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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는꽈리 님의 서재입니다.

원더랜드의 자룡과 하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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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는꽈리
작품등록일 :
2019.07.31 19:49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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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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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01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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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많은 신병 (2)

DUMMY

광종성.

황건당의 본거지 역활을 했던 거점 지역.

황건당 장각, 장보, 장량 삼형제가 토벌당한 광종성.

광종성이 토벌된지 10년이 흘렀지만 이야기거리에 목말라하는 백성들은 마치 어제일처럼

떠들어대곤 했다.

광종성에는 이야기꺼리가 풍부했다.


주연은 단연 장각이였다.

별 볼일 없는 서생이 ‘태평요술서’ 라는 비급을 얻어서 비와 바람을 부리고 환자를 치료하고 각종 이적을 일으키며 썩어빠진 조정에 항거한다.

한때 나라를 위협할 정도로 성공을 거둔다.

그리고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황건당의 리더 장각은 민간 설화에 자주 등장하는 비운의 영웅, 딱 그 모습이였다.

게다가 도술을 부리지 않는가.

일반 백성들에게는 장각을 지지하든 미워하든 장각의 스토리 자체는 흥미진진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장각에 더불어 조조와 유비도 등장한다.

지금은 세상에 유명해진 장군들이 되었지만 십년전 광종성을 토벌할 당시에는 일반 백성들에게는 아직 무명에 가까운 일개 애국지사들이였다.

미래의 영웅들이 장각이라는 주연을 중심으로 어우러지는 이야기는 이


광종성의 궁궐로 쳐들어간 조조가 장각 삼형제를 죽였다는 것이 정설로 통했다.

하지만 그 정설에는 뭔가 미심쩍은 요소들이 존재했다.

소문과 의심이 그 미심쩍은 요소들 사이로 끼여들었다.


조조가 토벌한 것이 아니라 유비형제가 공을 세웠는데 조조가 가로챘다는 소문.

장각 삼형제가 서로 싸우다가 스스로 자멸했다는 소문.

조조, 유비 둘 다 공따위는 세우지도 못했고 조조측의 이름없는 소년 병사가 비밀 통로를 이용해서 궁궐로 들어가 장각의 목을 따버렸다는 소문.

요술을 부릴 줄 아는 장각이 청강검에 주문을 걸었다가 오히려 청강검에 목이 꿰뚫렸다는 소문.


각종 소문이 저잣거리로 흘러들어갔다.

이 소문은 조조를 지지하는 사람들,

유비를 응원하는 사람들.

여전히 황건당을 마음에 품고 있는 사람들.

요술과 사술에 매료된 사람들.

그저 재미나는 이야기꺼리에 끌리는 사람들 등등에 의해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서 선별, 각색되어 퍼져나갔다.

광종성에서 퍼저나온 이야기들중에 백성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대목이 바로 청강검과 관련된 설화들이였다.


귀신들린 검.

주인 잡아 먹는 검.

밤이면 저 홀로 달빛아래 춤을 춘다는 검.

청강검.


조조 선봉대의 병사들은 대부분 광종성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선발 된 병사들이라 오늘 처음으로 ‘청강검’의 전설을 들어봤다.

그들 입맛에도 청강검 이야기는 꽤나 재미가 있었는데..


지금 눈앞에 바로 그 청강검이 나타난 것이다.


신병이 건네준 검에 새겨진 검명을 떠듬거리며 노병이 읽어내려가자 주위에 몰려있던 병사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해졌다.


“청강... 이라구? 이 검이 청강검이라구?”


한 병사가 노병과 검을 번갈아 바라보며 되물었다.

노병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다른 한 병사가 노병의 옆으로 다가갔다.

그는 대뜸 노병의 손에 들려있는 검의 검명을 확인했다. 글을 읽을 줄 아는 병사였다.


“청강이라구 쓰여있는데.”


문자를 아는 병사가 확인을 시켜주자 일순간 주변 병사들의 표정이 멍해졌다.

잠시 정적이 흐르는가 싶더니


“우하하하”


병사들은 다들 폭소를 터뜨렸다.


“야 대단하다 대단해.”

“신병 이거 완전 사기꾼이네.”

“그러게말야. 야 이놈아 이걸로 어느 눈 먼 놈 등을 쳐먹을라구 이따위 검명을 새겼어.”

“이거 하후은 장군한테 들키기라도 하면 곤장 맞아야하는거 아닌가.”

“엉덩이에 불이 나봐야 정신차리지.”


저희들끼리 신병을 손가락질하며 비아냥댔다.

그중 한 병사가 신병을 향해 으름장을 놓았다.


“이놈아. 이딴 가짜 검으로 사기칠 생각하지 말고 칼이라도 한 번 더 휘둘러라. 그게 니 목숨을 지켜주는게야.”


신병은 무표정한 얼굴로 대꾸했다.


“그거 진짠데...”


신병의 대답을 듣고는 병사들이 다시 비아냥거렸다.


“그래 근성있다. 거짓말도 근성있게 밀어붙이면 참말처럼 들리기도 하드라.”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거짓말치는 걸 보니 어디가도 굶어죽지는 않겠네.”


