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소중한 서재입니다.

곤륜파 제자가 천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전역함
작품등록일 :
2022.07.15 10:49
최근연재일 :
2022.08.04 12:21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9,544
추천수 :
209
글자수 :
110,994

작성
22.08.02 11:20
조회
241
추천
9
글자
12쪽

천마제 (3)

DUMMY

철환을 다시 차고 천마가 있는 신궁을 향해 십만대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 휘이잉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수화불침(水火不侵)이기에 매서운 바람에도 쉽게 올라갈 수 있었다.


- 끼익


신궁의 문을 열었다.

스승님의 전서를 받고 이곳에 온 추억이 살짝 떠올랐다.


일류 고수에서 초절정 고수까지.

스승님이 보셨다면 아주 자랑스러워하셨을 것이다.

그나저나 스승님은 중독된 상태로 대체 어딜 가신 건지.


“어서 오시게.”


책사는 반가운 표정으로 나를 신궁 안으로 인도하기 시작했다.

책사를 따라 신궁의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수백 개의 계단.

마치 끝이 보이지 않았기에 하늘 끝까지 올라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곳을 쉬지 않고 올라갔다.


신궁은 거대한 산 위에 지어진 건축물.

산 정상에는 거대한 호수가 있었다.

안개인지 구름인지 잘 구분이 안 되는 호수 가운데에는 정자(亭子)가 있었다.


“안에서 교주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어서 가시죠.”


정자까지 거리가 꽤 되었다.

다리도 없고 배도 없지만, 이정도라면 충분히 거리가 된다.


- 팟


가볍게 뛰어서 정자에 도착했다.

주변에는 호수와 어두운 하늘만 존재했기에 마치 신선이 사는 곳 같았다.

호수에 비친 달이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천마는 아무렇지 않게 자리에 앉아있었다.


“오랜만이군.”


천마는 잔을 건넸다.

잔이 저절로 내 앞으로 움직였다.


산 정상이라 약간 쌀쌀하기에 따뜻한 차를 주는 줄 알았지만, 냄새가 독한 술이었다.

차마 마시지 못하고 잔을 내려놓았다.


“왜. 술은 싫어하는 거?”

“몸을 위해 먹지 않습니다.”


몸을 회복시키는데 술은 독이다.

최대한 빨리 몸을 회복하고 강도 높은 훈련을 하고 싶었기에 술을 먹지 않았다.

그렇기에 항상 차만 마셨다.

어색한 분위기에 천마는 혼자 잔을 들이키고 말했다.


“듣자 하니 다른 신교들의 말로는 자네를 혈룡(血龍)이라고 부르던데 만족하는가?”


혈룡.

마침내 스승님 말대로 피를 흘려 용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용을 베는 무공이 유명한 곤륜파 제자가 혈룡이라니.

세상일은 알 수 없었다.


“자네가 천마제에서 보여준 검술은 나도 놀랐어. 신검합일(身劍合一)이라니 재밌군.”

“감사합니다.”


천마도 인정한 검술이라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나왔다.


“기뻐해도 좋다. 자네는 본교의 20명밖에 안 되는 마군에 들어선 거야.”


무림맹도 최소 초절정 고수는 50명이 될 텐데.

천마 신교는 고작 20명.

예전부터 궁금한 점이 있었다.


“교주님 질문이 있습니다.”

“편하게 말해.”

“왜, 이렇게 고수의 숫자가 적은 거죠?”


술을 마시면서 천마는 의외로 친절하게 내 질문에 답해주었다.


“내가 천마의 자리에 올랐을 때, 나를 반대하는 세력을 다 숙청시켰지.”

“아...”


망나니 같은 성격.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이제야 의문이 풀린다.

다소 수가 적었기에 무림맹의 방패인 곤륜이 망했을 때, 전쟁을 일으키지 않은 것이다.


“본교는 힘만 중시한다. 짐은 정통성을 중시하며 약한 녀석을 소교주로 삼던 전대 천마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도...”


그래도 정통성 없이 천마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 가능한가?

내 표정을 본 천마가 갑자가 손바닥을 내밀었다.


- 화르륵


그 순간.

그의 손바닥에서 어둡고 붉은빛의 불꽃이 생겨났다.


성화(聖火)?

아니 이건 오히려 암화(暗火)에 가까웠다.


“이게 바로 힘이며 정통성이다. 이 염화가 바로 천마라는 걸 증명하는 거지.”


천마 신공.

마흔도 넘지 않은 나이.

스승님이 말씀하신 대로 최고의 재능이었다.

천마는 다시 잔에 술을 따르면서 말했다.


“아무튼, 자네는 곤륜파랑 무슨 관련이 있지?”

“네?”


천마 입에서 곤륜파가 나오다니.

갑작스러운 질문에 표정을 관리하지 못했다.

우선 허공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건 기밀이니 저들을 치우고 이야기하시죠.”

“하, 역시 무영대에게 은신은 통하지 않는군. 나와라.”


