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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그다르 님의 서재입니다.

아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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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레그다르
작품등록일 :
2012.09.13 03:11
최근연재일 :
2012.09.13 03:11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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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1,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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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2.08.31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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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83화: 용사, 일어나다.

DUMMY

“저기요…….”

잠자코 듣고만 있던 베르니타가 호법사제를 불렀다. 호법사제는 그녀를 바라보며 대답하였다.

“말씀하십시오. 자매님.”

“죄송한 말씀인데요…… 매커드경이 우릴 보지 않으시겠다는 뜻은 알겠어요. 하지만 우리가 내일 예배 때 그분을 뵙는 것은 상관이 없을 것 같아서요.”

호법사제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그분께서는 여러분들을 뵙고 싶지 않으시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분을 뵙고 싶은걸요. 그분께서 우릴 보지 않을 권리가 있다면, 우리에게도 그분을 볼 권리가 있지 않겠어요?”

호법사제는 말문이 막힌 듯 하였다. 그리고는 간신히 대답하였다.

“자매님 말씀에 일리가 있군요. 그렇다면 잠시만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대사제님을 다시 뵙고 오겠습니다.”

호법사제는 다시 사원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에 다시 나온 그는 베르니타에게 웃으며 말하였다.

“대사제님께서는 여러분들이 매커드경을 보는 것은 상관없다고 하셨습니다. 다만, 내일 오시라고 하십니다. 예배가 있는 내일은 사원이 개방되어 있으니까요.”

베르니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네. 그럼 내일 다시 올게요.”


그날 저녁, 일행은 인근 우드빌(Woodville)여관에 여장을 풀었다. 브런트는 반지를 이용하여 에트린의 위치를 파악하였다. 놀랍게도 그녀는 귀족의 건물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다소 멍해보이는 그녀의 얼굴…… 그녀는 창가에 앉아 달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의 모습을 보며 브런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는 안전하군…… 그런데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브런트는 궁금함을 마음에 품은 채로 잠자리에 들어야했다.


다음날 정오, 브런트일행은 다시 아반다나의 사원을 찾았다. 예배가 시작되고 있었기에 일행은 본의 아니게 아반다나식의 예배를 드려야 했으며, 예배가 끝나자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신도들 틈에서 속죄의 방이 있는 지하로 이동하였다.

지하의 통로는 길었으며, 벽에는 아반다나의 가르침이 잔뜩 새겨져 있었다. 브런트일행은 속죄의 방들을 지나기 시작했다. 감옥같은 창살로 막혀있는 각 방에는 수감되어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또각 또각

나막신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행은 통로 끝에서 쟁반을 들고오는 노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노인은 로브를 깊게 눌러쓰고 있었으며, 쟁반에는 빵부스러기와 치즈조각이 조금 남아있었다. 노인은 일행을 발견하고는 머리를 들었다. 주름이 가득한 그의 입이 열리자 서너 개 남은 치아가 드러났다.

“여긴 어인 일이십니까?”

치아가 빠져서 그런지 노인의 발음은 다소 새어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베르니타는 노인에게 인사를 건네며 대답하였다.

“안녕하세요. 우린 테르지오 매커드님을 뵈러 왔어요.”

노인은 의심의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분과 어떤 관계이십니까?”

“그분께서 타국에 잡혀있던 저를 구해주셨어요. 제 은인이시죠.”

노인은 쟁반에 남겨진 빵부스러기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뵙지 않는게 나으실 듯 합니다.”

베르니타는 다소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어째서죠?”

“저는 그분께 음식을 떠먹여 드리고 있습니다. 그 만큼…… 그분은 폐인처럼 되셨다는 거지요.”

노인의 말에 브런트가 발끈하여 소리쳤다.

“폐인이라니!! 대체 그분께 무슨 짓을 한 거요!?”

노인은 브런트의 기세에 깜짝 놀라더니 황급히 자리를 떴다. 브런트가 베르니타에게 말했다.

“베르니타! 어서 가보자!”

일행은 통로의 끝 부분으로 가서야 창살 너머로 테르지오를 발견할 수 있었다. 침대에 눕혀진 그의 모습은 상당히 초췌해 보였으며, 수염은 전혀 관리를 하지 않아 얼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브런트가 소리쳤다.

