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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그다르 님의 서재입니다.

아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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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레그다르
작품등록일 :
2012.09.13 03:11
최근연재일 :
2012.09.13 03:11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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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1,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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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2,367

작성
12.09.06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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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84화: 마차 속의 소녀

DUMMY

× × × × ×


브런트일행은 에투렐리아의 항구도시 워터루트(Wateroot)를 출발, 배를 타고 남방 프란치아로 향하였다. 하지만 프란치아땅에 도착한 그들은 플라투스의 사제들이 움직인 방향을 추적하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실망한 브런트는 목적없이 마차를 몰고 있었다. 그때 마차 뒤에 탄 베르니타가 그에게 말했다.

“드래곤에게서 성녀를 보호한다잖아? 나 같아도 흔적을 최대한 지우고 갈 것 같아.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게 어때?”

브런트는 복잡한 마음을 추스르는 듯, 여전히 노새를 몰며 말했다.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사제들 중 한 사람만이라도 알면 반지의 힘으로 찾을 수 있으련만…….”

“도시가 보이는군…….”

마차 뒤에서 후드를 눌러쓴 채 팔짱을 끼고 있던 화이트 휠윈드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브런트는 시력을 돋우어 멀리 보이는 도시의 깃발을 바라보았다. 하얀바탕에 파란색 점이 네 개 박혀있는 깃발이었다.

“저건 어디의 깃발이지? 백기에 점 네개라니…….”

카노트는 깃발을 알아본 듯, 마차 앞으로 다가서며 말하였다.

“저건 점이 아니야. 가까이서 보면 제비꽃 모양이지.”

“저 깃발을 아세요?”

브런트의 물음에 카노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저곳에 간 적이 있어. 와이즈브룩(Wisebrook)이라는 도시야. 프란치아의 수도는 아닌데 크기는 더 크지.”

화이트 휠윈드는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제비꽃이라…….”

그는 후드를 젖히며 브런트에게 말하였다.

“동방엔 이런 속담이 있지. 낮은 곳에는 물이 흐르고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말이 흐른다는…….”

“그게 무슨 뜻이야.”

베르니타가 대신 대답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정보가 반드시 흐른다는 뜻이야. 책에서 본 적이 있어.”

화이트 휠윈드가 말했다.

“아가씨가 똑똑하군. 그녀의 말대로야. 이곳에서 가장 큰 도시라면 사람들도 많이 모일 터, 반드시 정보를 얻어낼 수 있을거다.”

그때 리터너가 말했다.

“동방의 멍청이.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지 왜 속담같은 걸로 돌려 말하냐? 너 똑똑한거 티내냐?”

하지만 화이트 휠윈드는 리터너의 말에도 피식 웃기만 할 뿐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물론 이것이 리터너를 더욱 자극했다.

“야! 너 또 날 무시했지!? 평생 저주나 받아라!”

그제서야 화이트 휠윈드는 리터너에게 대꾸를 하였다.

“검은 옷에는 먹물을 묻혀봤자 소용이 없지. 어차피 난 저주란 저주는 모조리 받았기에 너의 그 말은 아무런 효용이 없다.”

“뭐? 무슨 저주?”

화이트 휠윈드는 다시 후드를 눌러쓰며 대답했다.

“됐다. 너에게 대답할 의무는 없다.”

“아! 뭔데!? 좀 말해봐! 응! 제발! 부탁이야!”

화이트 휠윈드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계속 애원하던 리터너는 화가 났는지 화이트 휠윈드에게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

“오! 그렇게 나오시겠다!? 이 노란원숭이자식! 동방인들은 겉얼굴과 속얼굴이 다르다던데 네 속은 대체 무슨 색이냐!? 븅신새키! 질문엔 대답을 해야 할꺼 아냐! 멍충아!”

그러자 갑자기 화이트 휠윈드가 브런트의 허리춤에 달린 리터너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알려줄까?”

리터너는 금새 태도를 바꾸며 말했다.

“오! 그래! 말해줘! 궁금하다고!”

“우끼긱 끼긱! 기끼끼끽! 우끼! 우끼! 우끼끼! 까악까악! 깍깍!”

