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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는꽈리 님의 서재입니다.

원더랜드의 자룡과 하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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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는꽈리
작품등록일 :
2019.07.31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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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4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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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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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장판파의 요괴 (1)

DUMMY

칼 사내는 절명했다.

그 옆에서 덩치 큰 사내가 피떡이 되어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날 죽여라. 꼬마야. 내가 비록 돌대가리지만 죽음을 구걸하는 겁쟁이는 아니야.”


어린 조운이 말없이 사내를 노려봤다.

소년 옆에는 소녀가 매미처럼 달라붙어서 두려운 눈으로 죽어가는 창 사내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래도 이 말은 하고싶다. 꼬마야.”

“......”

“미안하다. 쿨럭... 아 배가 너무 고파서 머리가 다 어지럽네.”

“피가 빠져나가서 어지러운거야. 이 돌대가리 아저씨야.”

“흐흐. 내 몸은 바위처럼 튼튼한데 유일한 약점이 위장이야. 배가 고프면 멍청한 머리가 더 멍청해지거든. 처음엔 곡식만 가져갈라구 했던건데... 이 꼬라지가 되버렸네. 젠장.”


소년은 짐을 챙겨서 소녀와 함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사내는 천천히 죽어갈 것이다.


문득 문이 다시 열리면서 어린 조운과 소소가 집안으로 들어왔다.

아이들은 죽은 칼 사내의 옷을 찢어서 덩치 큰 창 사내의 상처에 붕대를 감아 지혈을 시켰다.


“뭐.. 뭐하는거냐, 니들...”


묵묵히 붕대를 다 감고는 곡식 자루에서 얼마간을 덜어서 남자 옆에 놔뒀다.


“피 흘리면서 죽어가겠지만 굶지는 말라구요.”

“... 뭐?”

“우리도 배고픈게 뭔지 잘 알거든요.”


놀란 눈으로 소년과 소녀를 바라보던 사내가 말없이 눈을 감았다.

감은 눈꺼풀 아래로 물기가 배어나와서 속눈썹을 적셨다.

물기 젖은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살던 죽던 그건 돌대가리 아저씨의 운이야. 하지만 혹시라도 살아나면 우리 소소한테 고마워하라구. 이 얘가 날 설득시킨 거니까.”


소년과 소녀는 다시 집밖을 향해서 문을 열고 나갔다.


소년은 곡식자루를 봇짐처럼 만들어서 을러매고 한 손에는 부러진 창을, 한 손에는 어린 미소의 손을 꼭 잡고 다시 걸었다.

광종성을 향해서.


마침내 당도한 광종성.

그곳에서 미소는 헤어졌던 부모와 만날 수 있었다.


“오빠, 우리랑 같이 지내면 안돼?”

“난 이제부터 형을 찾을거야.”

“그럼 오빠의 더 큰 오빠를 찾으면 다시 여기서 만나자. 날 만나러 와줄거지.”


자룡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예상보다 빨리 자룡은 다시 광종성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예상치 못하게 광종성의 풍운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게 된다.

청강검과 무당의 피가 어우러지는 황건당의 멸망이라는 풍운 속을 어린 미소와 함께.


광종성의 풍운을 뚫고 나온 뒤 자룡과 미소는 헤어지지 않고 오누이처럼 쭈욱 시간을 함께 보냈다.




* *


추격을 당하는 와중에도 화목함이 배어나오는 유비 진영에 비해 그들을 추적하고 있는 조조쪽은 편치가 않았다.


각 부대의 상급 장수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 대형 막사에서는 고성이 터져나오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말리지 않았소. 선봉대의 장수로 하후은은 무리라구.”


조조군 제1군의 지휘관을 맡고 있는 조홍이 탁자 건너편에 앉아있는 상대를 향해 언성을 높였다.

조홍의 맞은편에는 하후은의 숙부들인 하후돈, 하후연이 있었다. 그들은 제3군을 지휘하는 장수들이였다.

하후씨 일족 옆으로는 조조군 제4군을 담당하고 있는 우금과 이전이 보였다.


