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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서재입니다.

곤륜파 제자가 천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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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7.15 10:49
최근연재일 :
2022.08.04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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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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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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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마교와 손을 잡다 (1)

DUMMY

- 타닥


자고 일어나니 무언가 타는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아침부터 누가 낙엽이라도 태우는 건가?


곤륜파는 7살이 되면 처음으로 검술을 배울 수 있다.

오늘은 구대 문파 중 검술 최강이라고 불리는 화산에도 밀리지 않는 곤륜의 검술을 배우는 날이었다.


그동안 느리기만 하고 재미없는 심법만 연습하다가 검술을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그러나, 자고 일어난 나의 눈에 보이는 건 잔혹한 풍경이었다.


“살려줘!”


눈에 보이는 모든 나무가 불타고 있었고 우리 집 주위에는 곤륜파 사람들이 쓰러져있었다.


“저기. 괜찮으세요?”


쓰러져있는 사람들을 흔들어봤지만, 그들은 대답이 없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피 냄새와 사람들의 비명이 가득한 혼란 속에서 저 멀리서 싸우는 사람이 보였다.


“아버지?”

“도망쳐! 진홍아.”


검은 가면을 쓴 녀석의 검을 받아치는 아버지.

마교가 쳐들어온 건가?

아버지는 처음보는 녀석에게 곤륜의 검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압!”


아버지는 기합을 다지면서 검을 힘차게 내리쳤다.

검은 가면 녀석의 검이 먼저 아버지의 오른쪽 어깨를 찔렸지만, 대신 아버지가 녀석의 목을 베어냈다.


“아버지!”

“헉헉...”


아버지는 녀석을 쓰러뜨리자마자 바로 바닥에 쓰러졌다.

급하게 달려가서 피를 흘리는 아버지를 바라봤다.

푸른 입술에 흰 피부.

뭔가 이상했다.


“진홍아. 잘 들어라. 이들은 무림맹 천중단이다.”

“네?”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림맹이 왜 곤륜파를 공격하는지.


“무림맹 녀석들이 우물에 독을 탄 것 같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도망쳐라.”

“아버지? 아버지? 정신차리세요!”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아버지를 끌어않았지만, 더는 숨을 쉬지 않으셨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


- 터벅


숨 돌릴 틈도 없이 바로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천중단 녀석이 가면 사이로 보이는 생기가 없는 눈으로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그의 몸과 검에 묻어있는 핏자국.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진홍아!”


그때, 어머니가 녀석을 향해 검을 휘두르며 등장하셨다.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수차례 들렸다.

천하제일 곤륜의 검술이지만, 어머니는 힘에서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왜, 우리를 공격하는가. 몇십 년간 최전방을 지키며 마교를 막는 우리 곤륜을 도대체 왜!”


어머니는 검은 가면을 쓴 녀석에게 소리를 질렀다.

천중단 녀석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나를 잠깐 바라보시고 무언가 결심한 표정을 지으셨다.


“도망쳐라 진홍아. 일단 끝까지 살아남아서 이 사실을 장문인께 전해라.”


- 푹


그 순간.

어머니의 검과 녀석의 검이 동시에 서로의 몸을 관통했다.

동귀어진.

이대로 힘에서 밀리면 나 또한 죽게되니 나를 살리기 위한 어머니의 선택이었다.


가까이 있던 내게 어머니의 혈흔이 쏟아졌다.

뜨거운 피 때문에 순간적으로 몸이 굳고 말았다.


“진홍아... 살아...”

“어머니...”


몸은 여전히 떨고 있었지만, 본능적으로 다리가 무작정 움직였다.

피를 흘리고 있는 어머니를 뒤로 한 채로 뒷문으로 빠져나갔다.


이런 순간에 장문인은 대체 어디 있는지.

우선 천중단에게 숨기 위해 나무가 빽빽한 숲으로 달려갔다.


숲에 들어간 순간.

낙엽 사이에 숨어있는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졌다.


- 퍽


그 덕분에 운 좋게 뒤에서 날아오는 눈먼 화살을 피할 수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지붕 위에서 활을 든 천중단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 꿀꺽


누군가가 나를 노리고 있다는 공포.

나도 모르게 마른 침이 넘어가면서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마치 범에게 쫓기는 토끼처럼 그저 앞만 보고 달렸다.

단풍이 물든 숲을 지나면서도 두려움에 숨 한번 제대로 쉬지 못했다.


- 쏴아아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돌 위에 붙은 낙엽이 굉장히 미끄러웠다.

그러나, 넘어져서 무릎에 붉은 피가 흘러나와도 다시 일어나서 달렸다.

오직 살기 위해.


“진홍아.”


