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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는꽈리 님의 서재입니다.

원더랜드의 자룡과 하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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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는꽈리
작품등록일 :
2019.07.31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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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4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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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04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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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 (4)

DUMMY

목 부근으로 바짝 다가오는 칼을 보며 잔뜩 겁을 집어먹는 바람에 소정은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눈에서 눈물이 차올랐다. 하지만 고개를 도리도리 하며 반대의사를 명확히 했다.

자룡은 금방이라도 울 듯한 표정으로 싫다고 도리질하는 요괴를 보며 저것이 아기를 잡아먹자니 미안해서 그런겐지 청강검을 보고 겁을 먹어 그런겐지 분간이 서지를 않았다.

알 수가 없으니 더 세게 몰아부칠 수 밖에.


“목을 벨 것이다.”


진짜 목을 칠 것만 같다. 목이 떨어져 죽다니? 소정은 살면서 힘든 고비가 닥칠 때마다 차라리 죽어버리면 어떨까, 죽는다면 어떻게 죽는 것이 가장 덜 아프며 가장 비쥬얼적으로 우수할까를 고민해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단언컨대 그 고민중 목이 떨어져 죽는 모습을 고려해 본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목이 떨어지는 고통은 둘째치고 목 떨어져 나간 그 볼썽사나운 꼴이라니. 그런 죽음은 받아들 수 없었다.

그런데 이자는 정신병자이므로, 게다가 무술실력이 뛰어나기까지한 정신병자이므로 저 진짜처럼 보이는 소품용 칼로도 내 목을 잘라내버리는 괴력을 발휘할지도

몰랐다.

아주 적은 확률이긴 하나 그런 가능성이 존재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그 가능성을 무릎쓰고 내가 이 아이를 지켜야할 이유는? 전혀 없다, 이다.

그럼 냉큼 돌려주고 미미한 가능성마져도 얼른 소멸시켜야 하건만 아이를 안고 있는 소정은 두려워 벌벌 떨면서도 아이를 돌려줄 마음이 눈꼽만큼도 들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너무 무서워서 도리질 조차 못하고 그냥 선 채로 눈물만 줄줄 흘렸다.

그러다 목청이 트였다.


“못 줘. 안 줘. 줄 수 있어도 안 줄거야. 아기가 불쌍해서 절대 못 줘. 너같은 정신병자 똘아이한텐!”



이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란 말인가? 아기가 불쌍해서라니? 아기를 잡아먹으려고 몰래 도망치던 중인 요괴 입에서 나올 소리가 아닌데.

더 이상 접근하면 아기를 해치겠다거나 아니면 늑대같은 송곳니를 드러내고 시뻘개진 눈알로 나를 노려보며 손톱이 삐죽삐죽 길어져서는 그걸 칼처럼 휘두르며 나를 공격해야 요괴다운 것 아닌가?

요괴가 저런 태도를 취하자 상황을 모르는 제3자가 지켜 본다면 자룡은 칼을 들고 힘없는 여인네를 핍박하는 불한당이 될 터였다.

혹시 사람인가? 역시 저 여인은 오랑캐였던가? 그렇다면 이 기기묘묘한 장소와 사람들이 걸친 옷들과 저 거대하여 태양처럼 빛나는 햇불들은 뭐란 말인가?


자룡이 고민하는 사이 소정은 입이 방정이라며 속으로 자신의 혓바닥을 원망하고 있었다.


‘살살 달랬어야지 이 멍청아. 말도 못하고 질질 짜다가 그런 도발적인 멘트를 날리면 어쩌자는거니. 저런 사이코패스 또라이들은 말 한마디에도 눈깔이 휙 뒤집어져서는 사람 목을 푹푹 찌른다는데 어쩔거냐구.’


그랬다 소정이 혓바닥을 통제하지 못하고 냉큼 싸지른 말은 두 사람 모두에게 내적지옥을 던져주고 있었다.

