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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는꽈리 님의 서재입니다.

원더랜드의 자룡과 하후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낙타는꽈리
작품등록일 :
2019.07.31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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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4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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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31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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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 (2)

DUMMY

뭐 하다니? 전쟁터에서 적을 만난 장수가 칼을 뽑는 것은 당연지사이거늘.. 아니, 누가 우리한테 감히 호통을 친단 말인가. 아니 아니 잠시만, 이거 이거... 여자 목소리가 아닌가?

소리 난 방향으로 자룡과 하후은이 휙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리자마자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둘은 각자 생각에 또 빠졌다.

자룡은 중압감과 죄책감에 빠져버려 내가 귀신에 홀려버린 게 맞구나.


‘저건 귀신이다!’



하후은은 자신이 전쟁 광증에 걸려 미쳐버린 게 확실하구나 싶었다.


‘저건 요괴다!’


이 두 사람이 그런 생각에 빠져버린 게 무리도 아닌것이 자신들이 장판파의 전쟁터라고 여기고 서로 칼날을 겨누고 있는 바로 옆에서 자신들을 향해 호통치고 있는 여자의 의복 때문이다.

그 여자는 몸매가 다 드러나는 착 달라붙은 요상스런 치마와 상의를 착용하고 있었고 치마는 옆이 트여서 무릎 위 속살까지 보일락말락이었다.

위 촉 오 삼국은 물론이고 새외지역의 오랑캐들 중에도 저런 복장이 있다는 것은 보지도 못했거니와 들어 본 적도 없다.

젊은 여성의 형상을 한 귀신 혹은 요괴가 자신들을 향해 여전히 호통을 치고 있었다.


“여기서 위험하게 칼을 꺼내들고 그럼 어떡해요? 두 사람 경극배우죠? 맞죠? 여기가 한적해보여도 또 붐빌 때는 순식간인데..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고.. 그러다 스텝들 다치고 비싼 장비들 망가지면 어떡할라구 그래욧!”


젊은 여성 형상의 귀신 혹은 요괴는 소정이었다.

백스테이지 스텝들에게 음료와 간식을 갖다주라는 조장의 지시를 받고 오는 길에 딱 마주친 것이다.

자룡과 하후은은 갈팡질팡이다.

저 요괴가 칼을 거두라는데 그 지시를 따른다는 게 말이 안되고, 계속 하후은과 싸우자니 저 요괴가 자기 말을 무시했다며 덤벼들 거 같고, 스텝들이 다친다니 어쩌니 하는 거 보니 ‘스텝’이라 불리는 다른 요괴들이 더 있다는 뜻인데, 그럼 ‘스텝’ 이라는 요괴들이 더 몰려오기 전에 저 젊은 여성의 형상을 한 요괴가 혼자 있을 때 먼저 무찔러야 하지 않을까.


칼을 겨누고는 있지만 이미 자룡과 하후은은 마음으로 일시적인 동맹을 맺어버렸다.

요괴를 먼저 무찌르고 그 뒤에 인간끼리 싸우자.

눈빛으로 의견 일치를 보고는 둘 다 동시에 칼끝을 소정을 향해 겨누며 외쳤다.


“사람이냐, 귀신이냐?”


“사람이냐, 요괴냐?”


‘사람이냐?’ 는 자룡과 하후은의 입을 통해 동시에 나왔고 ‘귀신이냐?’ 는 자룡의 입에서 ‘요괴냐’ 는 하후은의 입을 통해서 나왔다.


“뭐야 이 똘아이들은.. 아, 여자라고 무시하는군. 이딴식으로 저질 코미디를 펼치면서 수작을 걸어보시겠다 그건가.”


소정이 혼잣말로 중얼거리다가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내 몸매가 좀 우월하신데다 하필이면 이런 옷까지 걸쳤으니 숫컷들을 도발한 죄.

유죄 인정. 죗값을 치뤄주지. 호호호. ‘


평소의 소정이라면 헛수작말고 일이나 하라구 매몰차게 대했을 터지만 이 경극 공연이 끝나고 경매가 마무리되면 집에 간다, 라는 홀가분한 마음이 그녀를 관대하게 만들었다.


