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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서재입니다.

곤륜파 제자가 천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전역함
작품등록일 :
2022.07.15 10:49
최근연재일 :
2022.08.04 12:21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9,542
추천수 :
209
글자수 :
110,994

작성
22.08.0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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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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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1쪽

소교주 (1)

DUMMY

“그 소식 들었어?”

“무슨?”

“이번에 소교주 자리에 누가 올랐다고 하던데?”

“아, 혈룡이라고 하는 무인이 되었다는데?”


잠시 먹을거리를 사러 시장에 나왔는데, 주변 사람들이 계속 소교주 이야기를 꺼내는 약간 부끄러웠다.


“약관을 넘지 않았는데, 벌써 마군을 힘으로 이기고 자리를 차지했다고 하더라.”

“와, 엄청나네.”

“그렇지. 참 부럽구먼.”


고기를 써는 아저씨는 내게 고기를 건네며 위아래로 흩어봤다.

그리고, 내 검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


“자네도 무인인가?”

“네?”

“요즘은 부쩍 무학을 걷는 젊은이들이 많아진 것 같군.”


그러고 보니 전에 왔을 때 보다 검을 차고 있는 젊은 사람들이 많아졌다.

아저씨는 고기를 더 주면서 내 어깨를 살짝 쳤다.


“고기 많이 먹으면 자네도 소교주처럼 강해질 수 있어. 열심히 노력해라.”

“아, 감사합니다.”


차마, 내가 소교주라고 밝힐 수 없었다.

좋아 보이는 품질의 고기.

앞으로 자주 들러야겠다.

기분 좋게 고기를 들고 시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먹기만 해도 고수가 되는 영약을 팝니다.”

“무엇이든 벨 수 있는 검이 당신을 기다립니다.”


확실히 천마제를 통해 무인이 늘어났는지 무기와 영약을 많이 팔고 있었다.

어차피 소교주이기에 천마 신교의 영약을 마음대로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냥 무시하고 시장 밖으로 나왔다.


- 탁, 탁


거대한 나무 옆에서 나뭇가지를 들고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원래는 그냥 지나가려고 했지만, 아이들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나는 독룡을 죽인 혈룡이다. 덤벼라!”

“나도 혈룡 역할 할래.”

“싫어. 내가 할 거야.”


너무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유령공을 사용하여 아무도 모르게 빠르게 무영대로 돌아왔다.


#


저녁 무렵.

무영대에 돌아왔지만, 어쩐지 분위기가 어두웠다.

누님과 형님이 내게 무릎을 꿇고 말했다.


“어서 오시죠. 무영 대주님.”


젠장.

내 입으로 말하려고 했는데, 벌써 전달이 된 모양이었다.


형제 같은 사람들이 내게 존댓말을 하니 뭔가 어색했다.

게다가 전 무영 대주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전 대주님은 어디 가셨지?”

“그게...”


뭔가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다른 걸 말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편하게 말씀하세요.”

“저희 둘은 무영대를 그만두려고 합니다. 부디 허락해 주십시오.”

“예?”


갑작스러운 형님과 누님의 은퇴 소식에 표정을 관리할 수 없었다.


“대체 왜죠?”

“이제 둘이서 여행을 떠나려고 합니다.”


이미 그들의 눈빛은 확고했다.

굳이 떠나려는 사람을 설득하면서 강제로 남아있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면, 떠나시죠.”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무영 대주님.”


내 허락을 받자마자 그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아마, 내가 무영 대주가 되지 않았어도 그들은 이런 선택을 했을 것이다.


- 끼익


문을 열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책상 위에 전서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전대 무영 대주에게 온 전서였다.

생사관의 교관이 되겠다는 전서만 남겨둔 채 전대 무영 대주는 모습을 감췄다.

그래도 나름 가족 같은 사람들이었는데, 이렇게 다 내 곁을 떠나다니.

약간의 공허함을 느꼈다.


사실 복수를 위한 인생.

더는 정을 붙이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노을 진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을 때, 머릿속에 한 생각이 스쳤다.

현재 무영대에 남아있는 건 나 혼자.

이대로라면 망하는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소교주 교육을 받고 그러면 무영대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 나중에 부교주가 이런 거로 트집이나 잡으며 내가 천마에 오르는 것을 방해할 것이다.


