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레그다르 님의 서재입니다.

아발리스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레그다르
작품등록일 :
2012.09.13 03:11
최근연재일 :
2012.09.13 03:11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881,124
추천수 :
8,829
글자수 :
702,367

작성
12.02.15 23:11
조회
10,512
추천
109
글자
21쪽

-46화: 무기를 손에 넣다

DUMMY

-첨벙, 첨벙!


브런트는 자하투가 물을 차며 걸어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한쪽 다리를 못쓰는 모양이었는지 첨벙거리는 소리는 불규칙했다. 브런트는 왼손으로 이퀄리브리온을 집어들었다. 하지만 이퀄리브리온은 본래 양손으로 휘두르는 검이었기에 무게중심이 상당히 퍼져있어서 한손으로 휘두르기에는 너무도 힘들었다.


‘이렇게 느리게 휘둘렀다간 오히려 내가 당하고 말겠군!’


브런트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그는 바닥에 깔려있는 검은색 빌로드 천을 발견할 수 있었다. 브런트는 이퀄리브리온을 천 위에 올려놓고 빌로드로 둘렀다. 보라색의 광채를 없애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하면 검으로 보이지 않겠지? 상대가 이것을 막대기로 오인하면 좋겠군.“


-터벅, 터벅


자하투가 물길을 지나 통로로 걸어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브런트는 이퀄리브리온을 집어들고는 석상 뒤에 숨었다.


‘잠깐, 광채를 더 숨겨야 해.’


브런트는 야광목걸이를 다시금 목덜미속으로 집어넣었다. 때문에 브런트의 주위는 다시금 칠흙같은 어둠이 되었다. 이퀄리브리온에게도 광채가 있었으나 여러겹으로 둘러쌓인 빌로드천은 이퀄리브리온의 광채를 숨기기에 충분했다. 잠시후 브런트는 숨을 죽이고 자하투를 기다렸다.


-턱!


자하투가 통로 아래로 착지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보라색의 광채가 이리저리 비춰지는 것이 보였다. 자하투의 손가락에 달린 에뎁세스의 반지가 내뿜는 광채였다. 자하투는 방을 조사하면서 중앙의 상자가 열려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곳에 브런트가 숨어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는 특유의 중후한 목소리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브런트. 난 여지껏 많은 사람을 죽여왔지만 너처럼 운이 좋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마비된 채 그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살아있다니 말이야.”


말을 하면서도 자하투는 계속하여 불빛을 이리저리 비추었다. 아무런 반응이 없자 그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사부님께서는 나와는 달리 따뜻한 분이셨지. 그분은 돌아가실 때 무덤 밖의 사람은 절대 죽여선 안된다고 하셨다. 그리고 나는 그 말을 따르기로 맹세했어. 하지만 이곳은 황제의 무덤…… 여기서 너를 해치운다해도 나는 사부님의 가르침을 저버리는 것이 아니다.”


브런트는 보라색의 불빛을 바라보며 자하투와 자신과의 거리를 가늠하고 있었다. 자하투는 보라색의 불빛을 이리저리 비추다가 브런트의 그림자가 벽 뒤에 맺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브런트는 석상에 바짝 붙어있었기에 석상의 그림자와 한 덩어리가 되어있었지만 자하투의 눈썰미는 보통사람 이상이었다. 그는 브런트가 무기를 치켜들고 기다리는 것 또한 파악하고있었던 것이었다. 그제서야 늘상 무표정하던 자하투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내가 너를 구덩이로 던질 때, 신의 가호가 있다면 넌 죽지 않을거라고 말했었지? 흐흐흐. 하지만 이제 신은 너를 도울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지하에서는 자신의 힘 만이 모든걸 결정하거든.”


자하투는 브런트가 숨어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한편, 브런트는 자하투가 공격범위 내로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는 크게 한발을 내딛으며 이퀄리브리온을 휘둘렀다.


“히야아아압!”


짧은 시간이었으나 자하투는 브런트가 휘두르는 무기를 분석하였다. 천으로 둘러싸인 물건이었는데 천으로 둘러쌓여 있다는 것이 자하투를 의심하게 만들었다다. 그래서 자하투는 이 무기를 손으로 막지 아니하고 몸을 아래로 비껴 피하였다. 아쉽게도 브런트의 공격은 빗나갔고, 자하투는 브런트의 숨통을 끊기 위해 손날을 위로 치켜올렸다.


