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레그다르 님의 서재입니다.

아발리스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레그다르
작품등록일 :
2012.09.13 03:11
최근연재일 :
2012.09.13 03:11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881,091
추천수 :
8,829
글자수 :
702,367

작성
12.02.07 02:22
조회
10,350
추천
105
글자
21쪽

-43화: 황제의 무덤 입구

DUMMY

아이리엘은 재빨리 벽에 몸을 붙이며 소리쳤다.


“모두 벽에 붙어요!”


벽으로 피하면 맞추기가 곤란해진다. 쉽게 맞출 것 같지만, 활의 방향이 조금만 틀어져도 화살이 벽으로 날아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런트는 벽에 붙지 않았다. 대신 그는 곧바로 몸을 돌리더니 바닥에 주저앉았다.


-파바바박!


마치 비가 오는 듯한 소리가 들리며, 그의 배낭에 오크들의 화살이 무수히 박혔다. 브런트는 이 상태에서 십자궁을 장전하였다. 그리고 장전이 끝나자, 배낭을 벗더니 무릎을 꿇은 상태로 오크들을 조준하기 시작하였다. 브런트가 볼트를 발사할 때마다 오크들이 쓰러져갔다. 그리고 이를 통해 스와이번 일행은 반격의 기회를 잡을 수가 있었다.


브런트의 사격으로 이미 다섯명의 오크가 숨졌다. 브런트는 다시 십자궁을 장전하고는 오크를 조준하기 위하여 고개를 쳐들었다. 순간 ‘피웅’하는 소리와 함께 브런트의 머리 위로 화살이 아슬아슬하게 지나쳐갔다. 브런트는 깜짝 놀라 머리를 숙이고 말았다.


‘투구를 썼어야 했는데!’


오크들의 증원군이 몰려와 활을 쏘아댄 것이었다. 브런트는 이제야 투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후회해도 이미 때는 늦었다.


순간, 아이리엘이 발사한 화살이 오크를 맞추었다. 브런트로 인해 공격의 기회를 잡은 그녀가 활을 발사한 것이었다. 아이리엘은 화살을 한번 쏘더니, 몸을 팽그르르 돌려 스와이번 뒤로 물러났다. 스와이번은 손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오크들은 그제서야 상대쪽에 마법사가 있는 것 알아챘다.


“마법사! 마법사다! 저 마법사를 맞춰라!”


오크들은 스와이번에게 집중적으로 화살을 퍼붓기 시작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스와이번에게 날아간 화살은 대부분 무엇인가에 튕겨 뒤로 떨어지고 말았다. 스와이번의 방패마법이 시전되었기 때문이었다. 스와이번에게 날아가는 화살들은 무형의 벽에 막혀 튕겨나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스와이번은 마법에 집중하면서도 아이리엘에게 소리쳤다.


“빨리 해치워! 마법으로 모든 공격을 막아낼 순 없다구!”


“알고 있어요!”


시위를 당긴 아이리엘은 잠시 정신을 집중하는 듯 하더니, 시위를 놓았다. 순간 찢어질듯한 파공성이 일어나며 화살이 날아갔다. 브런트는 이 광경을 보더니 놀라고 말았다. 화살이 직선이 아니라 곡선으로 휘어져 날아갔기 때문이었다.


‘저, 저게 무슨 기술이지!?’


그녀가 발사한 화살은 스와이번의 방패마법을 비껴가며 오크를 맞추었다. 브런트는 예전 노웃그래스 마을어귀에서 그녀가 엄폐물 뒤에 있었던 브런트의 머리 위로 화살을 발사했던 것을 기억해냈다.


‘활을 휘어서 쏠 수 있단 말인가!?’


그녀의 활은 또 다른 오크를 죽이는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오크들의 증원군들 중에서 방패를 든 오크들이 앞서 나와 방어막을 형성하자 그녀의 공격또한 막히게 되었다. 방패를 치켜세운 오크들은 궁수들의 바리케이트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조금씩 전진해오기까지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아이리엘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아아아악!”