내 편인 사람들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들로 무영대를 채워야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복수를 위해 달려온 인생.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냥 천마에게 무영대를 없애자고 이야기할까?


- 똑, 똑


그때,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이곳에 올 사람이 없을 텐데.

일단 문을 열었다.


“저기...”


익숙한 얼굴.

이젠 마장의 경지인 설아가 내 앞에 있었다.


“무슨 일이지?”


설마, 그렇게 당하고도 또 싸우러 왔나?

그러나, 설아는 검을 차고 있지 않았다.


“무영 대주가 되었다고 해서 축하해주러 왔지.”

“뭐?”

“원래는 이기고 싶었지만, 이제 인정할게. 네가 나보다 훨씬 강해. 혈랑 대주와 싸움에서 보여준 검술은 아직도 잊히지 않아.”


나 역시 몸이 회복된 지금도 그 검술을 다시 따라 하기 힘들어서 고전하고 있지만, 고작 그 말을 하려고 여기까지 온 건가?


그래도 아무도 없는 적적한 분위기보다는 누군가와 대화하고 있는 것이 나았다.

실력이 있으면서 나랑 아는 사람인 설아.

마침 좋은 생각이 났다.


“너, 무영대 들어올래?”

“뭐?”

“마장이면 조건에도 맞고 그냥 해라.”


어차피 일단 인원수를 채우는 것이 중요했다.

모르는 녀석에게 맡길 바에는 아는 녀석이 훨씬 편하다.


“음...”


그러나, 바로 수락할 줄 알았는데 설아는 뜸을 들렸다.

이럴 때는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하면 통한다.


“이곳에 들어오면 전보다 훨씬 강해질 수 있다고 장담하지.”


설아가 원하는 건 강함.

어쩌면 나에게 검술에 대해 알려달라고 이곳까지 왔을 수도 있었다.


“알겠습니다. 무영 대주님.”


설아가 눈치 빠르게 행동했다.

역시 머리 좋은 녀석이 있으니 편했다.


“그리고, 인원을 더 뽑아야 해야 하는데, 내가 소교주 교육을 받아야 해서 시간이 없네. 어떡하지?”

“그럼 제가 하겠습니다.”

“그래, 네가 쓸만한 녀석들로 뽑아줘.”


이로써 무영대 인원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그 정도만 해결하면 된다.

어차피 천마가 되면 필요 없는 곳이다.

내가 직접 곤륜의 배신자를 죽일 테니까.


#


몸을 완전히 회복하고 설아에게 무영대 일을 맡긴 후 천마에게 갔다.


“어서 와라. 우선 따라와라.”


신궁 아래쪽.

이렇게 넓은 공간이 있는지 몰랐다.

평평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공간.

햇빛은 들어오지 않았지만, 훈련하기 최고의 장소였다.


“이제부터 너는 나에게 천마신공을 배우게 될 거다.”


천마신공(天魔神功).

화경을 넘은 현경에 들어갈 수 있는 마교의 최강 무공이다.

이거라면 곤륜파의 배신자를 이길 수 있었다.


“일단 덤벼라.”


천마는 나를 보며 가소로운 듯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천마와 싸울 수 있게 되었다.

무림에서도 최강이라고 불리는 천마.

그의 무공과 겨룰 수 있다는 생각에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우선은 생사결이 아니라 대련이니 철환을 풀지 않고 검을 잡았다.

그때, 그 검술을 다시 흉내 낼 수 없었지만, 초절정의 경지라면 혹시 모른다.


“제가 먼저 가죠.”


천마는 거만하게 손가락 하나만 들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곧바로 붉은 검기를 방출했다.

손가락 하나가 날아가면 스승님이 말씀한 것처럼 천마 정신을 차리게 할 수 있다.


- 챙


그러나, 검사까지 두른 내 검을 손가락 하나로 막았다.

같은 검사라면 손가락이 잘렸을 텐데...


“이게 화경의 경지인 검강(劍罡)이다.”


검사가 모여서 만들어진 초절정 그 이상의 경지.

검은 검강을 두른 손가락은 검만큼 단단했다.


“아직입니다.”


다시 유령공과 암기를 사용하여 주의를 끌었다.


- 틱


천마는 거의 몸을 움직이지 않고 암기를 모두 피했다.