저번에 나를 생사관까지 인도하던 검은 옷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예전에는 있었는지도 몰랐지만, 지금은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내가 저놈보다 강하다.


“자네는 가서 차라도 가져오게.”

“존명.”


녀석의 기운이 완전히 사라진 다음.

침을 삼키고 말을 꺼냈다.


“왜, 곤륜파와 관련 있다고 생각하시죠?”

“그냥 짐의 감이다. 마치 곤륜파 녀석들의 검술을 보는 것 같았거든.”


천마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뭔가 다 알고 있다는 눈빛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혹시 천마가 도움이 될 수 있으니 이야기를 꺼냈다.


“흠, 망해버린 곤륜의 제자가 마군이라니. 웃기는군.”

“그래서 혹시 아는 것이 있습니까?”

“없지.”


역시 싸움밖에 모르는 녀석에게 기대한 내가 잘못이다.

혹시나 해서 독룡을 잡으면서 얻은 정보를 물어봤다.


“혹시 전귀(錢鬼)에 대해 아십니까?”

“음, 그놈이라면 하오문 제일 꼭대기 숨겨진 층에 있을 거다.”

“숨겨진 층이요?”


하오문의 숨겨진 층은 처음 들었다.

내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니 천마는 술을 한 잔 마시고 뜸을 들이며 말했다.


“그건 나중에 네 녀석이 나를 꺾으면 말해주지.”


짜증 나게 말하다가 마는지.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약간 도발을 했다.


“스승님은 제가 이긴다고 하던데.”

“그 영감이 네놈이 나를 이길 수 있다고 말했어?”

“뭐, 그렇죠.”


같은 스승 아래에서 배웠기에 스승님에 관한 추억을 공유할 수 있었다.

웃으면서 스승님 이야기를 하던 천마는 약간의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무언가를 떠올리는 듯 보였다.


“임무에서 돌아올 때 스승님을 뵌 적이 있나?”

“아니요. 워낙 자기 마음대로 돌아다니시는 분이라.”

“하긴. 고작 독에 쓰러지실 분은 아니지.”


같은 경험이 있어서 그런가?

생각보다 천마와 편하게 대화할 수 있었다.

녀석이 시원시원한 성격도 도움이 되었다.


“나는 심지어 고기에 독을 탔다니까?”

“그건 조금...”


지금 보면 제자들은 자기처럼 독에 걸리지 말라고 그런 훈련을 했던 것 같았다.

그렇게 스승님에 대해 뒷담 아닌 뒷담을 나누며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여기...”


어느새 다녀온 검은 옷 녀석이 차를 가져왔다.

마침 목이 말랐기에 냉큼 차를 들이켰다.

깊은 맛을 숨기고 있는 차.

달이 밝은 이곳에 어울리는 맛이었다.


“듣자 하니 무영 대주가 크게 다쳤다고 하는데...”

“맞습니다. 혈랑 대주와의 싸움에서 오른팔을 잃었죠.”


아무래도 무영 대주는 이제 은퇴를 할 것이다.

그 상태로는 임무를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 혈룡. 자네가 무영대를 맡으면 되겠네.”

“네?”


토사구팽.

쓸모가 없어지니 무영 대주를 바로 버렸다.

본인이 은퇴하기 전에 바로 대주를 바꾸다니.

곧바로 천마는 바로 일을 진행했다.


“네 녀석을 지금, 이 순간부터 무영 대주로 임명한다.”


무영 대주가 되는 건 좋았지만, 천마가 약속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이럴 때, 가만히 있는 것만큼 답답한 건 없다.

차를 마시고 잔을 내려놓았다.


“교주님. 약속은 지키시죠.”

“그래. 약속은 지키겠다.”


천마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약간 술에 취한 모습은 마치 연기를 한 것처럼 그의 얼굴을 다시 멀쩡해졌다.


“일부 녀석들이 반발할 수도 있지만, 또래 중에 너 같은 무위를 보여준 녀석은 없었다. 소교주가 되는 게 맞지.”

“감사합니다.”

“그 나이에 소교주라니. 어서 너랑 싸우고 싶군.”


그의 투지가 느껴졌다.

강한 기운.

마치 온몸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

당장이라도 그의 실력을 가늠하고 싶었다.


“아쉽네요. 제가 몸 상태만 좋았으면 당장 싸웠을 텐데...”

“일단 소교주로 임명하고 싸우지. 내일 아침 일찍 다시 신궁으로 와라.”


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연스럽게 웃으며 천마에게 말했다.


“내일은 소교주로 만납시다.”

“역시 네놈은 재밌군.”


#


신궁(神宮).

그곳에 5명의 장로와 부교주.

나를 포함한 20명의 마군.

50명의 마장이 모여있었다.


“진홍은 무릎을 꿇어라.”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에서 천마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천마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짐이 말한다. 넌 오늘부터 천마 신교의 소교주다. 불만 있는 놈 있나?”


전대 천마에게 구배도 시키지 않고 그냥 임명하다니.

정통성 따위 무시하는 천마답다.