화이트 휠윈드의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오자 모두는 그를 바라보게 되었다. 화이트 휠윈드는 좌중의 반응에 다소 당황한 듯 헛기침을 몇 번하더니

“나보고 노란원숭이라고 했나? 원숭이의 언어로 말했으니 알아서 해석하도록.”

이라는 말을 끝으로 고개를 수그리고는 다시 팔짱을 끼웠다. 리터너는 대노했다.

“이 개새~~~~~~~~.”


일행은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프란치아의 대도시 와이즈브룩에 들어설 수 있었다. 일행은 번화한 와이즈브룩의 규모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호객을 하는 상인들부터 장대 위에서 접시를 돌리며 돈을 받는 광대. 게다가 이곳저곳에서 흥정하느라 정신이 없는 시민들까지, 일행은 몰려드는 인파사이를 헤집으며 식당으로 향했다.

“자! 어떻습니까!? 질 좋은 강황(Turmeric)이 들어왔습니다. 동방에서 들여온 향신료입죠!”

길을 걷던 화이트 휠윈드는 장터에 수북히 쌓여있는 노란색 가루에 눈을 돌렸다. 상인은 웃으며 그에게 권하였다.

“이걸 쓰면 음식의 잡내를 순식간에 잡아주죠! 없어진 입맛도 되돌려준답니다! 향을 맡아보십시오! 무슨 느낌이 나십니까!?”

“고향의 느낌이 나는구려.”

화이트 휠윈드의 대답에 상인은 다소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아, 동방에서 오셨습니까?”

한편, 브런트는 화이트 휠윈드가 떨어져있음을 발견하고는 그를 불렀다.

“뭐해?”

화이트 휠윈드는 고개를 젓더니 브런트에게로 다가왔다. 브런트는 그에게 물었다.

“상인과 무슨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어?”

화이트 휠윈드는 즉답을 피하였다.

“아무래도…… 기가비어턴을 해치운 후에는 여기서 정착하는게 좋을 듯 하군.”

리터너가 핀잔을 주었다.

“쳇! 동방인들은 매사를 돌려서 말한다더니 질문에 엉뚱한 대답만을 하는군! 너 같은 것은 그냥 후장을…….”

“조용해 리터너.”

브런트는 리터너에게 주의를 주었다.

“여기서 사제들의 행방에 대한 정보를 찾아야 한다구.”

일행은 식사를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서 사제들에 관한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플라투스 사제들의 행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밀전병을 다 먹어치운 브런트는 사과즙을 들이키고는 일행에게 말하였다.

“여기서 우리가 방황하는 동안에도 사제들은 어디론가 집결하고 있을거야. 아무래도 흩어져서 정보를 찾는게 좋을 것 같아.”

화이트 휠윈드가 입을 열었다.

“그럼 나는 이곳에서 대기하고 있지. 내 얼굴은 이곳에서 튀기 때문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할거야.”

브런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너는 여기서…….”

화이트 휠윈드는 피식 웃으며 브런트의 말을 가로챘다.

“내가 리터너를 데리고 있지.”

그의 말에 리터너가 놀라고 말았다.

“뭐어!? 나보고 이 재미없는 놈이랑 함께 있으라구!?”

“미안해. 금새 돌아올게.”

브런트와 베르니타, 카노트는 각자 흩어져 사제에 관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사제들에 관한 그 어떠한 정보 하나도 알아내지 못했다. 플라투스는 이곳 와이즈브룩에서 대중적으로 신봉되는 신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시민들에게 이것 저것을 물어보던 베르니타는 몇 명의 남자들에게 둘러싸이고 말았다.

“이봐 아가씨. 못 보던 얼굴인데 어디서 왔어?”

베르니타는 남자들을 둘러보았다. 그들의 신체는 건장했으나, 손아귀에는 굳은살 하나 없는 건달들임을 알 수 있었다.

“이 근처에서 여행을 왔어요. 전 이만…….”

베르니타는 자리를 떠나려 했지만, 사내 중 하나가 그녀의 손목을 잡아챘다.