어차피 암기는 주위를 돌리기 위함이었다.


사각에서 공격하면 천마가 손가락으로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럼 본 실력을 드러내겠지.


- 쾅


그러나, 검으로 내려친 순간.

혈랑 대주처럼 눈앞에서 사라졌다.


“제법 강하군. 나쁘지 않아.”


아무도 없는 공간.

천마의 목소리만 귓가에 들렸다.

유령공을 익혔음에도 천마의 기척을 느낄 수 없었다.

다만 눈을 감고 주변을 경계했다.


“그리고, 이건 화경을 뛰어넘은 현경의 경지.”


순식간에 주변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마치 온몸이 경계하는 듯.

당장 도망치라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미리 말한다. 뒤에서 공격한다.”

“넵.”


몸의 모든 감각을 끌어올렸다.

천마 저 녀석의 성격이라면 나를 죽일 수도 있었다.


- 툭


그러나, 천마가 손가락으로 정확히 내 뒤통수를 쳤다.

마치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그의 손가락만 내 뒤로 이동한 것 같았다.


“흠... 일단 눈을 떠봐.”


다시 눈을 뜨니 천마가 당당하게 내 앞에 있었다.


“이번에는 눈 뜨고 잘 봐. 다시 뒤쪽으로 간다.”


저 거리에서 천마가 내 뒤로 이동하는 속도보다는 내가 뒤를 도는 게 더 빠르다.

아무리 현경의 경지라도 안되는 게 있다.


“간다.”


그러나, 천마는 내 앞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뭐지?

가만히 있는 건가?


- 툭


그 순간.

목 뒤가 누군가에게 가격당한 듯이 아팠다.


“분명 앞에 있었는데?”


내 눈으로 직접 봤다.

천마는 계속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다른 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대체 뭐지?


“현경의 경지에서 쓸 수 있는 심검이다.”


심검(心劍).

검이 없어도 벨 수 있다는 궁극의 경지.

정말 무학의 끝이라고 칭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다.


“다시 한번 보여주지.”

“네?”


천마는 내 눈을 마주치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의 눈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죽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목이 베이는 느낌이 들었다.

땀이 흐르며 마치 맹수 앞에 선 느낌이 들었다.

머리가 어지러워서 도저히 가만히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설마 이대로 죽는 건가?

검을 바닥에 고정 한 채로 쓰러지지 않게 버텼다.


고작 녀석의 한 마디에 죽을 수 없었다.

이를 악물고 눈을 부릅떴다.


“오, 그래도 이정도 버틴 건 네놈이 처음이다. 원래는 그냥 죽거든.”

“심검...”


- 툭


손에 힘이 빠지며 검을 놓치고 무게 중심을 잃었다.

그대로 쓰러지면서 정신을 잃고 말았다.


#


“야, 정신 차려.”


정신을 차리니 그 훈련장 바닥에 누워있었다.

아픈 머리를 부여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마는 심심한지 하품을 하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어났냐? 아직 약하군. 그래도 나름대로 재밌겠어.”


원래는 죽는다고 천마가 분명 말했다.

거기서 버티지 않았다면 영영 깨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우선 첫 훈련을 시작하지. 아주 기초적인 훈련이다.”


천하제일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 천마가 진행하는 훈련.

나도 모르게 궁금해졌다.


- 쿠아아


천마가 벽을 살짝 누르니 바닥에 깊은 공간이 펼쳐졌다.

어둠에 의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깊은 구덩이.

대체 이런 곳에서 무슨 훈련을 하는지.


“여기는 뭐죠?”

“훈련 장소지.”


굳이 이렇게 넓은 장소를 남겨놓고 저렇게 어두운 장소로 들어가야 하나?

얼마나 깊은지 내려다보고 있는 순간.


- 퍽


갑자기 천마가 등 뒤에서 발로 차서 나를 구덩이로 밀었다.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에 몸이 살짝 굳었다.


떨어지면서 천마의 얼굴을 보니 그는 사악하게 웃고 있었다.

마치 내 음식에 독을 타던 스승님의 얼굴과 겹쳐 보였다.


“첫 번째 훈련이다. 살아남아라. 그게 너를 더 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뭐?”


천마의 모습이 작아지면서 그렇게 끝없는 어둠 속으로 떨어졌다.

이딴 게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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