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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는꽈리 님의 서재입니다.

원더랜드의 자룡과 하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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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는꽈리
작품등록일 :
2019.07.31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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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4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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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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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1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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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의 길 (2)

DUMMY

날이 저물 때라 적당한 빈 집을 찾아서 들어갔다. 바람이라도 피할 수 있으니 다행이었건만

마을을 발견했을 때의 기대감이 너무 컸다.

그 무너진 기대감은 무엇으로도 메꿀수가 없었다.

마침내 소녀가 울음을 터뜨렸다.

저녁까지 아무것도 먹질 못했으니 만 이틀을 꼬박 굶은 셈이였다. 어른이라면 몰라도 체력이 부족한 아이들에겐 가혹한 시련이었다.


“배가 너무 고프다, 오빠. 배고파서 죽을 거 같애.”

“걱정하지마. 소야. 넌 안 죽어.”

“어떻게 알아?”

“내가 삼일을 굶은 적 있거든. 근데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잖아.”

“.... 오빠가 옆에 있어서 너무 좋다.”

“걱정하지마. 내가 날 밝으면 먹을 걸 찾아볼게.”

“배고파서 힘들잖아. 난 이제 움직일 힘도 없는데.”

“난 아직도 팔팔해.”


소년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펄쩍 펄쩍 제자리 뛰기를 했다. 크게 뛸 때마다 소녀의 물기 젖은 맑은 눈망울에 웃음이 번졌다.

한번씩 뛸 때마다 소년은 현기증이 밀려오는 듯 어지러웠지만 소녀의 웃는 얼굴을 보자니 자신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서 소년은 멈추지 않았다.


“오빠 그만해 그러다 다쳐.”

“팔팔한데 다치긴 왜 다쳐.”


- 우지끈.


“으악.”


몇차레 소년이 바닥을 구르자 나무바닥이 무너져내렸다.

소년은 엉덩방아를 찧었다.

무너진 자리는 곡식을 숨겨둔 일종의 창고였다.

자루에 담긴 보리와 조 수수 기장이 담겨있었다.


아마도 곡식을 숨겨둔 주인이 황건당이나 토벌군에게 횡액을 당했기에 이렇게 비밀창고에 남겨진 것이리라.


둘은 불을 때워서 밥을 했다.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다음날 아침 밥을 해먹고 길을 떠날려고 불을 때웠다.


- 부스럭


반쯤 열려져있던 덧창쪽에서 소리가 났다.

밥냄새를 맡은 날짐승이라도 다가온걸까?

어린 소소는 행복한 얼굴로 아궁이의 장작불을 향해서 입으로 후후 바람을 불어대느라 덧창에서 난 소리를 못 들은 듯했다.

소녀의 신경은 온통 밥짓기에 쏠려 있었다.


소년 조운이 엉덩이를 떼고 일어나 덧창으로 다가갔다.

소년이 덧창을 열고 밖을 살피려는 순간, 빈집의 문을 열고 누군가 들어왔다.


“이거봐. 내 말이 맞잖아.”

“정말 먹을 것이 있구나.”


난데없이 집안으로 건장한 사내 둘이 들이닥쳤다. 하나는 칼을 들었고 한 명는 낡은 창을 꼬나 쥐고 있었다.

칼을 든 사내는 호리호리했고 창을 든 사내는 덩치가 꽤나 컸다.

복장으로 보아 황건당 토벌대의 병사로 보였다.

아마도 낙오를 했던가 탈영을 한 병사들인 듯 싶었다.

그들은 근처를 지나가다가 마을을 발견했지만 이미 버려진지 오래된 마을이라고 여겨서 그냥 지나치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 중 한 집에서 흰 연기가 올라오는 것을 목격했다.

연기가 올라오는 집으로 다가온 그들은 살짝 열려져 있는 덧창을 통해서 집 안 내부를 살폈다.

일단 꼬맹이만 둘이 보인다.


그래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손에 병장기를 든 채 조심스레 집안으로 들어왔다.


“꼬맹이 너희 둘뿐이냐?”


칼 사내가 집안 곳곳에 시선을 던지다가 아궁이 앞에서 바들바들 떨며 서있는 소녀를 보며 물었다.