스와이번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아이리엘! 안돼!”


스와이번의 방패마법은 무적이 아니었다. 화살 중 하나가 마법막을 뚫고 아이리엘의 어깨에 꽂혔던 것이었다. 때문에 그녀는 더 이상 활을 당길 수 없었다. 그리고 자하투는 날아오는 화살을 쳐내기에도 정신이 없어보였다. 그때, 브런트는 자기 뒤에서 밀리비어턴이 말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투구 필요해?”


브런트는 화들짝 놀랐다. 어느새 밀리비어턴이 그의 뒤에 있었던 것이었다. 밀리비어턴은 브런트를 방패삼아 뒤로 숨은 상태였다. 브런트는 소리쳤다.


“네! 필요합니다! 근데 없잖아요!”


“아냐. 여기 있어.”


브런트는 밀리비어턴이 건네는 투구를 머리에 뒤집어썼다. 투구를 쓰자 브런트는 적의 사격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그는 다시 십자궁을 발사하여 오크를 하나씩 처리하기 시작했다. 오크들은 상대방의 십자궁수가 강적임을 알아내고 브런트에게 집중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저기! 머리에 솥을 쓴 놈을 노려!”


“머리에 솥 쓴 놈이다!”


그제서야…… 브런트는 밀리비어턴이 건넨 것이 투구가 아닌 솥이었음을 깨달았다. 브런트는 일순 황당했지만 내심 밀리비어턴의 지혜에 탄복하고 있었다. 솥 하나로 그는 자신감을 얻은 셈이었으니까 말이다.


한편, 스와이번은 그의 로브에서 양피지를 꺼내더니 다른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였다. 그의 손에 놓여있던 양피지가 잿더미가 되면서 오크들의 뒷줄에서 인간남자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오크들을 죽여라아아아!!”


“돌격!!”


오크들은 뒤에서 인간들의 복병이 몰려오는 것을 느끼고는 황급히 몸을 돌렸다. 하지만 그들의 뒤쪽엔 아무도 없었다. 사실 없을 수 밖에 없었다. 인간이 들어온 곳은 한군데였으니까 말이다. 그들은 모두 스와이번의 복화술마법에 속아넘어갔을 뿐이었다.


“하아아아압!”


오크들의 주위가 분산되는 순간, 자하투가 오크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공중으로 몸을 날려 방패를 든 오크에게 발차기를 쏟아부었다. 방패는 매우 효율적인 방어장비였으나 거한이 공중에서 내리찍는 발차기에는 균형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방패를 든 몇몇 오크가 쓰러지자 자하투는 손가락 두 개를 들어 한 오크의 눈을 후볐다. 눈이 찔린 오크는 눈을 감싸쥐며 쓰러졌다. 그리고 자하투는 오크들과 격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오크들은 자하투와 가까운 거리에서 엉키게 되자, 활을 내던지고는 허리춤에서 소검(Short Sword)을 꺼내들었다. 한 오크가 자하투에게 소검을 찔렀으나, 자하투는 그것을 손날로 쳐내더니 손바닥으로 오크의 턱을 올려쳤다. 오크는 단번에 뒤로 나가떨어졌다.


또 다른 오크가 자하투에게 공격했다. 하지만 이 오크 또한 자하투의 팔꿈치에 코가 부러졌다. 그런데


“잡았다! 인간!”


엉킨 와중에서 한 오크가 자하투의 목을 팔로 감아버린 것이었다. 자하투는 그것을 풀려 했으나, 다른 오크들마저 엉겨붙자 동방의 신비로운 무예를 펼칠 수가 없게 되었다. 순간, 방패를 든 오크가 허리춤에서 전투도끼(Battle Axe)를 꺼내더니 자하투를 향해 내리쳤다.


-빠아아악!