“있습니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을 줄 알았는데, 누군가 손을 들었다.

천마는 손을 들고 있는 대머리의 노인을 째려봤다.


“부교주. 지금 감히 짐의 말에 반대하는 것인가?”


저자가 부교주.

이곳에서 천마 다음으로 강한 녀석이었다.

그렇다고 저렇게 반항해도 되나?


“진홍이 어린 나이에 두각을 드러내 마군에 도달했다는 사실은 인정합니다.”

“자네가 본교의 공헌 한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반대하는 거지?”

“하지만, 그는 장교와 동일한 화경의 경지에 들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아직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소교주는 부교주와 마찬가지로 5명의 장로와 동일한 지위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어린놈과 같은 지위라는 것에 기분이 상한 듯 보였다.


“게다가, 진홍은 뚜렷한 업적이 없습니다.”


드디어 소교주 자격을 얻을 수 있었는데, 이렇게 방해하다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럼, 부교주님은 어느 정도 업적을 원하시는 거죠?”

“독룡. 무림맹의 독룡을 죽인 놈이 녀석이 아닌 이상 저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이미 죽은 사람을 이야기하는 걸 보니 저자는 나를 시기하는 게 분명했다.

그러나, 저자가 모르는 것이 있었다.


천마는 어이없어하는 표정으로 호쾌하게 웃었다.

천마는 내가 독룡을 죽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진홍. 부교주의 말에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


부교주는 천마가 될 수 있는데, 내가 소교주가 된다고 했으니 무조건 나를 견제할 것이 분명했다.

오히려 이럴 때는 당당하게 나서야 한다.


“저는 약관을 넘기 전에 화경에 들어가겠다고 장담합니다.”


나의 한 마디에 장내가 술렁거렸다.

약관을 넘지 않은 놈이 천마 신교의 장로와 같은 급에 들어간다고 장담을 했으니 그럴 만했다.


“그리고, 독룡을 죽인 정도의 업적이 아니라면 인정을 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자연스럽게 부교주를 바라보면서 살짝 웃었다.

내가 말을 끄니 부교주의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설마?”

“그것도 혈룡이 한 건가?”

“역시, 소교주다워.”


천마가 손을 올리니 장내가 다시 조용해졌다.

천마는 대머리 부교주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보증하지. 혈룡. 그가 독룡을 암살했다.”


모두 부교주를 쳐다보니 부교주의 얼굴빛이 붉게 변했다.

마치 자기가 한 말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 같았다.


“혈룡이 소교주가 되는 것에 찬성합니다...”


마지 못해 부교주는 인정했다.

저놈은 내가 천마가 되는 것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불설수에 놓이거나 저 녀석이 방해하기 전에 빨리 화경의 경지에 들어가야 했다.


“그럼, 진홍은 짐에게 구배를 해라.”


천마를 향해 절을 하였다.

앞으로 천마는 나를 강하게 만들어주는 2번째 스승이 될 것이다.


절을 하면서 복수를 위해 스승님에 비 오는 날 절했던 기억이 생각났다.

다행히 점점 계획대로 복수에 한 발짝씩 나아가고 있었다.

구배를 마치고 고개를 들었다.


“이로써 진홍은 본교의 소교주가 되었음을 선언한다.”


드디어.

천마 신교의 소교주가 되었다.

이제야 복수에 더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앞으로 화경의 경지에 들어야 한다.

천마 신공.

그걸 배우면서 조금씩 더 강해져야 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곤륜파 제자가 천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 공지입니다. +4 22.08.05 59 0 -
공지 제목 변경 공지 +3 22.07.28 254 0 -
21 소교주 (2) 22.08.04 222 8 12쪽
20 소교주 (1) 22.08.03 207 10 11쪽
» 천마제 (3) 22.08.02 242 9 12쪽
18 천마제 (2) 22.08.01 253 8 12쪽
17 천마제 (1) 22.07.31 296 10 12쪽
16 수련 (2) 22.07.30 322 10 12쪽
15 수련 (1) 22.07.29 348 8 12쪽
14 첫 복수 (2) 22.07.28 362 9 12쪽
13 첫 복수 (1) 22.07.27 392 8 12쪽
12 무영대 (3) 22.07.26 399 9 12쪽
11 무영대 (2) 22.07.25 431 10 12쪽
10 무영대 (1) 22.07.24 502 8 12쪽
9 생사관의 괴물 (4) 22.07.23 504 8 12쪽
8 생사관의 괴물 (3) 22.07.23 480 11 12쪽
7 생사관의 괴물 (2) 22.07.22 495 10 12쪽
6 생사관의 괴물 (1) 22.07.21 535 9 12쪽
5 5년후 (2) 22.07.20 583 10 12쪽
4 5년후 (1) 22.07.19 631 12 12쪽
3 마교와 손을 잡다 (3) +2 22.07.18 637 12 12쪽
2 마교와 손을 잡다 (2) 22.07.17 711 12 12쪽
1 마교와 손을 잡다 (1) +1 22.07.16 979 1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