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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그다르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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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레그다르
작품등록일 :
2012.09.13 03:11
최근연재일 :
2012.09.13 03:11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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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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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02,367

작성
12.04.02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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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1쪽

-61화: 바텐호스(Bartenhose)

DUMMY

이 자그마한 체구의 황제는 상황이 급박하다는 것을 아는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오고테무르에게 뭔가를 묻고 있었다. 소녀황제의 질문에, 오고테무르는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가까스로 대답하였다. 물론, 황제를 겨누고 있는 브런트의 표정에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다.


‘저 소녀 때문에 육십만명이나 이곳으로 왔단 말인가?’


브런트는 주저하고 있었다. 아홉 살 난 소녀황제를 죽여야만 서방세계를 구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브런트의 양심은 그것을 가로막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저 소녀가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브런트의 시선은 오고테무르에게 향하였다. 실제로는 그가 원흉이었다. 자신의 권력을 확장시키기 위하여 어린 황제를 조종했던 자……. 브런트는 오고테무르에게 십자궁을 겨누었다. 하지만 그는 다시금 망설일 수 밖에 없었다.


‘제부진은 황제를 죽여달라고 했다. 오고테무르를 죽여도 황제가 살아있으면 제부진은 여전히 정권을 잡을 수 없게되겠지.’


브런트는 제부진이 황제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되면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두려웠다. 지금 제부진이 가진 병력만으로도 하멕성의 모든 병사들은 죽을 것이 뻔했다. 브런트는 먼발치의 하멕 성을 바라보았다. 제부진과 테르지오의 사전협약에 의거하여 제부진의 부하들은 하멕성의 수비병을 체포만 했지 죽이지는 않았던 것이었다. 하지만 브런트가 황제를 살려준다면 그 수비병들은 모두 제부진의 분풀이 대상이 될 것이 뻔했다.


‘대체 어찌해야 좋단 말인가!?’


브런트가 망설이는 사이, 하늘의 구름은 완전히 다 걷히게 되었다. 구름이 걷히면서 강렬한 태양이 브런트에게 쏘아져 내려왔다. 그리고, 강렬한 태양빛은 브런트의 십자궁 텐 세컨즈에 부딪히며 빛을 반사하게 되었다.


불행하게도, 브런트의 십자궁에서 나오는 빛을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은 소녀황제의 주술사였다. 동방의 주술사는 사구언덕에서 엎드려있는 브런트를 발견하고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였다. 그와 동시에 깃털 부채에서 깃털 하나를 뽑아내더니 브런트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였다. 그러자 땅바닥이 파이기 시작하더니 그 파임이 브런트에게 쏘아져 오는 것이 아닌가? 이것은 땅에 모래지옥을 만드는 마법이었던 것이다.


“으응!?”


주술사는 당황하고 말았다. 브런트에게 날아간 모래지옥마법이 그대로 증발해버렸기 때문이었다. 브런트가 손가락에 끼고 있던 에뎁세스의 반지가 모래지옥마법을 흡수해버린 것이었다. 마법이 사라지자 주술사는 당황하여 소리쳤다.


“대도독님! 저기 저격수가 있사옵니다! 폐하를 모시고 피하시옵소서!”


놀란 오고테무르는 황제에게 급히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저를 용서하소서!”


오고테무르는 어린 여황제를 두 손으로 번쩍 들어 말 위에 올렸다. 한편, 브런트는 자신의 반지가 누르스름한 빛을 내는 것을 발견했다. 반지에 박힌 보석안에 모래폭풍이 일렁이는 것이 보인 것이다. 브런트는 주술사의 마법이 반지로 들어왔음을 깨닫고는, 재빨리 반지를 앞으로 내밀며 소리쳤다.


“콘트라디움(Contradium)!!”


콘트라디움은 반지가 흡수한 마법을 밖으로 다시 쏘아내는 시동어였다. 브런트의 반지로부터 땅이 패여져 나가더니 그 패임은 주술사에게 도착했다.


-콰아아아악!


굉음을 내며 모래지옥이 만들어졌다. 모래지옥은 주술사와 기수들을 땅으로 빨아들이기 시작하였다. 주술사와 기수들은 서로 뒤엉켜 몸부림을 쳤지만, 이내 모래속에 파묻혀 죽고 말았다.


