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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는꽈리 님의 서재입니다.

원더랜드의 자룡과 하후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낙타는꽈리
작품등록일 :
2019.07.31 19:49
최근연재일 :
2019.09.04 19:16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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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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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2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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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포탈이 열리고 (1)

DUMMY

조조는 언덕배기를 올라 온 장수가 한동안 말없이 당양 근교의 지형과 마을을 바라만 보는 것을 탈출구를 찾는 것으로 해석했다.

사방에 조조의 병사들이 출몰하여 휘젓는 것을 확인하고는 탈출구가 없다는 것에 의기소침해졌으리라.

유비일가의 마차를 찾기위해 자청해서 이 언덕을 올랐다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다.

지금이 이 자의 약점을 파고들 기회였다.


"사방이 막혔네. 지금이라도 날 놓아주면 은혜를 잊지 않을것이네."


은혜? 이자의 입에서 은혜라는 말이 나왔다.

자룡은 이미 십수년전에 광종성에서 몸으로 경험했다.

조조가 내밷는 단어중에서 가장 불신해야하는 단어가 ‘은혜’ 라는 것을.


“.....”

"내가 누군지 아는가? 나는 바로...."


"한나라 조정의 승상이요. 백만대군을 호령하는 대장군이요. 오늘 당양 장판파를 유린하는 호표기의 수장. 맹덕 조조 대인이시지요."


젊은 장수를 놀래켜주고 그 놀라는 마음 사이의 헛점을 비집고 들어가 자기편으로 회유하려던 조조가 되려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예상과 달리 뭔가 일이 꼬이고 있다는 불길함이 조조의 뒷덜미를 낚아챘다.


"내 얼굴을 알고 있었군. 나와 함께 죽을 작정으로 이 언덕을 오른 것인가?"


"난 승상과 달리 약조를 지키는 사내요."


자룡은 조조와 함께 언덕을 내려왔다.

자룡은 그 우직한 성품으로 인해 어느정도 안전거리가 확보되면 조조를 놓아주고 마차를 발견한 방향으로 말을 달릴 셈이였다.


그러나 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고 부처눈엔 부처만 보인다 했던가.

조조는 자룡의 약조를 믿지 못하고 내내 달아날 눈치만 살폈다.

설혹 조조가 자룡의 약조를 믿었다하더라도 그는 그 믿음과는 상관없이 또한 달아날 궁리를 했을 것이다.

타인의 의지에 조종당하거나 통제당하는 상황을 그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구사일생의 확률이 더 낮아질지언정 자신이 통제하는 상황에서 목숨을 부지코자 했다.

그것이 조조가 가는 길이였다.


“어이쿠.”


과장된 몸짓과 언행으로 자룡의 주위를 산만하게 만든 조조는 말에서 굴러떨어지려했다.


“흥”


자룡은 코웃음을 쳤다.

떨어지려는 조조의 뒷덜미 옷깃을 낚아채려고 손을 뻗었다.


- 쉬익


그때, 병사들 무리에서 표창이 자룡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다.

자룡이 상체를 돌려 표창을 피하는 사이에 조조는 땅에 떨어져 바닥을 구르며 몸을 피했다.

조조가 자룡의 손아귀를 벗어나서 땅바닥에 닿기도 전에 조조 진영의 병사들 무리, 표창이 날아온 방향에서 말 탄 병사 하나가 화살처럼 튀어나와 자룡을 향해 돌진했다.


"조자룡! 내 검을 받아랏! 이 치사한 놈아!"


튀어나온 병사는 하후은이였다.


이렇게 조조와 조조 진영의 장수들과 병사들은 장판파 요괴라는 별칭으로 불리우던 젊은 장수의 이름을 알게되었다.


땅바닥을 구르며 재빨리 몸을 피하던 조조는 말을 탄 채로 자신의 옆을 지나가며 자룡을 향해 덤벼드는 병사의 얼굴을 봤다.


‘저놈 하후은이 아닌가.’


백부장으로 강등시켜 후방으로 쫓아냈더니 일반병사로 위장한 채 여기까지 따라왔었구나.

자신의 명을 어기다니, 그야말로 천방지축 망나니로구나.