“매커드경!!”

브런트의 말에 테르지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눈은 퀭 하게 꺼져 있었으며, 눈빛은 흐려 보였다. 그가 바라보기만 할 뿐 대답을 않자 이번엔 베르니타가 그를 불렀다.

“저에요! 기억하시나요? 베르니타에요!”

카노트도 소리쳤다.

“소인입니다요! 제가 만들어드렸던 갑옷은 어디에 있습니까요?”

테르지오는 일행을 주욱 훑어보더니 화이트 휠윈드와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 그제서야 테르지오는 화이트 휠윈드에게 질문을 던졌다.

“자네는 동방에서 여기까지 왔나? 힘들었겠군…….”

화이트 휠윈드는 대답이 없었다. 잠시 후 테르지오는 일행에게서 시선을 돌리더니 천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나는 그대들을 볼 면목이 없다네. 와 준건 고맙지만…… 돌아가 주었으면 한다네.”

브런트는 테르지오의 대답을 믿을 수 없었다. 그는 창살을 세차게 부여잡으며 소리쳤다.

“대, 대체 누가 경을 이꼴로 만들었습니까!? 이곳의 사제들입니까!? 내 이것들을…….”

“나는 큰 죄를 졌다네…….”

테르지오의 말에 브런트는 멍하니 그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한편, 베르니타는 브런트와 테르지오를 번갈아 보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매커드경. 성기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테르지오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의 입에선 침통한 목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난…… 간음죄를 저질렀다네. 사도로써 어겨선 안될 계율이지. 고로 난 여기서 벌을 받아야 해.”

브런트와 베르니타는 그의 말에 놀라고 말았다. 화이트 휠윈드만이 오히려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흥! 겨우 간음? 미들랜드의 돈 많은 남자는 여러 명의 처를 둔다는 것을 잊지 말게!”

“‘겨우’가 아니네. 내가 간음한 상대는 유부녀에다가 성녀이네.”브런트는 두 눈을 크게 뜨며 입을 열었다.

“설, 설마…… 에트린…….”

“그렇다네. 내 사실대로 말하지…….”

테르지오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말하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모두 들은 베르니타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경의 잘못이 아니에요. 당시 경은 팔과 다리를 다쳐 움직일 수도 없던 상황이었고…….”

테르지오가 그녀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난 이전부터 그녀를 연모해 왔었네. 부끄럽지만 마음 속으로도 수차례 그녀와 사랑을 나누고 있었지. 그게 무슨 뜻인지 알겠는가? 만약, 상황이 갖춰졌다면 난 이미 수차례 간음을 했었다는 뜻이지. 그리고 내 팔을 보게…….”

브런트는 테르지오의 팔과 다리를 보았다. 붕대가 칭칭 감겨져 있는 그의 팔과 다리는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테르지오는 말을 이어갔다.

“……여신님의 권능이 남아있었더면 이미 팔과 다리의 뼈는 아물었을거야. 하지만 큰 죄를 지은 나에겐 권능이 모두 떠났어. 팔과 다리의 감각도 없어졌다네. 몸을 움직이지 못하니 근육도 수축되어가고 있지. 그러니 이제 사도로서의 나의 인생은 끝난거야.”

일행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얼마의 정적이 흘렀을까? 테르지오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여기서 이러고 있지 말게나. 난 이제 그대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어. 일단 로메리온님께로 돌아가게. 성녀가 바뀌었으니 그에 따라 계획을 수정해야 하네.”

브런트가 여전히 자리를 뜨지 않자, 테르지오는 브런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어서 움직이게. 기가비어턴은 이 순간에도 다음 계획을 세우고 있을걸세. 그리고…… 자네 아버지 바텐호스를 구원할 방도를 찾아야 하네.”

브런트는 망치로 머리를 맞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는 떨리는 입술로 테르지오에게 물었다.

“알, 알고…… 계셨습니까?”

“자네와 같은 체격과 같은 성(姓), 무엇보다도 바텐호스는 노쓰웨이에선 흔한 이름이 아닌가? 노쓰웨이는 자네 고향이고…….”

화이트 휠윈드는 브런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자가 자네 아버지였나? 놀랍군. 한쪽은 기가비어턴의 적이고 다른 하나는 심복이라니.”

