔다. 너와 저 난장이가 브런트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더군…….”

베르니타는 더 이상 달아날 곳이 없음을 깨달았다. 그녀를 모든 것을 체념하고는 낭떠러지를 바라보았다. 낭떠러지에 몸을 던지면 죽을게 뻔했지만 그녀의 몸은 지킬 수가 있었다.

‘브런트…… 이곳에 돌아와도 나를 만나진 못할거야. 미안해.’

그녀가 낭떠러지로 달려가려 할 때, 로브를 뒤집어쓴 남자가 자신의 팔을 잡았다. 베르니타는 놀랄 수 밖에 없었는데, 그가 자신의 팔을 언제 잡았는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후드를 쓴 남자는 베르니타에게 말했다.

“넌 나를 따라와야 한다.”

그때 기사 중 하나가 후드를 쓴 사내에게 물었다.

“넌 왠놈이냐?”

베르니타와 카노트는 영문을 몰라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다. 같은 패거리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것이었다. 후드를 쓴 남자는 기사들에게 짧게 대답했다.

“알 필요 없다.”

기사들은 각자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한 기사가 검을 휘두르며 말했다.

“혹시 드루이드(Druid)쇼? 하지만 당신의 동물 친구를 부르기도 전에 우리의 검이 목을 딸 것 같소이다.”

후드를 쓴 남자는 품 안에서 나뭇가지를 꺼내 던졌다. 낙엽이 이미 다 떨어져버린 앙상한 가지였다. 기사들은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보며 웃었다.

“뭐야? 마법사가 마법이라도 쓰는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아니잖아? 하하.”

“허풍쟁이 마법사양반. 너도 이 나뭇가지처럼 뼈만 발라줄까?”

후드를 쓴 남자는 후드를 벗으며 입을 열었다..

“나뭇가지가 잘린 단면을 보고서도 나에게 그렇게 말하다니…….”

그제서야 남자의 얼굴이 드러났다. 낮은 코와 쌍꺼풀이 없는 눈, 그리고 다소 튀어나온 광대뼈와 검은 머리칼이 이색적이었다. 기사 중 한 녀석이 입을 열었다.

“넌 동방인인가? 멀리서도 왔구만. 그런데…… 죽기전에 마지막으로 할 말은 없나?”

동방의 사내는 조용히 대답했다.

“내 이름은 화이트 휠윈드(White Whirlwind). 이게 네놈들이 듣는 마지막 말이다.”


-계속


작가의말

안녕하십니까? 레그다르입니다.

이번 편에는 브런트가 한번도 안 나오네요.^^; 그래도 재미있게 보아주시면 감사…… 전편 소서리스에서 주인공인 라이건 분량을 줄인게 조금 미스였던 것 같아서, 이번 작에는 주인공 브런트 위주로 쓰려고 합니다. 브런트는 금새 나오니 걱정 안하셔도 될 합니당.

저번 편에서 엘프가 잠 대신 명상을 하는 부분이 나오는데요, 정말 수명도 긴 종족이 잠도 안자니 정말 사기적인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저도 이 작품 쓰면서 정말 이해가 안되는게요…… 엘프들은 인간들보다 훨씬 오래살고 경험도 많이 할텐데 어째서 인간들에게 자꾸만 밀려나가는지 그게 궁금하더라고요. 살아가는 세월이 많으니 지식이나 지혜도 월등히 뛰어나지 않을까요? 뭐, D&D공식 설정을 따르다보니까 늘상 신경쓰이는게 저런 부분입니다. 하프오크 빼고는 전부 인간보다 수명이 기니까요.^^;

오늘은 앵커의 개량형이 나왔네요. 앵커 기억하시는지 모르겠네요. 테르지오의 정강이 갑옷에 삽입되어있는 라이트 크로스보우입니다. 앵커 개량형도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데, 이건 발로 장전하는 것입니다. 위력은 더 크고요, 접으면 지팡이가 되지요.

아발리스트에서는 여자들이 좀 약하게 나오는데요, 이 당시에는 그랬다는 설정이에요. 하지만 소서리스에서는 강하고 지혜로운 여자들이 많이 나옵니당. 아발리스트 다 보시고 시간 남으시면 소서리스도 보아주시면 감사하겠어요.^^(혹시 아발리스트를 보시는 여자분들께서 기분 상해하지 마셨으면 해서요. 참고로 전 여자분들을 존경합니당. 진심이에요.)