브런트는 몸을 일으키더니 다시 공성십자궁을 겨누었다. 오고테무르는 어느새 황제의 뒤에 올라타 말고삐를 잡아채고 있었다.


-빠아아아아아아악!


오고테무르의 이마에 볼트가 박히는 소리였다. 오고테무르의 시신은 뒤로 붕 뜨더니 땅에 떨어지고야 말았다. 놀란 말이 앞으로 내달렸고, 말고삐를 잡지 못한 어린 황제는 다시금 땅에 떨어졌다. 브런트는 텐 세컨즈를 장전하며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황제를 붙잡아 인질로 삼기 위해서였다. 브런트가 생각하기에, 이것은 서방과 동방을 모두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땅에 쓰러진 황제는 오고테무르의 시신을 보더니 겁에질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녀가 달려가는 방향에는 시녀들이 마주 달려오고 있었다. 시녀들은 겁에 질린 황제를 보호하듯이 둘러쌌다. 그런데


“꺄아아아아아아아!!”


어린 소녀의 비명소리가 브런트의 귓전을 때렸다. 그와 동시에 시녀들의 비명들이 연이어 들려오는게 아닌가? 그리고 시녀들 틈새에서 한 시녀가 뛰쳐나가는 것이 보였다. 시녀의 손에는 피가 흠뻑 묻은 단검이 들려있었다. 브런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끼며 시녀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황제의 시녀들은 브런트가 달려오자 비명을 지르며 어쩔 줄을 몰라하였다. 누구는 황제를 끌어안으며 그녀를 보호하려 했고, 또 다른 시녀는 바닥에 엎드려 자비를 구하였다. 한편, 브런트는 황제를 끌어안고 있는 시녀의 옷에 피가 배이는 것을 보고는 놀라 물었다.


“황제는 무사합니까?”


시녀는 브런트의 말에 당황하는 듯 하였다. 브런트는 급히 소리쳤다.


“황제가 상처를 입었으면 얼른 치료하시오!”


그제서야 시녀들은 브런트가 황제를 해칠 의향이 없음을 알고 황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황제의 가슴에는 이미 흥건하게 피가 적셔져있었으며, 황제의 얼굴은 창백해져 있었다. 브런트의 얼굴 또한 하얗게 질렸다.


“제길! 안돼!!”


브런트는 황제에게 다가갔다. 황제의 가슴에는 여러개의 자상(刺傷)이 나 있었으며, 황제의 입가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녀의 관 또한 망가져 있었으며, 그와 동시에 칠흑같은 머리카락도 헝클어져 있었다. 그녀의 동공은 이미 풀려있었으며, 그제서야 브런트는 황제를 되살릴 방도가 없음을 깨달았다. 한편, 황제는 눈물과 피로 얼룩진 입가를 간신히 움직이고 있었다.


“바이탈 제이드…… 뺐겼어…….”


이것이 황제가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황제의 입에서 각혈이 크게 튀어나오더니 이내 그녀는 숨을 거두었다. 그와 동시에 시녀들은 동시에 통곡하기 시작했다. 브런트는 엎드려져 우는 시녀들 틈에서 황제의 시신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황제의 관 중앙에 큰 구멍이 나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보석이 박혀있었던 자리로 보이는 이 부분은, 무언가에 의해 거칠게 뜯겨진 듯 실오라기가 어지러히 튿어져 있었다. 순간 브런트의 눈이 커졌다.


“아뿔싸!”


브런트는 시녀들 틈에서 날려나와, 먼 발치를 바라보았다. 황제를 죽인 시녀의 손에 피묻은 단검과, 녹색 옥이 각각 들려있는 것이 보였다.


‘바이탈 제이드!’


황제의 시녀 중 한 사람이 황제를 죽이고 바이탈 제이드를 빼앗은 것이었다. 바이탈 제이드는 황제의 관에 붙어있던 것이었다. 브런트는 시녀를 향해 공성십자궁 텐 세컨즈를 겨누었다. 하지만 그녀의 몸은 이미 사구를 건너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사구 너머로 내리막길이 있었던 것이었다.


“제길!”


브런트는 말을 타기 위해 돌아보았다. 하지만 이미 놀란 말은 저 멀리 달아나고 있었다. 브런트는 어쩔 수 없이 달아난 자객을 잡기 위해 내달리기 시작하였다.



