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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는꽈리 님의 서재입니다.

원더랜드의 자룡과 하후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낙타는꽈리
작품등록일 :
2019.07.31 19:49
최근연재일 :
2019.09.04 19:16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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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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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30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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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현대로 (1)

DUMMY

“소정씨. 이거 햄버거. 무대 백스테이지에 갖다 줘.”


무대 앞 테이블 사이를 오가며 서빙을 하고 있던 소정을 불러서 주임이 햄버거 가득 들어있는 간식용 바구니를 건네며 말했다.


“무대 뒤편이라면 그 대기실 말이죠? 지금은 아무도 없을텐데요.”


“그럼 그냥 거기 두고 와. 나중에 스텝들이 알아서 먹겠지. 그 사람들 저녁도 못먹었을 거야. 홀애비 신세 과부가 안다고 우리가 챙겨줘야지 누가 챙겨주겠어.”


“네. 알겠습니다.”


소정은 바구니를 들고 무대 뒤편으로 향했다.


그 시각 경극이 공연되고 있는 야외 무대 뒤편의 수풀에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더니 점차 원형의 구체를 만들어갔다.

이내 원형의 구체 안에 아두를 끌어안고 있는 자룡과 사지를 버둥거리는 하후은이 나타나는가 싶더니 아지랑이 구체가 사라지고 두 사람은 수풀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떨어졌다.


시간 포탈을 타고 현대로 와버린 자룡과 하후은. 기기묘묘하게 뒤틀린 시공간이 끝나고 정상적인 시공간으로 돌아오자 어둠컴컴한 공간에 당도했다.

장판파의 전쟁터에서 갑자기 이런 낯설고 이상한 공간으로 와버리다니 이 무슨 곡절이란 말인가.


‘적병이 사방에서 출몰하는 위험지역에서 주군 유비의 아이 ‘아두’ 를 지켜야 한다는 중압감과 마음으로 흠모하던 연인 미소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내가 미쳐버린 것인가?‘


라고 자룡은 생각에 빠졌다.

자룡과 함께 포탈을 타고 와버린 하후은도 당황스러워서 혼이 빠져나가기는 마찬가지였다.


‘빌어먹을. 전투를 처음 겪는 농민출신의 하급 병졸들 중에는 피가 튀고 살점이 떨어지는 광경에 충격에 받아서 광증에 빠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던데... 나 하후은이 그런 심약한 놈들이나 겪는 광증에 빠졌다는 건가? 귀신에 홀리지 않고서야 이 무슨 ....’


하후은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주위를 둘러봤다.

어두웠다.

장판파의 우물가에서 자룡과 격돌할 때는 해가 떠 있었건만 지금은 어두웠다.

그 이상하고 기기묘묘한 공간을 통과하면서 내가 정신을 잃었었나?

그러다 수풀 밖에 거대한 건물이 눈에 띄었다. 황궁의 성벽을 연상시킬 만큼 거대한 건물쪽은 햇불을 밝혀놓았는지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하후은이 보고 있는 것은 경극 공연이 벌어지고 있는 야외 무대였다.


‘저기로 가야겠다.’


발걸음을 옮기려다가 하후은은 멀지 않은 곳에서 넋이 빠져 우두커니 서있는 조자룡을 발견했다.

조자룡도 멍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다 자룡을 발견했다.

포탈을 타기전까지 서로 피터지게 싸우던 처지였지만 둘 다 상대방을 발견하고는 안도의 눈빛이 되었다.


‘저 놈이 여기있네. 똑똑히 보이는 걸 보니 내가 미친 건 아니구나.’


서로 안심하는 마음이 되었다.


아마 적군이 아니라 아군이였다면 반가움에 손을 꺼내 악수를 굳건히 했으련만 자룡과 하후은이 상대를 확인하고 내가 미친 게 아니구나, 안심한 뒤에 바로 꺼내 든 것은 반가움의 악수가 아니라 상대방의 목을 겨냥한 칼날이었다.


“이런 말은 우습지만... 반갑다, 조자룡.”