-콰르르르릉!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브런트가 휘두른 이퀄리브리온이 그가 몸을 숨기던 석상을 잘라버린 것이었다. 보라색의 마검은 빌로드천을 뚫은 것도 모자라 돌로 만들어진 석상을 수수깡 자르듯 베어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부서진 석상은 자하투의 몸 위로 떨어졌다. 자하투는 무거운 석상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깔리게 되었다.


“우우욱!”


신을 능멸하던 이 수도승은 공교롭게도 신을 조각한 석상에 깔리게 되었다. 빌로드천이 흘러내리면서 마검 이퀄리브리온의 모습이 그 기괴한 광채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브런트는 이 검이 석상을 베어버린 것에 놀라 당황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한편, 이퀄리브리온의 보라색 광채는 석상에 깔린 자하투를 비추고 있었다. 자하투의 모습을 발견한 브런트는 크게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끝인가?”


그때, 자하투가 눈을 번뜩 뜨는 것이 아닌가? 그는 아직 죽지 않은 것이었다. 자하투는 입에서 피를 게워내면서도 브런트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 놈……. 가만 안두겠다.”


그리고 자하투의 어깨에서 우두둑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자하투의 몸이 조금씩 석상 아래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아닌가? 자하투는 자신의 관절을 빼내어 몸을 작게 만들어 탈출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브런트는 기겁한 나머지 이퀄리브리온을 자하투의 등에 꽂아넣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퀄리브리온이 박힌 자하투는 끔찍한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그의 비명은 처절하면서도 엄청나게 컸는데, 이 목소리는 자하투의 내부에 담겨진 힘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게 해줄 정도였다. 브런트는 자하투의 모습을 보면서 놀라고 있었는데, 자하투의 몸이 미이라처럼 쪼그라들었기 때문이었다. 자하투는 심하게 몸부림을 치더니 이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리고 브런트는 자신의 오른손이 심하게 간지러워지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잠깐, 난 오른손이 없는데!?’


브런트는 황급히 그의 오른손을 들어보았다. 그리고 그는 경악하고야 말았다. 깨끗하게 잘려나간 그의 손목에서 살갗이 꿈틀대며 부풀어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꿈틀대던 살덩이는 사람의 손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 속도는 실로 엄청났는데, 불과 30초가 지나기도 전에 브런트의 잘린 손목에는 새로운 손이 생겨버린 것이 아닌가?


‘이…… 이게 무슨 조화지!?’


브런트는 자신의 오른손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브런트가 대장장이의 도제로 있을 때 생겼던 상처들은 하나도 없었으며, 심지어는 손주름조차도 없었다. 한번도 사용되지 않은 완전한 새 손이 생겨난 것이었다. 그제서야 브런트는 왜 황제가 머리까지 숙여가며 이 가공할 무기를 취하지 않기를 바랬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이런 것이 세상에 나타나면 반드시 큰일이 벌어질거야!’


하지만 브런트의 생각이 마법사 스와이번에게까지 미치자, 이 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난 지금 십자궁도 없어…… 마법사와 싸우려면 이 검이 꼭 필요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똑같겠지만, 브런트 또한 마법에 대해 크나큰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그는 당분간 이 검을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잠시 후, 브런트는 자하투의 앙상한 손에서 빛나는 반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반지에서 나오는 보라색 빛은 카노트가 준 야광목걸이의 빛과는 차원이 다르게 고급스러워 보였다. 브런트는 이 보라색 반지가 에뎁세스의 반지임을 알아채고는 그것을 자하투의 손가락에서 빼내었다. 하지만 자신의 손가락에는 끼우지 않았는데, 이 반지의 용도와 힘을 아직 몰랐기 때문이었다. 브런트는 반지를 허리가방 안에 집어넣고는 추기경의 메모를 다시 펼쳐들었다. 출구로 나갈 길을 찾기 위함이었다.



한편, 스와이번일행은 지하로 한층 더 내려간 상태였다. 그들은 수 많은 관들이 있는 방에 도착해 있었다. 큰 방의 중앙만 통로가 있었으며, 좌 우에는 수 많은 관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이상하게도 관 속은 비어있었는데, 관 속이 비어있는 모습은 더욱 괴기스러웠다. 주변을 둘러보던 아이리엘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여…… 여긴 관이 왜 이렇게 많지요? 음산하네요…….”


