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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는꽈리 님의 서재입니다.

원더랜드의 자룡과 하후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낙타는꽈리
작품등록일 :
2019.07.31 19:49
최근연재일 :
2019.09.04 19:16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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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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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수 :
130,148

작성
19.08.02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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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호기심 많은 신병 (3)

DUMMY

“휙”


청강검이 공기를 갈랐다.

청강검 아래 목을 내놓고 있던 노병이 눈을 질끈 감았다.

이를 지켜보던 나머지 병사들도 제 목이 달아나기라도 하는냥 눈을 감았다.


“쨍강”


청강검은 노병사의 목이 아니라 그 옆에 벗어놓고 있던 투구들 중 하나를 베었다.

청강검의 날카로움에 투구는 절반으로 툭 잘려나갔다.

금속이 잘려나가는 소리에 병사들이 감았던 눈을 떴다.


하후은은 다시 그 옆에 놓인 투구를 베어나갔다. 그러면서 투구를 하나씩 벨 때마다 하후은이 외쳤다.


“관우!”


“장비!”


“유비!”


하후은이 그 이름을 외칠 때마다 바닥에 벗어놓았던 병사들의 투구가 절단이 나고 있었다.


이름을 다 외친 하후은이 진영 너머에 펼쳐진 숲을 향해 칼을 치켜들었다.


“나, 하후은 장군의 시작은 장비, 관우, 유비를 베면서 출발할 것이다!”


옆에 있던 부장이 병졸들 처리를 어떡할까 묻는 얼굴로 하후은을 바라봤다.


“이자들을 끌고가서......”


하후은의 첫마디에 땅에 부복하여 울고있던 병졸들이 전원 고개만 쳐들고 하후은의 입을 쳐다봤다.


제발,

자비를.

자비를.


“..... 고기와 술을 내주거라.”


바들바들 떨고 있던 병사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어 하후은을 쳐다봤다.


뭘 잘 못 들었나?

고기와 술?

우리 장군은 미친놈인가?


“저 장군, 이런 경우에 군기를 위해...”


“상관을 몰라보고 적장을 칭송하며 군기를 어지럽혔으나 나 하후은에게 이번 전투에서 반드시 전공을 세워야하는 결기를 심어주었다.”


병사들이 눈이 똥그래졌다.

부장이 불만어린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아니 장군. 손자께서 병법에 이르기를....”


하후은이 ‘손자’ 라는 이름이 나오자마자 부장의 말을 잘라버렸다.


“손자가 지 병법에 뭐라 씨부렸건 내 알 바 아니야. 저들은 과보다 공이 크다. 공이 커.”


부장은 당최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 되었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던 병사들도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지만 기대감이 번지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잘못 들은 게 아니야.

장군이 우릴 가지고 노는 것도 아니야.

우리 잘하면 살아날수도 있겠는걸.


병사들은 땅바닥에 부복한 채 저희들끼리 눈짓으로 희망을 주고 받았다.


“상을 주거라. 이것이 나 하후은님이 창제하신 하후 병법의 용병술이니라. 긴장과 이완, 당근과 채찍, 조였다 풀어주고 풀었다 조이기. 우하하하. 즐겁다. 즐거워.“


하후은은 청강검의 칼집에 뽀뽀하며 사랑하는 여인을 대하듯 했다.


“청강아 너도 즐겁지! 그치 즐겁지! 나도 즐겁다! 우하하하.”


창졸간에 지옥과 천국을 왔다갔다한 병사들은 호탕하게 웃어제끼는 하후은을 보며 처음에는 어리둥절하여 멍하니 바라만보았다.

하지만 재빨리 정신을 차린 노병이 먼저 큰소리로 외치며 절을 했다.


“장군님 감사합니다. 소인놈 죽음으로 충성하겠나이다!”


이내 다들 노병을 따라서 연신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목청을 높였다.


“충성하겠나이다!”


