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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는꽈리 님의 서재입니다.

원더랜드의 자룡과 하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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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는꽈리
작품등록일 :
2019.07.31 19:49
최근연재일 :
2019.09.04 19:16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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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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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1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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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장판파의 요괴 (3)

DUMMY

“아, 조자룡. 생각났다. 그 기똥차게 잘 내빼던 놈.”

“그자가 누구길래.”

“어디서 마주쳤던거야?”


순우도가 흥분해서 떠들었다.


“내가 조인장군님의 부장이 아닌가. 그 조인 장군의 팔문금쇄진이 격파당할 때...”


종신이 놀라서 외쳤다.


“뭐시라. 조자룡이라는 무명잡졸이 조인 장군의 팔문금쇄진을 격파했다고?”


쌍둥이 형 종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 일은 나도 아는데 내 알기로 .. 관우 장비한테 진이 격파당한 걸로 들었는데.”


순우도는 종진의 말이 맞다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랬지. 격파는 유비가 이끄는 관우 장비한테 당했지.”

“아 이놈은 상판떼기도 무질서하게 생겨먹어서는 말솜씨도 어찌 이리 무질서하냐. 좀 알아먹게 말해라.”


종신이 타박을 줬다.


“음 그래. 우리 조인장군께서 평소 자부심을 가지고 연마하셨던 팔문금쇄진을 펼쳤지.

근데 왠 장수 하나가 오백 기병을 이끌고 와서는 우리의 팔문금쇄진을 죄 쑤시고 다니는 통에 진이 무너져버렸거든.

그 오백 기병을 이끌던 장수가 어찌나 도망을 잘 치던지 저쪽으로 들어와서는 이쪽으로 슝.

이쪽으로 나가서는 다시 저쪽에서 짠 하고 나타나고... 엄청나게 잘 도망다니드라구.

그 오백 기병을 쫓아다니다가 팔문금쇄진이 엉망이 되버렸지뭔가.

그 엉망진창이 된 틈에 관우 장비가 들이닥쳐서는 개박살이 나버렸지.“


종진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덧붙였다.


“내가 들으니 그 모든 걸 지휘한 게 서서라고 하더군.”

“그래서 그 전투에서 관우 장비 서서의 이름만 들리구 그 오백 기병을 이끌던 장교는 조용히 묻혔구만.”


동생 종신이 이제 이해가 된다는 듯 말했다.


“그럴밖에. 그 조자룡이라는 자가 한 일이라고는 뭐 빠지게 뛰어다닌 게 전부인데... 이름 날리게 뭐 있나. 이 순우도가 입에 단내가 나도록 내 사랑스런 ‘개작두’를 휘두르면서 그 자 뒤를 쫓았지만 따라 잡지를 못했지. 내가 뒤따라가며 욕을 막 퍼부어댔더니 자기 이름은 조자룡이라면서 나중에 한판 붙자고 하더군.”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는 순우도의 얼굴에는 조자룡의 털끝도 건드리지 못한 아쉬움이 배어나왔다.


“그 도망이 달인이 조자룡이라는 거지.”

“기습에서 그 조자룡이랑 싸운게냐?”

“그 조자룡이 내 혼을 빼놓은 것처럼 하후은의 혼도 빼버렸나본데. 그 자의 꽁무니를 쫓다보니 어느새 내 혼이 달아나버렸지. 우하하하.”


하후은이 생각에 잠겼다.


“야 근데 너 청강검은 어디있어?”


종진의 말에 하후은은 속이 뜨금했다.


“맞아. 마누라처럼 옆에 끼구 다니던 검이 안 보이네.”

“오호라. 조자룡이 니 청강검을 훔쳐갔구나.”

“옳커니. 그래서 듣도보도 못한 조자룡이라는 자를 들먹였구만.”