소정은 수작을 걸어오는 두 경극배우의 소품용 칼 (이라고 하기엔 살벌한 구석이 있었지만 ) 끝에 자신이 가져온 간식용 바구니에 들어있던 햄버거를 하나씩 꽂아 줬다. 햄버거는 포장지를 제거한 상태였기에 칼에 꽂을 때 야채조각이 바닥에 톡 톡 떨어졌다.


“배고프죠. 먹어요.”


자룡과 하후은, 두 장수는 소정이 보여주는 예상치 못한 행동에 역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칼끝에 떡처럼 꽂혀있는 물체를 바라보고 다시 소정을 바라봤다.


아닌게 아니라 배가 고팠다.

장판파에서 몇시간에 걸쳐 전투를 하던 중에 이 낯선 곳으로 와버렸다. 특히 하루를 온종일 굶은 채로 전쟁터를 누비고 다녔던 자룡은 하후은보다 몇배나 심한 공복감을 느끼고 있었다.


요괴가 칼 끝에 꽂아준 떡 혹은 빵처럼 생긴 음식은 요괴만큼이나 수상했다.

옥황상제가 산다는 옥황궁의 음식이 저런 게 아닐까 싶을만큼 아찔하게 고소하고 기름진 냄새를 자룡의 코 끝에 던지고 있었다.


이건 현세의 음식이 아니다.

인간 세상의 음식이 이런 맛있는 냄새를 풍길수는 없다구.

여긴 정말 요괴들의 세상이구나, 자룡이 햄버거가 풍기는 냄새에 혼미해지려는 정신을 다 잡았다.


“요괴니 귀신이니 저질 개그 날리면서 여자한테 수작걸 시간있으면 차라리 아까처럼 칼싸움 연습이나 한 번 더 하세요. 아저씨들”


말투는 단호하지만 어투에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묻어나는 것이 귀신이나 요괴는 아닌 듯 싶었다.

그렇다면...


“오랑캐!”


자룡과 하후은이 동시에 외쳤다.


“십만대군을 끌고 온 것도 모잘라 오랑캐까지 데려왔군. 과연 조조답다.”


자룡이 햄버거가 꽂힌 칼은 여전히 소정을 향한 채 곁눈질로 하후은을 보며 내밷었다.


“뭐시라. 저렇게 여인네가, 몸의 굴곡이 드러나는데다가 허벅지까지 보일락말락하는 저런 근본없고 저열한 복장을 걸치고 외간남자에게 일말의 수치심도 없이 말을 거는 여자가!? 저 요망스런 오랑캐가!? 딱 내 취향일세. 완전 내 취향이야. 내 입맛에 딱이야. 그렇다면 저런 여인네가 우리 조조진영에 있었다면 나 하후은님이 그걸 몰랐을 리가 없다.”


요괴가 아닌 듯하니 한 숨 돌린 하후은 평소의 경망스러움 튀어나오자 자룡은 물론이요 소정도 어처구니가 없다.


“유비군에 난민이 많다더니.. 오랑캐까지 붙어있을줄이야. 저런 오랑캐라면 살짝 부럽기도 하지만 어쨋거나 민간인을 전투에 투입하다니.. 치졸하구만.”


“우리 유비군을 능멸하다니..”


자룡과 하후은이 주고 받는 작태를 지켜보자니 소정은 문득 이 두 경극배우가 불쌍해지기 시작했다.

얼핏 듣기로 연기를 하는 방법 중에 캐릭터에 몰입하는 연기론이 잇는데 자칫 잘 못하면 캐릭터에 빠져 현실을 분간못하는 정신병에 걸리기도 한다던데 이 두 사람이 딱 그짝이었다.


“무대에 자주 오를 기회가 없다보니 예술혼을 엉뚱한데서 불태우고 계시는구나. 불쌍해라.”


소정이 혀를 차며 안타까운 시선을 두 사람에게 보냈다.

그래도 불쌍한 건 불쌍한 거구 이렇게 정신에 문제 있는 작자들과 오래 어울려서 좋을 건 없겠단 싶었다. 소정은 햄버거 바구니를 장비 박스 위에 올려놓았다.


“나 익덕 장비가 지키고 있다. 감히 누가 장판교를 지나가려는가!”


장비?

그 순간 무대쪽에서 들리는 소리에 자룡과 하후은이 돌아봤다.