테르지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아니야. 바텐호스는 기가비어턴의 저주가 걸린 갑옷을 입고 있어. 그 갑옷입은 자를 죽이면 기가비어턴의 새 부하가 되는 거야. 어찌보면 자네 아버지도 피해자일세.”

결국, 브런트는 테르지오와 헤어지기로 마음먹고는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그러면…… 가보겠습니다.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감사라니, 난 그런 말을 들을 자격도 없네. 난 명예를 잃어버린 기사일 뿐이야.”

브런트를 따라가던 카노트는 테르지오를 한번 바라보더니 말하였다.

“그래도……. 제가 만든 갑옷을 입을 유일한 분은 경이셨습니다요.”

베르니타 또한 브런트를 따라가며 테르지오에게 말을 건넸다.

“경이 아니었다면 전 브라이튼에서 비참하게 죽었을 거에요.”

마지막으로 화이트 휠윈드가 나서며 테르지오에게 핀잔을 주었다.

“흥! 명예를 잃었다고? 황제를 수호하는 거룩한 임무에 두 번이나 실패한 나도 복수를 다짐하고 있다. 머저리같으니! 너와 지예프 사막에서 검을 겨룬게 심히 부끄럽구나.”

그들은 사원을 나왔다. 하지만 그들은 투스텝이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땅에는 투스텝의 고삐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브런트는 주변을 돌아보며 투스텝을 찾았다.

“뭐야? 대체 어디로 간 거지?”

카노트가 브런트에게 말하였다.

“일단 리터너에게로 가보는게 어때? 그녀석이라면 뭔가 알 것 같은데 말이야.”

“아! 리터너!”

일행은 리터너가 있는 우드빌 여관으로 향했다. 브런트는 사원이 시끄러워질 까봐 우드빌 여관에 리터너를 놓아두고 왔던 것이었다. 달려가던 베르니타가 브런트에게 물었다.

“브런트. 왜 개들이 저기 다 모여있지?”

그녀의 말대로, 우드빌 여관 앞에는 수십마리의 개들이 모여서 일제히 짖고 있었다. 여관점원이 뛰쳐나와 개들을 쫒았지만 점원이 들어가면 개들은 다시 모여들었다. 베르니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설마…… 리터너가 개들의 말까지 배운게 아닐까?”

“그럴리가!”

그러나 그들은 여관 안에서 개소리를 내고 있는 리터너를 발견할 수 있었다. 리터너는 브런트를 향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오! 왔나? 보라구! 난 이제 개들의 말까지 터득했어! 저 개새키들과 함께 개들의 권리와 의무에 관해 토론을 하고 있었지.”

브런트의 화가 폭발했다.

“야! 제발 그만하라고! 개들이 몰려있는 것을 보고 사람들까지 몰려오면 어쩔뻔했어!?”

여느때와는 달리, 브런트가 화를 내자 리터너는 다소 놀란 듯 하였다.

“어? 왜 이래? 뭐 기분나쁜 일이라도 있었어?”

브런트는 테르지오의 일을 이야기했다. 리터너는 알았다는 듯이 대답하였다.

“허! 그렇구만! 그래서 저 개새키들이 나에게 말한 것이로군?”

“뭐?”

브런트가 묻자 리터너는 신나 대답하였다.

“개새키들이 말하더라고. 흰옷 입은 사람들이 일제히 한곳으로 모여들고 있다고 말야. 내 생각엔 그 흰옷입은 사람들은 분명 플라투스의 사제들일꺼야. 이게 뭘 의미하겠어? 새로 생긴 성녀를 찾았다는 뜻 아니겠냐구?”

카노트가 화들짝 놀라며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빨리 움직여야겠군. 기가비어턴이 두 번째 성녀를 찾아내기 전에 말이야.”


일행은 다음날 일찍 비건리치를 떠났다. 투스텝이 없어졌기에 그들은 노새를 구해 이동해야 했으며, 그 속도는 느릴 수 밖에 없었다.


× × × × ×


브런트일행이 남방 프란치아로 떠난지 사흘째 되던 날, 테르지오는 언제나처럼 속죄의 방에 누워있었다. 그의 몰골은 더욱 말라갔으며, 풍성했던 그의 볼은 쑤욱 들어가 있었다.