“아니다. 이놈들아. 징계 먹는 자리에 내가 왜 청강검을 챙기겠나. 헛소리들 하지말고 이제 꺼져. 나 짐싸야 돼”


그들은 아쉬워하며 돌아갔다.




* *


하후은 피해를 수습하기 위해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갔다.


“장군 오셨습니까.”


조자룡의 창에 목이 달아난 부장을 대신해서 하후은을 보좌하고 있는 장교가 인사를 올렸다.


“이제 더 이상 장군이 아니네.”

“네? 그것이 무슨...”

“그렇게 됐네. 긴말하지 말고 피해 상황부터 수습하게.”


불타버린 막사와 군량미에서 탄내가 진동했다.

하후은이 씁슬한 진영을 둘러보는데 죽은 병사의 시체 중에서 낯익은 얼굴 하나가 보였다.


장비와 마주친 적이 있노라 떠들던 청주병 출신의 노병이였다.


상흔을 보니 적군의 창이 정면에서 심장을 파고 들었다.


기습을 당한 혼란의 와중에 도망치다 칼에 맞아죽고 불에 타죽은 병사가 부지기수였는데 이 노병은 청주병답게 적과 당당히 맞서다 죽은 것이다.


"장비와 마주치고도 살아남았다 큰소리 뻥뻥 치더니 오늘은 왜 요모양 요꼴인게요, 아저씨."


노병의 시체를 바라보던 하후은이 이를 부드득 갈면서 결심을 했다.


후방으로 가지 않겠다.


차라리 일반 병졸로 위장을 해서라도 선봉대를 따라가 반드시 조자룡을 찾아내서 복수를 하리라. 그리고 청강검을 되찾으리라.



* *


조조는 유비의 십만대군을 염려하여 조심스럽게 추격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하후은의 정보를 통해서 그 실상을 알게 됐으니 더이상 조심스럽게 추격을 할 이유가 없어졌다.

조조는 정예 철기 오천을 출동시켰다. 바로 호표기였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병사들이 도열해 있는 그 앞에 말을 타고 서있는 조조.


“스스로 황제의 숙부(皇叔)라 거짓 소문을 내고 있는 자가 비열하게 백성들을 방패삼아 도주하고 있다. 내 이번 출정에서 반드시 그놈을 처단하리라!”

“와와”


병사들이 함성으로 대답했다.


다시 한 번 병사들의 외침이 하늘에 울렸다.


부대 중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병사 하나, 얼굴을 들면 하후은이다.



* *


자룡의 야습은 전술적으로는 뛰어난 판단이었고 작전의 구사와 지휘능력도 나무랄 데 없었다.

야습의 성공으로 적 선봉대의 발을 단 몇일이라도 묶어두겠다는 작전의 목표도 달성했다.

하지만 이 야습은 전략적으로는 실패한 작전이였다.


작전의 성공으로 인해 유비군은 몇일의 시간을 더 벌었다며 행군을 재촉하던 목소리가 무뎌진데 반해 조조군은 치욕을 느끼며 승상 조조가 직접 지휘봉을 잡은 최정예 기마부대 호표기를 출동시켜 맹렬한 기세로 추격해오고 있었다.


조자룡이 유비진영의 달아날 시간을 벌기위해 감행한 기습전이 오히려 적의 최정예 주력을 끌어들이고 결과적으로 달아날 시간마져 단축시키는 역효과를 내버렸다.

뛰어난 전략가이자 병법의 달인이였던 공명이 그 행렬에 있었다면 세가지를 실행했을 것이다.


첫째, 자룡의 야습을 허가하지 않았을 것이다.


둘째, 자룡의 야습을 막지 못했다면 야습이 성공한 이후에 밀정과 척후를 최대한 가동해 조조 진영의 움직임을 살펴보기를 주도면밀하게 했을 것이다.


세째, 야습의 성공이 불질렀을 조조의 자존심과 군사적 능력을 예측하여 오히려 유비진영의 행군 속도에 박차를 가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공명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조조의 대부대가 맹추격을 해오고 있다는 것을 알리가 없는 유비진영의 피난행렬은 밤이 되자 평소처럼 행장을 풀고 유숙을 했다.