“어어어! 잠깐! 서두르지 말자구. 키가 크고 머리가 금발인 것을 보니 북방에서 왔나?”

다른 사내가 그녀의 엉덩이를 툭 쳤다. 그녀가 화들짝 놀라며 몸을 돌리자 그녀의 뒤에서 얼굴에 수염이 가득한 사내가 웃고 있는 것이 보였다.

“헤헤헤. 엉덩이가 튼실한걸 보니 속도 야무지겠구만. 남방사내의 맛좀 보지 않을텨?”

그녀는 재빨리 눈을 굴려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녀의 옆에선 야외에서 바비큐를 굽는 요리사가 불량배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붙잡은 사내의 손을 불구덩이 속으로 밀어넣었다.

“으아아앗! 뜨거!!”

베르니타는 이 순간을 이용하여 달아나기 시작했다. 한 사내가 그녀의 어깨를 잡았지만 그녀는 세차게 몸을 틀어 손길을 뿌리쳤다.

“야! 잡아!”

베르니타는 남자들이 자신을 쫓아오는 것을 보고는 시장에 진열된 바구니를 잡아당겼다. 바구니에 담겨진 과일들이 땅바닥에 쏟아지며 남자들을 미끄러뜨렸다. 그녀는 더욱 달리는 속도를 높였으나, 행인들이 워낙 많아 이리저리 부딪히게 되었다.

“저기있다!”

그녀가 달리는 곳 앞에서 다른 패거리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옆의 다리쪽으로 도망쳤다. 그녀가 계속 달아났으나, 남자들과의 거리는 벌려지지 않았다.

‘브런트! 대체 어디있는거야!?’

그녀는 다리 맞은편에서도 남자들이 뛰어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녀는 몸을 돌렸으나 반대쪽에서도 이미 패거리들이 쫓아온 후였다. 결국 그녀는 다리 위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남자들은 음탕한 미소를 흘리며 그녀에게 말했다.

“이봐 이쁜이. 우리 형님의 손을 태워먹었으니 뭘로 배상할거야?”

“돈은 안 받아. 우린 돈도 많으니까.”

“맞아. 몸으로 배상하라고. 헤헷.”

베르니타의 얼굴은 이미 하얗게 질려버렸다. 당황한 그녀는 다리 아래를 바라보았다. 다리 아래는 깊었으며, 애석하게도 물은 너무도 얕았다. 사내 하나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리로 달아나려고? 관둬. 이쁜 몸이 다 부러질걸?”

남자들이 다가오자 그녀는 어쩔 줄을 몰라하였다. 그때 그녀는 다리 난간에 노움이 기대어 서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카노트아저씨! 도와주세요!”

다가오던 사내들은 베르니타가 노움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뭐야? 저 쬐그만 놈에게 도와달라고 말하는거야? 저 쭈글쭈글못생긴 난장이가 뭐가 좋다고!”

“맞아맞아! 이리 와. 오빠들이 잘해줄게.”

한편, 노움은 베르니타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엥? 형의 이름을 어떻게 알고있는거샴?”

베르니타는 놀라 되물었다.

“샴? 샴이라뇨?”

어느덧 그녀에게 다가온 한 불량배가 손목을 잡으려 하였다. 그때

“아이쿠!”

“난장이가 다리를 걸었어!”

“이 난장이새키! 죽고싶냐!? 왜 우릴 막는거야?”

“난 척 보면 아샴. 너희들은 나쁜 놈들이샴.”

베르니타가 발견한 노움은 카노트의 쌍둥이 동생 에톤라크였던 것이었다. 사내들은 에톤라크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콰당! 쿵! 퍼억!

“으아아아아아아아!!”

에톤라크의 망치에 맞은 사내, 갈고리에 걸려 넘어진 사내, 또한 몇 사람은 다리 아래로 떨어져 큰 부상을 입었다. 다른 사내들이 에톤라크를 공격하려 다가왔으나 사내들은 픽픽 쓰러지기 시작했다. 쓰러진 남자들은 대낮인데도 깊은 잠에 빠지는 것이 아닌가?