어린 소소가 곧이 곧대로 대답하면 끝장이야, 라고 생각한 어린 조운이 재빨리 대답을 가로챘다.


“아버지와 삼촌 둘이 있어요. 지금 밖에 나가고 없지만 잠시 뒤에 돌아올겁니다.”


소년의 거짓말에 덩치가 크고 창을 들고있는 사내는 인상이 찌그러졌다.


“남자가 셋이나 된다고? 아이씨,”


혼잣말로 투덜대더니 칼 사내를 보며 혼잣말인지 아니면 의견을 묻는 것인지 헷갈리는 말을 밷었다.


“이거 어쩌지? 냉큼 들고 튈까? 그럼 쫓아오겠지? 그냥 여기서 죽여버릴까? 근데 셋이나 되는데... 되려 우리가 당하겠다.”


창 사내는 덩치로만 신의 은혜가 죄다 몰렸는지 대가리 쪽은 영 부실했다.

소년의 거짓말 한 마디에 홀랑 넘어가서는 자신들의 속내를 그대로 다 내비쳤다.

식량을 조금 얻어가거나 밥이라도 한끼 적선 받으면 고맙겠다는 의도 따위는 애초에 없었던 것이다.


‘역시 강탈하려는 구나.’


자룡은 칼 사내의 눈치를 살피면서 속으로 빌었다.


‘제발 너도 저 덩치 큰 사내처럼 속아넘어가 다오. 제발.’


아마 평소에도 호리호리한 몸매의 칼 사내가 결정을 해 온 듯 보였다.

칼사내는 창 사내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소년을 바라봤다.

그리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 씨익.


니놈의 대가리 굴리는 소리가 다 들린다는 얼굴로.


“너한테 묻지 않았다.”


칼 사내가 고개를 돌려 아궁이 앞에 서있는 어린 소소를 바라봤다.

소녀는 벌벌 떨면서도 아궁이와 밥이 익어가는 솥 앞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무섭고 두렵지만 그래도 이 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지키고야 말겠다는 의자를 드러내고 있었다.

꼬맹이 둘이 제법 옹골찬데.


“저 놈 말이 사실이냐?”


소녀가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듯한 얼굴로 크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그런데 먼지가 쌓여있는 바닥에 찍혀있는 발자국은 어른들의 것은 없는데. 장정이 셋이나 더 있다면서 그러면 짐도 솔찮게 있을 터인데 봇짐하나 보이질 않는구만.”

“뭐야 저 꼬맹이가 거짓뿌렁을 날린거야? 우릴 속이려고? 이 자식이.”


- 퍽.


“으윽”

“끼야악”


소년이 바닥을 나뒹굴었고 소녀는 비명이 터져나오는 입을 자신의 손으로 막았다.

칼 사내의 말을 듣고는 그제야 소년에게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된 창 사내가 발을 뻗어서 소년을 걷어찬 것이다.


소년의 바닥에 엎어져서 숨을 고르다가 고개를 들고 힘겹게 말했다.

소년의 이마에 핏줄이 돋았다.


“우리가 찾았아요. 우리 몫으로 반을 주세요.”

“허 이 애새끼가 뭐라고 씨부리는거야.”


칼을 찬 사내에게 늘씬하게 두들겨맞았다.


“살려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기라구.”


식량은 그들에게 뺐겻다. 목숨만 부지하게 된 것으로 다행이라 여겨야 했지만 소년은 억울해서 견딜수가 없었다.


곡식자루에 담긴 내용물과 양을 살펴 본 칼 사내가 말했다.


“이 곡식을 반으로 나누자. 난 이제 내 고향으로 돌아가겠어.”

“좋아.”

“넌 곡식을 반으로 나눠. 난 이 꼬맹이들을 묶어놓을테니까.”

“묶어놓는다고? 뭐 그럴 필요까지 있나?”

“내 말대로 해. 만사 불여 튼튼이야.”

“어 그래.”


덩치 큰 창 사내가 고분고분 곡식자루를 나누기 위해 등을 돌렸다.

그 순간, 호리한 체구의 칼 사내의 눈빛에 탐욕과 잔혹이 번득였다.