조조는 어이가 없으면서도 한편으로 다행이다 싶었다.


‘천방지축 하후은 덕에 목숨을 부지하는구나.’


대부분의 병사들은 방금전까지 장판파의 요괴라 불리던 자룡을 향해 배포 좋게 달려드는 하후은이 일격에 목이 달아날 것이라며 혀를 찼다.


“전공에 눈이 멀었군.”

“저러다 골로 가는 놈 숱하게 봤지.”


하지만 웬걸.

저 일개 병사가 검을 들고 자룡의 청강검에 맞서 호각으로 싸우자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 채채챙채챙


“우와와와!”

“잘싸운다!”


병사들은 환호성을 올리고 병장기를 두드리며 하후은을 응원했다.

명성을 갈망하고 갈채에 쉬이 도취되는 성격을 지닌 하후은은 병사들의 응원에 신이 났다.

흥이 오르자 그의 칼끝은 더욱더 매서워졌다.

참으로 무대기질을 타고난 장수가 아닐 수 없었다.

병사들이 감탄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저 친구 정말 잘 싸우는데.”

“일반병사가 아닌가보네.”

“복장은 우리랑 똑같은데...”

“그 무시무시한 ‘개작두’ 순우도 부장도 한창에 죽었다던데.. 저러면 저 병사가 순우도 장군보다 더 잘 싸우는거 아닌가.”

“개작두뿐인가. 거 왕싸가지 쌍둥이들 종진, 종신 두 형제도 저 요괴한테 죽었다더군.”


- 쌔앵


이때 병사 중의 한명이 화살을 자룡에게 날렸다.

조승상도 풀려난 마당에 살해엄금의 명령을 지킬 필요가 없겠지 싶어서 하후은을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공을 세울 요량이었다.


자룡이 화살을 피하느라 자세에 틈이 생겼다. 그 틈을 공략한다면 치명상은 몰라도 상당한 타격을 자룡에게 줄 수 있다.

그러나 하후은은 빈틈을 노리지 않았다. 오히려 자룡이 자세를 잡도록 검을 거두고 뒤로 물러나기까지 했다.

하후은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시끄럽던 전장이 일순 조용해졌다.

자룡 역시 의이한 눈으로 하후은을 바라봤다.


"화살을 쏘지 말라. 난 비겁한 승리를 원하지 않는다."


하후은이 고개 돌려 병사들을 향해 외쳤다.

저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도저한 자신감에 잠시 멍해졌던 병사들이 아까보다 더 큰 함성을 질렀다.

곳곳에서 '화살을 쏘지 마라' '암기를 쏘지 마!' '싸움을 방해 마라. 내가 용서치 않겠다' '호표기 얼굴에 똥칠하지마!' 등등 제각기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조조의 정예병이라는 청주병단 안에서도 용맹한 자들로 선출된 호표기 병사들은 무예를 숭상하고 사내들의 정정당당한 대결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만연했다.


적이라도 출중한 무예와 정정당당한 태도, 예절을 보인다면 이들도 예로써 상대를 존중해 주는 기풍이 몸에 배어 있었다.


"야이 치사한 놈아. 난 너랑 다르다. 알겠느냐."


하후은이 뿌듯해하는 얼굴로 자룡을 보며 거들먹거렸다.

자룡이 말없이 포권을 취하며 하후은을 향해 예를 보냈다.


다시 검과 검의 대결이 시작됐다. 병사들의 함성과 앞서 자신이 벌인 행동에 자아도취된 하후은의 동작이 점점 화려해지더니 이내 옆구리께에 빈틈이 드러나고 말았다.

이번엔 자룡이 그 빈틈으로 청강검을 찔러넣는 대신에 발길질로 걷어찼다.

앞서 하후은이 보여준 예의에 대한 답레였다. 그것이 아니였다면 하후은은 옆구리에 청강검이 꽂혔으리라.


하후은이 발길질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말에서 굴러 떨어졌다. 그 틈에 자룡은 뒤도 안보고 조조군의 진영 밖으로 말을 달렸다.


말을 타고 있던 호표기 병사 몇이 자룡의 뒤를 추격했고 하후은도 다시 말에 올라타서는 앞서 가고 있는 기병들의 뒤를 따랐다.