한편, 쓰러지지 아니한 남자들은 다리 건너편에서 금발의 엘프여인이 서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녀는 후르시아였다.

“여기서 사건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군요. 그러니, 어서 쓰러진 친구들을 데리고 사라지세요.”

사내들은 에톤라크와 후르시아에게 적수가 못 됨을 알고는 달아나버렸다. 베르니타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들에게 감사의 말을 건네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괜찮샴. 그런데, 어떻게 형의 이름을 알고있샴?”


× × × × ×


그날 저녁, 브런트일행은 에톤라크와 후르시아를 만나게 되었다. 브런트는 반가움에 어쩔 줄을 몰라하며 인사를 하였다.

“정말 반가워요! 그동안 잘 지내셨지요?”

후르시아는 브런트의 뒤를 넘겨보며 물었다.

“네. 잘 지냈지요. 그런데…… 테르지오님은 어디 계시나요?”

“아…….”

브런트의 얼굴이 굳어졌다. 베르니타는 후르시아의 행동에서 뭔가를 짚어내고는 그들 사이에 끼어들며 말했다.

“매커드경은 에투렐리아에 있는 아반다나의 신전에서 수련중이세요.”

후르시아는 고개를 끄덕였으나 그녀의 표정에는 여전히 의심의 기운이 서려있었다.

“이런 시국에 수련이라니…… 의외군요.”

후르시아는 갑자기 몸을 흠칫하더니 브런트의 뒤를 가리키며 말했다.

“브런트. 뒤를 보세요.”

브런트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뒤에는 화이트 휠윈드가 서 있었다. 후르시아는 그를 알아보고는 말을 이어갔다.

“저 동방인은 위험한 인물입니다. 어째서 그가 여기에 있는거죠?”

화이트 휠윈드는 팔짱을 낀 채,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동방사람들보다는 괴상한 주술을 쓰는 주술사들이 더 위험하지. 너 같은 부류들 말이야.”

브런트는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아! 그, 그건 설명해 드릴게요.”

브런트는 후르시아에게 화이트 휠윈드와의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카노트는 에톤라크를 발견하고는 놀라 소리쳤다.

“뭐야!? 네가 대체 왜 여기 있는거야!?”

“나야 말로 묻고싶샴. 형은 싸움도 못하면서 왜 브런트를 따라다니는 거샴?”

카노트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샴? 샴이라고? 너 아직도 그녀를 잊지 못한거냐?”

“그것에 관해선 그만 말하샴. 오랜만에 만난 형제사이에 찬바람이 불지 않도록 해주샴.”

베르니타는 에톤라크와 카노트를 계속 번갈아보고 있었다. 그 만큼 두 사람은 정말로 닮아있었던 것이었다. 그녀는 조심스레 카노트에게 말했다.

“카노트아저씨……. 아저씨의 쌍둥이 동생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토록 닮으신 분이 있을줄은 몰랐어요. 옷을 바꿔입으면 절대 구분 못하겠는걸요?”

“아니야. 머리 가르마를 보라구. 우리는 달라.”

카노트의 말대로, 카노트와 에톤라크의 가르마는 반대였다. 그때 에톤라크가 맞장구를 쳤다.

“맞샴! 우리는 다르샴! 정 반대이샴!”

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을 필사적으로 넘긴 헤어스타일은 방향만 달랐지 형태는 동일했다.


그들은 저녁식사를 하며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브런트는 놀라해하며 소리쳤다.

“네!? 로메리온님께서 마력을 회복하셨다고요!?”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손님들이 일행을 바라보게되었다. 브런트는 목소리를 낮추더니 후르시아에게 다시 물었다.

“제가 반지에 걸린 마법을 아반다나신전에서 쓰는 바람에, 로메리온님께선 마법을 못 쓰실텐데요?”

후르시아가 대답했다.

“그 대지모신의 저주는 시간이 지나면 풀리게 되어있습니다. 대지여신은 언제나 남을 용서하길 바란다는군요.”

그때 에톤라크가 끼어들었다.

“어쨌든 그분의 마법으로 우린 자네가 이곳으로 왔음을 알게 된거샴.”