유비가 머무는 곳 근처의 농가에 감부인과 아두 미소가 머무르고 있었다.

피난 중에 식사가 부실한 감부인과 미소를 위해 자룡은 근처로 사냥을 나가 꿩 한마리를 잡았다.

허리춤에서 꿩을 빼내며 마당으로 들어오는 자룡. 한손에는 꽃 한송이가 들려 있다.


방 안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나지만 감부인이 토닥거리자 이내 잦아들었다.


아두의 기저귀를 빨았는지 빨랫감을 든 미소가 부엌 밖으로 나오다가 마당으로 들어서던 자룡을 발견했다.


자룡은 자랑이라도 하듯 꿩을 들어올렸고 미소는 빙그레 웃으며 화답했다.


별이 총총한 밤하늘 아래 나뭇가지와 가지를 연결해 임시로 빨래줄을 만들어 널어놓은 기저귀가 바람에 살랑거렸다.


살랑거리는 기저귀 천 아래 나무등걸에 자룡과 미소가 걸터앉아 있었다.


둘 다 밤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귀뚜라미 소리가 평화롭게 들리는 밤이다.


"오라버니, 오늘 아두가 엄마라는 말을 처음 했어요."


"아이 돌보는 게 힘들지 않아?"

"아니요. 아두도 너무 이쁘고···“


하는데 밤하늘에 별똥별이 꼬리를 길게 물어 떨어져내렸다.


그 모양을 보며 미소가 재빨리 두손을 모으더니 기도를 올렸다.


자룡은 물끄러미 미소를 바라봤다.


기도를 마친 미소가 눈을 뜨자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자룡과 눈이 마주쳤다.


“별똥별을 보자마자 소원을 비는 동작이 아주 재빠르구나. 나보다 동작이 더 빨라. 니가 칼을 잡았으면 훌룡한 무인이 되었을게다.”


자룡이 놀리는 말을 던지자 미소도 지지않고 대꾸했다.


“별똥별을 보고 올리는 기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그 효험이 영험하다구요. 오라버니는 그것도 모르죠.”


자룡이 빙긋 웃으며 물었다.


“무슨 소원을 빌었느냐?”


미소가 자룡의 얼굴을 한번 보더니 시선을 밤하늘에 별로 옮기며 말했다.


"우리가 강릉에 무사히 도착하게 해달라구요."


"강릉에 도착해서 위급한 상황이 진정되면 우리... 조촐하게 식을 올리자꾸나.

소(笑)야, 미안하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긴요? 내 이름처럼 언제나 웃게해줘서 고마워요. 또··· 살아 있어줘서 고마워요."


자룡, 허리를 숙여 미소에게 입맞춤한다.


아두와 누워있던 감부인은 젊은 연인들이 나누는 사랑의 밀어를 엿들으며 흐믓한 미소를 지었다.


조조 군대의 추격을 피해 무사히 강릉 땅에 닿으면 둘의 혼례를 치뤄줘야겠다고 그녀는 마음먹었다.



* *


다음날 여전히 평시와 다름없는 속도로 꾸역꾸역 진군하는 유비의 행렬.

유비 옆에 미축과 장비, 자룡이 동행하고 있었다.

바로 뒤에 감부인과 미소, 아두가 타고 있는 마차가 따르고 있다.


이때 척후를 나갔던 자룡의 부장이 멀리서 달려오며 다급히 외쳤다.


" 주공! 조조의 호표기가 추격해 오고 있습니다. 벌써 반나절 거리로 좁혀 왔습니다!"


호표기라니! 조조 군대의 최정예 기마대가 이런 피난 행렬을 쫓기위해 출격했단 말인가?


