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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는꽈리 님의 서재입니다.

원더랜드의 자룡과 하후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낙타는꽈리
작품등록일 :
2019.07.31 19:49
최근연재일 :
2019.09.04 19:16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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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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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1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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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생존의 길 (1)

DUMMY

“집에 가요 아부지.”

“맞아요. 멀쩡한 집 놔두고 갑자기 생고생을 해야해요.”

“니들은 아직 어려서 모른다. 유현덕 장군 나으리를 따라가야 우리가 사는거야.”


행렬을 멈추고 식사를 준비하는 피란민들.

그중에서 어린 자식들이 칭얼대고 있는 한 피란민 가족이 자룡의 눈에 들어왔다.


피란민 행렬이 안전하게 유비의 뒤를 쫓을 수 있도록 질서를 유지하는 역활을 하느라 자룡이 그 행렬의 앞 뒤를 오가고 있을 때였다.


길바닥에서 식사 준비를 하는 어미와 아비를 붙잡고 대충 열 한두살이나 먹었을까 싶은 사내아이와 계집아이가 칭얼대고 있었다.


아이들로서는 이 난데없는 고생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집이 불타거나 무너진 것도 아니였다.

눈앞에 적국의 병사들이 들이닥쳐 살인을 저지르지도 않았다.

노략질을 일삼는 것도 아니였다.

그런데 왜 굳이 수레에 짐을 싸들고 길바닥에서 노숙을 하고 불편한 식사를 해야하는지 당최 이해가 되지 않겠지.


“그래 집이 멀쩡하고 땅도 멀쩡했지. 눈앞에서 나쁜나라의 병사들이 칼을 휘두르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요. 집으로 돌아가요 아부지.”


사내아이가 아비의 말에 반색을 하며 다시 보챘다.

그 옆에서 꾀죄죄한 몰골의 계집아이도 눈알을 굴리며 아비를 바라봤다.


‘오냐 그래 니들 말이 맞다. 집으로 돌아가자.’


아비의 입에서 그말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눈빛이였다.

하지만 아비의 입에서 나온 말은 아이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말이였다.


“지금 너희들은 모르지만 우리가 살던 고향을 버리고 이렇게 길에서 고생하는 건...”

“......”

“애비 에미가 좋자고 이러는 게 아니라 다 너희들을 위해서다. 그걸 알아야해.”

“모르겠어요.”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알게 될게야.”

“,,,,,,”


아비되는 자가 입이 댓발을 나온 어린 아들의 손을 꼭 잡고는 당부했다.


“이것만 기억해라. 혹시라도 이 아비나 어미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아비가 옆에 여자애를 한 번 보더니 다시 남자애를 보며 말했다.


“여동생 손을 꼭 잡고 무조건 유현덕 장군 나리의 꼬랑지만 따라서 가거라.”

“저렇게 높으신 분이 꺼지라고 하면 어떻해요. 높은 사람들은 우리를 싫어하잖아요.”


아비가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남자애의 손을 더욱 힘주어 잡았다.


“유현덕 나리는 절대 너와 여동생을 버리지 않으실거다. 그걸 알기에 아비랑 어미는 멀쩡한 집을 놔두고 이렇게 피란길에 오른거야.”


상황을 알리없는 아이는 아마도 이 고생길을 시작하게 만든 유현덕 장군 나리를 속으로 욕하고 있지 않을까. 라고 두 부자의 대화를 지켜보던 자룡은 속으로 빙긋 웃음을 지으며 생각했다.


“자, 대답해라. 아비 말대로 하겠다고.”

“예.”


남자아이가 마지못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 아이를 보면서 자룡은 옛날 이야기가 떠올랐다.


산속에서 화전을 일구며 살던 집안의 가장이 그 산에 살던 호랑이에게 물려서 죽었다.

상을 치루며 가족이 우는데 지나가던 길손이 충고를 건넸다.


[호랑이를 피해서 대처로 나가서 사는 게 어떻소? 나중에 다른 가족이 또 호환을 당할게요.]


길손의 충고를 들은 가족들이 이리 대답했다고 하지.


[대처로 나가면 탐관오리들이 있으니 차라리 호랑이 옆에서 사는 것이 그래도 편합니다.]