“흡혈귀(Vampires)들이야.”


밀리비어턴의 말에 아이리엘은 놀라고 말았다. 스와이번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지만 그 자신 또한 흡혈귀라는 말에 겁을 먹고 있었다. 스와이번은 이마의 땀을 닦으며 억지로 웃었다.


“후…… 웬일이지? 자네가 겁을 먹지 않다니 말이야.”


스와이번의 말대로, 가장 겁이 많은 밀리비어턴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했다. 밀리비어턴은 피식 웃으며 배낭에서 닭고기를 꺼내들고는, 그것을 씹으며 대답했다.


“관을 잘 봐…… 관 속에 쐐기가 박혀있지? 원래는 흡혈귀들이 누워있었던 곳이야. 그런데 누군가 와서 흡혈귀들의 가슴에 쐐기를 박았어. 흡혈귀들의 시체는 타서 없어졌고 지금은 쐐기만 남아있게 된 거야. 그러니 내가 두려워 할 필요가 없지.”


밀리비어턴의 말에, 아이리엘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그것 참 다행이네요. 난 세상에서 언데드들이 가장 싫거든요.”


하지만 스와이번의 표정은 오히려 어두워지고 있었다.


“이상한데, 그럼 우리가 여기 들어오기 전에 누군가가 들어왔단 말이야? 그럼 그놈들이 보물도 몇 개 챙겼겠구만.”


스와이번은 자신들보다 먼저 들어온 자들이 행여 보물들을 훔쳐갔을까 걱정하고 있던 것이었다. 하지만 밀리비어턴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걱정 안해도 돼. 저기 구석에 세레네의 성표가 보이지?”


밀리비어턴의 말대로, 방의 각 귀퉁이에는 태양을 표현한 구조물 네 개가 세워져 있었다. 먼지가 가득 쌓여 있었으나, 황금으로 도금된 구조물임은 확실했다. 이것은 태양신 세레네의 성표인 것이다. 밀리비어턴의 말은 계속되었다.


“세레네의 성직자들이 흡혈귀들을 잠재우기 위해 들어왔던 것 같아. 자네도 알다시피, 에뎁세스왕조는 세레네를 신봉했잖아? 아마도 ‘버려진 자들’ 즉 흡혈귀들의 존재가 뭔가 위협이 되었기 때문에 세레네의 성직자들이 그들을 제압한 것 같아. 설마 세레네의 성직자들이 도굴꾼 짓을 했을 거라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지?.”


스와이번은 밀리비어턴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의 말대로, 에뎁세스의 반지는 멀쩡히 발견되지 않았던가? 스와이번일행은 다시 길을 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이리엘은 맨 끝의 관이 부서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관 바닥에 박혀있어야 할 쐐기 또한 바닥에 떨어져있는 것을 보았다.


“어? 여기 보세요. 관이 부서져 있어요. 혹시…… 흡혈귀 한 마리가 탈출한 것은 아닐까요?”


밀리비어턴이 피식 웃었다.


“성자들이 흡혈귀들의 가슴에 쐐기를 박을 때, 그들이 가만 있었겠어? 저항하다가 관이 부서졌겠지. 관 바닥을 봐봐, 쐐기가 박혔던 흔적이 있지? 이 관 주인도 완전히 소멸해버렸다구.”


밀리비어턴의 말대로 부서진 관의 바닥에는 쐐기로 인해 뚫린 듯한 구멍이 나 있었다. 그제서야 아이리엘은 안심할 수 있었다.


그들은 관이 가득 놓여있는 방을 지나 오른쪽으로 구불구불 꺾어져 있는 길을 가게 되었다. 마치 미로와 같았는데, 스와이번은 자하투가 주었던 구조도를 꺼내 미로의 길을 찾기 시작했다. 스와이번은 그의 탁월한 지능을 이용하여 미로의 바른 길을 쉽게 찾아냈다. 그리고 그들은 제단 위에 놓여진 보라색 왕관을 발견하게 되었다. 스와이번은 감탄스러운 눈빛을 띄우며 중얼거렸다.