이번 편의 배경 포틀랜드는 공국입니다. 여덟 개로 나뉘어진 원탁(케익잘려진거 생각하시면 될 듯)이 문양이에요. 돈많은 귀족들이 용병을 고용해서 지키는 시스템이죠. 문제는 자기 구역이 아니면 잘 신경쓰지 않는다는 거죠. 아마도 바텐호스는 그점을 이용해서 침략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늘 아발리스트를 사랑해주시는 여러분……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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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2

  • 작성자
    Lv.99 Karun
    작성일
    12.08.17 23:11
    No. 1

    예쓰!! 새글이라니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9 펭군
    작성일
    12.08.17 23:16
    No. 2

    으어엌.. 휠윈드도 납치를? 헐 안할꺼같은 이미지여쓴ㄴ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수이
    작성일
    12.08.17 23:26
    No. 3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1 사는게뭘까
    작성일
    12.08.17 23:32
    No. 4

    소서리스를 보면 이 다음이야기의 갈증이 좀 사라질까요 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3 이장입니다
    작성일
    12.08.18 00:03
    No. 5

    해리포터만큼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7 흑황
    작성일
    12.08.18 00:09
    No. 6

    건필하세요 잘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0 고양이앞쥐
    작성일
    12.08.18 00:25
    No. 7

    팔이 안으로 굽어서 그래요 글쓴이가 사람이잖아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9 Tant
    작성일
    12.08.18 00:30
    No. 8

    휠윈드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kazema
    작성일
    12.08.18 00:47
    No. 9

    오오~~휠윈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2.08.18 00:50
    No. 10

    엘프에게는 열정이 부족한 것이 아닐까요? 욕망이라고해도 좋고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삶의진리
    작성일
    12.08.18 03:48
    No. 11

    재밌네요. 건필하세요.
    신체적인 능력은 어쨋든 남자가 여자보다 쌔니 모.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이런게 당연한 것........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삶의진리
    작성일
    12.08.18 03:49
    No. 12

    인간이 만든 스토리니 인간이 쎄야져모.
    다른 종족들이 지배하면 사람들이 안볼 듯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 ne***
    작성일
    12.08.18 04:20
    No. 13

    엘프도 인간과 같이 모험해서 렙업만 죽어라하면 몇백년의 삶에서 1년만에 1~20렙을 달성하는데 이상함을 느끼죠. 엘프의 인간화랄까요. 근데 인간도 70년의 삶에서 1년만에 달성한다는것도 이상한건 마찬가지고요.
    거의 모든 사람은 그러한 급속한 모험과 모험에 의한 삶이 아닐테고 특수한 경우가 되겠죠. 모험가라 할지라도 정말 인생에 남을만한 강렬한 모험은 가끔 있는 일이고, 모험을 하기 힘든 지위가 생기고 일상적인 삶을 하다가 특별한 모험을 하는게 조연급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PC는 영웅of영웅이며, 주인공이니 그런것에 적용받지 않고요.

    엘프는 DnD Next에선 700년 이상 살도록 되었습니다. 원래는 불사에 늙어죽으면 부활하는 녀석이었는데... 점점 생명이 짧아졌다가 4판에서 너무 짧았는지 도로 늘려줌.
    아무래도 70년을 사는 삶고 700년을 사는 삶은 열정이 다르겠죠. 당장 손에 잡혀서 보고있는 D&D Next상으로 엘프는 amused>excited, curious>greedy. 긴 삶동안 넓게 보고, 뜻밖의 일에 동요하지 않고 피한답니다.

    SRD가 아닌 룰북에선 설명이 적혀있죠. 엘프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Race of the Wild를 살펴보면 엘프의 삶과 문화 등이 나오지만 이런 설정집까지 살펴볼 필요는 없습니다. (엘프들로 구성된 파티가 아닌이상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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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56 프로트롤러
    작성일
    12.08.18 09:00
    No. 14

    오오 ... 화이트 휠윈드... 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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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62 불꽃이리
    작성일
    12.08.18 10:47
    No. 15

    작가님도 행복한 주말~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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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2.08.18 10:54
    No. 16

    아이고.. 적이 정말로 많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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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3 알랄랄숑
    작성일
    12.08.18 12:58
    No. 17

    화이트휠윈드의 나뭇가지 나왔네요 ㅎㅎㅎ 잘린단면을 못달아채면 죽는다는 그 나뭇가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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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6 Lupus
    작성일
    12.08.18 13:24
    No. 18

