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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는꽈리 님의 서재입니다.

원더랜드의 자룡과 하후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낙타는꽈리
작품등록일 :
2019.07.31 19:49
최근연재일 :
2019.09.04 19:16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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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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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06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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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내 이름은 조자룡 (2)

DUMMY

하후은과 부장은 그런 자룡의 움직임은 무시하고 떠들었다.


자룡 역시 무언가 따로 계산이 있는지 두 사람을 자극하지 않은 채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자룡의 병사들이 속속들이 진영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자룡의 시야에 포착이 되었다.


‘잘들하고 있다. 무사히 빠져나가라. 여기는 내가 마무리하겠다.’


자룡은 퇴각하는 병사들과 시선을 마주치며 무언의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퇴각을 시작한 병사들이 어느정도 진영을 벗어나기를 기다렸다.

그 시간을 벌기위해 자룡은 하후은과 그의 부장이 나누는 수다를 감사한 마음으로 묵묵히 듣고 있었다.

하후은과 부장은 이번 야습의 지휘관인 자신만 잡으면 된다고 여긴 듯했고 마치 눈 앞의 자룡을 이미 잡아놓은 물고기라고 여기는 듯 했다.


“아 장군 이제야 소인도 장군의 생각을 알아먹겠습니다.”

“그래 맨날천날 손자가 어쩌구 손자 병법이 어쩌구... 조조 승상한테 아첨할 말이나 주워섬기지 말고 생각이란 걸 좀 하구 살자구. 응.”

“아니 그래도 조조 승상의 손자 병법을 무시하는 말씀은....”


하후은은 부장을 노려봤다. 그 서슬에 부장이 냉큼 입을 다물었다.


이자는 다 좋은데, 놀때든 싸울때든 나랑 궁합도 잘 맞는 편인데, 딱 하나 잔소리가 심해. 내가 장군이라 해도 나이가 어리고 실전경험이 부족하다고 날 얕보는 게지.

하긴 하후돈 숙부도 날 그리 보고 장교들 중에서 노련하고 경험이 풍부한 이자를 붙여준 거긴하지만. 하후 가문에 은덕으로 장군자리 꿰찼다고 여기는게지.

다른 일반 병졸들처럼 너도 날 그리보는 게야, 싶은 마음이 들면서 하후은은 부아가 치밀었다.


게다가

손자가 이르길,

손자 가라사대,

손자병법에 따르면... 그놈의 손자, 손자, 손자병법.


조조 진영에 가담한 뒤로 지겹도록 듣는 이름이다.

조승상부터 손자를 숭앙해 그 병법서를 재정립하는 작업을 하고 있으니 조조 휘하의 장수들이야 말할 것도 없겠지만 이제는 부대의 장교 나부랭이마져도 손자를 주워섬겼다.


하후은은 공자 맹자 노자 한비자 등등도 지겨웠지만 손자니 오자니 하는 병법서도 사서오경 수준으로 딱 그만큼 지겨웠다.

수백년전에 만들어진 고리타분한 병법일 뿐인데 그걸 달달 외워봐야 현시대에 어떻게 써먹는단 말인가.

지형과 지리가 다르고 사람이 다르고 날씨가 다르고 각 부대의 처한 상황이 다르다.


한나라 무제의 총애를 받았던 곽거병도 손자 병법 따위는 손톱만큼도 알지 못했지만 18살의 나이에 그 무시무시하다는 흉노족을 그들의 본거지에서 격파하지 않았던가.

한번도 아니고 싸울 때마다 연전연승.

중국 한족이 수백년간 제압하지 못했던 흉노족을 단 2년만에 싹쓸이를 해버리는 불패의 신화를 써내려갔었다.

손자니 오자니 그따위 곰팡내나는 병법 따위 몰라도 곽거병은 스무살 약관의 나이에 한나라 군부의 총사령관, 대장군이 되었지.

자신이라고 그 곽거병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어딨는가.

하후은은 자신만의 병법을 완성해 나갈 작정이었다.


“아, 심심해. 갑자기 심심해졌어.”


하후은이 손가락으로 자룡을 가리키며 부장에게 말했다.


“저런 무명 잡졸은 자네가 처리해. 난 막사로 돌아간다.“

“장군 아무리 그렇다해도 적의 기습이 있었는데...”

“장비, 관우. 그 자들이 아니라면 시간낭비. 시간낭비는 부하에게 넘기고 대장은 휴식을 취한다. 이것이 기습에 대처하는 나 하후은님의 하, 후, 병, 법! 이니라. 처리해.”