브런트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다행이로군요. 앞길이 막막해서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후르시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완전히 다행이라고 볼수는 없습니다. 로메리온님께서 마력을 회복하셨다는 뜻은 결국…….”

순간 브런트는 모골이 송연해져옴을 깨달았다.

“기, 기가비어턴도 마력을 회복했겠군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사악한 생물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녀를 잡아먹으려 하겠지요.”

브런트는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지체할 시간이 없군요. 하지만 플라투스의 사제들을 추적했으나, 그들은 이미 어디론가 집결해서 사라진 뒤였습니다. 성녀가 누구인지 빨리 가서 보호해야 할텐데요.”

에톤라크가 말했다.

“그건 걱정마샴. 우리가 여기에 온 이유가 바로 그거샴. 성녀가 있는 곳으로 함께 가샴.”

“아! 근데 그걸 어떻게 아시죠!?”

“당연하샴. 로메리온님께서는 의외로 인맥이 넓으샴. 내일 당장 출발하도록 하샴.”


× × × × ×


다음날 아침, 브런트 일행은 말 한필을 더 사서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 말이 늘어난 것도 있었지만, 길을 잘 아는 에톤라크가 있었기에 그들의 진행은 빨라지게 되었다. 그들은 와이즈브룩에서 동쪽으로 더 이동하여 백색옷을 입은 무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은 플라투스의 사제들이었다. 플라투스의 사제 중 몇몇은 브런트일행을 알아보고는 인사를 건네었다.

“형제님이 브런트님이시죠?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한 여사제가 브런트에게 말을 건네었다. 하얀색사제복을 갑옷 위에 겹쳐입은 이 여인은 사제복처럼 하얀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하얀색 후드 아래로 보이는 그녀의 입술은 눈에 띄게 붉었다. 브런트는 얼떨결에 그녀의 인사를 받았다.

“아. 네. 안녕하세요? 제가 브런트입니다.”

여사제는 그녀의 큰 눈을 굴려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전체적으로 눈과 콧날, 그리고 턱선 모두가 동그래보이는 인상이었다. 하지만 귀염상인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게, 그녀에게서 풍기는 분위기는 엄숙했다.

“반갑습니다. 성녀를 이동시키는 일을 맡은 수녀 디오라(Diora)라고 합니다. 형제님께서는 십자궁에 능하시다고 들었는데, 성녀를 지키는데 도움을 주실 수 있는지요? 부탁드립니다.”

그녀가 큰 눈을 감으며 성호를 긋자 브런트가 황급히 대답하였다.

“별말씀을……. 당연히 도와야지요. 그런데, 성녀가 저분이십니까?”

브런트는 사제들 가운데에 있는 붉은색 마차를 가리켰다. 마차의 창에는 한 소녀의 손이 드러났다. 하지만 그 손은 커텐을 쳤으며, 결국 소녀의 모습은 보이질 않게 되었다.


-계속


작가의말

안녕하십니까? 레그다르입니다.

너무도 오랜만에 글을 올려 죄송합니다. 결혼을 하니 양가족을 다 신경쓰는 통에, 양쪽 가족행사에 다 참여하다가 저녁에 글쓸 시간이 없었습니다.T_T

저번에 글의 3분의2가 진행되었다고 말씀드렸죠. 다시 보니 잘못 되었습니다. 이제 아발리스트는 막바지에 접어든 것 같습니다. 빨리 마무리짓고 휴식을 취하고 싶네요. 그래도 여러분들께서 많이 사랑해주셔서 너무도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여기 리터너가 화이트 휠윈드에게 노란원숭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전 동양인을 비하할 생각이 전혀 없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그저 우리눈에는 백인이 코쟁이로 보이는 것처럼, 백인들 눈에는 동양인이 저리 보일지도 몰라서 저렇게 쓴 것이죠. 백인이든, 황인이든, 흑인이든, 인간은 모두 존엄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편에도 베르니타가 위기에 빠졌네요. 베르니타는 어린시절부터 학식과 교양을 쌓은 몇 안되는 지식인이지만, 전투력은 없습니다. 카노트처럼요.