“인정하긴 우습지만... 동감이다. 하후은.”


자룡과 하후은은 서로 칼날을 겨눈 채 발걸음을 옮겼다.

둘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어두운 쪽에서 밝은 쪽으로 서서히 이동했다.

이동하는 중에도 하후은의 눈알은 자룡을 견제하랴 여기는 도대체 어디인가, 사방을 살펴보랴 바삐 굴러다녔다.

하지만 그에 비해 자룡은 태연자약해 보였다.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거냐?”


하후은이 칼을 겨눈 채 도저히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다는 듯 자룡에게 물었다.

표정에서 속내가 그대로 묻어나는 하후은에 비해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자룡을 보고있자니 이런 일을 자주 경험해 본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기에.

하지만 자룡이라고 뭐 뾰족한 수가 있겠는가.

당황하기는 매일반. 단지 표정에서 드러나지 않을 뿐이었지.


“.......”

“뭔가 알고 있으면 나도 좀 알려주지.”

“알고 있다해도 그 아는 걸 적에게 넘겨줄 수야 없지....”


하다가 자룡은 뒷말은 삼킨 채 말을 끊었다. 뒤이어 ‘나도 아는 게 없네. 당황스럽긴 마찬가지고.’라는 말을 하려고 했었는데 하후은의 상태를 보고 있자니 굳이 그말을 할 필요가 없다 싶었다.

그리고 뭔가 알고 있다는 분위기를 풍기면 하후은을 통제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기대감이 번졌다.

하후은 저놈이 입만 열면 ‘하후 병법’ 이 어쩌네 저쩌네 잘난 척을 하더니 이제보니 헛똑똑이가 아닌가.

서로 당황하고 무지하기는 매일반인데 지금 자룡한테 의지하려고 하는 기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자룡은 이 기회를 이용하기로 마음 먹었다.

여기서 하후은과 일전을 벌이면 아무래도 자룡한테 불리했다.

아두를 품에 안고 있는 자룡은 움직임이 둔해 질 수 밖에 없었고 장시간 전투를 하면서 누적된 피로와 굶주림도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 미소의 죽음을 목격한 심리적 충격까지.

게다가 장판파의 전장을 누비는 동안 크고 작은 부상들을 몸 여기 저기에 달고 있었기에 아무래도 사지멀쩡한 상태의 하후은과 충돌한다면......

어라라.

몸이 이상하다.

하후은과 칼을 겨누고 있는 오른팔 팔뚝 부근에 원래 자상이 있었어야하는데 .. 보이지가 않았다. 분명 팔뚝 부근의 의복은 찢어져 있는 그대로였다.

그런데 천에 배어있는 핏자국마져 사라져버렸다.

지면을 이동하는 왼쪽 발에 감각을 집중해보았다.

왼쪽 발가락이 골절을 당한 상태였는데 지금보니 통증이 사라지고 없었다.

등 부위, 옆구리, 허벅지... 당장 눈으로 확인하거나 손으로 만져볼 수는 없지만 그 부근에서 전해져오던 통증이 사라졌다.


부상당한 부위들이 평상시처럼 멀쩡했다.

몸의 피로도 마치 숙면을 취하고 일어난 듯 가벼웠다.

텅 비어버린 위장은 그대로였지만 부상이 주는 고통과 누적된 피로감에서 해방된 것만으로 하후은 따위는 일격에 박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지금 이 요상한 일에 대해서 뭔가 알고 있다는 게지? 그런게지?”

“.....”

“말하면 허풍이라고 떠들겠지만 나 지금 몸 상태가 최상이야. 자고 일어난 것처럼 쌩쌩하거든. 지금 붙으면 조자룡 너는 날 못 이겨.”

“......”


하후은도?

둘은 타임포탈의 신비스러운 공간을 경험하면서 부상의 자연치유와 피로 회복이라는 신체 변화를 겪고 있었다.

이 두가지 변화 이외에도 크나큰 변화가 저변에서 진행되고 있었지만 아직 자각할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 변화의 결과와 효과는 나중에 드러나게 된다.