얼핏 들으면 장군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하거나 혹은 자질을 떠나서 근무태만으로 보이는 명령이었지만 하후은은 나름대로 속셈이 있었다.

유랑민을 꼬리에 달고서 뭐 빠지게 달아나고 있는 유비군에는 병력의 여유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소중한 병력의 상당 부분을 떼어 기습을 해 온다면 당연히 경험과 관록이 풍부한 장군이 인솔해야 했다. 적에게 타격을 가하고 병력의 손실을 최소화해서 본대로 귀환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유비군에서 그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경험과 관록을 가진 장군은 장비와 관우 둘 뿐이었다.

그 둘을 제외하면 유비군에서 무장이래봐야 손건이니 미축이니 무장 축에도 못끼는 자들이었다.

그런데 이름없는 장교 한명이 인솔하는 부대라면 처음부터 기습을 목표로 출진한 부대가 아닐 것이다. 이 부대는 필시 척후조일터.


척후조의 장교 나부랭이라고는 해도 이번 야습의 수장.


잔소리쟁이 부장에게 적장의 목을 딸 수 있는, 무공을 세울 기회를 넘겨준다면 이후 부장은 숙부 하후돈보다 자신에게 더 충성을 바칠 것이다.


하후은은 나름 정확한 판단을 내렸다.

그걸 실행하는 방법은 상당히 변칙적인 구석이 농후했지만 급박한 전투 속에서 침착하게 상황을 읽어내는 능력은 과연 하후씨의 일족이구나 싶었다.


여기서 하후은이 저지른 유일한 실수는 장교 나부랭이라고 판단한 인물이 조운이라는 것, 그것 하나였다.


하후은이 이 무명의 장교를 어찌 알겠는가.


조운이 유비군 내부에서는 유명할지라도 무공과 전공으로 중원 천하에 상산 조자룡을 각인시키는 날은 좀 더 훗날이니.

아직 무명일 때의 조자룡을 만난 것이 그의 실수라면 실수였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해볼 수 없는 재수 옴팡지게 없는 실수.


하후은의 속셈대로 과연 부장은 당황하던 표정이 사라지고 용기백배하여 창을 꼬나들고 전공을 세울 욕심으로 적병의 장교 나부랭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조자룡에게 달려들었던 하후은의 부장이 자룡이 휘두른 창에 목이 달아났다.


막사를 향해 돌아서던 하후은의 발치로 데굴데굴 굴러온 부장의 머리통.


잔소리쟁이 부장은 그렇게 하후은이 저지른 실수의 희생양이 되버렸다.

방금 전까지 손자병법 가라사대를 주절거리던 사내의 입이 씰룩거리고 있었다.

몸통에서 머리가 분리됐건만 창졸간에 벌어진 사태라 아직 자기 몸에 일어난 일을 납득하지 못하는 듯 했다.

씰룩거리는 입모양새가 손자병법을 떠드는겐지, 적군이 보통내기가 아니니 조심하라고 마지막 충정을 보이는겐지, 니 탓에 내가 죽었다며 원망하는겐지 도통 요령부득이다.

남아있던 신경이 정지됐는지 입가의 씰룩거림이 멈췄다.


하후은은 부장의 잘린 머리통이 남기려던 요령부득의 유언을 자기 편리한대로 해석했다.


복수해달라고.


저 무명잡졸 장교 나부랭이의 머리통도 자기처럼 만들어달라고.

하후은은 자기 처소로 가려던 마음을 접고 잔소리쟁이 부장의 유언을 들어주기로 결심했다.


“무명잡졸 나부랭이가 아니구나. 누구냐?”


하후은이 으르렁거렸고 자룡은 무시했다.

자룡은 시간을 재고 있었다.

부하들이 거진 빠져나갔을 시각이 되었다.

이제 얼추 목표한 시각이 지나갔으니 자룡이 퇴각을 시작할 차례였다.


" ....길을 터라. 그러면 넌 살려주마."


자룡이 말했다. 하후은이 탄성을 밷었다. 하.


"절 살려주신다구요. 이런 감사할데가. 생명의 은인이니 어디 은공의 이름이나 압시다그려. 누구냐, 너?"


사실 자룡은 하후은을 무시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살려줄 의도였다. 적 진영을 이미 혼란에 빠뜨렸다고 여겼기에 아군의 피해가 더 나오기 전에 속히 퇴각하려던 것이고 이 말 많고 시끄러운 장교가 길만 막지 않는다면 살려줄 생각이였다.