"잘 못 본 것이 아니냐? 호표기가 출동했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알고 떠드는게냐? 조조가 직접 나섰다는 말이다 이놈아."


장비가 부장을 향해 다그쳐 물었다.


"호표기가 확실합니다. 기마대가 휘황찬란한데다 조... 조조의 깃발까지 멀리서도 보였습니다."


호표기라면 조조가 직접 지휘하고 있을 것이다. 경험 많은 부장이 잘 못 봤을리없기에 그의 보고로 인해 유비진영은 혼란에 빠졌다.

망연한 표정으로 있는 유비를 향해 장비가 다그쳤다.


"형님! 이제 선택을 하셔야 합니다."


"주공! 반나절 거리에 장판(長坂)이라는 다리가 있습니다. 서두르면 조군이 들이닥치기 전에 다리를 건널 수 있습니다. 그 후에 다리를 끊어버리면, 조조도 추격이 힘들 것입니다."


미축이 장비의 다그침에 힘을 실어줬다.


"아 놔~ 제발 피하세요! 형님이 사셔야 백성도 삽니다! 제가 백성들을 보호해 가겠습니다. 자중! 자룡! 형님을 부탁하네!"


자룡은 장비의 지시에 따르면서도 눈은 감부인과 아두, 미소가 있는 마차로 향하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보고를 끝낸 부장이 자룡의 의중을 눈치채고 자룡의 염려를 덜어주었다.


"제가 마차를 호위하겠습니다."


상황이 대충 정리된 듯 하자 장비가 쐐기를 박았다.


"형님! 장판교에서 봅시다!"


유비는 결심을 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백성 행렬을 뒤로 하고 유비 일행, 속도를 올린다.


유비를 보낸 장비는 백성들의 피난 행렬로 가서는 큰소리로 외쳤다.


"조조 군이 코앞까지 왔다! 살고 싶으면 죽을 힘을 다해 저 다리를 건너라! 마지막 하나까지 이 연인(燕人) 장익덕(張翼德)님이 너희를 보호해 주겠다!짐을 모두 버리고, 뛰거라!"


조조군이 코 앞에 왔다는 말에 혼비백산한 백성들은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바리바리 지고 온 짐짝들로 인해 마음만 바쁠 뿐 다리는 여전히 둔해빠졌다.

별 볼일 없는 세간살이일 망정 그마저도 없으면 강릉땅에 도착해봐야 거지꼴을 못 면한다.


이 난리통에 거지가 된다는 건, 굶어죽는다는 소리였다.


사정이 이러하니 장비의 엄포에도 짐을 버리는 자는 드물었다.

하지만 상황 판단 빠른 자들이 하나 둘씩 짐을 버리고 뛰기 시작하자 이내 군중심리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많은 피난민들이 앞다투어 그 뒤를 따르면서 피난행렬은 곧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뛰는 사람.

부모님을 업고 뛰는 사람.

모두가 절실하게 도주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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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타임포탈이 열리고 (1) 19.08.22 40 0 13쪽
16 장판파의 요괴 (8) 19.08.21 30 0 13쪽
15 장판파의 요괴 (7) 19.08.20 2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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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장판파의 요괴 (5) 19.08.17 29 0 14쪽
12 장판파의 요괴 (4) 19.08.16 44 0 12쪽
» 장판파의 요괴 (3) 19.08.15 2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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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생존의 길 (2) 19.08.13 38 0 12쪽
7 생존의 길 (1) 19.08.10 36 0 13쪽
6 내 이름은 조자룡 (2) 19.08.06 36 0 13쪽
5 내 이름은 조자룡 (1) +1 19.08.03 50 1 12쪽
4 호기심 많은 신병 (3) 19.08.02 55 0 12쪽
3 호기심 많은 신병 (2) 19.08.01 60 0 12쪽
2 호기심 많은 신병 (1) 19.08.01 80 0 12쪽
1 여긴 어디? 우리는 누구? +2 19.07.31 21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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