* *


자룡은 따라붙는 조조의 기마병 몇기를 제압했다.

제압이 끝날 쯤 당도한 하후은은 그가 타고있던 말을 공격해서 따돌려버렸다.

멀어지는 자룡의 뒷통수에 하후은의 욕설이 따라붙었지만 이내 모든 소음은 사라지고 오로지 자룡의 말발굽 소리만이 울렸다.

한참을 달린 후에 자룡은 언덕배기에서 목격했던 마차가 있는 자리에 당도했다.


그곳에는 조조의 병사들 두어명의 시체가 쓰러져 있고, 마차는 전복되어 있었다.

마차는 이미 지붕과 문짝이 부서져있고 곳곳에 불에 탄 흔적이 보였다.

감부인이 아두, 미소와 함께 타고갔던 마차인지 아닌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러데도 이상하게 자룡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자룡은 말에서 내려 심장박동만큼이나 빠른 걸음으로 마차를 향해 다가갔다.

마차 안에서 살아있는 사람의 인기척은 들려오지 않았다. 심장이 더 격렬하게 요동쳤고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마차 안을 들여다 보자 감부인이 눈을 뜬 채 입에 피를 흘리며 죽어 있었다.

자룡은 감부인의 눈을 감겨주고 명복을 빌었다.


순간 밖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고, 마차에서 나와 두리번 거리니 우물 쪽에서 들려오는 소리.

우물 앞, 무릎을 꿇고 앉은 병사의 등에 칼이 하나 불쑥 나와있다.

병사를 잡아 당기니 미소가 의식을 잃고 포대기를 안은 채 쓰러져 있다.


"미소야!! 아두 공자!!"

"오라버니···"


감부인은 죽고 혼자서 아두를 데리고 험한 꼴을 겪어내느라 두려움에 질렸는지 안색이 창백했다.


"다행이다! 다행이다! 다친 곳은 없느냐?"


미소는 힘없이 끄덕이더니 아두를 한번 보고 다시 자룡을 바라보았다. 아두를 넘겨받으라는 몸짓이었다.


자룡이 청강검을 옆에 두고 아두를 받아 앞 쪽으로 포대기를 메며 잠들어있는 아두의 몸상태를 살폈다.

눈물자국이 뺨에 말라붙어있는 걸로 미루어 울다 지쳐 잠이든 모양새였다.

아두를 살피던 중에 느낌이 이상해서 고개를 들어보니 미소가 청강검을 들고 우물가에 서 있다.

앉아있었을 땐 태가 나지 않았으나 지금 서있는 미소를 보니 엉덩이께 허리 근처가 피로 물들어 치마자락의 옆과 뒤를 적시고 있었다.


얼굴이 창백했던 이유는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출혈과다가 진짜 이유였다.


자룡의 심장이 다시 쿵쾅쿵쾅 요동치기 시작했다.

자룡의 심장은 미소의 치맛자락을 적시고 있는 피에 반응하여 쿵쾅대는 것이 아니였다.

청강검을 든 채 자룡을 처연하게 바라보는 미소의 몸을 감싸고도는 어떤 불길한 결기를 감지했기 때문이였다.


자룡은 심장이 자룡의 뇌에게 경고를 보냈다.

미소의 손에서 청강검을 뺏어야 한다고.

그러나 자룡의 팔 다리는 엄습하는 불길함에 압도되어 움직일 줄을 몰랐다.


미소를 향해 간신히 한발을 내딛었다.

심장의 박동이 지축을 흔드는 지진처럼 자룡의 몸을 흔들어대는 통에 제자리에 서 있기도 힘들었다.

주저앉으려는 무릎에 힘을 꾸욱 주고 다시 한 걸음을 내 딛으려 할 때 미소의 목소리가 미약하게 들렸다.


"미안해요, 오라버니.... 커억..."


소정은 간신히 입을 떼고 말을 했으나 뒷말은 울컥 터져나온 핏덩이에 막혀버렸다.

입에서 터져나온 피가 미소의 상의 가슴께를 피범벅으로 만들어버렸다.

자룡이 입을 덜덜 떨며 간신히 말했다.