다음편에 뵙겠습니다. 일교차가 크니 잘때 따뜻하게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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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88화: 에필로그(Epilogue) +87 12.09.13 4,581 92 14쪽
87 -87화: 붕괴되는 신전 +11 12.09.13 3,400 50 22쪽
86 -86화: 용사의 귀환 +11 12.09.13 3,193 53 25쪽
85 -85화: 발리스타(Ballista) +25 12.09.10 3,667 62 19쪽
» -84화: 마차 속의 소녀 +21 12.09.06 3,483 64 17쪽
83 -83화: 용사, 일어나다. +30 12.08.31 3,549 68 16쪽
82 -82화: 속죄의 방 +24 12.08.28 3,607 67 17쪽
81 -81화: 달빛에 비친 그녀 +28 12.08.26 3,639 59 18쪽
80 -80화: 국화와 물매화 +16 12.08.22 3,417 62 17쪽
79 -79화: 내가 조준당하고 있다 +19 12.08.20 3,492 60 16쪽
78 -78화: 불타는 노웃그래스(Knotegrass) +22 12.08.17 3,544 58 16쪽
77 -77화: 시간싸움 +14 12.08.15 3,630 65 19쪽
76 -76화: 성녀의 정체 +17 12.08.13 3,607 67 17쪽
75 -75화: 리터너(Returner) +29 12.08.11 3,751 59 20쪽
74 -74화: 예언의 석판 +27 12.08.09 3,832 65 17쪽
73 -73화: 바라탄으로 +19 12.08.06 3,829 64 15쪽
72 -72화: 전설의 무기 +20 12.08.04 4,263 73 21쪽
71 -71화: 역설(逆說)의 갑옷 +16 12.08.03 3,967 64 20쪽
70 -70화: 남은건 너 하나 뿐이다. +21 12.07.31 3,831 60 29쪽
69 -69화: 문을 열어주세요. +16 12.07.29 3,941 64 20쪽
68 -68화: 흡혈귀(Vampires) +19 12.07.27 4,089 69 20쪽
67 -67화: 도시의 비밀 +17 12.07.25 3,881 67 15쪽
66 -66화: 샤인스트림(Shinestream) +17 12.07.23 4,146 69 20쪽
65 -65화: 천공(天空)의 기사 +31 12.07.21 4,751 71 22쪽
64 -64화: 플라투스의 성녀(聖女) +52 12.04.22 6,088 96 18쪽
63 -63화: 진실문답 +46 12.04.18 5,902 101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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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54화: 반지의 정체 +42 12.03.09 9,442 119 23쪽
53 -53화: 엘프들의 산 +58 12.03.06 9,889 128 24쪽
52 -52화: 텐 세컨즈(Ten Seconds) +52 12.03.03 9,772 146 23쪽
51 -51화: 사랑, 가시 그리고 갑옷(Love, Thorn, Mail) +35 12.02.29 9,845 110 24쪽
50 -50화: 우연한 재회 +46 12.02.26 10,221 117 22쪽
49 -49화: 밴시(Banshee) +33 12.02.23 10,749 125 23쪽
48 -48화: 버려진 자 +44 12.02.21 10,654 120 28쪽
47 -47화: 아발레스트(Arbalest) +39 12.02.18 10,873 121 21쪽
46 -46화: 무기를 손에 넣다 +32 12.02.15 10,512 109 21쪽
45 -45화: 마검(魔劍) 이퀄리브리온(Equalibrion) +20 12.02.13 10,598 99 23쪽
44 -44화: 구덩이 +29 12.02.10 10,003 108 20쪽
43 -43화: 황제의 무덤 입구 +25 12.02.07 10,351 105 21쪽
42 -42화: 문 미러(Moon Mirror) +26 12.02.04 10,157 102 16쪽
41 -41화: 스와이번 일행 +22 12.01.31 10,051 106 14쪽
40 -40화: 제분소를 나서다 +30 12.01.29 10,332 100 14쪽
39 -39화: 에뎁세스의 반지 +27 12.01.26 10,665 10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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