브런트가 발사한 볼트가 도끼를 든 오크의 손목을 정확하게 맞춘 것이 아닌가? 그로인해 오크는 도끼를 떨어뜨렸고, 이 도끼는 오크의 발등을 찍었다.


“으아아아아!! 내 도끼에 발등이!!”


오크는 발을 잡고 콩콩 뛰었다. 그리고 이 오크는 아이리엘이 내지른 장검에 목이 꿰뚫려 죽었다. 한쪽 팔을 못쓰게 된 아이리엘이 장검을 들고 달려든 것이었다. 이 와중에도 브런트는 또 볼트를 발사하여 오크 하나를 더 해치웠다. 스와이번 또한 그 자신의 지팡이에 마법을 걸어 빛나게 만든 후에 오크를 때렸다. 스와이번의 지팡이를 맞은 오크는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자하투를 붙잡은 팔을 풀며 뒤로 넘어졌다. 몸을 조금씩 움직일 수 있게된 자하투는, 팔꿈치와 무릎 등을 이용하여 가까이 붙은 오크들을 마구마구 공격하였다. 브런트의 볼트를 마지막으로 그들의 앞을 막던 오크병들은 모두 쓰러지게 되었다.


자하투는 숨한번 돌리지 않고 계속하여 앞으로 뛰어갔다.


“지체할 시간 없다.”


자하투를 따라 일행은 오크족장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들은 큰 문이 달린 방 앞에 도달하였다. 자하투는 기다리지도 않고 공중발차기를 날려 문을 부수듯이 열어버렸다. 방 안에는 짐승의 가죽으로 장식된 카페트가 깔려있었으며, 정 중앙에 호랑이 가죽으로 만들어진 족장의 의자가 있었다. 그 의자에는 오크족장이 앉아있었는데, 오크들의 족장은 인간들이 입는 사슬갑옷 위에 철판갑옷을 입고 있었고 다른 오크들보다 더 큰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곧바로 의자 옆에 있던 철퇴를 집어들더니 자하투에게 휘둘렀다.


“침입자들이냐!?”


자하투는 재빨리 몸을 옆으로 틀어 철퇴를 피하였다. 족장의 힘은 무지막지하였기에, 그의 철퇴가 떨어진 바닥은 움푹 파이게 되었다. 자하투는 곧바로 돌려차기를 족장에게 날렸다. 하지만 철판갑옷으로 보호된 족장은 자하투의 발차기에 쓰러지지 않았다. 자하투는 돌려차기를 한 그 기세를 이용하여 몸을 공중에 뛰우더니 뒤돌려차기(後方空壇脚:Jumping Rear Kick)를 오크족장의 얼굴에 꽂아 넣었다. 오크족장은 머리가 뒤로 젖혀지는가 싶더니, 손을 내뻗어 자하투의 옷깃을 붙잡았다.


“으아아아!”


오크족장은 자하투를 집어던졌다. 자하투는 벽에 부딪혔으나 곧바로 낙법을 이용하여 땅에 착지하였다. 아이리엘은 이 틈을 이용하여 오크족장의 허리에 장검을 찔러넣었다. 하지만 사슬, 철판 이중으로 보호된 오크족장의 허리에는 장검이 통하지 않았다. 오크족장은 아이리엘에게 철퇴를 휘둘렀다. 아이리엘은 몸을 뒤로 젖혀 철퇴를 피하였으나 그녀의 장검은 철퇴에 맞아 부러지고 말았다. 오크족장은 다시 철퇴를 휘둘러 아이리엘의 하체를 공격했다. 하지만 아이리엘은 뒤로 공중제비를 넘어 철퇴를 아슬아슬하게 피하였다. 오크족장은 아이리엘에게 어깨를 앞세워 달려들었다. 아이리엘은 재빠르게 바닥을 굴러 오크족장을 피하였다. 하지만 오크족장의 어깨는 아이리엘의 뒤에 있던 스와이번에게 부딪혔다. 늙은 스와이번의 몸은 뒤로 날아가 바닥에 쓰러졌다.