“드디어 찾았군! 퍼플 크라운(Purple Crown)이야! 사악한 주술로부터 마음과 눈을 보호해준다는…….”


퍼플크라운에서는 보라색 광채가 나오지 않았다. 다만 황금으로 만들어진 프레임 겉에는 여러 개의 다이아몬드가 박혀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왕관의 천 부분이 보라색이었기 때문에 퍼플 크라운이라 불리는 듯 하였다.


“밀리비어턴, 자네가 찾던 것이네. 어서 챙기게.”


하지만 밀리비어턴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자네가 챙겨서 내게 줘.”


스와이번은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밀리비어턴에게 물었다.


“뭐라고? 자네가 그토록 바라던 것이 아닌가? 왜 내가 저걸 챙겨야 하지?”


“난 자하투처럼 멍청하지 않거든. 자네가 그걸 취해 봐. 무슨 함정이 작동해야 하는지 보고나서 가져가겠어.”


밀리비어턴의 말에 아이리엘이 발끈하여 소리쳤다.


“밀리비어턴! 지금 스와이번을 의심하는 거에요?”


스와이번역시 얼굴에 불쾌감을 띄우며 말했다.


“지금…… 자네는 내가 자하투를 일부러 함정에 빠뜨렸다고 말하는 건가?”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잖아? 이 계획을 주도면밀하게 계획한 사람이 에뎁세스의 반지 사용법을 탑에 두고 왔다고? 그런 실수가 용납이 된다고 생각해? 자네는 자하투를 함정에 빠뜨리고 그 반지를 본인이 취하려고 한 것이야.”


결국 스와이번은 분노로 몸을 떨며 소리쳤다.


“이 미친 난장이가!? 자하투가 떨어졌을 때, 내가 가장 먼저 그를 걱정하며 소리치는 것을 못 들었는가!?”


“그건 자하투가 살아있는지 확인하려고 한 것이겠지.”


아이리엘은 갑갑한 듯, 가슴께를 치며 말했다.


“밀리비어턴! 갑자기 왜 그래요!? 스와이번을 못 믿는 건가요? 어떻게 해야 믿겠어요?”


밀리비어턴은 닭고기를 한입 크게 베어물고는, 아이리엘의 질문에 대답하였다.


“그건 간단하지. 그가 퍼플크라운을 집어서 내게 주면 돼. 만약 내가 멀쩡한 사람을 의심했다는 것이 밝혀지면 그때 정중히 사과를 하도록 하지.”


스와이번은 두 눈을 크게 뜨고는 밀리비어턴에게 경고의 말을 하였다..


“방금…… 자네가 보아서 알겠지만, 이곳의 언데드들은 세레네의 성직자들에 의해 사라졌어. 다시 말하자면 자넨 여기서 필요가 없다는 뜻이지.”


밀리비어턴은 스와이번이 자신을 죽일 수도 있다는 의중을 드러냈지만,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고 태연하게 대답했다.


“정말? 웬지 날 죽이고 싶다는 말로 들리는데? 하지만 이봐, 앞으로 있을 다른 함정에 큰 상처를 입을지 모르는데 말이야 그땐 이 불쌍한 밀리비어턴을 찾아도 늦는다구. 이보게…… 자네가 저 왕관을 집어 내게 주기만 한다면 서로 의심도 사라지고 얼마나 좋아? 우린 나머지 보물들을 챙기고 나가기면 하면 된단 말이지.”


스와이번은 이를 한차례 간 후, 몸을 돌려 퍼플크라운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는 퍼플크라운을 덥썩 집어들었다. 하지만 함정은 가동되지 않았다. 스와이번은 밀리비어턴에게 퍼플크라운을 건네며 말했다.


“이제 됐는가?”


밀리비어턴은 퍼플크라운을 받더니, 정중히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의 말을 건네었다.


“아…… 미안하게 됐군. 잠시 자네를 의심했던 것을 나의 신 판페론의 이름으로 사죄하지. 자넨 머지않아 복받을 거야.”


-쿠르르릉!


그런데 갑자기 돌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며, 통로의 양 옆쪽이 닫히는 것이 아닌가? 천장에서 벽이 떨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아이리엘이 소리쳤다.


“움직여야 해요! 이러다 갇히겠어요!”