그런데 계속 말을 걸면서 시간을 끈다.

자룡은 더이상 시각을 지체할 이유가 이제는 없었다.


" ... 말이 많구나."


하후은의 탄성이 또 절로 터졌다.


"하, 말이 많아? 하.. 장수 나부랭이는 되는 듯해서 체면차려줬더니.. 말이 많아! 그래 필요없지 필요없어. 네 머리통을 창에 꽂으면 니 이름따위 누군가 알아서들 떠들겠지."


창을 들고 조자룡에게 달려드는 하후은.

몇합을 겨루지 않아 오히려 하후은의 창이 절단나고 자룡의 창끝에 쓸리며 투구가 땅에 떨어진다.

그 바람에 머리가 산발이 되는 하후은. 이런 상대를 만나 본 적이 없다.

칼집에서 청강검을 꺼내는 하후은.

장난기가 사라지고 진지해졌다.


"장비도 아닌 것이, 관우도 아닌 것이, 나 하후은으로 하여금 청강검을 꺼내게 만들다니... 너, 진짜로 누구냐?"


"하후은?! 청강검?! 니가 조조 선봉대의 장수 그 하후은이구나."


유비군의 후미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조조의 선봉대를 하후씨 일족의 장수가 이끌고 있다더니 바로 이 말많고 시끄러운 놈이였구나.

자룡은 상대의 정체를 알고나자 급히 퇴각하려던 작전을 변경했다. 좀 무리를 해서라도 선봉대의 적장을 죽여 조조군의 예봉을 꺽어놓고 추격의 속도도 늦춰놓을 좋은 기회라고 여겼다.

방금전에 일기토를 겨루며 맛 본 창술 솜씨로 추측컨대 적장의 수급을 취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터였다.


"이 어르신의 존함이.. 아 됐고 이 어르신의 주특기는 창이 아니고 칼이라는 걸 알려주마. 넌 이제 끝났어. 널 끝장내기 전에 마지막으로 물어봐주마. 넌, 누구냐? 혹시 아느냐. 이름을 듣고는 본관이 너그럽고 관대하게 그대가 도망갈 길을 터줄지. 으하하하."


조조 진영의 하후 일족 중에 저리 수다스럽고 경망한 자가 있던가. 저 놈은 돌연변이가 틀림없다.


"길을 터도, 넌 죽는다!"


자룡이 싸늘하게 말했다.

호탕하게 웃어제끼던 하후은의 표정이 무섭게 변했다.

자룡의 창에 투구가 날아가면서 산발이 된 머리칼을 휘날리며 하후은이 자룡을 향해 짓쳐들어갔다.


자룡은 검을 치켜들고 찔러들어오는 하후은의 초식을 보며 이미 머리속에서 모든 상황을 검증했다.

검증 자료는 방금 전 몇초식을 나눴던 창술. 그 창술에서 하후은이 보여준 동작만으로도 이미 자료는 충분했다.

창에 비해 길이가 짧은 검신, 자룡의 머리속 뇌세포와 몸속의 근육세포에 인식되어 있는 하후은의 동작. 검신과 동작 사이에 빈틈을 노린다. 그 틈은 삼초식을 겨루는 동안 만들어낼 수 있다. 그 삼초식이 끝나면 하후은의 목은 자룡의 창에 꿰뚤릴 것이다.


하지만 자룡도 실수를 저질렀다.


하후은이 들고 있는 검이 천하의 명검 청강이라는 것을.

어쩔수 없는 실수였다. 하후은이 무명의 자룡과 마주친게 된 실수처럼.


자룡의 창은 이초식만에 창대가 청강검에 의해 부러지고 말았다. 아니 잘려나갔다고 보는 게 맞았다. 무시무시하게 날카로운 검이였다.

자룡의 반사신경이 조금만 둔했더라도 창을 잘라버린 청강검이 자룡의 머리 반쪽까지 날려버렸을것이였다.

아슬아슬하게 칼이 빗나가면서 자룡의 투구를 타격했고 그 힘에 턱끈이 풀리면서

투구가 바닥에 떨어졌다.

자룡의 머리칼도 하후은처럼 산발이 되었다. 머리칼이 산발이 된 것이 다행이었다.

아니었으면 자룡의 놀란 눈빛이 그대로 노출되었을테니.