한 병사가 염소 수염 병사를 불러서는 그에게 검을 보여주며 말했다.


“자네가 청강검에 잘 아는 듯 하니 한 번 보게. 이게 진짠가 가짠가.”



염소 수염 병사가 다가와서는 검을 요모조묘 살펴봤다.


“이건.....”


염소 수염 병사가 입을 떼자 모두 그를 바라봤다.


“.... 가짜야.”


그 말이 확정판결이라도 되는 듯 병사들이 다시 폭소를 터뜨리며 신병을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청강검은 검날에 푸르스름한 검기가 은은히 흐른다고 했는데 이건 그냥 평범한 검이야.”


염소 수염 병사가 부연 설명을 했다.

그 말을 듣고 신병이 억울하다는 듯 항변했다.


“푸르스름한 기운은 없어도 검은 진짠데...”


그러자 염소 수염 병사가 검을 잡고는 칼날을 공중으로 들었다.

칼을 내려치려는 자세다.

웃고 떠들던 병사들이 일제히 칼을 허공으로 들어올린 염소 수염 병사를 바라봤다.


“내가 듣기로 진짜 청강검은 나무토막도 두부 자르듯 한다더군. 이렇게 한번 휘두르면...”


염소 수염 병사가 말을 하면서 동시에 칼을 내리쳤다.

휴식을 취하기 전 병사들이 만들어 놓은 목책을 향해서.


“휙”

“싹둑”


거짓말처럼 목책이 잘려버렸다.


“.....이렇게 두부처럼 잘린다고 하더구먼......”


두부처럼 잘려나간 목책을 보며 염소 수염 병사가 중얼거렸다.

잘려나간 목책을 보며 모여있던 병사들의 웃음소리가 뚝 그쳤다.

고요한 적막이 그곳에 흘렀다.


염소 수염 병사의 중얼거림 이후로 아무도 말을 하는 자가 없었다.


“툭”


검에 잘린 목책이 기우뚱하다가 바닥으로 툭 쓰러졌다.

목책이 땅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병사들의 귀에는 망치소리처럼 크게 울렸다.

그 소리를 자기들의 머리통이 땅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로 착각하는 병사도 있었다.


다들 이 상황을 어찌해야할지 모르고 서있기만 하는데

이때 선봉대의 부장이 나타났다.

이십대 후반의 부장은 하후은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사이에 선봉부대를 실질적으로 지휘하며 행군을 이끌고 있었다.

그래서 부대의 병사들 중에는 부장을 선봉대의 지휘관으로 오해하고 있는 자들도 꽤 있을 정도였다.

그가 신병 쪽으로 다가오더니 공손하게 예를 취하며 말했다.


“장군 여기서 무얼 하십니까? 한참을 찾았습니다.”


검이 목책을 잘라버린 이후로 제발 이 떠벌이에 호기심 많은 신병이 하후은이 아니기를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었지만 현실은 잔인했다.


부장을 통해서 이 신병이 자신들의 대장 하후은이라는 것을 빼도박도 못하고 확인당하는 병사들.


방금 전까지도 익살스런 장난끼와 호기심이 뚝뚝 떨어져내리던 신병의 눈이 냉혹한 찬바람이 불어제끼는 장군의 눈으로 변했다.

병사들은 자신들을 쏘아보는 서릿발 눈빛에 간이 쪼그라들어 모두 땅에 엎드려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하후은 옆으로 다가온 부장이 병사들을 보며 엄하게 질책했다.


"이놈들 내 다가오며 듣자하니 언행이 참으로 방자하더구나. 장군을 몰라뵙고 무례를 저지르고 유언비어로 군기를 어지럽혔다.“


부장이 하후은을 보며 말했다.


“이놈들을 모두 참수형에 처해서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마땅할 것입니다."


참수형이라는 말에 부복한 병사들이 일제히 ‘장군님 살려주십시요!’ 부르짖었다.

하후은은 손에 쥐고 있던 청강검을 높이 치켜드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유비군을 추격하는 고된 행군과 진영 구축의 노역에 지쳐있던 병사들이 휴식을 취하며 짧게나마 온기가 감돌던 자리는 엄동설한의 동토로 변했다.


냉기가 닿았던 자리에 칼날이 떨어지면 누군가의 목도 떨어질 것이다.

땅에 넙죽 엎드린 병사들은 목이 떨어질 그 누군가가 자신이 되지 않기를 기도하며

울면서 벌벌떨었다.


혹 기개있는 자가 병사들 중에 섞여있었다면 무릎을 털고 일어나 하후은을 향해

외쳤을지도 모른다.


병졸들이라고 어찌 장군의 얼굴을 다 기억할 것이며 설혹 모르는 상태로 농을 좀 치고 웃었기로소니 그 죄가 참형이라면 부당하지 않는가, 라고.


그러나 엎드린 병졸들 중에서 감히 나서는 자는 없었다.


그들은 울면서 악운이 비껴가기만을 바랬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기에 오늘 이자리까지 목숨줄을 부지해 올 수 있었다.