“이야아아아아아아아압!”


테르지오가 휘두른 철퇴를 화이트 휠윈드는 몸을 낮추어 피하더니, 카타나를 아래로 길게 쓸어베었다. 그리고 카타나의 날은 백마 투스텝의 오른쪽 다리를 베어냈다. 화이트 휠윈드의 자세가 완전하지 않았기에, 투스텝의 발목은 잘려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 공격으로 투스텝은 다리를 절게 되었다. 테르지오는 투스텝의 속력이 줄어들자, 말고삐를 잡아챘다. 하지만 그의 뒤에서 누군가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사사사사사사삿!


모래 위를 경쾌하게 달려오는 소리였다. 테르지오가 고개를 돌리자, 화이트 휠윈드가 카타나를 옆으로 눕히고는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화이트 휠윈드는 공중으로 몸을 날려, 말 위에 있는 테르지오에게 찌르기를 하였다. 테르지오는 황급히 철퇴를 들어 찌르기를 방어하였다.


-지이이잉!


테르지오는 철퇴로부터 진동이 전해져오는 것을 느꼈다. 화이트 휠윈드의 마법카타나 스톰 프린세스(風姬:Storm Princess)에는 음파를 발생시키는 마법이 걸려있던 것이었다. 화이트 휠윈드는 지면으로 착지하며 다시 카타나를 휘둘렀다. 그로인해 투스텝의 뒷다리마저 베어지게 되자 투스텝은 고통에 겨워 몸을 곧추세웠다. 테르지오는 말 위에서 간신히 균형을 잡으며 철퇴를 휘둘렀다. 하지만 높은 말 위에서 휘두르는 철퇴는 화이트 휠윈드를 맞추지 못하였다. 한편, 화이트 휠윈드는 무릎을 꿇고는 투스텝을 완전히 잘라버리기 위해 기를 모으는 자세를 취하였다.


-펑! 펑! 퍼엉!


마법유도탄이 화이트 휠윈드의 몸에 적중하였다. 엘프마법사 후르시아가 테르지오를 돕기 위해 달려온 것이었다. 한편, 테르지오는 이 틈을 이용하여 투스텝 아래로 뛰어내렸다. 투스텝을 탄 상태에서는 화이트 휠윈드를 이기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한편, 화이트 휠윈드는 마법유도탄으로 인해 자세가 풀리자 재빠르게 몸을 뒤로 굴려 달아났다. 테르지오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철퇴를 아래로 내리쳤다.


-쨍! 채애앵!


화이트 휠윈드는 몸을 세움과 동시에 카타나를 휘둘러 테르지오의 양 발목을 베었다. 테르지오는 발목에 극심한 고통이 전해오자 무릎을 꿇고야 말았다. 화이트 휠윈드는 카타나를 뒤로 빼더니 찌르기 자세를 취하였다.


-퍼엉!


테르지오가 던진 연막이 화이트 휠윈드의 시야를 방해하였다. 화이트 휠윈드는 연막이 몸을 휘감는 상황에서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카타나를 바람개비처럼 휘둘렀다. 그리고 그는 카타나를 거꾸로 잡더니 자신을 향해 찔렀다.


-푸욱!


화이트 휠윈드가 거꾸로 찌른 검은 그의 옆구리를 지나 등 뒤의 병사를 찌른 것이었다. 화이트 휠윈드 등 뒤에서 공격하려던 메자히스탄 병사는 배가 꿰뚫려 그대로 숨지고 말았다. 한편, 연막 너머로 테르지오가 일어나는 모습이 보이자 화이트 휠윈드는 묵묵히 입을 열었다.


“갑옷이 좋군. 대개는 발목이 잘려나가는데…….”


화이트 휠윈드는 전신판금갑옷을 처음 본 것이었다. 테르지오의 갑옷은 화이트 휠윈드의 일격으로부터 주인을 보호한 것이었다. 화이트 휠윈드는 테르지오와 대결하기 위하여 다시금 마법카타나 스톰프린세스를 치켜들었다. 그때, 안개 속에서 녹색으로 빛나는 화살이 날아왔다. 화이트 휠윈드는 황급히 몸을 낮추었다. 녹색의 화살은 화이트 휠윈드에게 꿰뚫린 병사에게 날아가 폭발했다. 산성의 액체가 뿜어져 나오며 병사의 시신은 녹아들어가기 시작했다. 화이트 휠윈드는 카타나를 뽑으며 테르지오에게 달려갔다.