한편, 지금 족장의 방안으로 달려들어온 브런트는 황급히 족장에게 십자궁을 겨누었다. 하지만 맨 마지막으로 달려온 밀리비어턴이 브런트를 제지하였다.


“놈을 죽이면 안돼!”


그 말을 듣는 즉시, 브런트는 조준간을 족장의 머리에서 손으로 옮겼다. 그리고 족장의 손으로 볼트를 쏘았지만 족장의 손 또한 두꺼운 철판으로 보호되고 있었기에 경십자궁인 앵커의 힘으로는 뚫을 수가 없었다. 브런트는 재빨리 등 뒤에 있던 마법도끼 루트 슬래셔를 꺼내들었다. 족장은 이미 쓰러진 스와이번을 무시한 채, 브런트에게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쾅! 쾅! 쾅!


거대한 족장이 땅을 울리며 브런트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그 위세에, 브런트는 겁을 집어먹고 뒷걸음질을 쳤다. 그런데


“으아악!”


브런트 뒤에 엎드려있던 밀리비어턴에게 다리가 걸리며 넘어지게 되었다.


-부우우우우우웅!


거대한 바람이 브런트의 코 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운이 좋게도 뒤로 넘어지는 바람에 철퇴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족장은 브런트를 맞추는데 실패하였고, 대신 바닥에 엎드려 부들부들 떨고있는 드워프 밀리비어턴을 발견하게 되었다. 족장은 밀리비어턴을 공격하기 위해 철퇴를 높이 치켜들었다. 그때, 어디선가 반짝이는 광선이 날아와 족장을 맞추었다. 그러자 족장이 다리를 휘청이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족장은 힘이 풀린 듯, 그는 힘겹게 철퇴를 내리찍었다. 밀리비어턴은 바퀴벌레처럼 발발발 기어가 철퇴를 피하였다. 밀리비어턴은 기어가면서 스와이번에게 소리쳤다.


“고마워! 스와이번!”


스와이번은 기절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쓰러진 채로 약화광선(Ray of Enfeeblement)마법을 완성하여 족장에게 발사했던 것이었다. 약화광선에 맞은 족장은 몸에 힘이 크게 빠지는 것을 느꼈으며, 그를 보호하던 무거운 갑옷에 의해 오히려 움직임을 방해받게 되었다. 곧이어 자하투가 달려들어 족장의 무릎, 가슴을 밟고 올라가 얼굴에 공중무릎차기(登空膝脚: Flying Knee Kick)을 꽂아넣었다. 족장의 이빨이 부러져 바닥에 떨어졌다. 자하투는 공중에서 뱅글 돌더니 족장의 목을 팔로 감아버렸다. 그제서야 족장은 무릎을 꿇게 되었다. 그리고 우루루 하는 소리와 함께 오크병사들이 들이닥쳤다.


“족장을 놓아라!”


족장의 방으로 달려온 오크들의 숫자는 무척이나 많았다. 그들은 도끼창이며 활, 십자궁등을 들고 있었다. 그때, 아이리엘이 단검을 꺼내들고는 족장의 목에 가져다대며 입을 열었다.


“호~ 이렇게 하면 어떨까?”


족장이 인질로 잡히자 오크 병사들은 어쩔 줄을 몰라하였다. 한편, 제압당한 오크족장은 이를 갈며 소리쳤다.


“대체 왜 이러느냐!? 우린 인간들을 공격한 적이 없다!”


아이리엘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대신 엘프들을 공격했겠지. 내 몸엔 엘프의 피도 섞여있다구.”


엘프란 말이 나오자 족장은 입을 굳게 닫았다.


“여기…… 드워프도 있어.”


“드워프는 안 죽였어.”