열을 내고 있는 조홍의 우측에는 조홍과 함께 1군을 지휘하는 조인이. 조홍의 좌측에는 2군을 담당하고 있는 장료와 장합이 함께하고 있었다.


막사 안 상석으로 보이는 자리.

바로 승상 조조의 자리는 비어있었다.


장수들이 앉아있는 자리의 배치만으로도 세력의 모양새가 드러났다.

조조군 내부에서는 병권을 놓고 대립하는 두개의 세력이 존재했다.

조조의 친인척 세력 조인, 조홍이 그 하나요.

조조의 죽마고우 세력 하후씨 일족이 그 하나였다.


조조는 상황에 따라서 두 세력에게 번갈아 가며 힘을 실어주고 있었기에 어느 한 세력이 병권을 장악하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유념했다.


두 세력은 조조의 손아귀 안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늘 능력있고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고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려 노력했다.

또한 그렇게 편입시킨 인재에게 성공의 기회를 주기위해 힘을 실어줬다.

그렇게 발굴하고 편입시킨 인재가 군사적으로 성공을 하면 각자의 세력에게도 이점이 되지만 조조군 전체로 놓고 봐도 군전력의 상승을 불러왔다.


두 세력을 이용한 병권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서 조조는 자신의 군대를 일신우일신 발전 개량시키고 있었다.

이러한 조직 관리는 조조를 비교적 빠른 시일 안에 중원의 패자로 변모시켰던 여러 중요 요인 중에 하나임은 분명했다.


유비의 양양을 공략하기 전,

이듬해에 있었던 오환 공략 과정에서는 조인을 비롯한 조조의 친인척 세력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그리고 유비 공략에는 하후씨 일족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그 결과 잠재적 가능성은 높이 평가받았지만 아직 실전 경험은 일천하기 짝이없는 햇병아리 하후은에게 선봉대의 중임이 맡겨졌었다.


조인측에서 힘을 실어줬던 허저를 밀어내고 하후씨 일족이 이뤄낸 쾌거였다.

하지만 그 쾌거가 이제 하후씨 일족을 발목을 잡게 생겼다.

망할 하후은 자식.

하후가문의 기대를 박살낸 것도 모잘라 가문에 똥칠을 퍼부은 셈이였다.


가문에 똥을 뿌린 하후 가문의 기대주 하후은은 장수들이 탁자를 중심으로 마주보고 있는 자리에서 탁자 끝 땅바닥에는 무릎을 꿇고 죄인의 자세로 고개를 숙인 채 조홍의 고함 소리를 조용히 감내하고 있었다.


“허저를 선봉대 장수로 앉혔으면 이런 낭패를 보지는 않았을거요.”


평소 언행이 신중하고 무거운 조인이 허저를 언급했다.


“조사를 마쳤는데 생각보다 피해가 크지는 않더이다. 조인장군.”


역시 하후씨 일족중에서 언행이 신중한 하후돈이 조인의 말을 받았다.

성정이 불같은 조홍과 맞댓거리를 피하고 말이 통하는 조인과 사태 수습을 조율하려는 의도였다.


“뭐 피해가 안 커? 야 자기들 똘마니 시켜서 피해 규모를 축소했겠지. 가재는 게편인데.”


조홍이 거친 성정 그대로가 묻어나는 거친 말투로 하후돈을 향해 또 다시 언성을 높였다.


“뭐야. 이거 상황이 이래서 국으로 닥치고 있으려고 했더니 조홍 장군 아주 말을 아주 막하시는구만.”


불같은 성질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하후연의 입이 터졌다.


“막하다니. 막하다니. 그 무슨 시정잡배같은 말투를...”

“우리 하후돈 형님이 공, 사 구분이 철저하고 일처리에 사심이 없음은 조홍 그대가 더 잘 알지 않느냐!”

“장계를 살펴보니 피해 규모는 크지 않소. 우리 조조군 50만 대군에게 그 정도 피해야 조족지혈이지요.


조인이 하후돈을 편드는 말을 꺼냈다.


“옳커니. 역시 조인 장군께서는 현명.....”


하후연이 냉큼 반색을 하며 말했다.


“허나.”