“마법사가 도와도 날 이길 순 없을 것이다!”


테르지오는 화이트 휠윈드가 휘두르는 카타나를 막기 위하여 철퇴를 치켜올렸다. 하지만 화이트 휠윈드의 카타나는 방향을 전환하더니 테르지오의 복부를 베어버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테르지오의 갑옷 때문에 테르지오는 죽지 않게 되었다. 테르지오는 철퇴를 휘둘렀으나 무거운 철퇴의 움직임은 재빠른 카타나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화이트 휠윈드는 테르지오의 철퇴를 받아흘리며 그의 어깨마저 베어버렸다.


-화그르르르르!


테르지오와 화이트 휠윈드 사이로 불길의 벽이 지나가기 시작하였다. 화이트 휠윈드는 불길을 피하기 위하여 뒤로 물러섰다. 연막이 걷히며 엘프 마법사 후르시아의 모습이 보였다. 후르시아는 테르지오에게 말하였다.


“남자는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무리하실 필요는 없어요.”


후르시아는 테르지오가 화이트 휠윈드의 상대가 되지 못함을 보고 말리려 한 것이었다. 화이트 휠윈드는 테르지오를 향해 카타나를 치켜들며 말하였다.


“그녀의 말대로다. 갑옷이 아니었다면 그대는 벌써 죽은 목숨이야. 그대의 용맹을 봐서 손을 거두겠으니 돌아가게.”


그의 말에 테르지오가 움찔했다. 하지만 그는 뭔가를 깨달은 듯 밝게 소리쳤다.


“알려줘서 고맙군! 하지만 난 물러설 수 없네!”


어느새 테르지오와 화이트 휠윈드를 막던 화염의 벽이 사라졌다. 하지만 테르지오는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깡통형 투구를 벗는 것이 아닌가? 깡통형 투구를 벗자 둥근 철모를 쓴 테르지오의 얼굴이 드러났다. 화이트 휠윈드는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결국 사막에 피를 뿌리겠군.”


화이트 휠윈드는 다시금 카타나를 옆으로 치켜들고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후르시아는 테르지오를 보호하기 위하여 주문을 준비하였다. 그때


“아아앗!”


화이트 휠윈드가 던진 단검이 후르시아의 손에 박혔다. 화이트 휠윈드는 그대로 테르지오에게 몸을 날렸다. 테르지오는 화이트 휠윈드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하여 철퇴를 들었다. 두 사람의 무기가 허공에서 맞부딪혔다. 화이트 휠윈드는 땅에 착지함과 동시에 카타나를 가로로 휘둘렀다. 하지만 테르지오가 철퇴를 아래로 내리는 통에 카타나는 가로막히게 되었다. 화이트 휠윈드는 이 자세에서 그대로 찌르기를 하였다.


-째애앵!


테르지오가 철퇴를 돌려 화이트 휠윈드의 카타나가 비껴나가도록 하였다. 화이트 휠윈드는 반걸음 뒤로 물러서더니, 검을 재차 고쳐들었다. 하지만 화이트 휠윈드는 일순 당황한 표정을 짓고있었다.


“흠! 그럼 이 공격은 어떠냐!?”


화이트 휠윈드는 카타나를 바람개비처럼 돌리며 테르지오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테르지오는 철퇴를 창처럼 찔러넣어 화이트 휠윈드의 손을 공격했다. 화이트 휠윈드는 테르지오의 철퇴가 손에 닿기 전에 손을 거두고는, 왼손으로 단검을 던졌다. 단검은 테르지오의 얼굴에 날아갔다.


테르지오는 고개를 틀어 날아오는 단검을 피하였다. 화이트 휠윈드는 몸을 회전시키며 여러차례 공격을 하였다. 하지만 테르지오는 화이트 휠윈드의 공격을 모두 철퇴로 받아내는 것이 아닌가? 화이트 휠윈드는 뒤로 두 걸음 물러서더니 입을 열었다.


“놀랍군! 어찌 그걸 다 막아낼 수 있는거지?”


말을 하면서도 화이트 휠윈드는 테르지오가 어떻게 방어를 했는지 알아챌 수 있었다. 테르지오는 투구를 벗어서 오히려 시야를 확보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화이트 휠윈드는 테르지오가 원하는 것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놈! 여기서 시간을 끌려 하는구나!”