애송이라고 하후은을 속으로는 깔보던 병사들은 진심으로 그를 위해 죽어도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게다가 고된 행군과 노역으로 지쳐있던 선봉대의 나머지 병사들도 하후은이 보여준 요상한 이벤트에 자극받아서 활기가 돌았다.


금방이라도 입을 뚫고 나올 듯하던, 강행군과 노역으로 차곡차곡 적립되어 있던 불평과 불만이 쑥 들어가버렸다.


지쳐있던 조조군 선봉대는 이렇게 하후은이라는 애송이 장군으로 인해서 아주 이상한 형태로 사기가 충천하게 되었다.



* *


달이 머리 꼭대기에 걸린 야심한 시각.


막사에서 나오는 병사 한명.

낮에 하후은에게 실컷 농락당한 노병이였다.

그는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잔뜩 인상을 찌프린 채 목책 근처 수풀로 걸음을 옮겼다.


가는 길에 하품을 실실 흘리고 있던 초병을 만났다.

달빛에 비치는 노병의 얼굴을 확인하더니 초병이 알은 체를 했다.


“형님 또 나오셨소? 잠은 언제 잘라구.”


“잠 잘만 하면 신호가 오네. 오늘밤 잠자기는 그른 듯 하이.”


“부럽수다. 나도 배탈 날 정도로 실컷 고기 맛 좀 봤으면 원이 없겠네.”


“부러울 거 하나 없다. 그 댓가로 목아지 내놓고 지옥문 구경할 바에야 고기 안 먹고 만다.”


“하긴. 낮에 삽질하다가 지켜봤는데 형님이랑 병사들이랑 죄다 하후은 장군의 칼에 목아지 날아가는 줄 알았수다. 구경만 하는데도 식겁했지요.”


경계 근무가 심심해서인지 초병은 더 말을 걸고 싶은 눈치였다.

하지만 노병은 또 한번 인상을 쓰며 배를 움켜쥐었다.

더 이상 급해서 어쩔수 없다는 듯 초병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며 수풀로 들어갔다.


간만에 육고기가 들어가니 뱃속이 놀란 탓이리라. 벌써 세번째 측간행이였다.


수풀 속에서 염소 수염 병사가 머리만 비죽이 내밀고 인사를 건넸다.


“형님 왔소.”


“염소 니 놈도 바쁘구나.”


“풀때기로 채우던 창자가 기름맛을 보더니 많이 놀란 모양이요. 아주 죽죽 나오는 것이 똥구멍 다 헐판이요. 크크”


노병이 옆에 자리를 잡고는 아랫도리를 까내렸다.


“거 이번에 우리가 장군복이 좀 있나봐요.”


“그러게. 처음에는 애송이라고 깔보고, 어디 쳐박혀서 모습도 안 보인다고 엄청 욕했는데..

장군 잘 못 만나서 초상 치르게 생겼구나 걱정도 많았는데...“


하후은은 유비의 뒤를 쫓는 선봉대와 함께 움직이지 않았다.

선봉대의 지휘는 부장에게 맡겨놓고 그는 다른 볼일을 봤다.


하후은은 경호대 수준의 몇십기만 대동하고는 예상 추격로의 지형과 지세를 살피러 다녔다.

그리고 만나는 마을마다 백성들에게 해가 되지 않을 선에서 하후은 개인의 사비를 들여 민가에 돈을 주고 고기와 술도 추렴을 했다.


그 술과 고기가 잔뜩 실린 수레가 경호대와 함께 오후에 당도하고 바로 잔치가 벌어졌다.


도망가는 유비군이 야습을 해오리라는 계산은 전혀 하지 않았다.

몇일간의 정보 정찰을 통해서 십만 백성을 경호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병력이라는 것을 하후은 파악하고 있었다.


조조 승상의 본대 병력 수십만이 당도하기 전에 전과를 올리고 싶었다.