하지만 조인이 하후연의 입바른 칭찬을 자르며 자신의 의견을 이어나갔다.


“선봉대가 입은 피해 규모의 대소 여부를 떠나서 선봉대가 도망가는 유비군에게 기습을 당했다는 그 자체가 우리 조조군의 사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거요.”

“.....”

“비록 유비군이 도망중이라고는 하나 현재 입수된 첩보를 통해서 알려진 바는 유비군이 인근 지역의 백성들 중에서 장정들을 흡수하여 십만에 이르는 군세를 확복했다고 합니다.”


조인이 새로 입수된 첩보를 공표하자 막사안에는 장수들의 술렁거림이 퍼져나갔다.


“시...십만... ”

“이 단기간에?”

“유비 그 자는 하여간에 사람 끌어모으는 재주 하나는 인정 안 할 수가 없구만.”


유비를 따르는 십만의 피란민을 조조군 내부에서 십만의 병력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정보의 유통이 원할하게 이뤄지지 않는 고대이기에 상대방의 군세를 오판하는 일은 왕왕 벌어지는 상황이였다.


하지만 지금 조조군내에서 조인의 왜곡된 첩보는 고대세계에서 흔히 벌어지는 정보의 전달과정에서 발생한 실수가 아니였다.

제갈공명이 유비의 밀명을 받아 손권에게 가기 전에 공명은 한가지 수를 썻다.


조조군의 추격을 늦추기 위한 계책.


그것은 낮에 유비군을 정찰했던 적의 척후는 반드시 추격해 전멸시키는 것.

밤에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유비 진영의 모닥불 숫자만 파악하고 물러나는 조조군의 척후는 일부러 놓아줄 것.

그리고 간자들을 풀어서 인근 지역의 남성들이 자원입대를 하고 있다는 헛소문을 퍼뜨려 조조 진영에 흘러들어가게 할 것.



공명의 이 계책을 통해서 오인된 첩보를 입수한 조조군은 조심스럽게 추격을 하다보니 그 행군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지고 있었다.


물론 십만 병력이 충원됐다는 그 정보를 완전 신뢰할 수는 없었기에 조조 진영의 내부에서도 첩보의 진위를 놓고 설왕설래가 오가는 와중에 하후은의 선봉대가 기습 타격을 입었다.


이것이 유비군이 십만 병력을 충원했다는 정보를 신뢰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버렸다.

믿는 구석이 있으니 도망가는 중에도 반격을 시도한 것이지.


“십만 병력이라도 해도 급조된 병사들이외다. 오합지졸이라는 말이지. 걱정할 것이 못되오.”


하후돈이 애써 정보의 가치를 폄하했다.

조인의 의도에 휘말리면 하후은은 정말 큰 죄를 지은 것이 되버리기에.


“왈가왈부할 것 없소. 이 하후연이 제3군을 휘몰아가서 당장 유비의 그 십만 오합지졸을 격파해보이겠소. 조인, 조홍 장군 당신들은 여기 앉아서 걱정이나 하시구려들.”

“뭣이. 누가 그따위 유비군을 걱정한다고 그래. 하후연 장군 당신이 관우 장비를 이길 수나 있어?”


조홍이 발끈. 조조 본대는 아직 제갈공명과 관우가 부재중이라는 정보가 없었다.


“이 작자가 지금 뭐라고 조동아리를 놀리는게야!”


“작자라니. 작자라니. 이 자식이 어디서 감히.”


아, 격해진다.

막사 안의 장수들은 또 시작이로군 하는 표정이 되며 슬슬 좌불안석이 되어갔다.

장수들의 반응으로 보아 이런 작태를 한 두번 연출한 게 아닌 듯 싶엇다.

조홍과 하후연 저 둘의 불같은 성미를 막을 사람이 이 막사 안에는 없었다.


장료가 장합에게 귓속말을 했다.


“이거 좀 있으면 바위가 나오겠군요.”

“그러면 시냇가가 뒤를 따르겠지요.”


바위? 시냇가? 이게 뭔 소리일꼬?

둘은 선문답을 나눈 뒤 탁자 앞에 놓인 차를 들어 마셨다.