“아는 게 있으면 당장 토설해라. 그러면 너도 살려주고 니 작은 주인도 살려주마.”



“......”

“여긴 어디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거냐? 얼른 말하라구, 이 개자식아!”


그렇게 말을 주고 받는 사이에 그들은 어두운 수풀쪽에서 밝은 빛이 있는 쪽으로 옮겨와 있었다.

밝은 쪽은 야외 무대 뒷편에 경극 배우들과 공연 스텝들을 위해 마련된 일종의 대기실 겸 휴게실 공간이였다.

말이 대기실이고 휴게실이지 그저 탁트인 들판에 천막과 차양이 쳐저있고 각종 공연장비와 소도구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 야외나 마찬가지였다.

대기실 공간에는 다행히 사람은 없었다.

스텝들은 무대 앞쪽에서 분주히 각자의 맡은 바 소임에 매달리고 있었다.


자룡과 하후은은 서로를 노려본 채 대기실에 쌓여있는 각종 장비들을 곁눈질하고 있었다.

하나같이 처음 구경하는 물건들이였다.


쌀 한가마니는 넉넉하게 들어갈 듯한 은색 상자들이 켜켜이 쌓여있었다.

그 옆에는 쇠로 된 막대기 끝에 둥근 솥단지가 달려있는 (조명기구) 요상한 물건들이 도열해있었다.

그 외에도 당최 쓰임새를 가늠할 수가 없는 물건들이 사방에 널려있었다.

일상생활에 쓰는 물건들은 아니였다.

새로 발명된 공성전 무기들인가? 유비 일당이 성에서 농성하는 것도 아닌데 공성전 무기를 가져올 일이 있나?

하후은이 낯선 물건들을 곁눈질하며 그런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자룡은 처음에 가졌던 계획을 변경하려는 생각을 가졌다.

시간을 끌면서 피로를 회복하고 어지간하면 달아날 기회를 엿보려고 했던 처음의 계획을 수정하려는 것이였다.

자신의 체력이 회복됐고 부상도 말끔해졌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모른다.

그 신비롭고 요괴스러운 공간을 지나고 난 뒤 벌어진 현상이란 것만 알 수 있었다.

하후은도 비슷한 말을 했었기에.

딱 하나 텅 빈 위장은 전과 똑같았다.

뭐 어쨌든 나불대는 저 떠버리를 척살하고 퇴각하는 것으로 전술변경.


“어이, 치사한 놈. 하나만 묻자.”

“죽기전에 유언이라 생각하고 말해라.”


“하... 어처구니가... 아 좋아 좋아. 일단 넘어가자구.”

“....”

“내가 톡 까놓고 말하는데.. 전쟁터를 많이 안 다녔어.”

“그래 보인다.”

“이씨.. 좋아, 일단 넘어가구. 여기 이 물건들 혹시 공성전에 쓰이는 물건들이야? 충차나 뭐 그런 비스무리한 것들인가?”


그래 불안하겠지.

그래서 확인받고 싶은 거겠지.

이 낯설고 요령부득의 물건들이 공성전 장비들이기를.

공성전 장비가 맞다면 여기는 여전히 장판파의 어딘가가 되는 것이고 이 장판파에서 공성전 무기따위는 조조 부대 말고는 가지고 있는 부대가 없을 테니까.

자룡도 적과 아군을 떠나서 여기가 장판파라는 확신을 받고 싶었다.


방금 전에 경험한 그 신비하고 요상한 공간은 그저 미소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아서 잠시 머리가 어지러웠던 탓이라구.

그 탓에 잠시 별세계를 구경했던 것이라구.

그러니 여기는.

여전히 장판파라고.


그래서 자룡은 내심 기원했었다.

이 낯선 물건들을 곁눈질하던 하후은이 파안대소를 터트리기를.

쳐웃으면서 우리 조조 부대의 물건들이다, 나불대고 떠들어 주기를.

그런데 지가 먼저 나한테 그걸 묻고 있네.

이건 망한거다.



“내가 큰 전투에 많이는 아니더라도 적지않게 참가했지....”