자룡은 내적지옥을 끝내기로 마음 먹었다.


"묻겠다. 답을 하라."


소정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또라이가 완전히 미쳐버리진 않았구나. 자기가 내던진 말에 열받아서 소품용 칼로 푹 찌르는 대신에 질문을 던져주다니. 천지신명이여 감사합니다. 미친놈이 던지는 질문이라 우습게 여기지 않고 절대

흥분하지 않으며 성실히 살살 달래는 대답을 내 놓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사실 그닥 미친 또라이도 아니지. 경극 역활에 몰두하다가 사알짜악 정신줄을 놓았을 뿐이니까.


"사람이냐, 요괴냐?"


펑,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날아가 버리려는 머리뚜껑을 간신히 부여잡고 소정은 생각했다.

정말 제대로 단단히 미친놈이구나. 정신병동에서도 수위를 다툴만큼 확실히 미쳤어.


“야 임마 너 뭐하는 놈이야?”


굵직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룡이 돌아보니 검정양복을 걸친 십수명의 남자들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었다.

마켓의 보안요원들이었다.

소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이 소동부리지말고 칼 버려.”


“무대서 공연잘하다가 웬 땡깡질이야. 약 빨았어, 당신?”


위압적 표정을 짖고 있지만 무기를 들고 있지 않는 보안요원들을 바라보며 자룡이 말했다.


“ 요괴들이 떼로 몰려왔군. ”


요괴라는 말을 듣자마자 보안요원들은 확신했다. 이 작자 이거 약 했네. 약 했어.

우리보고 요괴란다. 우리가 요괴면 지는 손오공인가, 어쩌구 저쩌구 궁시렁대는 소리들이 들려오지만 자룡은 싹 무시하고 다시 말했다.


“무기를 들어라.”


“들긴 뭘 들어. 니가 들고 있는 무기나 버려. 소품용 칼이라도 그거 휘두르면

엄연히 불법이야 당신.”


“요괴든 사람이든 빈손을 공격하지 않는다. 무기를 들어라.”


“이 주먹이 무기다. 약쟁아.”


“이봐 젊은 친구. 아까보니 액션 좀 하나본데 우리 무술 유단자들이야. 이 주먹이 무기라구 당신처럼 연기한다고 동작만 화려하고 그런 거랑 달라 우리들은. 이 주먹에 맞으면 진짜 아파. 그러니까 까불지 말고 순순히 가자.”


자룡이 청강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맨주먹이 무기라면 나 역시 너희들의 무기로 상대해주마. 자룡은 무장으로서의 자부심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보안요원들은 자룡이 칼을 거두자 순순히 끌려가겠다는 의사를 내 비친 것으로 오해하고 그 중 두명이 자룡의 팔을 잡았다.

퍽, 퍽. 자룡의 팔에 손이 닿자마자 두명의 보안 요원은 얼굴을 감싸쥐고 뒹굴었다.

그제서야 보안요원들은 자룡이 맨주먹으로 자신들을 상대하려 한다는 걸 눈치채고 모두 합심해서 덤벼들었다.

하지만 전광석화처럼 내 뻗는 자룡의 주먹에 덤벼들었던 세 네명이 바닥에 뒹굴었다.

나머지 보안요원들은 경악했다.

그냥 멀뚱이 서서는 날아다니는 모기를 잡아채듯 가볍게 툭 툭 손을 몇 번 뻗었을 뿐인데 건장한 체격의 무술 유단자 세네명이 바닥을 벌벌 기고 있었다.

무술을 업으로 삼고 있는 보안요원들이기에 자룡이 보여주는 간결한 동작을 보고는 바로 자룡의 무술 실력을 파악했다.

껍데기만 화려하고 요란한 액션배우가 아니다. 진짜 고수다.

유에프시 이종격투기의 정상급 선수라고 해도 믿을만큼 쎄다.