소리가 난 방향으로 조심스레 다가가는 두 사람.

성벽처럼 쌓여있는 장비 박스를 지나서 모퉁이를 도는 순간,

거기에는 장대한 체구의 장수가 창을 들고 서있는 뒷모습이 보였다.

장비였다.

왈칵 눈물이 솟구칠 뻔 했다. 반가워서.

애써 아니라고 다독이고 있었지만 이곳은 정말 요괴세상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마음에 자리하고 있던 자룡은 장비를 다시 만나게 됐다는 반가움에 어찌해서 장비는 새로운 갑옷을 갈아입고 있는지, 장팔사모는 어디다 팔아먹고 엉뚱한 창을 들고 있는겐지, 장비가 서있는 저곳은 햇불이 보이지 않건만 어찌 저리 대낮처럼 밝은겐지, 뒤통수만 보이는 장비와 마주 서서 대치하고 있는 자들이 누군지 등등의 따위는 궁금증과 의문은 끼어들 틈이 없었다.

한걸음에 장비를 향해 다가가며 자룡이 외쳤다.


“장군. 여기서 만나게되니 너무 반갑.....”


자신을 돌아보는 장비의 얼굴을 마주한 자룡은 말을 멈췄다. 본인이 장비라고 떠들던 자는 장비가 아니였다.

조자룡이 놀라서 외쳤다.


“그대는 누군가? 어찌해서 장비 장군을 사칭하는가?”


장판파를 지키는 장비 역할을 맡고 있던 경극배우는 느닷없이 튀어나온 자룡을 보며 더 놀랬다.


‘오늘 새로 신입배우가 두어명 들어왔다더니 이 놈인가보네. 그런데 왜 여기서 튀어나오는거냐. 게다가 대사는 왜 이따우냐.’


신입 중에는 무대 위에 오르면 긴장해서 실수 하는 인간들이 종종 있다. 대사 까먹는 건 예사고. 그때 기억나지 않는 대사를 만회하기 위해 말도 안되는 대사를 직접 만들어서 애드립치는 인간들이 있는데 지금 막 등장한 이 친구가 딱 그 모양이었다.

십수년전 자신의 신인 시절이 떠올랐다. 여기보다 훨씬 작은 무대에서 조자룡 역할을 맡았었는데 벌벌 떨면서 대사를 까먹었지. 지금 눈앞의 이 친구처럼 말도 안되는 대사라도 날렸으면 좋았을텐데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었지.


‘오늘 이 신입을 내가 도와줘야겠어 나같은 선배 만난 걸 행운인줄 알아라. 운 좋은 놈. 애드립이 뭔지 확실하게 보여주마.’


장비역활의 경극 배우가 속으로 생각하며 조자룡을 향해 애드립을 쳤다.


“이 전장 곳곳에 조조를 속이기위해 여러명의 장비와 관운장이 돌아다니고 있네.”


장비 역할 배우의 애드립에 자룡은 아, 속으로 감탄했다.


“여하튼 그건 중요한 게 아닐세. 우리 힘을 합쳐 적들을 막아야하네.”


그러면서 장비 역의 배우는 무대 맞은편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조조와 측근 역할을 하고 있는 배우들을 향해 외쳤다.


“조조는 덤벼라. 장비가 상대해주마!”


조조라구? 그제서야 장비 앞에 서있는 무리들이 눈에 들어왔다.

화려한 갑옷으로 치장한 무리들 중에 조조는 보이지 않았다.

자룡은 신기한 빛무리에 휘감기기 전에 조조와 한바탕 난전을 벌이고 왔기에 조조의 얼굴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조조쪽도 지금 내 옆의 가짜 장비처럼 갑옷을 입혀 위장하고 있구나.

우리처럼 기만술을 펼치고 있구나. 라고 자룡은 추측했다.

조조로 위장한 병사들을 물리치고 품안의 후주 아두를 안전한 곳으로 모셔야겠다는 생각으로 자룡은 칼을 위로 치켜 들었다.

아, 그때 눈에 들어온 광경은 자룡이 치켜올린 칼 끝에 꽂혀있는 햄버거였다.