-또각 또각

나막신 소리가 그의 귀에 들려왔다. 테르지오는 식사가 왔음을 직감하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뭘 그리 수고하시오? 여신님의 축복이 떠난 이몸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오.”

“하지만 드셔야지요.”

테르지오는 노파의 목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돌렸다. 빵과 치즈, 그리고 말린고기와 물을 가져온 사람은 노인이 아니라 노파였던 것이었다.

“그대는 처음보는 사람이구려? 오늘 오셨소?”

노파는 살집이 있는 볼을 살짝 올리며 웃었다. 사람좋아보이는 웃음을 지으며 그녀는 대답하였다.

“네. 오늘 왔지요. 훌륭하신 기사님께서 이곳에 누워계시다는 말을 듣고는 꼭 뵙고 싶었답니다.”

“휼륭하신 기사님이라니…… 가당치 않소. 나같은 죄인에게 훌륭한 기사는 무슨…….”

노파는 침대 곁에 앉아 빵을 찢어 테르지오의 입에 넣어주었다. 테르지오는 빵을 씹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그런데, 어째서 오늘은 그대가 온 것이오?”

노파는 치즈를 칼로 베어내어 빵에 올렸다. 그걸 테르지오에게 권하고 나서야 대답하였다.

“기사님께 꼭 들려드릴 이야기가 있어서 왔지요.”

“무슨 이야기요?”

노파는 테르지오에게 물을 떠먹이고 난 후,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건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랍니다. 너무도 놀라운 이야기라 기사님께 꼭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테르지오는 아무 말이 없었다. 한편, 노파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바라탄에 토리무스(Torimus)라는 솜씨좋은 목수가 있었습니다. 그에겐 아홉살박이 아들이 있었는데 이름이 이리우스(Irius)라고 했지요.”

“그래서요?”

테르지오는 왠지 노파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노파는 말린 고기를 테르지오의 입에 넣어주었다.

“이리우스는 좋은 아들이었다고 하는군요. 어머니는 없었지만, 이리우스는 아버지인 토리무스의 말을 잘 들었다고 합니다. 토리무스 또한 이리우스를 이뻐했기에 그에게 의자를 만들어주었죠. 하루는 토리무스가 마차를 고치기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혼자 남은 이리우스는 집에서 국을 먹다가 그것을 쏟고 말았죠. 그리고 그는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테르지오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그녀에게 물었다.

“걱정하다니? 뭘 말이오?”

노파가 대답했다.

“국을 아버지가 만들어준 의자에 쏟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게 걱정할 일이오? 닦으면 되잖소?”

노파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이리우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답니다. 나무로 만든 의자에 국이 스며들어서 원래대로 돌아오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죠.”

테르지오가 대답했다.

“그거야 당연하오. 냄새는 좀 배겠지. 하지만 가구라는게 살아가면서 파손되거나 손때 묻는것이 당연하지 않소?”

“맞습니다. 하지만 이리우스는 아버지가 정성들여 만든 의자를 더럽혔다는 죄책감에, 유서를 남기고는 자살을 했답니다. 집에 돌아온 아버지 토리무스는 아들의 시신을 보며 오열했지요.”

테르지오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말도 안되오. 아버지가 준 의자를 더럽혔다고 자살을 하다니.”

노파는 테르지오에게 물었다.

“기사님은 이리우스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리석은 아이요! 그가 죽은 것은 안타깝지만 어찌 그리 생각이 짧을 수가 있소!? 아버지는 아들을 사랑하기에 그에게 의자를 더렵혔다는 죄를 묻지 않았을 것이오! 그런데 어찌…….”

“하지만 저는 그와 같은 사람을 요새 또 발견했답니다.”

노파의 말에 테르지오는 씩씩거리며 물었다.

“그런 사람이 또 있소? 대체 어디의 누구요?”

노파는 마지막 음식을 테르지오에게 먹이고는 천천히 대답했다.

“바로 당신입니다.”

테르지오의 눈이 커졌다. 노파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천천히 문 밖으로 나가버렸다. 한참을 생각하던 테르지오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노파가 사라진 곳을 보며 놀라고 말았다.

‘이, 이럴수가!?’