스와이번이 재빠르게 주변을 살피며 대답했다.


“저쪽에 통로가 있어!”


스와이번일행은 아직 닫히지 않은 통로로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 앞에 갈림길이 나타났다. 스와이번이 욕지거리를 하며 말했다.


“젠장! 어디로 가야하지!?”


“일단 왼쪽 벽으로 붙어서 계속 이동해. 그러면 언젠간 출구에 다다를 수 있어.”


밀리비어턴의 의견을 따라, 일행은 왼쪽 통로로 뛰어들어갔다. 그런데


-쾅! 쾅! 쾅!


뭔가 무거운 것이 땅에 마구 찍히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들 앞에 구리로 만들어진 거인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밀리비어턴은 뛰는 것을 멈추며 소리쳤다.


“골렘(Golem)이야! 골렘이 작동되었어!”


한편, 스와이번은 달려오는 힘을 못이기고 바닥에 넘어지게 되었다. 이때 구리로 만들어진 골렘은 스와이번에게 달려왔다. 아이리엘은 스와이번을 보호하기 위하여 마법도끼 루트 슬래셔를 골렘에게 휘둘렀다.


-까아앙!


마법도끼의 위력은 대단했다. 골렘이 도끼에 맞고는 뒷걸음질을 쳤던 것이다. 하지만 골렘은 다시 움직이며 아이리엘에게 주먹을 내질렀다. 아이리엘은 황급히 몸을 수그려 골렘의 주먹을 피하였다.


-콰르르르륵!


골렘의 주먹에 맞은 벽이 무너져 내렸다. 아이리엘은 이 틈을 이용하여 루트슬래셔를 골렘의 어깨에 때려넣었다. 이 충격으로 골렘은 몸을 앞으로 수그리게 되었다. 그런데


-쾅! 쾅! 쾅!


아이리엘은 골렘의 뒤에서 또 다른 다섯 개의 골렘들이 달려오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의 숫자가 늘어나자 아이리엘은 동료들에게 소리쳤다.


“골렘들이 더 몰려와요! 여길 피해야 해요!”


“이쪽으로 가자구!”


밀리비어턴이 반대쪽으로 달아나자는 신호를 보냈다. 스와이번은 황급히 일어나 밀리비어턴이 있는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이리엘은 골렘들이 일행을 더 추격하지 못하도록 루트 슬래셔를 휘두르며 그들을 견제했다. 그로 인해 아이리엘과 스와이번의 거리는 멀어지게 되었다.


-콰르르르릉!


아이리엘과 스와이번 사이에 돌벽 하나가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졸지에 스와이번과 아이리엘은 갈라지게 되었다. 당황한 스와이번은 돌벽으로 달려가며 소리쳤다.


“아이리엘!!”


하지만 돌벽이 가로막혀져서 가장 당황한 사람은 아이리엘이었다. 그녀는 퇴로가 차단되자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그녀의 왼쪽 돌벽이 위로 올라가며 새로운 통로가 생기는 것이 보였다. 아이리엘은 달려오는 골렘들을 피하기 위해 왼쪽의 통로로 달려갔다. 그녀는 달려가면서 소리쳤다.


“난…… 난 괜찮아요! 얼른 달아나요!”


한편 밀리비어턴은 스와이번이 계속 돌벽을 붙들고 어쩔 줄을 몰라하자, 그를 재촉하였다.


“스와이번! 뭐해! 이쪽으로 빨리 와!”


하지만 스와이번은 연신 아이리엘의 이름을 부를 뿐이었다. 그때 ‘콰르르릉’하는 소리와 함께 밀리비어턴과 스와이번 사이에 돌벽이 또 떨어졌다. 스와이번과 밀리비어턴마저 갈라져버린 것이었다. 홀로 남게 되자 밀리비어턴은 ‘드워프 살려!’라는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버렸다.


× × × × ×


브런트는 어둠속에서 한 무리의 군인들을 발견하고 재빠르게 골목 뒤로 숨었다. 그는 야광반지의 광채를 지우고는 군인들을 몰래 관찰하였다. 놀랍게도 군인들이 있는 곳에는 어슴푸레한 조명이 비춰지고 있었다. 고대의 조명이 지금까지 있는 것으로 보아, 마법적인 조명장치인 듯 보였다.