"아.. 안 돼...안 돼...."

"아니요..... 모두를 다... 다 살릴 순 없어요. 아두를 부탁해요."


미소가 청강검으로 자신의 가슴께를 찔렀다.


그 순간,

자룡은 바람처럼, 호랑이처럼 날쌔게 다가가 간발의 차이로 미소의 손에서 청강검을 낚아챘다.


그런데 빈손이었다.

분명 낚아챘는데 어찌된 일인지 자룡의 두 손은 빈손이었다.

귀신에 홀린 듯한 표정으로 비어있는 양 손을 번갈아 보던 자룡이 그럼 청강검은? 하는 얼굴로 고개 들어 미소를 보았다.


청강검은 미소의 가슴을 관통한 채 꽂혀있었다.

미소는 가슴팍에 청강검이 꽂힌 채로 그자리에서 스르륵 허물어져내렸다.


자룡의 뇌는 질풍처럼 몸을 날려 미소의 손아귀에서 검을 낚아챘다고 믿었다.

적병들에게 장판파의 요괴라 불리며 신출귀몰한 움직임을 보여주던 조자룡의 몸은 사실 한걸음을 움직였을 뿐이였다.

걸음마를 배우는 두살바기 아이처럼 위태롭게 겨우 한발짝을 뗏을 뿐이었다.


충격으로 일순간 마비되어 버린 근육.

충격으로 오히려 평소보다 분주하게 움직이던 뇌세포.

둘 사이의 간극이 만들어 낸 착시현상이었다.


착시가 사라지고 난 뒤 마주하게 된 눈앞의 잔혹한 현실이 그나마 무릎을 지탱하게 해주던 힘마져 앗아갔다.

바닥에 주저앉은 자룡은 무릎걸음으로 엉금엉금 기다시피 미소에게 다가갔다.


"아.. 안... 안돼... 안돼... 안돼..."


불불 떨리는 입술로 중얼대며 쓰러져 있는 미소의 어깨죽지에 얼굴을 묻었다.


"소(笑)를...... “


미소가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어 자신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오열하고 있는 자룡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눈물범벅이 된 자룡이 얼굴을 들어 미소를 바라봤다.

미소의 가녀린 손이 자룡의 볼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생명이 꺼져가는 걸 알려주는 듯 손끝이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 소를...... 웃으며 보내주세요..."

“끄으윽... 윽.... 우윽.....”


자룡은 식어가는 미소의 시체를 부여잡고 통곡조차 나오지 않는 메마른 울음과 짐승같은 신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자룡은 미소를 끌어안고 오열하느라 미처 알지 못했다.

자신의 등 뒤로 누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을.


검을 들고 무방비 상태의 자룡을 향해 다가오는 인물.


하후은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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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현대로 (1) 19.08.30 21 0 12쪽
19 타임포탈이 열리고 (3) 19.08.29 22 0 15쪽
18 타임포탈이 열리고 (2) 19.08.23 32 0 13쪽
» 타임포탈이 열리고 (1) 19.08.22 40 0 13쪽
16 장판파의 요괴 (8) 19.08.21 30 0 13쪽
15 장판파의 요괴 (7) 19.08.20 2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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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장판파의 요괴 (5) 19.08.17 29 0 14쪽
12 장판파의 요괴 (4) 19.08.16 44 0 12쪽
11 장판파의 요괴 (3) 19.08.15 28 0 12쪽
10 장판파의 요괴 (2) 19.08.15 43 0 12쪽
9 장판파의 요괴 (1) 19.08.14 57 0 13쪽
8 생존의 길 (2) 19.08.13 38 0 12쪽
7 생존의 길 (1) 19.08.10 36 0 13쪽
6 내 이름은 조자룡 (2) 19.08.06 36 0 13쪽
5 내 이름은 조자룡 (1) +1 19.08.03 50 1 12쪽
4 호기심 많은 신병 (3) 19.08.02 55 0 12쪽
3 호기심 많은 신병 (2) 19.08.01 60 0 12쪽
2 호기심 많은 신병 (1) 19.08.01 80 0 12쪽
1 여긴 어디? 우리는 누구? +2 19.07.31 21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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