시야를 확보한 테르지오는 화이트 휠윈드의 공격을 모두 방어할 수 있었으나, 공격의 기회는 전혀 잡고 있지 못했던 것이었다. 한편, 화이트 휠윈드는 테르지오가 자신의 발을 묶어두려 하는 의도를 깨달았으며, 자신이 모시는 황제가 지금 위험에 처해있음 또한 깨닫게 되었다.


“내 의무는 너를 쓰러뜨리는게 아니다!”


화이트 휠윈드는 몸을 돌려 황제가 있는 방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테르지오는 화이트 휠윈드를 쫓아 뛰어갔다.


“멈춰라!!”


그런데, 달아나던 화이트 휠윈드가 갑자기 무릎을 꿇는 것이 아닌가? 테르지오는 이 자세에서 엄청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의 몸에는 이미 가속이 걸려 있어서 방향을 바꾸기가 여의치 않았다.


-쌔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앵!!


은색의 검광이 원을 그리며 화이트 휠윈드 주변에 흩뿌려졌다. 테르지오는 다리에 모든 힘을 주어 간신히 뒤로 움직였다. 화이트 휠윈드의 검광이 테르지오의 갑옷에 아슬아슬할 정도로 비껴 지나갔다. 하지만


-쌔애애애애애애애애앵!!


은색 검광의 방향이 갑자기 뒤바뀌며 다시 쏘아져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화이트 휠윈드의 필살기인 제비가르기(燕斬大轉:Swallow Cutting)였다. 첫 번째의 참격 후에, 한 걸음 앞으로 더 걸어들어가며 역회전으로 참격을 하는 기술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한차례 모래바람이 폭발했다. 그리고…… 두 남자가 서로의 무기를 맞부딪히고 있는 모습이 드러났다. 화이트 휠윈드의 제비가르기는 테르지오의 철퇴에 가로막힌 것이었다. 화이트 휠윈드는 부들거리는 입술로 중얼거렸다.


“이, 이럴수가……. 제비가르기가 못 자르는 물건이 있다니…….”


한편, 테르지오는 자신의 손아귀에서 피가 나오고 있음을 깨닫고 있었다. 그만큼 제비가르기에 실린 힘이 막대했던 것이었다. 테르지오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후후…… 이 철퇴는 여신님께서 직접 하사하신 거란 말이지.”


화이트 휠윈드는 그제서야 테르지오의 철퇴가 신물(神物)임을 알게 되었다.




한편, 사구(砂丘)를 넘어 달려간 브런트는 시녀가 또 다른 사구를 넘어갔음을 알게 되었다.


“젠장!”


브런트는 시녀에게서 바이탈 제이드를 빼앗기 위해 다시 달려야만 했다. 모래 위를 힘들게 달려간 브런트는 사구를 다시 넘는데 성공하였다. 그런데


‘이럴수가…….’


사구 너머로 한 무리의 군대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서방식의 사슬갑옷을 입은 기사들의 부대였던 것이었다. 브런트는 이 부대를 본 적이 있었다. 동방의 마을을 습격한 바로 그 부대였다.


시녀는 이 군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는데, 브런트는 이 군대의 리더를 보고는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거대한 검은 말 위에 앉아있는 박쥐갑옷의 사내……. 그는 바텐호스였던 것이었다.


이 시녀는 눈이 허옇게 뒤집혀진 채로 바텐호스에게 달려가더니 그에게 바이탈 제이드를 내밀었다. 초록색의 커다란 옥이 바텐호스의 손에 올려졌다. 그러자


“아! 여기가 어디……!?”


그제서야 시녀에게 걸려있던 마법이 풀린 것이었다. 시녀는 자신의 손에 피묻은 단검이 들려있는 것을 보고는 한차례 비명을 지르며 단검을 떨어뜨렸다. 시녀는 사방을 둘러보며 물었다.


“내…… 내가 왜 여기에 있죠? 그리고…… 황제 폐하께서는……!?”


잠시후 둔탁하고 걸걸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흐흐흐흐. 황제는 네가 죽이지 않았는가?”