하후은이 침을 꼴깍 삼키며 자룡의 다음 말을 경청했다. 제바알....제발....


“처음 본다. 이런 무기는.”


하후은은 실망감으로 무릎에 힘이 빠졌다. 하지만 조자룡이 코 앞에 있는데 주저않을 수야 없지.

불안감이 가중되었다.

그 가중된 불안감이 서로의 칼끝으로 배어나왔다.

이 끝모를 불안에 시달리느니 일단 눈 앞의 적을 죽이고 보자는 확실한 단기 목표에 매달리려는 심보랄까.

막 칼 끝에 살기가 맺히려는 순간, 하후은이 말했다.


“혹시 오랑캐들의 무기는 아닐까?”

“......?! 나도 오랑캐의 무기는 본적이 없다.”


오랑캐? ‘이것은 오랑캐의 무기가 아닐까?’ 별 생각없이 내밷은 하후은의 이 한마디는

이땅은 요괴의 땅이 아닐까 싶은 의심마귀에 사로잡힌 두 사람의 영혼에 한줄기 서광이 되어 비췄다.

그래, 맞았어. 오랑캐야!

이 물건들은 오랑캐의 물건들이야.

조조라면 얼마든지 오랑캐를 끌여들여 부려먹을 작자다.


그러니 이곳은,

장판파다.

장판파가 확실하다.

아니라고 하는 놈은 목을 따주마!


“오랑캐구나.”

“오랑캐였어.”

“하하. 이런 막돼먹은 조조놈들. 오랑캐를 끌어들이다니.”

“우하하하. 역시 조조님이시다. 토끼를 잡는데도 전력을 다한다는 이 자세. 아주 멋져!”

“하하하 용서치 않겠다. 이놈.”

“우히히. 하후 병법의 무서움을 보여주마. 덤벼라”


대단히 이상스런 칼싸움이 벌어졌다. 시종일관 웃음소리가 끊이지않고 뭔가 유쾌한 표정이고 뭔가 칼질은 하는데 화기 애애함이 번져나오는...


이 땅은 여전히 당양 장판이다.

우리 둘 다 미친 것이 아니였어.

잠시... 잠시... 어지러워서 헛것을 봤던게지.

.그런게지.

아니라고 하는 놈은 멱을 따버릴테다. 두 번 따버릴테다!


자룡과 하후은의 칼과 칼이 부딪치며 금속성의 파열음을 쉴새없이 만들어냈다.

그런데 어디선가 젊은 여자의 날카로운 호통 소리가 두 사람에게 날아들었다.

아니 꽂혔다!


“지금 뭐하는 거예욧!”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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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로 (1) 19.08.30 22 0 12쪽
19 타임포탈이 열리고 (3) 19.08.29 23 0 15쪽
18 타임포탈이 열리고 (2) 19.08.23 33 0 13쪽
17 타임포탈이 열리고 (1) 19.08.22 40 0 13쪽
16 장판파의 요괴 (8) 19.08.21 30 0 13쪽
15 장판파의 요괴 (7) 19.08.20 26 0 12쪽
14 장판파의 요괴 (6) 19.08.19 30 0 14쪽
13 장판파의 요괴 (5) 19.08.17 30 0 14쪽
12 장판파의 요괴 (4) 19.08.16 45 0 12쪽
11 장판파의 요괴 (3) 19.08.15 29 0 12쪽
10 장판파의 요괴 (2) 19.08.15 4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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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생존의 길 (2) 19.08.13 39 0 12쪽
7 생존의 길 (1) 19.08.10 37 0 13쪽
6 내 이름은 조자룡 (2) 19.08.06 37 0 13쪽
5 내 이름은 조자룡 (1) +1 19.08.03 51 1 12쪽
4 호기심 많은 신병 (3) 19.08.02 56 0 12쪽
3 호기심 많은 신병 (2) 19.08.01 61 0 12쪽
2 호기심 많은 신병 (1) 19.08.01 81 0 12쪽
1 여긴 어디? 우리는 누구? +2 19.07.31 21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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