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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는꽈리 님의 서재입니다.

원더랜드의 자룡과 하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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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는꽈리
작품등록일 :
2019.07.31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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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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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판파의 요괴 (2)

DUMMY

“승상 오셨습니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조조가 말다툼을 벌이고 있는 하후연과 조홍을 보며 말했다.


“너럭바위와 시냇물이 또 나온게지. 하하.”


너럭바위 아래 시냇물이 흐르는 장소는 조조를 비롯해서 조조의 친인척 조인 조홍. 조조의 죽마고우 하후돈 하후연의 어린시절 놀이터였다.


그들은 그 너럭바위 위에서 시냇물로 공중제비를 돌며 뛰어들었다.

누가 제비를 몇바퀴 더 돌면서 물속에 떨어지는가.

누가 더 멋드러진 동작으로 공중제비를 펼치는가.


자존심이 걸린 놀이를 즐겼고 그 자존심은 때때로 주먹다짐으로 변질되기도 했거니와 그 주먹다짐은 조씨 아이들과 하씨 아이들의 패싸움으로 확대재생산 되기도 했다.


조씨들과 하씨들은 그렇게 어울리며 어린시절을 함께 보냈다.


자존심을 놓고 벌이던 패싸움이 지금은 병권을 놓고 벌이는 패싸움으로 형질변환되었지만 어린시절의 추억이 버팀목이 되었다.


서로 의견이 충돌할 때는 마구잡이로 상대의 콧잔등에 주먹을 날리고 눈탱이를 밤탱이로 만들었지만 또 누군가 술을 꺼내며 화해하자고 하면 다시 거나한 술판을 벌리며 그 어린시절 이야기로 밤을 새우곤 했다.

그렇게 술판이 끝나고 나면 의견충돌을 일으켰던 제의는 어느새 적당한 타협점을 찾아서 해결이 되있었다.


맹장 허저를 제끼고 하후은이 선봉대 지휘관으로 낙점될 때도 이런 과정을 거쳤었다.


징계를 받기 위해 상급장수들의 막사 회의에 처음 참석한 하후은은 기가 막혔다.


군의 최고위급 장수들이 모여있는 자리이기에 당연히 예(禮)와 인(仁)을 근본으로하는 토론과 논쟁이 펼쳐질 줄 알았지 이렇게 시장통의 양아치들이나 할 법한 추태가 벌어지리라고는 상상치 못했다.


하후은 자신의 성향과 기질도 예와 인에서 벗어나있기는 했으나 이정도는 아니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 난세가 아니라 치세였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장수들중 군부의 요직에 오를 수 있는 자들이 몇이나 될까?


조인과 하후돈 정도가 아닐까.


사람은 과연 때를 타고나야하는 것이로구나 싶었다.

그리고 하후은 자신 역시 이런 난세라는 시류에 어울리는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하후은이 부복한 채 막사 안에서 펼쳐지는 회의의 실체를 목격하고는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을 때 이런 조씨 일족과 하후씨 일족의 작태를 잘 아는 고위급 장수들은 그저 한숨만 내쉴 뿐 말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승상 조조가 모습을 드러내자 막사 안은 빠르게 정리가 되었다.

조조가 상석에 앉으며 땅바닥에 부복해있는 하후은을 보고 말했다.


“그래 하후일족의 기대주가 낭패를 보았다고?”

“송구합니다. 승상. 미욱한 조카놈을 천거한 이 하가놈의 실수올습니다.”


하후돈이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야영중에 기습을 당하는 것 쯤이야 전쟁중의 상사가 아니던가. 피해도 미미하다 들었네.”


조조가 별일 아니라듯 넘어가 줄 분위기다.

이때 조인이 간언을 올렸다.


“하후은이 야영중에 기습을 당한 것은 전쟁 중의 상사에 해당하나 그냥 묵과할 수 없는 일이 하나 있사옵니다. 승상.”


조조가 계속 말을 하라는 눈빛으로 조인을 바라봤다.


“선봉대 지휘관 하후은은 선봉대가 행군하는 중에 부대에 있지를 않았다고 합니다. 이는 장군의 직책을 맡은 자로서 기본 중의 기본을 게을리한 것입니다.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인의 지적은 타당했다. 또한 조인이 그저 파벌 싸움의 일환으로 이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또한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조인의 말이 사실이라면 하후은은 한동안 부대를 지휘하기 어려울 터였다.

조조의 기분에 따라서 어쩌면 영원히 지휘권을 박탈당할 수도 있는 사안이였다.


하후돈은 난처했다.

조인의 지적이 사실로 밝혀지면 기본도 지키지 못하는 머저리를 천거한 셈이되는 터.

하후돈은 먼저 치고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조인의 말이 끝나자마자 하후돈이 칼을 빼어들고 하후은을 향해서 외쳤다.


“당장 저 놈의 목을 베어서 군령을 지엄함을 세워보이겠습니다!”