나쁜 사람에게 시달리며 살아야 하느니 맹수를 이웃으로 두는게 오히려 낫다는 이야기.


지금 눈앞의 이 가족을 포함해서 눈길 닿는 곳까지 길게 이어져있는 피란민들.

이 사람들도 탐관오리로 상징되는 학정을 피해서 달아나고 있는 중이다.


나쁜 사람을 피해서 좋은 사람에게 가고자 하는 것이다.

그 길을 가다가 조조라는 이름의 호랑이를 만나서 물려 죽을 지라도.


이것을 일러 ‘희망’ 이라고 부른다.


‘그 호랑이를 내가 막아주마.’


자룡은 속으로 다짐하며 말머리를 유비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자룡이 유비일행이 휴식을 취하고있는 곳에 당도하니 장비의 목소리부터 들려오기 시작했다.


“형님! 이러다 환관 손자놈한테 따라 잡히겠수! 제 놈들은 말을 타고 쫓아오는데 우리는 거북이 등딱지에 올라타서 도망가는 꼴이니, 이거 원.”

“공명 선생께서 손권에게 갔으니 조만간 기별이 올 것이다. 너는 백성들을 추스려 행렬이 멈추지 않게 하거라.“


장비 못마땅하다는 듯 유비를 보다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자룡을 발견하고는 농을 던졌다.


“자네는 미소저가 저기 형수님과 마차에 있던데 얼굴 좀 봤나?”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장비는 미소의 양부 미축을 보며 말했다.


“아! 얼굴 보는 것도 장인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나? 대체 언제 혼인 시킬거요? 이거 양녀라고 홀대하는 거 아냐? 어이 자룡! 필요없고, 오늘 밤에 그냥 덮쳐!! 이런 난세에 예식는 무슨! 안 그렇소?“

“나는 상관없소~ 당사자들이 원하면 오늘밤이라도~ 흠흠!”


자룡은 거침없이 내밷는 장비의 말에 당황스러우면서도 내심 반가웠지만 대화가 너무 앞서나가자 병사를 점검한다는 핑계를 대고 그 자리를 떴다.


허둥대며 자리는 뜨는 자룡의 뒷모습을 보며 유비와 미축은 흐뭇하게 바라보았고 장비는 호탕하게 웃어제꼈다.

미소는 마차 안에서 얼굴을 붉혔다.


미소는 자룡의 정혼녀였다.


미소의 원래 이름은 소소(소소)였다.

자룡이 열살. 미소가 여섯살일 때 둘은 처음 만났다.


그때도 피란길이었다.

지역을 휩쓸고 있는 황건당과 한나라 토벌군 간의 전쟁을 피해서 여러 고을의 백성들이 동시에 피란길에 올랐다.

그 피란민들을 지역의 산적들이 습격했다.

말이 산적이지 숫자가 오천을 넘기는 대부대였다. 사람들은 산적의 칼날을 피해서 사방팔방으로 흩어져버렸다.


난리통의 와중에 가족을 잃어버린 자룡과 미소가 만났다.

자룡은 눈앞에서 부모가 죽는 것을 목격했고 유일한 혈육인 형마져 생사를 알길이 없었다.


미소 역시 부모와 헤어졌다.

미소의 가족은 광종성으로 향하는 길이였다.

헤어지기 전 미소의 어미는 어린 미소에게 신신당부하였다.

혹시라도 헤어지게 되면 광종성에서 만나자고.


광종성에 의인이 살고 있으니 헐벗고 굶주리고 병에 시달리는 백성들을 돌봐준다는 소문이 지역 근방에 돌고있었다.




* *



“오빠, 아직 멀었어?”


누더기나 다름없는 헛겊떼기를 걸치고 누더기 밖으로 드러난 피부에는 얼굴이고 손이고 가릴 것 없이 때가 꼬질꼬질한 8살 소녀가 물었다.


“아직 멀었어.”


소녀와 행색이 다를 바 없는 10살 소년이 대답했다.

소년과 소녀는 손을 꼭 잡은 채 비가 내려 축축해진 길을 걷고 있었다.

이곳에서도 전투가 벌어졌었는지 길 주변에 시체가 눈에 띄었다.

길을 지나오는 동안에도 몇 구의 시체를 발견했었다.