보안요원들이 당황해하고 있을 때 자룡 역시 속으로 당황하고 있었다.


주먹이 무기라며 호언장담하던 요괴들이 그 건장한 체격과는 달리 너무 약했다.

무슨 요괴들이 이리 약하단 말인가. 동작은 굼뜨고 힘도 형편없었다. 조조의 청주병이나 호표기 병사들이 이들보다는 더 강력할 것이다. 이건 마치 그냥 밭이나 갈던 일반백성 수준으로...

아, 이들이 혹시 사람인가? 아니면 요괴들 중 하급요괴들이라 전투력이 바닥인건가? 이들을 물리치면 대장 요괴가 나오는 건가? 등등의 의구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데 보안요원들이 품속에서 호신용 진압봉을 꺼내들었다.

그중 몇 명은 테이져건도 뽑아들었다.

무기의 형태가 그들이 입고있는 복장만큼이나 요상스러웠지만 무기는 무기였다.


자룡도 청강검을 검집에서 다시 뽑았다. 한번에 쓸어버려주마.

보안요원 한무리가 나타나서 안심하고 있던 소정이 자룡의 주먹질 몇 번에 헛수아비처럼 쓰러지는 요원들을 보더니 슬금슬금 자리를 빠져나가려고 하는 모습이 자룡의 시야에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요괴들이 더 몰려오기 전에 후주를 구해서 이곳을 벗어날 생각이였다.

그런데 하후은이 어쩌고 있는가, 궁금해서 무대쪽을 바라봤다.

바닥에 쓰러져 기절해 있는 하후은을 검정양복들이 들쳐메고 무대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하후은이 당했다?


“마지막 경고다. 무기 버려!”


검정옷을 걸친 요괴들 중 무리의 대장으로 보이는 요괴가 큰 소리를 질렀다.

냉소를 보내는 자룡을 보며 진압봉을 든 요원들이 함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동, 서, 남 셋방향에서 테이져 건의 전기총알이 날아들었다.

눈 앞으로 자신을 향해 암기처럼 날아오는 테이져 총알 두 발을 청강검으로 튕겨냈으나 뒷통수쪽에서 날아온 한발이 자룡의 등짝에 꽂혔다.

갑옷에 뭐가 꽂혔다는 느낌을 받자마자 엄청난 전류가 자룡의 몸을 강타했다.

벼락을 맞으면 이런 기분과 고통일까?

자룡은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픽 쓰러지며 생각했다.

요괴다. 요괴의 무기야. 이곳은 요괴들의 세상이다. 확실하다.




* *


자룡과 하후은 두명의 소동이 보안요원에게 진압당하고 마켓의 진행요원들은

어수선한 장내를 정리한 뒤 고객들을 진정시켰다.


경극공연중에 일어난 소동은 무대에서 연기하는 긴장감을 진정시키려고 향정신성약물을 기준치보다 과다 복용한 두 신입배우들이 부작용때문이었다며 고객들의 놀란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리고는 재빠르게 청강검의 경매를 진행했다.

어수선하던 고객들은 오늘 밤 경매의 하이라이트인 청강검이 등장하자 이내 집중하기 시작했다.


경매 초반 콩볶듯 요란하게 갱신되던 호가가 어느 선을 넘어서자 호가를 부르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조조가면은 한번도 호가를 부르지 않았다. 옆테이블의 남자가 말을 걸었다.


“선생님 얼마나 부르실려구 아직까지 조용하십니까? 겁나네요.”


과거 서책을 두고 조조가면이 경이적인 금액의 호가를 불렀던 일을 두고 말하는 것이였다.


“이번 경매 마켓이 열리기도 전에 청강검은 자신의 것이라고 선생님이 호언장담을 하셨다는 건 다들 알고있는데... 이러다 천회장한테 맥없이 넘어갈거 같은데요.”


“내꺼라고 호언장담했지요.”