조조 앞에서 숙부 하후돈이 펄펄 날뛰며 하후은을 당장 참수에 쳐하겠다고 난리를 피웠다.

주위에 있는 장수들이 하후돈을 오히려 말리는 형세였다.

조조는 하후돈이 난리 치는 이유를 다 알고 있다는 듯 씨익 웃었다.

하후 가문의 촉망을 받고있는 하후은이 이번 일로 조조의 눈밖에 날까 걱정하여 조조가 화를 내기 전에 먼저 하후은을 향해 노발대발하며 조조의 화를 억누르려고 했다.

조조는 부복해있는 하후은을 향해 말했다.


“전쟁에 참가한 장수가 패할 때도 있고 이길때도 있지. 패할때마다 죄를 물었다면 이 막사 안에 장수가 몇이나 남아있겠는가.”


조조의 뼈있는 말에 장수들이 헛기침을 밷었다.


“ 하지만 기본을 망각한 죄는 크다. 벌을 받을 각오는 돼 있는가.”


벌을 받을 각오는 이미 돼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지휘를 평가하는 조인의 지적은 받아 들일 수가 없었다. 해명을 해야했다.


“죄를 받기전에 전에 승상께 아뢸 것이 있나이다.”

“뭐야?”

“현재 유비군에는 제갈량과 관우가 부재중입니다.”

“어째서?”

“그 부재의 연유까지는 알아내지는 못했습니다.”


제갈량과 관우가 지금 없다? 그들이 부재하는 이유가 뭘까? 조조의 생각이 여러방면으로 튀었다.


“그리고 유비가 강릉으로 퇴각을 하면서 끌어모았다는 병력 10만은 헛소문입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조조가 반색을 하며 물었다.


“그래 원래는 얼마라더냐? 오만? 3만?”

“한명도 없습니다.”


막사 안에 정적이 흘렀다.


십만 대군이 한명도 없다고?


하후은 저놈이 실수를 만회하려고 황당무계한 거짓을 늘어놓는 것이 아닌가.


“유비군은 양양을 퇴각할 때 따라붙은 병력이 전부입니다.”


조조가 상체를 하후은을 향하며 말했다. 조조의 몸이 달았다는 뜻이였다.


“자세히 말해봐라.”

“소인이 선봉대로 행군을 하는 동안 정찰과 간자를 통해서 얻은 첩보입니다. 유비가 강릉으로 퇴각을 시작하자 유비를 따르는 백성들이 하나 둘 그 뒤를 따라붙었는데 그것이 병사들로 와전되어 소문이 돈 것입니다. ”

“그럼 십만 병력은...”

“예. 제가 알아 본 바로는 실제로는 십만의 피란민들입니다.”


하후은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공적이랄 수 있는 첩보를 흘리면서 조인의 지적에 대한 해명까지 곁들일 수 있었다.


“그것이 선봉대의 지휘를 부장에게 맡기고 니가 사라졌던 이유였더냐?”

“제 눈으로 직접 지형을 정찰하고 정보를 구하려고 했나이다.”

“장수로서 기본을 까먹지는 않은 듯 하구만.”


조조가 막사 안의 제장들을 둘러보며 이리 말하자 더이상은 하후은의 죄를 묻기가 어려웠다.


“손자께서 이르길 패배는 병가의 상사라 했으니 아직 어리고 혈기가 왕성해서 벌어진 실수이니 후방에서 자중하라.”


평소라면 또 손자야, 또 손자병법이야. 속으로 투덜댔을 하후은이었으나 오늘 만큼은 손자가 너무나 고마웠다.


그러나 책임을 완전히 벗을 수는 없는 법.

선봉대 장수에서 백부장으로 강등을 당한데다 후방에서 보급 관리조로 좌천당해버렸다.


짐을 챙겨 양양으로 되돌아가야했다.

가기 전에 한가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다.

청강검을 되찾는 것이다.


하후은은 자룡에게 검을 탈취당한 사실을 주위 사람들 모르게 숨기고 있었지만 언제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조만간 사람들 사이에 알려질게 뻔했고 알려지는 순간 망신의 끝장을 보게 될 터였다.


자룡에게서 검을 다시 뺏어와야하는데 후방으로 배속되니 그마저도 요원한 일이 되버렸다.

아무리 제멋대로 행동하는 하후은이라해도 이제 막 징계를 먹고 근신처분을 받은 상태에서 또 다시 자기 멋대로 행동을 할 수는 없었다.

그러다 들키기라도 하는 날에는 조조 승상의 눈 밖에 나는 것은 고사하고 아마 하후돈 숙부가 먼저 칼을 뽑아 하후은의 목을 내려칠 치도 몰랐다.


“꼼짝없이 후방에서 쌀가마니나 세야겠구만. 하후 병법에 보급란을 추가해야겠어. 젠장할.”


하후은이 수뇌부 막사를 나와서 얼마 걷지 않아서 세명의 무장과 마주쳤다.


순우도(淳于導)와 종신(鍾紳), 종진(鍾縉) 형제였다.