밀리비어턴은 오크 병사들이 행여 화살이라도 쏠지 몰라, 아이리엘의 뒤로 숨었다. 물론 오크병사들은 족장이 잡히자 으르렁 거리고 있었다.


“비겁한 인간들…… 너희들 모두 죽는다!”


스와이번은 바닥에서 일어나더니, 몸을 탁탁 털며 입을 열었다.


“흐흐흐……. 안심하게. 우리가 바라는 것만 준다면 족장을 안전히 보내줄테니.”


족장이 물었다.


“원하는거? 원하는게 대체 뭐냐!?”


스와이번은 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늙은 몸으로 족장의 몸통박치기를 당한 것 때문이었는지 그는 다리를 절고 있었다.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그는 벽 한쪽으로 가더니 지팡이로 벽면을 툭툭 쳐댔다.


“흐…… 이곳이로구만.”


브런트는 벽에 복잡한 문양들이 그려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스와이번은 문양 하나에 손을 대더니 손바닥을 비틀기 시작했다. 그러자 ‘타다다닥’ 하며 뭔가 톱니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와 동시에 주변의 문양 또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양들은 더욱 복잡한 문양을 띄기 시작했다. 스와이번은 양 손을 각 문양에 대며 중얼거렸다.


“오크들은 이것이 뭔지도 몰랐을 터. 나처럼 지능적인 마법사만이 이 수수께끼를 풀 수 있지.”


스와이번은 문양들을 조금씩 비틀어 무늬를 바꾸기 시작했다. 톱니가 돌아가는 소리가 계속 들리면서 문양들이 단순한 모양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어지러웠던 문양들은 결국엔 삼각형 하나와 동그라미 두 개, 그리고 사각형 하나의 단순한 도형으로 맞추어지게 되었다. 그러자


-쿠르르르르르릉


각 도형이 쪼개지며 벽이 열렸다. 그리고 벽면 안으로 작은 방이 드러났다. 스와이번은 놀라해하는 오크들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흐흐흐. 이 곳에 비밀통로가 있다. 우리는 이 통로로 가길 원한다.”


오크 족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다. 그 통로를 써라.”


스와이번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툭툭 치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니야. 난 네 말을 믿을 수 없어. 이 통로로 들어갔다 나오면 우리는 너희들에게 붙들려 죽게 될거야. 우리의 안전을 위해 넌 잠시 인질이 되어야 해.”


스와이번이 자하투에게 고갯짓을 하자, 자하투는 족장을 일으켜세웠다. 그리고는 아이리엘에게 소검을 넘겨받고는 족장의 목에 가져다 대었다.


“따라와라. 족장.”


오크족장은 자하투에게 이끌려 비밀의 방 안쪽으로 끌려들어갔다. 밀리비어턴이 브런트를 재촉했다.


“우리도 얼른 가자구.”


스와이번일행과 족장이 비밀의 방 안으로 들어가자 오크전사들이 우루루 따라오기 시작했다. 스와이번은 손바닥을 내밀어 그들을 제지했다.


“잠깐. 더 이상 들어오면 족장의 목숨은 없다.”


오크 전사 중 사슬갑옷을 입은 자가 물었다.


“족장의 목숨은 지켜 줄 건가!?”


“크흐흐흐. 물론이다. 그대들의 목숨도 보장하지.”


스와이번은 방의 한가운데로 갔다. 가운데에는 작은 분수가 있었는데, 분수에는 물이 없었다. 스와이번은 감탄하면서 손바닥을 비볐다.


“오……. 아름답군. 이것이 고대 제국의 작품이란 말인가……. 어쨌든 잘 보라고. 여기 분수 옆에 구슬이 떨어져 있지? 이거 하나를 분수 꼭대기에 올려놓으면…….”


스와이번은 분수 옆에 떨어진 주먹만한 옥구슬을 집어들더니 분수 꼭대기의 깔대기에 올려놓았다. 마치 잘 만들어진 장식품에 비워진 부분을 맞춘 듯, 깔대기 모양의 구조물과 구슬은 꼭 들어 맞았다. 그러자


-쿠르르르르릉!