‘어? 뭐지? 군인들이 움직이지 않네?’


브런트는 군인들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자세히 바라보자, 군인들은 실제 사람이 아니라 사람크기의 인형들임을 알게 되었다. 브런트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인형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인형들의 형태는 실로 정교하여서, 멀리서보면 실제 사람으로 착각할 정도였던 것이었다. 이들은 고대 에데판제국의 갑옷과 투구, 방패와 창을 들고 있었다. 브런트는 사람 키만한 네모난 거대방패(Tower Shield)와 사람의 알몸처럼 조각이 들어간 갑옷들을 보고 감탄하게 되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장교 뿐만 아니라 병사로 보이는 인형들까지도 모두 정교한 갑옷이 입혀져 있다는 점이었다. 브런트는 이들이 죽은 황제의 내세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상징물임을 모르고 있었다.


‘투구는 마치 닭처럼 생겼구나. 왜 이렇게 만들었지?’


고대의 투구는 마치 닭벼슬처럼 머리 중앙에 깃이 달려있었다. 다만, 투구는 머리와 밀착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철퇴나 둔기등에 대한 방어는 힘들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브런트에겐 투구가 절실히 필요했다. 자하투에게 마비공격을 당할 때, 브런트가 쓰고 있던 솥은 떨어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브런트는 인형이 쓰고 있는 투구가 실제 투구일까 궁금하여 그것을 만져보았다.


‘이건 진짜 투구로구나! 설마!?’


브런트는 인형이 입고 있는 갑옷이나 방패 등을 만져보았다. 모두 금속으로 만들어진 실제 무구들이었다. 브런트는 인형이 쓰고 있던 투구를 벗겨 자신이 썼다. 하지만 고대의 투구는 닭벼슬같은 것이 달려있어서 숨기에 불편해 보였다.


‘이렇게 높은 갈기가 달려있으면 숨어도 잘 보이겠는걸? 고대인들은 이런 단순한 것도 생각지 못했던 것일까?’


브런트는 고대인들의 키가 작았기 때문에, 키가 커보이게 하기 위하여 이런 투구를 만들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투구를 취한 브런트는 인형들을 무시한 채, 계속 길을 가기 시작했다. 브런트가 걸어갈 때마다 다양한 움직임을 가진 인형들이 나타났다. 둘이 마주보고 칼싸움을 하는 모습, 거대방패를 들고 방어진을 구축한 모습…… 모든게 브런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 다음 나타난 인형의 모습은 브런트의 발걸음을 완전히 붙잡게 되었다.


‘이, 이건…… 공성십자궁!?’


공성십자궁을 잡고있는 병사의 모습이 나타난 것이었다. 병사는 바닥에 세워진 공성십자궁에 시위를 장전하고 있었다. 그런데 장전방식이 상당히 특이했다. 손으로 시위를 당기는 것이 아니라, 십자궁 맨 뒤의 권양기(捲楊機, Winch)를 손으로 돌리는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브런트는 이 공성십자궁이 실제 사용가능한지 알아보기 위하여 그것을 들어보았다. 묵직한 감촉이 그의 손에 전해졌다. 이것은 진짜 공성십자궁이었던 것이었다.


-계속


작가의말

이번 에피소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퀄리브리온이라는 마검입니다. 먼 훗날 아주 큰 분쟁의 씨앗이 되는……. 소서리스에서는 이퀄리브리온이 어떻게 해서 글라디미르의 손에 들어갔는지 설명이 되어있지 않은데요, 이번 에피소드에서 밝혀지겠지요?^^;