악운을 비껴가던 행운이 오늘 여기서 끝날 수도 있겠지만 평소에 없던 기개를 쥐어짜내느니 미약하나마 여지껏 기대어왔던 얄팍한 행운에, 권세있는 자의 관용에 의지하는 편을 택했다.


마음을 그리 먹어 그런겐지, 얄팍한 행운에 또 기대야하는 처지가 새삼 서러워져 그런겐지, 부지불식간에 엎드린 병졸들 사이의 울음소리는 더 커지고 애처로와졌다.


그와중에 노병은 슬쩍 하후은의 눈치를 살폈다. 겁만주고 끝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그러나 하후은의 검기만큼 싸늘한 눈빛을 보며 기대를 접었다.


아마 자신의 목이 제일 먼저 떨어지리라.


나잇값도 못하고 장비가 어쩌구 저쩌구 하후은 따위는 하룻강아지내 어쩌내 입방아를 찧었으니.


노병은 지난날이 찰나처럼 눈앞을 지나갔다.

먼저 전쟁터에서 죽어간 동료들과 고향친구들이 생각났다.


노병과 고향친구들은 황건적이었다.


봉기에 가담하는 무슨 거창한 이유 따위는 없었다. 그저 배가 고팠고 때마침 옆 마을에서 황건적 봉기가 일어났고 배불리 먹을 세상을 만들어준다해서 그들을 따라 나섰다.

하지만 황건적 생활도 배고프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러다 조조군에 사로잡혔는데 당연히 자신들을 죽일 줄 알았던 조조는 사형 대신에 땅을 내렸다.


한나라 조정도 못해주고 황건적 장각도 못해주던 땅을, 먹고 살수 있는 전답을 조조가 하사해주었다.

처음으로 굶주림에서 벗어났고 배고파 우는 자식들의 울음소리가 그쳤다.


노병은 조조를 위해서라면 불구덩이에 들어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헌신했다.

그런 그와 그의 고향친구들, 동료들을 사람들은 청주병이라 부르며 조조의 최강 정예부대라고 칭송했다.


그렇게 청주병이 되어 조조 부대의 깃발을 따라다니며 십년 넘는 세월을 전쟁터에서 누볐는데, 이렇게 부대장의 험담을 늘어놓다가 군율로 참형에 처해지는 꼴을 당하게되다니. 참으로 혓바닥이 원수였다.

하후은의 눈빛을 보고 난 뒤 살기를 포기했지만 노병은 이런 꼴불견으로 자신의 삶을 마무리하고 싶지는 않았다.


“장군! 소인의 얘기를 한번만 들어주십시오.”


하후은이 말없이 노병을 내려다봤다. 여전히 청강검을 들어올린 자세였다.

차가운 눈빛은 어떤 말로 애원을 해도 들어줄 것 같지가 않았다.

저 냉혹한 사내가 방금전까지 병사들 틈에서 시시덕거리던 남자였다니. 눈으로 보면서도 믿겨지지가 않았다.


“살려달라는 말이 아닙니다. 그냥 적과 싸우다 죽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전투의 맨 앞줄에 저를 세워주십시오. 맨 앞줄에서 맨 먼저 적에게 달려가겠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죽겠습니다, 장군.”


노병은 지휘관 험담을 하다가 발각되서 죽었다는 오명을 쓰고싶지 않았다.

그런 치졸한 이유로 죽는다면 먼저 죽어 하늘에 간 고향친구들과 청주병 동료들을 마주 볼 자신이 없었다.


“저희들도 그 뒤를 따르겠습니다.”


노병의 간청을 듣고는 다른 병사들도 애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하후은은 요지부동이었다. 표정의 변화조차 없었다.


틀렸다, 라고 노병은 생각했지만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간청해볼 작정이었다.


노병이 다시 한번 막 입을 떼려는 순간, 허공에 떠있던 하후은의 청강검이 공기를 가르며 바닥으로 내리꽂혔다.


노병의 결심보다 하후은의 칼날이 더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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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타임포탈이 열리고 (2) 19.08.23 33 0 13쪽
17 타임포탈이 열리고 (1) 19.08.22 40 0 13쪽
16 장판파의 요괴 (8) 19.08.21 30 0 13쪽
15 장판파의 요괴 (7) 19.08.20 2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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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장판파의 요괴 (5) 19.08.17 29 0 14쪽
12 장판파의 요괴 (4) 19.08.16 45 0 12쪽
11 장판파의 요괴 (3) 19.08.15 29 0 12쪽
10 장판파의 요괴 (2) 19.08.15 43 0 12쪽
9 장판파의 요괴 (1) 19.08.14 57 0 13쪽
8 생존의 길 (2) 19.08.13 38 0 12쪽
7 생존의 길 (1) 19.08.10 37 0 13쪽
6 내 이름은 조자룡 (2) 19.08.06 36 0 13쪽
5 내 이름은 조자룡 (1) +1 19.08.03 50 1 12쪽
4 호기심 많은 신병 (3) 19.08.02 55 0 12쪽
» 호기심 많은 신병 (2) 19.08.01 61 0 12쪽
2 호기심 많은 신병 (1) 19.08.01 80 0 12쪽
1 여긴 어디? 우리는 누구? +2 19.07.31 21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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