갑자기 건물 전체가 진동하는 것이 아닌가? 밀리비어턴은 황급히 엎드렸으며 오크들은 놀라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비밀의 방으로 향하는 문이 다시 닫히고 말았다. 놀란 오크들은 벽을 쳐댔으나, 벽은 스와이번이 퍼즐을 맞추기 전 모양으로 재빠르게 돌아가버렸다. 비밀의 방은 사방이 닫혔으나 방의 네 귀퉁이에 불빛이 나오고 있었다. 아마도 마법적인 빛 같았다.


“스와이번! 분수에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아이리엘의 말대로, 분수에는 다시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작은 분수에 물이 흐르는 모습은 실로 아름다웠다. 옥으로 조각된 분수에, 옥처럼 맑은 물이 흘렀다. 그리고 그 물은 방의 네 귀퉁이에서 나오는 마법적인 빛에 의해 더욱 반짝거렸다. 마치, 물이 흘러가는게 아니라 비단이 흐르는 듯 하였다.


-쏴아아아아아아아!


갑자기 폭포가 터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비밀의 방 바깥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그리고 오크들의 아우성이 들려왔다.


“살, 살려줘!!”


“물이 차오른다!!”


“나가는 문도 닫혔어!”


“제발!! 인간들! 살려줘!”


오크족장은 동족들의 비명소리를 듣고는 스와이번에게 소리쳤다.


“뭐냐!? 우리는 약속을 지켰다! 그런데 왜 나의 동족들이 죽어가는 소리가 들리는가!?”


스와이번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대답했다.


“아…… 그야 우리가 여기서 황제의 무덤으로 가는 기구를 작동시켰으니, 도굴꾼을 제거하기 위해 물이 들어오고 있는 것이지.”


브런트가 놀라 물었다.


“잠깐, 스와이번! 그러면 약속이…….”


스와이번은 손바닥을 내밀어 브런트의 말을 제지하였다. 한편 오크족장은 놀라 소리쳤다.


“뭐야!? 그럼 내 부하들은 모두 죽는건가!?”


스와이번은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하하. 당연한게 아닌가?”


오크족장은 분노하며 일어섰다.


“이노옴…… 죽이겠……!”


순간, 자하투가 오크족장의 목을 소검으로 그어버린 것이다. 오크족장은 목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자하투는 동료들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난. 인간을 죽이지 않기로 했지, 오크를 죽이지 않기로 한 것이 아니다.”


오크들의 비명소리가 점점 물소리에 파묻혀들어가는 동안에, 밀리비어턴은 동료들을 치료하기 시작하였다. 자하투는 화살에 맞은 두군데의 상처와 타박상을 입었으며, 아이리엘 또한 화살을 맞았다. 스와이번도 오크족장의 공격을 받고 상처를 입었으나, 놀랍게도 밀리비어턴은 상처 하나 없었다. 밀리비어턴은 그의 신 판페론에게 기원을 하면서 치료마법을 시전하였다. 밀리비어턴의 놀라운 기술로 인해, 일행은 몸에 상처하나 남지 않게 되었다. 브런트는 밀리비어턴의 치료마법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이래서 이 겁쟁이 드워프를 데리고 다니는 거로군!’


치료가 모두 끝나자, 오크들의 비명소리 또한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스와이번은 입을 열었다.


“후…… 오크놈들이 이제 모두 죽은 것 같구만.”


스와이번은 한쪽 벽으로 다가갔다. 그곳은 이곳의 입구와 정 반대의 벽이었다. 이 쪽에도 복잡한 도형들이 그려져 있었다. 스와이번은 이것마저 돌려 삼각형 하나와 원 두 개, 사각형 하나로 만들었다. 그러자 굉음과 함께 벽이 열리기 시작했다. 문이 열리자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드러났다.