    휠윈드 포스 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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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64 길동무
    작성일
    12.08.18 14:35
    No. 19

    휠윈드 ㅎㅎ 오해가 어떻게 풀려서 강력한 아군이 될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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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39 Forneus
    작성일
    12.08.18 20:26
    No. 20

    블랙 보구싶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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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54 눈물구름
    작성일
    12.08.19 05:38
    No. 21

    잘 읽었습니다
    번식력과 욕심 때문에 엘프가 인간에게 밀리지 않는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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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6 아우레아
    작성일
    12.08.19 21:31
    No. 22

    아군이 되야할텐데... ㅎㅎ
    근데 기가비어턴하고 바텐호스는 누가 베르니타인지 모르겠죠??
    화이트 휠윈드는 소서리스땜에 '늙은이' 의 이미지가 너무 강력하네요.. 백발을 휘날리는..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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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85화: 발리스타(Ballista) +25 12.09.10 3,667 62 19쪽
84 -84화: 마차 속의 소녀 +21 12.09.06 3,483 64 17쪽
83 -83화: 용사, 일어나다. +30 12.08.31 3,549 68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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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81화: 달빛에 비친 그녀 +28 12.08.26 3,639 59 18쪽
80 -80화: 국화와 물매화 +16 12.08.22 3,417 62 17쪽
79 -79화: 내가 조준당하고 있다 +19 12.08.20 3,493 60 16쪽
» -78화: 불타는 노웃그래스(Knotegrass) +22 12.08.17 3,545 58 16쪽
77 -77화: 시간싸움 +14 12.08.15 3,630 65 19쪽
76 -76화: 성녀의 정체 +17 12.08.13 3,608 67 17쪽
75 -75화: 리터너(Returner) +29 12.08.11 3,751 59 20쪽
74 -74화: 예언의 석판 +27 12.08.09 3,833 65 17쪽
73 -73화: 바라탄으로 +19 12.08.06 3,829 64 15쪽
72 -72화: 전설의 무기 +20 12.08.04 4,263 73 21쪽
71 -71화: 역설(逆說)의 갑옷 +16 12.08.03 3,967 64 20쪽
70 -70화: 남은건 너 하나 뿐이다. +21 12.07.31 3,831 60 29쪽
69 -69화: 문을 열어주세요. +16 12.07.29 3,942 64 20쪽
68 -68화: 흡혈귀(Vampires) +19 12.07.27 4,089 69 20쪽
67 -67화: 도시의 비밀 +17 12.07.25 3,881 67 15쪽
66 -66화: 샤인스트림(Shinestream) +17 12.07.23 4,146 69 20쪽
65 -65화: 천공(天空)의 기사 +31 12.07.21 4,751 71 22쪽
64 -64화: 플라투스의 성녀(聖女) +52 12.04.22 6,088 96 18쪽
63 -63화: 진실문답 +46 12.04.18 5,902 101 23쪽
62 -62화: 대지의 신전 +30 12.04.12 6,353 98 25쪽
61 -61화: 바텐호스(Bartenhose) +34 12.04.02 6,798 108 21쪽
60 -60화: 가장 맞추기 힘든 표적 +31 12.03.28 6,678 104 23쪽
59 -59화: 사막의 폭풍우 +25 12.03.25 7,130 108 23쪽
58 -58화: 세레네의 성직자 +33 12.03.21 7,487 113 25쪽
57 -57화: 황제의 침공 +28 12.03.19 8,805 109 26쪽
56 -56화: 골드 드래곤의 거처 +35 12.03.15 9,071 129 26쪽
55 -55화: 의식을 막아라 +47 12.03.12 8,894 132 30쪽
54 -54화: 반지의 정체 +42 12.03.09 9,442 119 23쪽
53 -53화: 엘프들의 산 +58 12.03.06 9,889 128 24쪽
52 -52화: 텐 세컨즈(Ten Seconds) +52 12.03.03 9,772 146 23쪽
51 -51화: 사랑, 가시 그리고 갑옷(Love, Thorn, Mail) +35 12.02.29 9,845 110 24쪽
50 -50화: 우연한 재회 +46 12.02.26 10,221 117 22쪽
49 -49화: 밴시(Banshee) +33 12.02.23 10,749 125 23쪽
48 -48화: 버려진 자 +44 12.02.21 10,654 120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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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화: 무기를 손에 넣다 +32 12.02.15 10,512 109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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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2화: 문 미러(Moon Mirror) +26 12.02.04 10,157 10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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