그는 칼집에 꽂혀있는 칼을 천천히 소리가 나지 않게 뽑아들고 자신을 향해서 등을 보이고 있는 창 사내를 향해 접근했다.

그는 애초에 곡식을 나눌 생각이 없었다.


“조심햇!”


소년이 창 사내를 향해 소리쳤다.

그 바람에 무슨 일인가 싶어 창 사내가 고개를 돌렸고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칼을 봤다.


- 쉬익


“으헉”


어린 조운의 경고 덕분에 창 사내는 칼이 급소를 찌르는 것을 간신히 피할 수 있었다.

칼은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덩치 큰 창 사내의 옆구리에서 피가 배어나오면 옷을 붉게 물들였다.

피가 배어나오는 광경을 보며 소녀는 놀라서 엉덩방아를 찧으며 엉금엉금 뒤로 물러났다.


칼 사내가 표독한 눈으로 잠시 소년을 노려봤다.


‘이 덩치를 죽이고나면 다음은 니 놈이다. 꼬맹이.’


칼 사내의 표독한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창 사내를 돕고자 소리를 친 것은 아니였다.

둘이 격렬하게 싸우기를 바래서 한 행동이였고 지금 상황은 소년의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놈. 니가 날 죽이려고! 비겁한 자식!”

“반으로 나누면 고향까지 좀 모자랄 거 같아서.”

“으아아! 이럴 순 없어! 이럴 순 없다구! 내가 전투에서 널 구해준 게 몇번인데. 은혜를 원수로 갚아도 유분수지.”


덩치 큰 사내가 입으로 피를 토하듯 분통을 토했다.


“그럼 지금 은혜를 갚아줄까?”

“뭐라고?”


칼 사내가 덩치 큰 사내의 피 흘리는 옆구리를 곁눈질하며 놀리 듯 말했다.


“내가 이대로 곡식자루를 들고 꺼져줄게.”

“......”

“니가 싸움을 잘하긴 하지만 피가 터지는 옆구리를 부여잡고 날 이길 순 없을걸.

싸우면 어차피 너는 내 칼에 죽는다. 그러니 내게 곡식자루를 넘기면 니 목숨을 살려주지.

어때 이정도면 은혜 갚는 거 아닌가?“


어이가 없는 제안이였다.

창 사내는 옆구리에 부상을 입었다.

그 부상입은 몸으로 다른 곡식이나 먹거리를 구할 수 없는 것은 자명했다.

이 상태로 방치되면 어차피 출혈과다로 얼마 못 가 죽을 것이고.


“이 개후레자식이.. 나를 이 꼴을 만들어놓고 ... 니가 사람 새끼냐? 내가 그따위 제안을 받을 정도로 돌대가린줄 알아!”


칼 사내가 이죽거렸다.


“너 돌대가리 맞아. 내가 왜 너랑 다닌줄 알아? 니가 아주 빡대가리라서 이용해 먹기 편했거든. 그래서 같이 다닌거야. 그런데... 이 돌대가리가 막판 되니까 머리가 좀 돌아가나봐. 안 속네.”


칼 사내는 덩치 큰 사내가 옆구리에 부상을 입었지만 그래도 그의 전투력이 두려웠다.

저놈은 대가리만 돌이 아니라 몸뚱이 전체가 돌이였다.

그 돌멩이같은 몸뚱이로 몇번이고 전투에서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면 그 상황을 뚫어버리곤 했었다.

그래서 칼 사내는 의도적으로 말을 걸고 받아주면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상처에서 더 많은 피가 흐르기를 바라면서.

화를 돋구면 돋굴수록 흥분 시키면 시킬수록 출혈량은 더 늘어날 터.

어린 조운의 눈에도 칼 사내의 얕은 수가 빤히 보였다.

이렇게 떠들기만 하다가 덩치 큰 사내가 제풀에 쓰러질까봐 걱정이 들었다.

너희 둘은 치고박고 싸워야 돼.

어린 조운이 덩치 큰 창 사내를 향해 빽 고함을 질렀다.


“야 이 돌대가리야! 저 남자는 당신이 피를 더 많이 흘리라고 일부러 말을 걸면서 시간을 끌고 있는거야.”


소년의 외침에 창 사내의 눈이 커졌다.