시체가 나올 때마다 소녀는 무서워서 소년의 옆에 더 바짝 달라붙었지만

소년은 냉큼 시체에게 달려가 의복과 배낭을 뒤졌다.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매번 허탕이였다.


“오빠, 배고프다.”


소년은 대답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하나도 안 고프다.”


대답없는 소년의 반응을 보더니 소녀가 다시 말했다.

혹시라도 배고프다고 칭얼대면 소년이 자기를 버리고 가지는 않을까 겁먹은 눈치였다.

소년이 대답을 하지 않은 이유는 배고프다고 말하고 허기를 인정하는 순간 허기가 더 맹렬하게 덮치지 않을까하는 생각때문이였다.


“배고프다고 말해도 돼. 어제부터 하나도 못 먹었잖아.”


전란의 시대. 아이가 배고프다고 굶주림을 호소하면 오히려 역정을 내는 부모나 어른들이 많았다.

배고프다고해도 쌀 한톨 없는 상황에서는 칭얼대는 아이를 보는 일은 곤욕이었기에 오히려 화를 내서 그 입을 틀어먹으려하는 어른들을 소년은 많이도 봐았다.

그래도 그 어른들을 욕하거나 미워하는 마음은 들지 않았다.

굶주림에 정신이 나가서 사람을 잡아먹었다는 말들이 피란민과 유랑민들 사이에서 쉽게 떠돌아 다녔는데 그에 비하면 자식을 건사하며 욕지기 몇 마디 쏟아내는 것이 무에 대수겠는가.

소녀도 그런 어른들에 익숙해져 있는 탓에 ‘배고프다’ 말해놓고는 소년의 눈치를 살폈던 것이다.

진짜 어른이 있었다면 달랐겠지만 지금 소녀한테는 소년이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이였다.


“참외가 먹고 싶다. 우리 마을에 참외가 통통하고 달았는데.”


소녀가 침을 삼키며 말했다.


“우리 마을은 오이.”


소년도 침을 삼키며 자기 마을의 특산품을 언급했다.


“오이보다는 참외가 훨씬 맛있지.”


“그말이 맞아. 참외가 더 맛있지. 그래도 지금 오이가 있으면 한바구니도 먹어치울텐데.”

“나는 오빠 열바구니도 먹을 수 있다. 오이 열바구니.”

“참외가 더 맛있다며.”

“응. 그래도 오이 열바구니 먹을거야.”


소년은 즐거워하는 소녀를 보며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알았다.

배고프다는 말을 입 밖에 꺼내면, 먹을 수 없는 음식들의 이름을 부르고 떠올리면 허기가 늑대처럼 공격해올줄 알았는데 아니였다.

희망이 생기면서 팔 다리에 힘이 좀 더 붙는 느낌이 들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오이를 먹자. 배터지게.’


소녀가 길가에서 떨어진 언덕빼기를 손으로 가리키며 외쳤다.


“오빠, 저기”


소녀가 가리킨 방향에 남자가 쓰러져있었다. 머리에 황색천을 두른 남자. 황건당이다.


소년이 조심스레 접근했다. 남자는 죽어있었다.

남자의 의복 안쪽과 헝겊배낭을 뒤졌지만 이미 누군가 깨끗하게 털어간 뒤였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어디선간 바람이 소년의 한숨을 대신하듯이 세차게 불어왔다.


그 바람이 키가 껑충하게 솟아있는 잡풀을 잠시 잠깐 밀어내었다.

수풀이 바람에 누워버리자 수풀 뒤로 숨겨져있던 광경이 드러났다.


언덕 아래 마을이 하나 보였다. 저수지를 끼고 있는 작은 마을.


소년은 소녀의 손을 다시 잡고 마을을 향해서 뛰어내려갔다.


마을을 보는 순간 소년과 소녀의 머릿속에는 한가지가 동시에 떠올랐다.


밥 한덩이.


한 그릇도 바라지 않았다. 찬과 국 따위는 더더구나 바라지 않았다.


밥 한덩이만 얻어먹을 수 있다면.


비록 전란으로 어수선한 시절이긴 하지만 저 정도 규모의 마을이라면 허드렛일과 잔심부름 따위를 필요로 하는 집이 있을 것이다.

