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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는꽈리 님의 서재입니다.

원더랜드의 자룡과 하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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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는꽈리
작품등록일 :
2019.07.31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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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2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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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판파의 요괴 (7)

DUMMY

피칠갑을 한 채 지옥의 문을 열고 다가오는 듯하는 자룡의 모습을 보며 병사들이 술렁거렸다.


심약한 사람의 눈에는 그 모습이 어떤 공포심을 자극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하후돈은 수많은 전투를 뚫고 살아남은 일기당백의 장수.

하후돈이 보자니 사람잡아먹는 요괴나 저승사자라기보다는 전쟁 공포증으로 실성한 미친놈쪽에 더 가까웠다.

특히나 다가오는 적병의 시선이 그런 느낌을 주고있었다.

눈앞에 깔려있는 조조의 병사들은 안중에도 없어보였다.

뭔가를 찾는 듯 지향없는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생각에 잠기는 듯한 모습까지.

영락없이 실성한 자의 그것이었다.


하후돈은 여러 전쟁터에서 저런 병사들을 경험했었다.

칼을 든 상대와 마주 쳐서는 선 채로 오줌을 질질 싸는 놈은 오히려 양호한 편이다.

처음 당하는 공포를 그런식으로 몸으로 표현하는 병사들은 얼마안가서 전장에 적응했다.


문제는 아무 표현도 없이 담담하게 첫경험을 넘기는 자들이였다.

사람의 근육과 장기를 파고드는 칼의 감촉을 손으로 처음 느끼고 처음 피맛과 냄새를 맡고 처음 죽음의 날카로운 비명을 경험하는데 무반응이라.

무반응을 보이는 자들의 앞날은 둘중 하나다.

승승장구하여 장수가 되거나 조만간 누적된 공포가 터져서 광증에 걸리는 미친놈이 되거나.


"실성한 놈의 창끝이 매섭긴하지."


하후돈이 요괴의 실체를 파악하고는 냉소했다. 조카 하후은의 경쟁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기우였다.


하후돈에게서 실성한 놈 취급을 받는 병사는 조자룡이었다.

과연 자룡은 하후돈의 눈썰미대로 눈앞에 밀집해있는 조조의 병사들을 보고있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저 병사들 너머 혼란의 전쟁터 어딘가를 헤메고 있을 미소의 마차를 찾고있었다.


"여기도 없구나."


자룡은 맥없이 뇌까렸다.

사라진 마차의 흔적을 찾아헤메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조조의 본진이 위치한 언덕 바로 밑에 마을까지 와버렸다.


언덕에 깃발이 보였다.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은 조조가 거기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하지만 저 언덕으로 올라간다는 것은 호랑이 아가리에 무방비로 머리를 들이미는 꼴이 될 터.


조조의 병사들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건 안중에도 두지않고 말머리를 돌리려던 자룡은 문득 저 위치에서 아래를 굽어보면 미소의 마차가 어디쯤에 있는지 찾기가 훨 수월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몇시진 전의 상황이 다시 떠오르면서 안타까움이 밀려들었다.




* *


처음 마주친 추격조와 지원군을 뚫고 나간 뒤에 얼마를 달리고나자 갈림길이 나왔다. 과연 마차의 수레바퀴 흔적이 아직 지워지지 않은 상태였다.

곧장 그 흔적을 쫓아 말을 달렸다.


멀리서 미소의 마차가 보였다. 그 마차를 둘러싸고 공격하는 조조의 기마대 몇명도 함께 보였다.

그 방향으로 박차를 가하는 순간에 숲 옆의 길에서 또 다른 지원군이 등장했다.

그 지원군은 ‘순우도’ 부대였다.


길을 막고 서 있는 순우도를 단 일합에 제거했다.

남은 병사들은 저절로 길이 갈라졌다.


자룡은 그렇게 다시 미소의 마차를 쫓아갔다.

얼마쯤 달렸을 때 마차의 꼬랑지가 다시 자룡의 시야에 들어왔다.

하지만 조조의 또 다른 기마병들의 모습도 보였다.

파발마의 연락을 받고 황급히 달려오던 중이였다.


숲 옆길에서 튀어나온 조조의 지원군 그 뒤 너머로 미소의 마차가 사라지고 있는 광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쫓아야하는데 지원군이 앞을 가로 막아섰다.


“아무도 해치지 않겠다. 길만 비켜다오.”


자룡의 절박한 심정이 저도 모르게 육성으로 터졌던가.

조조 병사 몇명이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


“어이쿠 길을 비켜달라시네.”


“저 한놈이 우리 수백을 살려주신다니 이런 감읍할데가 있나그려.”


빈정거리고 비웃는 조조의 부대 사이로 질풍처럼 달려서 조조 지원군 기마대를 둘로 갈라버렸다.

햇살에 반짝이는 창날만 보이고 창을 휘두르는 사람의 형체는 그 휘황찬란한 창날의 기세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았다.