첫출전에 선봉대의 지휘관이라는 중책을 맡은 하후은을 깔보는 자들은 병사들만이 아니라는 것을 하후은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뒤에서 쑥덕거리는 조조군의 장수들의 그 높은 콧대를 납작하게 눌러버리고 싶었다.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 싶었다.


그러자면 하후은의 선봉대만으로 유비군을 타격하고 성과를 올려야한다.


정보만 보면 가능해보였다.


그전에 지친 병사들을 달래서 사기를 올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여겨서 술과 고기를 준비토록 했다.

물론 충분한 양이 될 수는 없었다.

선봉대 부대원의 숫자를 감안하면 그저 술 한모금 고기 몇점.

목이나 축이고 목구멍에 기름칠하는 수준이 되겠지만 그 효과는 비용대비 최고라 할 수 있었다.


물론 하후은의 농간에 걸려들어 지옥문을 오락가락한 노병과 몇명의 병사는 배터지게 고기를 먹을 수 있는 특전을 하사 받았다.

그 특전의 후유증으로 지금 오밤중 꼭두새벽이 되어 수풀에 마련된 간이 측간을 풀밭에 길이 날 정도로 왔다갔다하고 있었지만 병사들은 행복했다.


노병과 염소 수염 병사가 서로 히히덕 거리며 볼일을 보는 사이.


초병의 모습이 보이지를 않았다.


“초병이 안보이네.”


“그 놈도 똥싸러 갔나보죠.”


“우리야 장군 덕에 배터지게 먹어서 이런다지만 초병이나 다른 병사들은 몇 점 먹지도 못했는데...”


“우리 볼일이나 얼른 마치고 들어갑시다.”


“염소야. 다른 방향에 초병들이 보이는지 확인 좀 해보자.”


노병이 옷을 추스르며 염소 병사에게 말했다.


“아따 나이 만큼이나 걱정도 많으시요.”


염소 병사가 따라서 일어났다.


그때 하후은 선봉대 진영 안의 한쪽에서 불길이 일어났다.

불길은 다른 방향에서도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저게 뭐야. 불 아니요?”


“불이다. 불! 염소야 사람들을 깨워야.....”


노병과 염소 병사가 진영 안에서 치솟는 불길을 보고 허둥대는 사이.

어디선간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두두두두”


하후은 선봉대 진영 안으로 휘몰아쳐 들어오는 말발굽 소리였다.


‘단순 화재가 아니구나. 야습이다.’


“야밤에 전령이 왔나. 저 전령이 상급부대면 불났다고 보고를 올릴테고... 그럼 우리 장군님은 더 큰 장군님한테 개박살이 날테고.. 그 개박살이 우리한테 주르륵 내려오고... 아이 씨....저 전령놈을 모른 체 죽여버릴까. 어두워서 적인줄 알았다고. 네, 형님. 내 생각이 어때요?”


사태 파악이 안 되는 염소 병사가 헛소리를 주절거렸다.

그를 향해 노병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야습이다. 적의 야습이야!”


“네? 야... 야습?”


“초병이 갑자기 보이지 않는다 싶더니.... ”


노병과 염소 수염 병사는 막사와 막사 사이를 뛰어다니며 외쳤다.

잠들어 있는 막사의 병사들을 향해서 고함을 질렀다.


“야습이다!”

“불이다! 적이다!”

“무기를 챙겨라!”



* *


진영 내부 곳곳에서 치솟는 불길 사이로 정체불명의 기마대가 휩쓸고 다녔다.

하후은의 선봉대를 기습한 부대는 조자룡의 부대였다.

숲에서 대기하고 있던 백명 남짓한 자룡의 부대는 자정이 되자 하후은의 선봉대를 급습한 것이다.


저녁 나절.

적의 진영을 조심스레 살펴보던 자룡은 하후은의 부대가 밤이 되자 술과 고기를 먹으며 흥청망청대는 소리를 들었다.