“아 또 속고 있었구나. 좋아. 내가 지금 배가 너무 고프고 피도 흘리지만 널 죽일 힘은 남아있지. 내가 죽기 전에 널 먼저 죽여버리겠다.”


곧 두 사내는 뒤엉켜서 서로의 병장기를 휘둘렀다.


- 챙강.

- 투칵.


내리치는 칼을 창대로 막았지만 낡은 창이라서 창대가 부러지고 말았다.

하지만 창대가 부러지는 그 순간, 창 사내는 부러진 창을 내던지고 재빨리 칼 사내의 몸을 향해서 돌진하더니 양팔로 칼 사내의 호리한 체구를 부여잡았다.

칼 사내는 몸뚱아리가 창 사내에게 붙잡히는 순간에 칼을 복부에 찔러넣었다.


- 푸욱


“크허억.”

“죽어라. 이 돌대가리야.”


덩치 큰 사내는 복부에 칼이 박혔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칼 사내를 바닥에 메다 꽂았다.


“에쿠”


칼을 쥐고있던 칼 사내가 바닥에 자빠지면서 그 바람에 복부에 박혀있던 칼날도 빠졌다.


- 챙그랑


칼은 바닥에 한 번 튕기며 아궁이 쪽으로 날아갔다.


씨름처럼 뒤엉킨 사내들.


그리고 부러진 창.


- 드르르


부러진 창이 소년의 눈 앞으로 굴러왔다.

소년은 손을 뻗어 부러진 창을 쥐었다.


바닥을 구르며 엉겨붙어 싸우던 두 사내는 시간이 흐르자 칼 사내가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손가락으로 창사내의 부상당한 옆구리를 후벼팠던 것이다.

덩치 큰 창 사내를 밑에 깔고 주먹질을 날렸다.


어린 조운은 부러진 창을 쥐고 싸우는 사내들에게 다가갔다.

부러진 창이였어도 폭행을 당해 만신창이가 된 열 살 소년이 들기에는 벅찼다.

창을 질질 끌고 사내들에게 다가갔다.

창날이 바닥에 질질 끌려서 마찰음이 생겼지만 칼 사내는 밑에 깔린 동료를 주먹으로 두들겨 패느라 눈치를 채지 못했다.


힘을 쥐어짜서 창을 들고 칼 사내의 등허리를 찔렀다.

불의의 기습을 당한 사내는 자신의 가슴 밖으로 튀어나온 창날을 내려다봤다.

창은 등에서부터 심장을 관통해서 가슴밖으로 살짝 삐져나와있었다.

그 삐져나온 창끝을 통해서 피가 뚝뚝 밑에 깔린 덩치 큰 창 사내의 얼굴 위로 떨어졌다.


소년 조운이 처음으로 창을 잡은 날이였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은 밥 한덩이, 곡식 한 자루를 차지하기 위해 벌어진 일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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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타임포탈이 열리고 (2) 19.08.23 33 0 13쪽
17 타임포탈이 열리고 (1) 19.08.22 40 0 13쪽
16 장판파의 요괴 (8) 19.08.21 30 0 13쪽
15 장판파의 요괴 (7) 19.08.20 26 0 12쪽
14 장판파의 요괴 (6) 19.08.19 30 0 14쪽
13 장판파의 요괴 (5) 19.08.17 29 0 14쪽
12 장판파의 요괴 (4) 19.08.16 45 0 12쪽
11 장판파의 요괴 (3) 19.08.15 29 0 12쪽
10 장판파의 요괴 (2) 19.08.15 43 0 12쪽
9 장판파의 요괴 (1) 19.08.14 57 0 13쪽
» 생존의 길 (2) 19.08.13 39 0 12쪽
7 생존의 길 (1) 19.08.10 37 0 13쪽
6 내 이름은 조자룡 (2) 19.08.06 36 0 13쪽
5 내 이름은 조자룡 (1) +1 19.08.03 51 1 12쪽
4 호기심 많은 신병 (3) 19.08.02 56 0 12쪽
3 호기심 많은 신병 (2) 19.08.01 61 0 12쪽
2 호기심 많은 신병 (1) 19.08.01 80 0 12쪽
1 여긴 어디? 우리는 누구? +2 19.07.31 21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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