그렇게 한참을 달리던 도중 익숙한 목소리가 내리는 빗소리를 뚫고 내 귓가에 들렸다.

급한 와중에도 고개를 돌려서 소리 나는 곳을 바라보니 발걸음이 저절로 멈췄다.

눈가에 묻은 빗물을 닦고 똑바로 바라보니 그동안 쌓여있던 긴장이 풀리면서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삼촌?”


나의 삼촌이자 곤륜파의 장문인.

아무런 상처도 없는 장문인이 나무 뒤에 서 있었다.


다른 문파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장문인 자격을 얻을 정도로 실력자이다.

어쩌면 이 비극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헉헉...”


나오는 눈물을 꾹 참았다.

천천히 거친 숨을 고르고 어서 장문인께 이 사태를 이야기했다.


“무림맹이 쳐들어왔어요..”

“진홍아, 너 혼자 살아남은 거니?”

“네... 삼촌과 저만...”


희한하게도 삼촌은 이 사태를 이미 아는 듯이 피가 묻은 내 모습에 당황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 곤륜의 검이 그의 손에 들려있지 않았다.


“진홍아. 잠시만.”


삼촌은 진지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피며 천천히 내 쪽으로 걸어왔다.

평소에는 누구보다 든든한 삼촌인데, 왜 갑자기 불안한 생각이 드는지.

삼촌은 소매로 빗물을 닦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삼촌 불안하게 왜 그래요?”

“하...”


일은 갑작스럽게 발생했다.

믿었던 삼촌이 정권으로 내 명치를 가격했다.


“커억.”


순간적으로 뱃속이 울리면서 온몸의 뼈가 부서지는 느낌이 들었다.

몸 안에서 뜨겁고 차가운 기가 계속해서 충돌하는 기분.

도저히 제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삼촌은 바닥에 쓰러진 나를 가만히 바라봤다.

내리는 비 때문에 나를 공격한 삼촌을 표정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진홍아. 이제 너는 무공을 쓸 수 없다. 복수는 포기하고 평범하게 살아라.”


곤륜파 장문인만 배울 수 있다는 단전을 파괴하는 무공.

인피면구(人皮面具)를 뒤집어쓴 자객 따위가 아닌 진짜 삼촌이라는 걸 증명하는 무공이었다.

머릿속에 든 생각은 삼촌이 곤륜을 배신했다는 생각뿐이었다.


“대체 왜...”


- 탁


삼촌은 목환을 내 옆에 떨어뜨렸다.

작년 삼촌이 장문인 되던 날에 내가 선물했던 목환.

그는 곤륜파를 버린 것처럼 가차 없이 목환을 버렸다.

그리곤 내 말을 무시한 채 나무 사이로 사라졌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문파는 불탔다.

아무런 힘도 없는 난 장문인을 보는 순간 그들에게 복수할 수 있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그러나, 가장 믿었던 장문인이 곤륜을 저버리다니.


“커억.”


입안에 고인 핏물을 모두 뱉어내고 다시 일어나려고 해도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지친 몸으로 쏟아지는 비를 계속 맞고 있으니 몸이 점점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어서 도망쳐야 하는데...

결국, 그대로 낙엽 사이에서 쓰러져 정신을 잃고 말았다.


#


- 뚝, 뚝


차가운 물방울에 얼굴 위로 떨어진 덕분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지푸라기 더미에서 어지러운 머리를 부여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찮냐?”


처음 보는 할아버지.

주위를 둘러보니 나무로 된 낡은 집에서 노인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를 끓이고 있었다.

비는 아직도 멈추지 않고 내리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죠?”

“아마도 신강과 청해 사이 부근일 거다.”


신강이면 마교의 영역에 살짝 걸쳤지만, 아직 청해에 있는 곤륜파로 돌아갈 수 있었다.

우선 지친 몸을 이끌고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이렇게까지 몸이 무겁지 않았는데...


“어디 가려고?”

“...”

“복장을 보아하니 곤륜파 같은데, 곤륜은 망했는데?”


노인의 말이 맞았다.

슬펐지만, 내가 있던 곤륜은 망했다.

무림맹이 학살을 강행했고 곤륜은 재가 되어서 사라졌다.


무림맹으로 돌아가서 억울함을 이야기 해봤자 그 자리에서 바로 죽을 뿐이었다.


“어린 녀석이 뭔 사연이 있는지. 단전도 파괴되고 말이야.”


역시 꿈이 아니었다.

곤륜의 마지막 제자가 장문인에게 배신당해서 내공을 쓰지 못하다니.

복수할 방법도 힘을 쌓을 방법도 전혀 없었다.


머리는 냉정하게 판단하고 삼촌의 말처럼 조용히 살라고 말했지만, 가슴은 그렇지 못했다.