노파가 걸어간 발자국 모양으로 풀이 자란 것이 아닌가? 게다가 풀은 점점 더 자라기 시작했다. 풀 중 가장 큰 것은 자라서 줄기가 되었고, 줄기는 작은 나무가 되었다. 나무엔 꽃과 나뭇잎이 맺혔으며, 나뭇잎 사이로 작은 열매가 하나 열렸다.

-툭!

열매는 땅에 떨어지며 쪼개졌다. 그리고…… 투스텝을 부를 수 있는 씨앗이 드러났다.

‘음!?’

순간 테르지오는 자신의 손가락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끊어졌던 팔과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여신님!!’

그제서야 테르지오는 아까의 노파가 대지모신 아반다나의 현신임을 깨닫게 되었다. 여신은 잠자는 용사를 다시 부른 것이었다.


-계속


작가의말

안녕하십니까? 레그다르입니다.

성기사인 테르지오에겐 간통죄란 큰 죄였습니다. 그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고는 권능을 잃어버렸죠. 진정한 권능은 믿음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의 세계관에선 성기사(Paladin)들은 스스로를 성기사라 칭하지 않습니다. 성기사란 직업이 아니라 남이 붙여주는 것이니까요. 대신 신앙을 가진 성기사들은 스스로를 사도(使徒)라 칭합니다. 그래서 테르지오는 스스로를 사도라고 말합니다.

실제 D&D룰에선 성기사가 죄를 지으면 엄청난 돈을 내고 속죄를 하거나 권능없이 퀘스트를 마쳐야 한다는군요. 여기선 작품을 위해 테르지오가 믿음에 대해 깨닫는 장면을 넣었습니다.

오늘도 무척이나 덥군요. 모두들 늦더위 잘 이기시길 바랍니다.^^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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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88화: 에필로그(Epilogue) +87 12.09.13 4,581 92 14쪽
87 -87화: 붕괴되는 신전 +11 12.09.13 3,400 50 22쪽
86 -86화: 용사의 귀환 +11 12.09.13 3,193 53 25쪽
85 -85화: 발리스타(Ballista) +25 12.09.10 3,667 62 19쪽
84 -84화: 마차 속의 소녀 +21 12.09.06 3,482 64 17쪽
» -83화: 용사, 일어나다. +30 12.08.31 3,549 68 16쪽
82 -82화: 속죄의 방 +24 12.08.28 3,607 67 17쪽
81 -81화: 달빛에 비친 그녀 +28 12.08.26 3,639 59 18쪽
80 -80화: 국화와 물매화 +16 12.08.22 3,417 62 17쪽
79 -79화: 내가 조준당하고 있다 +19 12.08.20 3,492 60 16쪽
78 -78화: 불타는 노웃그래스(Knotegrass) +22 12.08.17 3,544 58 16쪽
77 -77화: 시간싸움 +14 12.08.15 3,630 65 19쪽
76 -76화: 성녀의 정체 +17 12.08.13 3,607 67 17쪽
75 -75화: 리터너(Returner) +29 12.08.11 3,751 59 20쪽
74 -74화: 예언의 석판 +27 12.08.09 3,832 65 17쪽
73 -73화: 바라탄으로 +19 12.08.06 3,829 64 15쪽
72 -72화: 전설의 무기 +20 12.08.04 4,263 73 21쪽
71 -71화: 역설(逆說)의 갑옷 +16 12.08.03 3,966 64 20쪽
70 -70화: 남은건 너 하나 뿐이다. +21 12.07.31 3,831 60 29쪽
69 -69화: 문을 열어주세요. +16 12.07.29 3,941 64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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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화: 마검(魔劍) 이퀄리브리온(Equalibrion) +20 12.02.13 10,598 99 23쪽
44 -44화: 구덩이 +29 12.02.10 10,002 108 20쪽
43 -43화: 황제의 무덤 입구 +25 12.02.07 10,350 105 21쪽
42 -42화: 문 미러(Moon Mirror) +26 12.02.04 10,157 102 16쪽
41 -41화: 스와이번 일행 +22 12.01.31 10,051 106 14쪽
40 -40화: 제분소를 나서다 +30 12.01.29 10,332 100 14쪽
39 -39화: 에뎁세스의 반지 +27 12.01.26 10,665 10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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