자룡이 유비군에 입대하여 큰 전투에 참가한 경력은 아직 일천했지만 칼과 창을 들고 사람과 대결해온지는 십수년이었다.


양친을 잃고 전쟁통을 헤멜 때 처음 부러진 창을 잡았었고 그 부러진 창으로 무뢰배의 옆구리와 그자의 복숭아 인대를 끊어버렸었다. 그리고 무뢰배의 빼앗긴 곡식과 말린 육포를 되찾아서 생명을 부지할 수 있었지.


그렇게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무뢰배와 검객들, 무사들 그리고 군대를 이끄는 장수들이 휘두르는 다종다양한 도, 검, 창을 겪었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마주치게 된 청강검같은 귀물은 처음이였다.


머리가 산발되어 놀란 눈을 노출시키지 않을 것을 다행으로 치자면 하후은도 그에 못지 않았다. 자신의 일격을 막아낸 자룡을 보며 눈이 왕방울만 해졌으니까.

그러나 하후은은 속마음을 숨기고 의기양양하게 자룡을 도발했다.


“날 죽일 수 있겠느냐!”


자룡, 등에 매달고 검집에서 칼을 꺼냈다. 그러는 동안 자룡의 부장이 슬그머니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자룡의 안위가 걱정되어 돌아온 것이다.


자룡이 자신의 검을 꺼내고 보니 하후은이 들고 있는 청강검이 더더욱 훌륭해보였다.

생과사의 대결을 펼치고 있지만 사심없는 칭찬을 보냈다.


“훌룡한 검이다.”

“검만 훌륭해? 내 무예는 안 훌룡하구? 이게 끝까지 열받게 만드네.”


다시 합이 펼쳐지려는 찰라 부장이 무릿매를 던지고, 방심하던 하후은의 발목에 감긴다.


"헉!"


비명과 함께 달려 나가다 발이 감겨 철퍼덕 넘어지는 하후은, 청강검을 놓치고, 검은 자룡 앞에 떨어진다. 부장이 자룡을 보며 말했다.


“퇴각 하셔야 합니다!”

“비겁하게 부하를 시켜 암기를 날려?!!!”


발이 감겨 버둥거리며 하후은이 악다구니를 놓았다. 자룡은 말없이 앞에 놓여있는 청강검을 주웠다.


“내가··· 시킨게 아니네···”

“그 칼은 놓고 가거라 비겁한 자식아!! 이 치사한놈아!! 너 누구야?”


저리 끈질기게 물어보니 그 정성을 봐서 자룡이 한마디 대꾸를 던지고는 말을 몰아 진영을 빠져나갔다.


“내 이름은 조자룡이다. 유황숙의 백부장이지. 언제든 찾아오너라!”


사라지는 조자룡의 뒷모습을 보며 하후은은 이를 갈았다.

그 이름을 머리에 새겼다.


“조, 자, 룡. 반드시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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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현대로 (2) 19.08.31 20 0 13쪽
20 현대로 (1) 19.08.30 21 0 12쪽
19 타임포탈이 열리고 (3) 19.08.29 23 0 15쪽
18 타임포탈이 열리고 (2) 19.08.23 33 0 13쪽
17 타임포탈이 열리고 (1) 19.08.22 40 0 13쪽
16 장판파의 요괴 (8) 19.08.21 30 0 13쪽
15 장판파의 요괴 (7) 19.08.20 26 0 12쪽
14 장판파의 요괴 (6) 19.08.19 30 0 14쪽
13 장판파의 요괴 (5) 19.08.17 29 0 14쪽
12 장판파의 요괴 (4) 19.08.16 45 0 12쪽
11 장판파의 요괴 (3) 19.08.15 29 0 12쪽
10 장판파의 요괴 (2) 19.08.15 43 0 12쪽
9 장판파의 요괴 (1) 19.08.14 58 0 13쪽
8 생존의 길 (2) 19.08.13 39 0 12쪽
7 생존의 길 (1) 19.08.10 37 0 13쪽
» 내 이름은 조자룡 (2) 19.08.06 37 0 13쪽
5 내 이름은 조자룡 (1) +1 19.08.03 51 1 12쪽
4 호기심 많은 신병 (3) 19.08.02 56 0 12쪽
3 호기심 많은 신병 (2) 19.08.01 61 0 12쪽
2 호기심 많은 신병 (1) 19.08.01 81 0 12쪽
1 여긴 어디? 우리는 누구? +2 19.07.31 21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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