그런 집을 찾아서 일을 해주고 밥 한덩이는 얻을 수 있을 터였다.


언덕을 내려와 마을 근처로 다가가자 분위기가 이상했다. 사람의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개짓는 소리도 없었다. 불안했다. 혹시 저 마을도...


마을 입구에 당도하자 명확해졌다. 텅 비어버린 마을.



황건적이 휩쓸고 지나간 마을은 황폐해졌다.

황폐해진 마을을 황건적을 토벌한다는 정부군과 의용군이 들어와서 초토화를 시켰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식량과 세간을 챙겨서 살만한 곳을 찾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소년의 마을이 그랬고, 소녀의 마을도 그랬고, 이 마을 또한 그랬다.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말라비틀어진 옥수수 한톨도 없었다.


우물을 찾아서 물로 허기를 달랬다.

이렇게 물만 먹어 가면서 과연 목적지에 당도할 수 있을까.

소년과 소녀는 광종성 근처의 한 마을을 찾아가는 중이였다.

그 마을은 소녀의 가족이 향하던 장소였다.

피난길에 도적떼가 출몰하고 소녀의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부서진 짐마차에 숨어서 훌쩍이고 있는 소녀를 지나가던 소년이 발견했다.

소년은 목적지가 없었다. 그저 정처없이 헤메고 있었다.

소년의 부모는 피란길에서 죽음을 맞았다. 유일한 혈육이 소년의 형은 그 혼란중에 소녀의 부모처럼 헤어지고 말았다.

어딘가에서 만나자는 약속조차 없었기에 소년은 갈 곳이 없었다.

그냥 무작정 걸었다.

할 수 있는 일이 걷는 것밖에 없었다.

황건당을 피해서 걸었고, 토벌군을 피해서 걸었다.

열매와 풀뿌리를 구하기 위해 걸었고 시체에서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걸었다.


그렇게 걷고 걷고 걷다가 부서진 짐마차에 숨어있던 소녀를 만났다.

한쪽 바퀴가 떨어져 나간 짐마차 아래에서 고양이처럼 몸을 말고 바들바들 떨고 있는 소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소년의 손에는 오늘 길에 구한 구슬만한 열매 몇개가 손바닥에 놓여있었다.


“내 이름은 조운이야. 나이는 열 살.”


열매를 받아 오물거리던 소녀가 말했다.


“나는 소소(蕭笑). 웃을 소(笑)자를 써. 부모님은 그냥 미소라고 불렀어. 여덟살이야.”


정처없이 걷기만 하던 소년 조운은 그렇게 미소를 만나서 정처를 정하고 걸었다.

미소의 부모님이 있을 지도 모를 광종성 근처의 마을을 향해서 걸었다.

소녀와 함께.


목적지가 생기고 돌봐줘야할 상대가 생기자 소년은 이전보다 더 씩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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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타임포탈이 열리고 (3) 19.08.29 22 0 15쪽
18 타임포탈이 열리고 (2) 19.08.23 33 0 13쪽
17 타임포탈이 열리고 (1) 19.08.22 40 0 13쪽
16 장판파의 요괴 (8) 19.08.21 30 0 13쪽
15 장판파의 요괴 (7) 19.08.20 25 0 12쪽
14 장판파의 요괴 (6) 19.08.19 29 0 14쪽
13 장판파의 요괴 (5) 19.08.17 29 0 14쪽
12 장판파의 요괴 (4) 19.08.16 44 0 12쪽
11 장판파의 요괴 (3) 19.08.15 29 0 12쪽
10 장판파의 요괴 (2) 19.08.15 43 0 12쪽
9 장판파의 요괴 (1) 19.08.14 57 0 13쪽
8 생존의 길 (2) 19.08.13 38 0 12쪽
» 생존의 길 (1) 19.08.10 37 0 13쪽
6 내 이름은 조자룡 (2) 19.08.06 36 0 13쪽
5 내 이름은 조자룡 (1) +1 19.08.03 50 1 12쪽
4 호기심 많은 신병 (3) 19.08.02 55 0 12쪽
3 호기심 많은 신병 (2) 19.08.01 60 0 12쪽
2 호기심 많은 신병 (1) 19.08.01 80 0 12쪽
1 여긴 어디? 우리는 누구? +2 19.07.31 21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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