타들어 가는 낙엽 소리와 울부짖는 부모님.

사악하게 웃는 무림맹의 녀석들과 배신자 장문인까지.

계속 그 장면들이 떠올라서 도저히 가만히 넘길 수 없었다.

이대로 겁먹고 조용히 살 바에 다시는 도망치지 않고 당당히 죽겠다.


“일단 곤륜으로 갈 겁니다.”

“꼬마야. 곤륜파가 천마 신교와 내통한 혐의로 무림맹이 공격했다는데, 그곳을 가려고?”


벌써 무림맹은 헛소문을 퍼뜨리기 시작했고 복수하고 싶어도 단전이 파괴되었으니 복수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이 암울한 상황에 가슴이 너무나도 답답했다.

단지 가만히 서서 그 감정을 잊지 않게 계속 떠올릴 뿐이었다.


“흠... 그 나이에 눈에 벌써 살기가 가득하니 어찌할꼬.”


노인은 내 눈을 바라보면서 차를 한 잔 마시고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복수를 하고 싶나?”

“물론입니다.”

“단전도 파괴된 네가 복수하는 한 가지 방법이 있다.”


단전이 파괴되면 내공을 쌓지 못한다.

모두가 아는 무협의 상식이다.

분노를 삭히고 살라는 조언이나 할 줄 알았던 노인은 의외의 말을 꺼냈다.


“바로, 마도(魔道)를 걷는 거지.”


마교의 칩입을 최전방에서 막던 곤륜파의 마지막 제자에게 마공을 익히라니.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네가 마도를 걷겠다고 구배를 하면 천마신교 대호법의 이름을 걸고 단전을 치료해주마.”

“당신이 마교의 대호법?”

“그래, 실력은 장담하지.”


무릇 곤륜파라면 마교를 발견하자마자 당장 싸워야 했지만, 이런 몸 상태로는 절대로 못 이긴다.


우선 간악한 마교의 녀석의 혹시 모를 기습공격을 피하고자 빠르게 집 밖으로 나갔다.


- 쏴아아


아직도 세차게 내리는 비.

집 밖으로 나와서 비를 맞고 있었지만, 그보다 부모님이 마교와 같이 있으면 위험하다고 당부하셨다.

일단 살아야 한다.


노인은 천마 바로 옆을 지키는 대호법인데, 나를 보며 아무렇지 않게 차를 마시면서 말했다.


“천마 신교라고 해서 모두 살육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네가 무골도 좋고 의지가 있는 것 같으니 한 번만 기회를 주겠다.”


마교가 단전을 치료해주고 힘을 기를 수 있게 도와준다고?

믿을 수 없었다.


“마교가 왜 곤륜파의 제자를 돕는 거죠?”


노인은 차를 내려놓고 오른손 검지로 자신의 왼쪽 눈을 가리켰다.


“그 눈 때문이다.”

“네?”

“너의 독기가 가득한 그 눈. 마치 천마 녀석의 어렸을 때, 모습을 보는 같거든. 간만에 키울 맛이 있겠어.”


노인은 과거를 회상하는 듯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하긴 나를 죽이지 않고 구한 시점에서 노인이 내게 거짓말 할 이유는 없었다.


“결심했습니다. 마도(魔道)를 걷겠습니다.”


다시 눈을 뜬 순간.

무슨 짓을 해서라도 복수하겠다고 이미 결심했다.


“그 길은 매우 힘들 것이다. 어쩌면 평범하게 살지 않은 선택을 후회할 것이다.”

“확실히 정했습니다. 복수를 위해서 가시밭길이라도 걷겠습니다.


복수를 위해서 곤륜의 긍지를 버리겠냐고?

다시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리는 곤륜을 불태운 무림맹.

곤륜파의 장문인이자 배신자인 나의 삼촌.

그들에게 복수할 수 있다면...


“그럼 스승을 향해 구배를 해라.”


곤륜의 제자가 마교를 향해 구배를 한다.

다행히 비가 내리고 있었기에 원통한 눈물을 마교에게 보여주지 않을 수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땅에 머리를 세게 박으니 이마에서 피가 조금씩 흘러내리기 시작했지만, 오히려 점점 더 세게 머리를 박았다.


이 고통을 잊지 않아야 한다.

복수하기 위해 마교와 손을 잡았다.


의지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나의 모든 것이 불타 사라진 순간.

더없이 비참하고 한없이 절망적인 상황.

이제 더는 곤륜파의 마지막 제자 따위 없다.


언제나 최전방에서 마교를 막던 곤륜의 긍지를 버린다.

단 한 번의 복수를 위해서...

기꺼이 마도(魔道)를 걷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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