저절로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우리는 도망중이고 저들은 추격중이라고 하나... 이렇게 술판까지 벌이다니 어이가 없군요.”


자룡의 옆에서 함께 하후은 선봉대 진영을 정찰하던 자룡의 부장이 혀를 찼다.


“조조군 선봉대의 장수가 누구라했지?”


“하후은...이라고 처음 들어보는 장수였습니다.”


“비무대회에서 우승하여 청강검이라는 명검을 하사받았다지.”


“명검이네, 귀검(鬼劍)이네, 주인 잡아먹는 저주받은 검이네... 말이 많은 검이더군요. 조조가 찝찝해서 넘겼다는 우스갯소리도 돌구요.”


“맑은 자가 휘두르면 명검이요 탁한 자가 휘두르면 귀검이 되겠지. 어찌됐든 시작부터 화려하구만. 전쟁터에 출전하기도 전에 명성을 날리고 있으니.”


“하후 가문이 힘을 썼겠지요. 제대로된 실력자들은 예선에서 다 걸러냈다는 소문도 있던데... 조자룡 백부장께서 그런 비무대회에 출전하셨다면 거센무쌍 일격창법으로 중원에 이름을 날리셨을겁니다.”


자룡은 부장의 아첨을 못 들은 척 했다.


“전쟁 경험도 없는 애송이를 장군에 앉힐려니 그 무리수가 타당한 인사였다는 그림을 만들려고 대회를 주최했겠지. 그래도 조조가 선봉대를 맡길 정도면 예사 장수는 아닐터”


“하후씨 일족일테니.. 하지만 지금 하는 꼴을 봐서는 영.....”


“하후씨 일족 중에 만만한 장수는 없지. 저 술판이 우리를 유인하려는 함정일 수도 있겠는걸.”


자룡이 조심성을 발휘하자 부장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좀 더 적 진영을 살펴보고 술판의 진위 여부를 확인해보세.”


“네. 백부장.”


그렇게 지켜본 결과. 술판은 진짜였다고 판단했다.

야습 결정.


먼저 선봉대의 진영으로 은밀하게 잠입한 자룡의 병사들이 초병들을 소리없이 제거했다.

초병을 제거한 잠입조 병사들이 군량 및 무기 등등의 보급 막사로 보이는 자리마다 불을 놓았다.

그 불길이 어두운 공중에 타오르는 것을 신호로 근처에 대기하고 있던 자룡의 기마대가 들이닥쳤다.


작전의 핵심 목표는 이랬다.


혼란과 공포.


또는,


혼비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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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타임포탈이 열리고 (2) 19.08.23 33 0 13쪽
17 타임포탈이 열리고 (1) 19.08.22 40 0 13쪽
16 장판파의 요괴 (8) 19.08.21 30 0 13쪽
15 장판파의 요괴 (7) 19.08.20 25 0 12쪽
14 장판파의 요괴 (6) 19.08.19 29 0 14쪽
13 장판파의 요괴 (5) 19.08.17 29 0 14쪽
12 장판파의 요괴 (4) 19.08.16 45 0 12쪽
11 장판파의 요괴 (3) 19.08.15 29 0 12쪽
10 장판파의 요괴 (2) 19.08.15 43 0 12쪽
9 장판파의 요괴 (1) 19.08.14 57 0 13쪽
8 생존의 길 (2) 19.08.13 38 0 12쪽
7 생존의 길 (1) 19.08.10 37 0 13쪽
6 내 이름은 조자룡 (2) 19.08.06 36 0 13쪽
5 내 이름은 조자룡 (1) +1 19.08.03 50 1 12쪽
» 호기심 많은 신병 (3) 19.08.02 56 0 12쪽
3 호기심 많은 신병 (2) 19.08.01 61 0 12쪽
2 호기심 많은 신병 (1) 19.08.01 80 0 12쪽
1 여긴 어디? 우리는 누구? +2 19.07.31 21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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