마치 창에 영혼이 붙어있어 저 혼자 춤을 추는 듯이 보였다.

거의 다 뚫었을 즈음... 미소의 마차에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이 보였다.

그 안타까움이 창날의 기세에 헛점을 만들었을까.

어디선가 날아온 창이 조자룡의 창막을 뚫고 타고있던 말의 앞발 가슴께를 찔렀다.

말이 고꾸라지면서 자룡도 땅에 굴렀다.

어디선가 날아온 창이 조자룡의 창막을 뚫고 타고있던 말의 가슴께를 찔렀다.


-키히잉


자룡의 군마가 고통스런 울음을 토했다.

말이 고꾸라졌다.

자룡도 땅으로 굴렀다.



자룡은 자신의 상처나 말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고개 돌려 시야에서 사라져가는 미소의 마차를 봐라봤다.

니가 울기 전에 당도할 수 있었거늘, 기어이 자신의 앞길을 막아세운 조조의 병사들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말에서 굴러 바닥에 착지할 적에 부러져버린 창을 버리고 청강검을 들었다.


귀신같은 창솜씨에 순식간에 부대가 둘로 갈라져버렸던 조조의 병사들은 창 대신 검을 치켜세운 자룡을 보며 창보다야 저 검이 상대하기 쉽겠지, 안도하며 달려들었으나 자룡이 휘두르는 일격에 그 기대는 무너졌다.

창보다 더 무서웠다.

자룡이 휘두르는 검날에 닿자마자 창들이 두동강이 나버렸다. 자룡 역시 청강검의 위력에 혀를 내둘렀다.


주춤거리는 병사들을 뒤에서 독려하는 장수를 향해 질풍처럼 달려가서는 일격에 목을 날려버렸다. 목이 날아가버린 장수의 창을 집어들고 청강검을 검집에 다시 꽂아넣었다.

빼앗은 창을 병사들을 향해 겨눈 채 어정쩡하게 서있는 병사들을 눈으로 한 번 흝어보자 겁먹은 병사들이 저마다 이삼보씩 뒤로 물러났고 지휘관을 잃어버리고 기가 질린 조조의 병사들은 아무도 자룡을 길을 막겠다고 나서는 자가 없었다.


자룡은 마차의 뒤를 쫓아갔지만 이미 미소가 탄 마차는 사라지고 없었다.

목뒷덜미에 화살에 꽂힌 채로 싸늘히 식어버린 부장의 시체와 마부의 시체 그리고 조조 기병들의 시체만 발견했을 뿐이였다.

마차가 지나간 길 역시 수많은 피난민들의 수레바퀴와 말발굽 그리고 조조 병사들의 말발굽이 뒤섞여 마차가 어디로 향했는지 방향조차 가늠할 길이 없었다.


불길한 상상이 자룡의 머리속을 휘젖기 시작했다. 조조 병사들에게 생포당해서 몹쓸 짓을 당하지는 않았을지, 저항하다가 병사들의 화를 돋궈서 죽임을 당하지는 않았을지 꼬리를 물고 마음을 잠식하는 불길함을 떨치기 위해 자룡은 말을 달리고 또 달렸다.


어디선가 아이 울음 소리가 들렸다.

피난민의 갓난애였다.


조조의 몇몇 병사들이 젊은엄마의 품에서 애기를 억지로 떼어놓자 자지러질 듯이 울어대고 있었고

다른 몇몇은 피난민의 수레에서 돈 될만한 물건을 뒤지느라 여념이 없었다.

저 아기엄마는 이제 곧 험한 꼴을 당할 것이고 피난민들은 짐 안쪽 깊숙이 숨겨놓은 살림밑천을 털리게 되겠지.

이 곳 당양들판과 마을 곳곳에서 이런 비극이 벌어졌거나 벌어지고 있거나 벌어지게 될 것이다.

개인의 힘으로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자룡은 병사들이 자신을 발견하기 전에 자리를 뜰려고 했다. 그에게 시급한 일은 피란민의 안전이 아니라 아두와 감부인, 미소의 구출이라고 스스로를 닥달했다.

하지만 샛길로 빠지려는 말머리를 이내 되돌리고 말았다. 마춤한 핑계거리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애기와 엄마를, 피란민들을 구하느라 늦었다고 하면 분명히 미소가 좋아해줄거라는 핑계거리.

거기에 애기 엄마가 자룡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절박하게 외쳤다.


"살려주세요!"


외면하고 갈 수 없는 상황이 되버렸다.

절박한 구조신호까지 받았는데 이런 걸 외면해버리면 미소한테 혼날 것이 분명했다.

젊은 애기 엄마는 '살려달라' 두번 외칠 필요도 없었다.

살려달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룡이 말을 달려 병사들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무방비로 있다가 자룡에게 혼쭐이난 조조의 병사들은 시체 너댓구를 남겨놓고 허겁지겁 달아났다.