바텐호스의 목소리였다. 브런트는 바텐호스의 목소리가 자기가 알던 아버지의 목소리가 아님을 알고는 두 눈을 크게 떴다. 한편, 시녀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주저앉으며 뭐라고 지껄이기 시작했다.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듯 하였다.


“멈춰라!!”


브런트는 공성십자궁 텐 세컨즈를 겨눈 채로 바텐호스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바텐호스가 자신의 아버지가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었다. 브런트는 바텐호스에게 소리쳤다.


“바이탈 제이드를 내 놓아라!!”


그제서야 바텐호스는 브런트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바텐호스의 입에서 나온 말은 브런트를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하였다.


“부르니? 나의 아들 브루니가 맞느냐?”


순간 브런트는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부르니는 브런트의 어린시절 이름이었다. 브런트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떨리는 입술로 입을 열었다.


“설, 설마…… 당신이?”


바텐호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다. 나는 너의 아버지다. 못 본 새에 많이 컸구나 브루니.”


브런트의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지나가기 시작하였다. 이 박쥐갑옷을 입은 사내는 목소리가 이상했으나 브런트의 어린 시절 이름을 알고 있던 것이었다. 브런트의 고향 웨스트쇼어를 공격하도록 부추긴 사람이 바로 브런트의 아버지임이 밝혀진 것이었다. 브런트의 머릿속에 침공 당시 죽어간 친구들과 이웃주민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손가락이 잘린 채 죽어간 그의 어머니 마라얀의 얼굴까지 떠오르자 브런트의 가슴에 분노가 가득차게 되었다. 브런트는 이를 한차례 갈더니 소리쳤다.


“아냐!! 난 브루니가 아니야!!”


극도의 분노로 인해, 브런트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내 이름은 브런트다!!”


바텐호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브런트? 마라얀이 다시 이름을 지어주었는가?”


이 남자는 브런트의 어머니 이름까지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브런트는 마라얀이 왜 자신의 이름을 바꿨는지 깨달을 수가 있었다. 그의 어머니 마라얀은 남편이 변했음을 알았던 것이었다. 브루니는 바텐호스가 지은 이름이었고, 브런트는 마라얀이 지은 이름이었다. 분노한 브런트는 이를 한번 갈더니 크게 소리쳤다.


“이 살인자!! 왜 어머니와 마을사람들을 죽였어!!?”


“흠…… 마라얀은 죽었군…….”


너무도 태연한 목소리였다. 그것이 브런트를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다. 브런트는 이성을 잃고 텐세컨즈의 방아쇠를 당겼다.


“으아아악!”


볼트는 바텐호스의 어깨에 꽂혔다. 브런트의 눈에서 눈물이 나와 조준점이 흔들린 것이었다. 한편, 바텐호스의 부하기사들은 일제히 무기를 꺼내들고는 브런트에게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바텐호스가 부하들을 제지하였다.


“멈춰라! 우린 여기서 지체할 시간이 없다!”


바텐호스는 말머리를 돌리며 브런트에게 말하였다.


“네가 모르는 많은 사실들이 있다. 아직은 그걸 밝힐 때가 아니니 다음에 보자.”


바텐호스는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하였다. 브런트는 괴성을 질렀다.


“어딜 가!? 죽여버리겠다! 어머니와 친구들의 원수!!”


브런트는 텐세컨즈의 권양기를 마구마구 돌렸다. 하지만 장전을 마친 브런트가 다시금 텐 세컨즈를 들었을 땐 바텐호스와 부하들은 사구를 넘어 달아난 뒤였다. 그제서야 브런트는 무릎을 꿇고는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그의 어머니와 친구, 그리고 이웃들을 죽인 원흉은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아버지였던 것이었다.


-계속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너무 늦게 올렸죠? 원래 업뎃일자가 어제였는데... 어제는 너무 피곤해서 이틀동안 푹 잤답니다.

덕분에 입안의 혓바늘도 다 사라졌네요. 주중에 무리하긴 했나봐요.

그래도 오늘도 못 올리고 월요일에 올리게 되어 죄송한 마음 금치 못하겠습니다.