장비 역할의 배우가 화들짝 놀라서 몸으로 객석을 향해 스크린을 치면서 재빨리 칼에서 햄버거 뽑아서 구석으로 던져버렸다.


“저게 뭐야?”


“아니 어디서 저런 등신이 배우랍시고....”


“이거 우리 짤리는 거 아냐? 여기는 보수도 짭잘한데... ”


“장비가 잽싸게 몸으로 가렸으니까 객석에선 안 보였을 걸.”


“저런 멍청이를 신입이라고 데려왔어. 어우 속터져.”


자룡의 앞에 주르륵 도열해 있던 조조측 배우들이 기가막혀서는 옆사람의 귀에 대고 수근거렸다.


“천하의 역적, 조조는 내 창을 받으라!”


장비 역할의 배우가 대본에도 없는 고함을 치며 분위기를 바꿨다. 조조측 배우들도 다시 무기를 꼬나잡고 눈빛을 고쳤다.

그때 자룡과 장비 역할의 배우 뒤에서 사람 하나가 바람처럼 튀어나와 둘을 막아섰다.

하후은이였다.

하후은 역시 자룡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리 조조군이 위장기만술을 펼치고 있구나.

그렇다면 나도 기만술에 일조를 해야지.


“승상 이 자는 저 하후은에게 맡겨주십시오.”


하후은이 조조 역할의 배우를 보며 말했다. 조조측 배우들은 무대에 난입한 하후은을 보며 새로 들어온 신입이라고 여겼다.

공연 중인 무대 위에서 뭘 어쩌겠는가.


“좋다. 하후은 그대에게 맡기겠노라.”


울며 겨자먹기로 조조 역할의 배우가 대사를 쳤다. 조조 옆에 하후돈 역할의 배우가 혼잣말로 탄식을 밷었다.


“하후은은 대본에도 없는데.... 신입 둘이서 아주 말아먹는구나. 말아먹어.”


조조 진영의 맨 앞에서서 자룡을 향해 칼을 겨누고 있는 하후은을 보며 자룡은 생각을 바꿨다.

하후은과 대결해봤기에 자룡은 아두를 품에 안은 채로 싸운다면 불리하다고 느꼈다. 조조 진영의 다른 병사들이 몰려오기 전에 최대한 빨리 해치우고 이 자리를 떠나자.

결심을 굳힌 자룡은 잠시 뒤로 돌아 원래 있던 자리로 가서 아직 뻘쭘하게 서있는 소정에게 아두를 건넸다.

소정은 자룡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투기에 짓눌려 아이를 건네받았다.


“오랑캐 여인, 후주를 부탁하오.”


“아니... 저.. 아이는..”


“아이라니. 오랑캐라 해도 말을 삼가시요. 유황숙의 뒤를 이으실 후주이시거늘. 아이라니.”


세상에나. 등에 메고있던 아이가 인형소품이 아니라 진짜 살아있는 아이였다니. 소정은 기가 막혔다. 이번 경극 배우들은 너무 열정이 넘치시네.

소정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자룡은 말을 짜르며 뒤 돌아섰다.


“후주가 깨기 전에 돌아오겠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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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타임포탈이 열리고 (2) 19.08.23 33 0 13쪽
17 타임포탈이 열리고 (1) 19.08.22 40 0 13쪽
16 장판파의 요괴 (8) 19.08.21 30 0 13쪽
15 장판파의 요괴 (7) 19.08.20 2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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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장판파의 요괴 (5) 19.08.17 29 0 14쪽
12 장판파의 요괴 (4) 19.08.16 45 0 12쪽
11 장판파의 요괴 (3) 19.08.15 29 0 12쪽
10 장판파의 요괴 (2) 19.08.15 43 0 12쪽
9 장판파의 요괴 (1) 19.08.14 57 0 13쪽
8 생존의 길 (2) 19.08.13 38 0 12쪽
7 생존의 길 (1) 19.08.10 37 0 13쪽
6 내 이름은 조자룡 (2) 19.08.06 36 0 13쪽
5 내 이름은 조자룡 (1) +1 19.08.03 5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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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호기심 많은 신병 (2) 19.08.01 60 0 12쪽
2 호기심 많은 신병 (1) 19.08.01 80 0 12쪽
1 여긴 어디? 우리는 누구? +2 19.07.31 21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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