피난민들이 허리숙여 포권을 취하며 감사인사를 올렸다.


"나 말고 저 아기한테 감사해하시게들. 저 아기의 울음소리가 그대들을 살린것이니."


눈치빠른 피난민 중의 남자가 말했다.


"장군님 혹시 귀부인들이 탄 마차를 찾고계시는...."

“봤는가? 어디로 가던가?”


남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룡이 다그쳤다.

남자가 마차가 향한 방향으로 손을 가리켰다.


‘미소가 웃음지을 일을 행하니 복이 따르는구나.’


남자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말을 몰았다.


남자가 가리킨 방향으로 말을 달리자 과연 마차 한대가 보였다.

하지만 마차는 이미 조조군의 병사들에게 포획된 상태였다.

조조군 장수 한명이 포획한 마차를 인솔하고 있었다.


자룡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게 섯거라!”


질풍처럼 말을 달려 마차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자룡을 발견한 조조군의 장수 역시 창을 꼬나잡고 전투태세를 취했다.

자룡은 마차안에서 공포로 떨고있을 미소와 감부인, 아두를 안심시키기 위해 고함을 질렀다.


“큰마님! 여기 자룡이 당도하였습니다! 미소야! 내가 구해줄터이니 걱정말아라!”


자룡의 외침이 마차안에까지 들렸는지 마차의 들창이 열리며 젊은 여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자룡을 향했다.


“조자룡 백부장! 저희를 구해주세요!”


마차의 들창을 열고 구조를 요청하는 젊은 여자는 미소가 아니였다.

바로 유비의 여식이었다.


남자가 말했던 마차. 귀부인이 타고있었다는 마차는 바로 유비의 여식들이 타고있던 마차를 두고 한 말이였다.


자룡의 가슴에 실망감이 밀려들었지만 그렇다고 어찌 조조군에 사로잡혀 끌려가는 유비의 여식들을 외면할 수 있겠는가.

조자룡이 마차를 향해 대답을 하려는 순간, 다가온 조조군 장수의 창이 날아드는 통에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자룡의 말문을 막아버릴 만큼 마차를 인솔하던 조조군 장수의 일격은 날카로웠다.

사실 자룡은 방심하고 있었다.

여태 마주친 조조군의 장수들을 거의 다 일격에 제거했기에 지금 눈 앞의 장수도 그들도 비슷하리라 여겼는데 아니였다.


달랐다.

달라도 많이 달랐다.


“유비의 여식들을 구한다? 누구 마음대로.”

“......”

“고작 유비군의 백부장 따위가 내 창을 감당하겠느냐.”


창의 일격으로 보여준 무예.

말투와 행동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

이 자는 다르다.

이전에 마주쳤던 조조의 장수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나는 유비군의 백부장 조자룡이다. 그대는 누군가?”


자룡의 말에 조조군 장수가 코웃음을 쳤다.


“이제 곧 황천길을 가게 될 백부장따위가 내 이름은 알아서 뭣하랴.”


자룡은 싸늘한 눈빛으로 주변을 살폈다.

눈 앞의 장수.

그 장수 뒤에 마차를 끌고가는 이삼십명의 조조군.

힘든 싸움이 되겠군.


“크핫!”


-부웅


조조군 장수가 벽력같은 고함을 지르며 창을 휘둘렀다.


-챙강


자룡이 그 창을 맞받으며 역공을 펼쳤다.

안명과 순우도의 목을 일격에 꿰어버렸던 조자룡의 쾌속창술을 상대방은 노련하고 능숙하게 창대를 이용하여 흘려버렸다.


조자룡의 공격을 받아 본 조조군의 장수가 놀란 눈이 되었다.

공격을 받아내기는 했으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유비군의 백부장이라하여 무시하는 마음에 방심한 탓도 있었지만 살면서 이렇게 예리한 쾌속의 창술과 마주친 것은 처음이였다.


“유비군의 백부장 조자룡이라 했더냐?”


자룡이 고개를 끄덕였다.


“난 조조군의 장합(張郃)이다.”


장합, 이라는 말에 자룡은 속으로 흠칫 놀라고말았다.

뛰어난 지략과 병략을 갖춘 인물.

조씨 일족과 하후씨 일족이 휘어잡고 있는 조조 군부 내에서 같은 항장 출신인 장료와 함께 승승장구하고 있는 명장.

첫 일합을 겨룬 뒤 힘든 싸움이 되리라 예상했지만 적장의 이름을 듣는 순간, 자룡은 예감했다.


‘살아서 미소를 만나기 힘들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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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생존의 길 (1) 19.08.10 37 0 13쪽
6 내 이름은 조자룡 (2) 19.08.06 36 0 13쪽
5 내 이름은 조자룡 (1) +1 19.08.03 5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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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호기심 많은 신병 (1) 19.08.01 8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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