앞으론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발리스트를 사랑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다시금 감사의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P.s: 용서해 주실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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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86화: 용사의 귀환 +11 12.09.13 3,193 53 25쪽
85 -85화: 발리스타(Ballista) +25 12.09.10 3,667 62 19쪽
84 -84화: 마차 속의 소녀 +21 12.09.06 3,484 64 17쪽
83 -83화: 용사, 일어나다. +30 12.08.31 3,550 68 16쪽
82 -82화: 속죄의 방 +24 12.08.28 3,607 67 17쪽
81 -81화: 달빛에 비친 그녀 +28 12.08.26 3,639 59 18쪽
80 -80화: 국화와 물매화 +16 12.08.22 3,417 62 17쪽
79 -79화: 내가 조준당하고 있다 +19 12.08.20 3,493 60 16쪽
78 -78화: 불타는 노웃그래스(Knotegrass) +22 12.08.17 3,546 58 16쪽
77 -77화: 시간싸움 +14 12.08.15 3,630 65 19쪽
76 -76화: 성녀의 정체 +17 12.08.13 3,609 67 17쪽
75 -75화: 리터너(Returner) +29 12.08.11 3,751 59 20쪽
74 -74화: 예언의 석판 +27 12.08.09 3,834 65 17쪽
73 -73화: 바라탄으로 +19 12.08.06 3,829 64 15쪽
72 -72화: 전설의 무기 +20 12.08.04 4,263 73 21쪽
71 -71화: 역설(逆說)의 갑옷 +16 12.08.03 3,968 64 20쪽
70 -70화: 남은건 너 하나 뿐이다. +21 12.07.31 3,832 60 29쪽
69 -69화: 문을 열어주세요. +16 12.07.29 3,943 64 20쪽
68 -68화: 흡혈귀(Vampires) +19 12.07.27 4,089 69 20쪽
67 -67화: 도시의 비밀 +17 12.07.25 3,882 67 15쪽
66 -66화: 샤인스트림(Shinestream) +17 12.07.23 4,146 69 20쪽
65 -65화: 천공(天空)의 기사 +31 12.07.21 4,751 71 22쪽
64 -64화: 플라투스의 성녀(聖女) +52 12.04.22 6,088 96 18쪽
63 -63화: 진실문답 +46 12.04.18 5,902 101 23쪽
62 -62화: 대지의 신전 +30 12.04.12 6,353 98 25쪽
» -61화: 바텐호스(Bartenhose) +34 12.04.02 6,799 108 21쪽
60 -60화: 가장 맞추기 힘든 표적 +31 12.03.28 6,678 104 23쪽
59 -59화: 사막의 폭풍우 +25 12.03.25 7,130 108 23쪽
58 -58화: 세레네의 성직자 +33 12.03.21 7,487 113 25쪽
57 -57화: 황제의 침공 +28 12.03.19 8,806 109 26쪽
56 -56화: 골드 드래곤의 거처 +35 12.03.15 9,072 129 26쪽
55 -55화: 의식을 막아라 +47 12.03.12 8,896 132 30쪽
54 -54화: 반지의 정체 +42 12.03.09 9,442 119 23쪽
53 -53화: 엘프들의 산 +58 12.03.06 9,889 128 24쪽
52 -52화: 텐 세컨즈(Ten Seconds) +52 12.03.03 9,773 146 23쪽
51 -51화: 사랑, 가시 그리고 갑옷(Love, Thorn, Mail) +35 12.02.29 9,846 110 24쪽
50 -50화: 우연한 재회 +46 12.02.26 10,221 117 22쪽
49 -49화: 밴시(Banshee) +33 12.02.23 10,749 125 23쪽
48 -48화: 버려진 자 +44 12.02.21 10,654 120 28쪽
47 -47화: 아발레스트(Arbalest) +39 12.02.18 10,873 121 21쪽
46 -46화: 무기를 손에 넣다 +32 12.02.15 10,513 109 21쪽
45 -45화: 마검(魔劍) 이퀄리브리온(Equalibrion) +20 12.02.13 10,599 99 23쪽
44 -44화: 구덩이 +29 12.02.10 10,005 108 20쪽
43 -43화: 황제의 무덤 입구 +25 12.02.07 10,353 105 21쪽
42 -42화: 문 미러(Moon Mirror) +26 12.02.04 10,158 102 16쪽
41 -41화: 스와이번 일행 +22 12.01.31 10,053 106 14쪽
40 -40화: 제분소를 나서다 +30 12.01.29 10,333 100 14쪽
39 -39화: 에뎁세스의 반지 +27 12.01.26 10,665 10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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