“이쪽이야.”


스와이번이 앞장서서 계단 위로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그의 동료들도 모두 계단으로 올라갔다. 브런트는 바닥에 쓰러진 오크족장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더니 그도 계단 위로 올라갔다. 계단 위에는 위로 향하는 여닫이 문이 있었다.


“밀리비어턴.”


스와이번은 지하구조에 밝은 밀리비어턴을 부른 것이다. 밀리비어턴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공기냄새가 나는 것을 보니 위에는 지상이야. 문 위쪽에 흙 약간이 있으니까…… 아, 이건 내가 할게.”


밀리비어턴은 여닫이 문을 위로 열었다. 그와 동시에 흙과 모래가 아래로 쏟아져 들어왔다.


“퉷 퉷! 카오옥! 퉤! 어쨌든…… 이제 나가자고.”


브런트는 문 위로 밤하늘의 별들이 보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스와이번일행은 모두 지상으로 향하는 통로로 나왔다. 브런트는 사방을 둘러보며 스와이번에게 물었다.


“여기가…… 황제의 무덤입니까? 무덤은 아닌 것 같은데요?”


스와이번이 대답했다.


“여긴 문 미러 호수야.”


“네?”


브런트는 놀랄 뿐이었다. 여지껏 고생해서 온 곳이 그들이 맨 처음 도착한 문 미러 호수라니…… 황당해 하는 브런트에게 스와이번이 지팡이로 한 곳을 가리켰다. 그리고 브런트는 그 곳을 바라보며 경악하고야 말았다.


“호, 호수가……!!”


호수의 물이 전부 사라진 것이 아닌가? 대신 아주 깊고 깊은 웅덩이만이 있었다. 바닥에는 파닥거리며 죽어가는 물고기와 늘어진 해초들이 가득했다.


“물…… 물들이 전부 어디로 간…… 설마!”


브런트는 그제서야, 황후의 무덤에 차오르던 물이 결국 이 물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브런트는 웅덩이의 깊은 한 쪽에 문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저, 저게 뭡니까? 마치…… 누군가 호수 아래에 문을 만들어놓은 듯한…….”


스와이번이 웃으며 대답했다.


“흐흐흐. 저곳이 바로 황제의 무덤으로 통하는 문이라네.”


-계속


작가의말

왜 전 늘 늦게 글을 올리게 되는 걸까요? 사실 오늘도 일이 있었지만 더 이상 연재를 늦출 순 없어서 이렇게 새벽에 글을 올립니다. 늘 제 작품을 보아주시는 고마운 독자님들께 늘 죄송한 마음 뿐입니다.

주인공의 신무기는…… 사실 결정적인 순간이 나올 예정입니다. 그래야 스펙타클할 것 같아서요.^^;