순우도는 조인의 부장으로 덩치가 산만하고 생김새가 우락부락했다.

큰칼을 등에 메고 다녔는데 칼의 생김새 역시 주인을 닮아서 무식하기 짝이 없었다.

얼핏보면 산적이 개작두를 들고 다니는 꼴이라 친한 사람들은 순우도를 ‘개작두’라고 불렀다.


종진 종신 형제는 숙부 하후돈의 부장들이였는데 일란성 쌍둥이였다.

개인의 무공으로도 출중했지만 쌍둥이 형제가 협공을 펼치는 순간 상대방은 지옥의 문을 여는 것과 같았다.

종진 종신 형제는 평소에는 장난기 넘치는 유들유들한 성품이였으나 손에 무기를 잡으면 성격이 변했다.

숨겨진 잔혹성이 튀어나왔다.

그 잔혹성으로 이미 전의를 상실한 상대방을 가지고 놀았다.


이 세명은 하후은과 연배도 비슷했고 무엇보다 배포가 맞아서 곧잘 어울리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하후은이 재빨리 등을 돌리며 다른 길로 빠지려했지만 종진의 목소리가 날아와 하후은의 뒷덜미를 낚아챘다.


“어 저기 패잔병이 오는구만.”


쌍둥이 중에 동생인 종신이 형을 나무랬다.


“패잔병이라니... 거 형님은 상관에게 무슨 망발이요. 예를 차리시요.”


하다니 하후은을 향해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 저기 패, 전, 지, 장! 이 오시는군요.”


이 염병할 새끼들.


“이야 첫 출전에 이렇게 시원하게 말아먹다니 역시 우리랑은 급이 다르다니까.”


순우도의 목청이 낭창낭창하게 울렸다.

세놈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동시에 하후은을 놀리는 농을 던져댔다.


“꺼져라. 부장들 따위가 장군의 고뇌를 어찌 알리.”

“부장들 따위가 장군의 고뇌를 알리가 없지. 그러니 이 가련한 부장들따위에게 장군의 고뇌, 부대를 통솔한다는 책임감. 패전의 아픔 따위를 알려주셔야지요.”

“우리가 좋은 술을 챙겨왔으니 쓰린 속을 달래자구.”


순우도가 품에서 술병을 꺼내 보이며 말했다.


“방금 징계 먹고 나왔다. 해야할 뒷치닥거리가 산처럼 쌓였어. 술은 나중에....”


말은 하다가 하후은은 냉큼 순우도의 손에서 술병을 낚아채더니 목구멍을 열어제끼고 들이부었다.


- 콸콸콸


입술을 타고 흐르는 술을 소매로 닦았다.


“제기랄.”


순우도, 종진. 종신 말없이 지켜보다가 종진이 위로를 건넸다.


“액땜이라 여기시게. 대장군으로 가는 첫발. 신중하게 가라고 하늘이 충고하셨다, 그리 생각해.”


순우도와 종신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 패거리들만의 위로법이랄까, 뭐 그런거였다.


하후은은 세명을 주욱 훑어봤다.

우리도 이십년 뒤에는 상승장군들이 되어있을까?

대장군들이 되어서는 수뇌부 막사에서 멱살을 틀어쥐고 주먹을 날리다가도 타협점을 찾으면서 뭔가 끈적끈적한 방식으로 그렇게 군대를 이끌어가게 될까?


이녀석들과 함께라면... 하후돈, 하후연 숙부들이 조인, 조홍과 막사 안에서 양아치스러운 난장판을 연출하면서도 어떤 끈끈함으로 군 내부의 결합과 연대를 끌어내어 결국 발전된 방향으로 움직이듯이 그렇게 우리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 들었다.


비록 지금은 똥을 밟아서 쉬어가게 생겼지만.... 아 그 똥.

그 똥덩어리 확인 좀 하고 가야겠다.


“너희들. 유비군에 조자룡이라고 들어봤냐?”


종진 종신 쌍둥이 형제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유비군에 장수라면 관우 장비 둘 밖에 더 있나.”

“그래. 우리가 이름을 모르는거면 미축, 간옹 따위의 장수인게지. 장수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순우도 역시 고개를 흔들려다가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아, 조자룡. 생각났다.”


하후은을 비롯해서 종진 종신 형제 모두 순우도를 바라봤다.

순우도가 말했다.


“그 기똥차게 잘 내빼던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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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장판파의 요괴 (3) 19.08.15 2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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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생존의 길 (2) 19.08.13 38 0 12쪽
7 생존의 길 (1) 19.08.10 36 0 13쪽
6 내 이름은 조자룡 (2) 19.08.06 36 0 13쪽
5 내 이름은 조자룡 (1) +1 19.08.03 50 1 12쪽
4 호기심 많은 신병 (3) 19.08.02 55 0 12쪽
3 호기심 많은 신병 (2) 19.08.01 60 0 12쪽
2 호기심 많은 신병 (1) 19.08.01 8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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