그리고 주인공은 드디어 공성십자궁을 발견합니다. 그런데 손으로 당기는 방식이 아니라 윈치로 감는 방식입니다. 다음 편에서 뵙겠습니다. 모두들 평안하셔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발리스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8 -88화: 에필로그(Epilogue) +87 12.09.13 4,582 92 14쪽
87 -87화: 붕괴되는 신전 +11 12.09.13 3,400 50 22쪽
86 -86화: 용사의 귀환 +11 12.09.13 3,193 53 25쪽
85 -85화: 발리스타(Ballista) +25 12.09.10 3,667 62 19쪽
84 -84화: 마차 속의 소녀 +21 12.09.06 3,484 64 17쪽
83 -83화: 용사, 일어나다. +30 12.08.31 3,550 68 16쪽
82 -82화: 속죄의 방 +24 12.08.28 3,607 67 17쪽
81 -81화: 달빛에 비친 그녀 +28 12.08.26 3,639 59 18쪽
80 -80화: 국화와 물매화 +16 12.08.22 3,417 62 17쪽
79 -79화: 내가 조준당하고 있다 +19 12.08.20 3,493 60 16쪽
78 -78화: 불타는 노웃그래스(Knotegrass) +22 12.08.17 3,545 58 16쪽
77 -77화: 시간싸움 +14 12.08.15 3,630 65 19쪽
76 -76화: 성녀의 정체 +17 12.08.13 3,608 67 17쪽
75 -75화: 리터너(Returner) +29 12.08.11 3,751 59 20쪽
74 -74화: 예언의 석판 +27 12.08.09 3,834 65 17쪽
73 -73화: 바라탄으로 +19 12.08.06 3,829 64 15쪽
72 -72화: 전설의 무기 +20 12.08.04 4,263 73 21쪽
71 -71화: 역설(逆說)의 갑옷 +16 12.08.03 3,968 64 20쪽
70 -70화: 남은건 너 하나 뿐이다. +21 12.07.31 3,831 60 29쪽
69 -69화: 문을 열어주세요. +16 12.07.29 3,943 64 20쪽
68 -68화: 흡혈귀(Vampires) +19 12.07.27 4,089 69 20쪽
67 -67화: 도시의 비밀 +17 12.07.25 3,882 67 15쪽
66 -66화: 샤인스트림(Shinestream) +17 12.07.23 4,146 69 20쪽
65 -65화: 천공(天空)의 기사 +31 12.07.21 4,751 71 22쪽
64 -64화: 플라투스의 성녀(聖女) +52 12.04.22 6,088 96 18쪽
63 -63화: 진실문답 +46 12.04.18 5,902 101 23쪽
62 -62화: 대지의 신전 +30 12.04.12 6,353 98 25쪽
61 -61화: 바텐호스(Bartenhose) +34 12.04.02 6,798 108 21쪽
60 -60화: 가장 맞추기 힘든 표적 +31 12.03.28 6,678 104 23쪽
59 -59화: 사막의 폭풍우 +25 12.03.25 7,130 108 23쪽
58 -58화: 세레네의 성직자 +33 12.03.21 7,487 113 25쪽
57 -57화: 황제의 침공 +28 12.03.19 8,805 109 26쪽
56 -56화: 골드 드래곤의 거처 +35 12.03.15 9,072 129 26쪽
55 -55화: 의식을 막아라 +47 12.03.12 8,896 132 30쪽
54 -54화: 반지의 정체 +42 12.03.09 9,442 119 23쪽
53 -53화: 엘프들의 산 +58 12.03.06 9,889 128 24쪽
52 -52화: 텐 세컨즈(Ten Seconds) +52 12.03.03 9,773 146 23쪽
51 -51화: 사랑, 가시 그리고 갑옷(Love, Thorn, Mail) +35 12.02.29 9,845 110 24쪽
50 -50화: 우연한 재회 +46 12.02.26 10,221 117 22쪽
49 -49화: 밴시(Banshee) +33 12.02.23 10,749 125 23쪽
48 -48화: 버려진 자 +44 12.02.21 10,654 120 28쪽
47 -47화: 아발레스트(Arbalest) +39 12.02.18 10,873 121 21쪽
» -46화: 무기를 손에 넣다 +32 12.02.15 10,513 109 21쪽
45 -45화: 마검(魔劍) 이퀄리브리온(Equalibrion) +20 12.02.13 10,599 99 23쪽
44 -44화: 구덩이 +29 12.02.10 10,005 108 20쪽
43 -43화: 황제의 무덤 입구 +25 12.02.07 10,353 105 21쪽
42 -42화: 문 미러(Moon Mirror) +26 12.02.04 10,158 102 16쪽
41 -41화: 스와이번 일행 +22 12.01.31 10,053 106 14쪽
40 -40화: 제분소를 나서다 +30 12.01.29 10,333 100 14쪽
39 -39화: 에뎁세스의 반지 +27 12.01.26 10,665 10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