건너편의 우금과 이전도 속내가 비슷한 듯 역시 찻잔을 들었다.


“이 자식? 그래 너 말 잘했다. 장비를 두들겨패기 전에 너부터 나한테 좀 맞아야겠다. 어린시절 너럭바위 위에서 나한테 얻어맞던 기억이 새록새록 해질 때까지 패주마.”


아, 바위.

빙둘러 앉아서 놀기 좋은 너럭바위.


“웃기고 있네. 너럭바위에서 내가 언제 너한테 맞았느냐. 그냥 내 얼굴에 니 주먹이 좀 스쳤을 뿐이지. 니가 나한테 멱살 잡혀 시냇가에 쳐박힌 채로 배터지게 물 처먹은 건 기억이 안나드냐.”


아, 시냇물.


조홍과 하후연을 제외한 막사 안의 장수들 귓가에 너럭바위 아래를 휘감아도는 시냇물의 졸졸 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야 이놈아. 그건 내가 조홍 너따위한테 당한 게 아니지. 그건.... 그건.....”


하후연이 울그락불그락 한 채로 말을 더듬었다.

이쯤에서 누군가 나서서 말려줘야 더 큰 화를 막을 텐데 감히 나서는 자가 없었다.


두 가문의 난장판을 제어할 수 있는 자는 조조 군영 내에서 딱 두 사람이 있었다.


한명은 곽가 봉효였다.

곽가는 나이는 어렸으나 재치어린 입담과 기행, 완벽한 술꾼의 자세를 보여줌으로서 저 두 가문의 패싸움과 화해의 끈적끈적한 난장판에 끼여들어 어느새 중재를 담당하곤 했었다.

하지만 천재적인 전략가 곽가는 이제 죽고 없었다.

작년 (207년) 오환 공략에서 풍토병을 얻어 객사하고 말았던 것이다.


곽가가 비명횡사한 뒤 저 두 가문의 난장판을 조율할 수 있는 사람은 이제 딱 한명이 남았다.

그는....


“묘재(妙才 - 하후연의 자)는 내 꾀에 당한 것이지. 그래서 자렴(子廉 - 조홍의 자)한테 멱살을 잡혀 물을 먹은것이야. 푸하하하하.”


막사의 차양을 제끼고 들어온 사내가 호탕하게 웃음을 날리며 쾌할하게 말했다.


남자가 들어오자 막사 안의 모든 장수들이 일제히 기립하였다.

당장에라도 서로의 멱살을 부여잡고 주먹을 날릴 듯 기세등등하던 하후연과 조홍도 그 남자 앞에서는 고양이 앞에 생쥐가 되어 얌전해졌다.


남자는 조조 맹덕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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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타임포탈이 열리고 (2) 19.08.23 33 0 13쪽
17 타임포탈이 열리고 (1) 19.08.22 40 0 13쪽
16 장판파의 요괴 (8) 19.08.21 30 0 13쪽
15 장판파의 요괴 (7) 19.08.20 26 0 12쪽
14 장판파의 요괴 (6) 19.08.19 30 0 14쪽
13 장판파의 요괴 (5) 19.08.17 29 0 14쪽
12 장판파의 요괴 (4) 19.08.16 45 0 12쪽
11 장판파의 요괴 (3) 19.08.15 29 0 12쪽
10 장판파의 요괴 (2) 19.08.15 43 0 12쪽
» 장판파의 요괴 (1) 19.08.14 58 0 13쪽
8 생존의 길 (2) 19.08.13 39 0 12쪽
7 생존의 길 (1) 19.08.10 37 0 13쪽
6 내 이름은 조자룡 (2) 19.08.06 36 0 13쪽
5 내 이름은 조자룡 (1) +1 19.08.03 51 1 12쪽
4 호기심 많은 신병 (3) 19.08.02 56 0 12쪽
3 호기심 많은 신병 (2) 19.08.01 61 0 12쪽
2 호기심 많은 신병 (1) 19.08.01 81 0 12쪽
1 여긴 어디? 우리는 누구? +2 19.07.31 21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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