이번 편은 조금 길게 올렸습니다. 왜냐하면 질금질금 올리니까 저도 이상하더군요.^^

드디어 황제의 무덤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모험은 어떻게 될지…… 다음편에서 뵈어요. 모두들 행복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발리스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8 -88화: 에필로그(Epilogue) +87 12.09.13 4,581 92 14쪽
87 -87화: 붕괴되는 신전 +11 12.09.13 3,400 50 22쪽
86 -86화: 용사의 귀환 +11 12.09.13 3,193 53 25쪽
85 -85화: 발리스타(Ballista) +25 12.09.10 3,667 62 19쪽
84 -84화: 마차 속의 소녀 +21 12.09.06 3,482 64 17쪽
83 -83화: 용사, 일어나다. +30 12.08.31 3,549 68 16쪽
82 -82화: 속죄의 방 +24 12.08.28 3,607 67 17쪽
81 -81화: 달빛에 비친 그녀 +28 12.08.26 3,639 59 18쪽
80 -80화: 국화와 물매화 +16 12.08.22 3,417 62 17쪽
79 -79화: 내가 조준당하고 있다 +19 12.08.20 3,492 60 16쪽
78 -78화: 불타는 노웃그래스(Knotegrass) +22 12.08.17 3,544 58 16쪽
77 -77화: 시간싸움 +14 12.08.15 3,630 65 19쪽
76 -76화: 성녀의 정체 +17 12.08.13 3,607 67 17쪽
75 -75화: 리터너(Returner) +29 12.08.11 3,751 59 20쪽
74 -74화: 예언의 석판 +27 12.08.09 3,832 65 17쪽
73 -73화: 바라탄으로 +19 12.08.06 3,829 64 15쪽
72 -72화: 전설의 무기 +20 12.08.04 4,263 73 21쪽
71 -71화: 역설(逆說)의 갑옷 +16 12.08.03 3,966 64 20쪽
70 -70화: 남은건 너 하나 뿐이다. +21 12.07.31 3,831 60 29쪽
69 -69화: 문을 열어주세요. +16 12.07.29 3,941 64 20쪽
68 -68화: 흡혈귀(Vampires) +19 12.07.27 4,089 69 20쪽
67 -67화: 도시의 비밀 +17 12.07.25 3,881 67 15쪽
66 -66화: 샤인스트림(Shinestream) +17 12.07.23 4,146 69 20쪽
65 -65화: 천공(天空)의 기사 +31 12.07.21 4,751 71 22쪽
64 -64화: 플라투스의 성녀(聖女) +52 12.04.22 6,088 96 18쪽
63 -63화: 진실문답 +46 12.04.18 5,902 101 23쪽
62 -62화: 대지의 신전 +30 12.04.12 6,353 98 25쪽
61 -61화: 바텐호스(Bartenhose) +34 12.04.02 6,798 108 21쪽
60 -60화: 가장 맞추기 힘든 표적 +31 12.03.28 6,678 104 23쪽
59 -59화: 사막의 폭풍우 +25 12.03.25 7,130 108 23쪽
58 -58화: 세레네의 성직자 +33 12.03.21 7,487 113 25쪽
57 -57화: 황제의 침공 +28 12.03.19 8,804 109 26쪽
56 -56화: 골드 드래곤의 거처 +35 12.03.15 9,071 129 26쪽
55 -55화: 의식을 막아라 +47 12.03.12 8,894 132 30쪽
54 -54화: 반지의 정체 +42 12.03.09 9,442 119 23쪽
53 -53화: 엘프들의 산 +58 12.03.06 9,889 128 24쪽
52 -52화: 텐 세컨즈(Ten Seconds) +52 12.03.03 9,772 146 23쪽
51 -51화: 사랑, 가시 그리고 갑옷(Love, Thorn, Mail) +35 12.02.29 9,845 110 24쪽
50 -50화: 우연한 재회 +46 12.02.26 10,221 117 22쪽
49 -49화: 밴시(Banshee) +33 12.02.23 10,749 125 23쪽
48 -48화: 버려진 자 +44 12.02.21 10,654 120 28쪽
47 -47화: 아발레스트(Arbalest) +39 12.02.18 10,873 121 21쪽
46 -46화: 무기를 손에 넣다 +32 12.02.15 10,512 109 21쪽
45 -45화: 마검(魔劍) 이퀄리브리온(Equalibrion) +20 12.02.13 10,598 99 23쪽
44 -44화: 구덩이 +29 12.02.10 10,003 108 20쪽
» -43화: 황제의 무덤 입구 +25 12.02.07 10,351 105 21쪽
42 -42화: 문 미러(Moon Mirror) +26 12.02.04 10,157 102 16쪽
41 -41화: 스와이번 일행 +22 12.01.31 10,051 106 14쪽
40 -40화: 제분소를 나서다 +30 12.01.29 10,332 100 14쪽
39 -39화: 에뎁세스의 반지 +27 12.01.26 10,665 10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