“헌데 왜...”


“허허 마음이 좀.....”


“아 네”


“저는 화장실 좀...”


조조가면은 경매가 진행중인데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옆자리 남자는 속으로 조조가면을 비웃었다.

천회장한테 겁먹었구만 저 돈지랄을 당해낼 자신이 없는게지.

자리에서 일어난 조조가면은 속으로 자신을 비웃고 있을 옆자리 남자를 흘끗 돌아보더니 혼잣말을 조용히 내밷었다.


“난 가짜는 관심없지. 바보들끼리 저 가짜를 두고 실컷 싸우라구.”


그렇다 당연하지만 진짜 청강검은 자룡이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조조가면은 경매에 올라와 있는 청강검이 어떻게 가짜인 걸 알았을까?

화장실을 간다고 둘러댔지만 조조가면은 자리를 벗어나 집으로 돌아갈 작정이었다.


‘이번에도 청강검을 입수하는 것은 실패로군.’


그때 원형 테이블들이 자리잡고 있는 구역 밖의 잔디밭에서 바닥에 떨어진 검집 하나를 발견했다.


검집을 집어든 사내의 눈이 조조가면 뒤에서 커졌다.

청강검의 검집.


검집은 테이져건으로 자룡을 제압한 보안요원들이 쓰러진 자룡을 덮치며 실갱이하던 와중에 자룡의 허리에서 떨어져 나갔었다.

보안요원들과 자룡이 뒤엉켰던 자리는 조명의 가장자리에 위치했던 지라 어두웠고 요원들은 기절한 자룡을 포박하고 흉기인 검을 회수하는데만 신경쓰느라 검집이 바닥에 떨어져있었는 지도 몰랐다.


검집을 살펴보던 조조가면은 거추장스런 가면을 벗고 검집을 세심히 살펴보았다.

가면을 벗자 드러난 얼굴은 50대 초반의 중년남성이였다. 이 남성은 세간에 와이에스라는 바이오회사의 회장으로 알려진 우근모라는 사람이였다.


청강검의 검집을 바라보는 우근모 회장의 눈이 격동으로 흔들렸다. 청강검의 검집이 맞다. 이 문양.

그런데 경매장에 올라온 검은 청강검의 모사품이었다. 어느 유물 기술자가 만들어냈을것이 분명한 사기품. 그게 사기품인지도 구별 못하고 유물마켓은 경매에 올려버렸고.

유물이나 미술품이 이런 일은 비일비재했다. 다빈치의 진품이라는 모조품 회화가 경매에 올라와 최고가를 경신한게 몇 번이던가.

그런데 여기 잔디밭에 진짜 청강검의 검집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어떻게 이럴수가 있지?


수하 한명이 옆으로다가와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어르신.”


뭔가 말을 하려고 입술을 움직이려는 순간 발작적인 기침이 터져나왔다. 그리고는 조조가면의 사내 우근모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평소 지병처럼 달고 있는 발작증세였다. 고혈압과 흡사하게 감정이 격동하면 증세가 나타나곤 했는데 지금 청강검의 검집을 바라보는 순간에 증세가 터진 것이다.


장보는 비서들로 보이는 수하들을 불러 지시했다. 어떻게 여기 바닥에 검집이 굴러떨어지게 된 것인지 은밀히 알아보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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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장판파의 요괴 (3) 19.08.15 2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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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생존의 길 (1) 19.08.10 36 0 13쪽
6 내 이름은 조자룡 (2) 19.08.06 36 0 13쪽
5 내 이름은 조자룡 (1) +1 19.08.03 50 1 12쪽
4 호기심 많은 신병 (3) 19.08.02 55 0 12쪽
3 호기심 많은 신병 (2) 19.08.01 60 0 12쪽
2 호기심 많은 신병 (1) 19.08.01 80 0 12쪽
1 여긴 어디? 우리는 누구? +2 19.07.31 21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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