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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파 제자가 천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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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7.15 10:49
최근연재일 :
2022.08.04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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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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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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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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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천마제 (2)

DUMMY

“꼬마야. 먼저 공격해라.”


녀석은 내력이 충분한지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같은 초절정의 경지.

저렇게 방심하다가 지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 팍


녀석은 가볍게 내 검격을 막았다.

무영 대주 그 이상.

방심하는 순간.

반응도 못 하고 목이 날아갈 것이다.


“너는 다른 대원과 다르게 날 재밌게 만들어라.”

“시끄러워.”


건방진 혈랑 대주.

그러나, 그가 방심하고 있을 때가 기회다.

빠른 움직임으로 녀석의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움직이면서 녀석의 약점을 찾으려고 했지만, 도저히 보이지 않았다.

같은 경지.

이정도는 당연했다.


다만, 녀석을 감싸고 있는 내공이 점점 더 상승하는 기분이었다.


- 챙


사각에서 틈을 노렸다.

유령공과 나의 속도가 합쳐져서 녀석에게는 내가 보이지 않을 것이다.


“확실히 너는 다른 녀석들과 다르게 침착하군.”


그러나, 녀석은 아주 쉽게 내 공격을 모두 막아냈다.

대단한 실력.

하지만, 녀석은 아직도 방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잔재주는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

“당연하지.”


- 파앗


바닥을 세게 밟아 순간적으로 속도를 높이고 검기가 아닌 붉은 검사를 방출하여 녀석의 목을 노렸다.


- 끼익


여유 부리던 녀석은 당황한 표정으로 나의 공격을 막아내고 살짝 발이 뒤로 밀려났다.

조금의 자상이라도 남기려고 했는데, 막아내다니.

이게 마군의 영역인가?


“확실히 그 나이에 초절정에 도달하다니 대단하군. 그러나, 이제 끝이다.”


녀석도 검사를 발현하기 시작했다.

이상한 영약을 먹었기에 단순히 내력 싸움을 하면 안 된다.


- 붕


다행히 속도에서는 내가 우위였기에 녀석이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녀석이 공격하는 틈마다 암기를 던져서 반격을 시도했지만, 역시나 암기는 통하지 않았다.


“무영대는 이런 암기에 의존하는 건가?”


자기는 영약에 의존하면서 말이 많았다.

그렇게 수차례 공방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점점 장내는 조용해지고 녀석과 나의 검이 부딪치는 소리와 숨소리만 들리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나는 전투에 몰입하게 되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다행히도 녀석은 무리했는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예상대로다.

장기전으로 끌고 오면 앞서 무영 대주를 상대한 녀석이 지칠 것이 분명했다.


“꽤 질기군.”

“당신도 나이가 많은 거 치고 건강하군.”


체력.

이건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 챙


녀석의 검이 점점 느려지고 힘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아직 검사를 더 쓸 수 있었기에 기회가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헉헉..”


지친 녀석의 강한 공격을 하려는 지 순간적으로 몸동작이 커졌다.

지금이 끝낼 기회다.

모든 내력을 끌어올려 녀석에게 돌진했다.

만약 이번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면 더는 방법이 없었다.


- 서걱


이번에도 녀석의 목을 노렸지만, 간발의 차이로 내 검격을 피했다.

그러나, 완전히 피하지 못한 녀석은 목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이제 쉬시죠. 영감님.”

“무리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안 되겠구나. 네놈의 말버릇을 고쳐주도록 하지.”


혈랑 대주는 소매에서 전에 먹었던 붉은 영약을 꺼내 들었다.

더는 없을 줄 알았는데, 영약을 먹는 걸 막기 위해 급하게 달려갔다.


- 꿀꺽


검이 녀석의 머리에 거의 도달한 순간.

갑자기 녀석의 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검이 허공을 갈랐다.


“젠장.”


이제 슬슬 몸도 지치기 시작했고, 내공을 더 끌어올릴 수가 없었다.

그러나, 다시 눈앞에 나타난 혈랑 대주는 눈이 붉게 변한 대신 거친 숨이 원상태로 돌아왔다.


“다시 시작하지.”


- 쾅


녀석의 빠른 속도로 내 복부를 발로 찼다.

눈에는 보였지만, 이미 지친 몸이 살짝 늦게 반응했다.


“커억.”


엄청난 위력.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난, 한계인데 상대는 다시 멀쩡해지다니.

정말 최악의 상황이었다.


- 퍽


녀석은 내가 지친 걸 알았는지 검을 쓰지 않고 주먹으로 치거나 발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리 고통스럽지는 않았지만, 치욕스러웠다.


“이런 상황에서도 검을 놓지 않는다니. 너도 꽤 독종이군.”

“후우...”


복수가 눈앞에 다가왔는데, 여기서 포기할 수 없었다.

마치 녀석의 얼굴이 장문인의 얼굴과 겹쳐 보였다.


“아직...”


- 퍽, 퍽


녀석은 바닥에 쓰러져있는 나를 계속 발로 차기 시작했다.

고통 속에서도 정신을 차리고 검을 다시 쥐었다.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온다.


“죽어. 죽어.”


녀석은 점점 과격해지기 시작했다.

눈에 광기가 차오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녀석의 몸은 회복되었지만, 정신이 이상해진 것 같았다.


“이제 그만 죽어라!”


녀석이 검으로 나를 찌르려는 순간.

몸을 일으켜서 겨우 그의 검을 피했다.


- 팍


녀석의 검이 살짝 어깨에 닿아 피가 났지만, 다행히 목은 잘리지 않았다.


“아직도 움직일 수 있다고?”


어깨에서는 피가 나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다시 일어나기 위해 꽉 깨문 입술에서도 피가 떨어졌다.

그러나. 다시 검을 잡았다.


당장이라고 쉬고 싶었지만, 그동안 훈련했던 기억들이 생각나면서 다시 눈앞이 또렷해졌다.


독기.

그것이 나의 최고 장점이자 최고의 재능이다.


“후우...”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체력도 내공도 없는 지금.

믿을 수 있는 건 수천 아니 수만 번 연습한 검술뿐이었다.


천강혈룡검법(天降血龍劍法).


스승님이 알려준 천마 신교의 최강 검법.

눈을 감고 조금씩 검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눈을 감다니. 죽을 것 같으니 미친 척을 하는구나. 그러나, 난 봐주지 않는다.”


- 챙


하단 베기.

검날로 검 흘리기.

날카롭게 찌르기.

상단 베기.


그동안 연습했던 검법이 마침내 시련 속에서 꽃을 피워내기 시작했다.

녀석의 검술을 모두 흘리며 점점 녀석에게 걸어갔다.


“뭐야. 대체 어떻게? 내 검을 다 막는 거지”


몰입할수록 녀석의 목소리가 점차 작아져서 이내 들리지 않았다.

오직 검.

세상에 검과 나만 존재하는 느낌이었다.


검술 하나하나에 힘을 흘리지 않는다.

부드럽지만 강하게.

쾌검처럼 빠르게 때론 중검처럼 느리게.


엄청나게 반복한 동작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처음 해본 동작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멈추지 않고 조금씩 나아갔다.


“와!”


몰입하던 도중.

엄청난 소리가 들려서 정신을 차렸다.

어느새 눈앞에 혈랑 대주가 당황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언제 여기까지 왔는지.

경기를 치켜보던 관중들의 소리에 의해 정신을 차린 듯했다.


“대체 뭐지? 어떻게 그런 검술을...”


나도 모르겠다.

그저 검법의 끝.

극의를 보았다.


“이럴 수 없다. 난 장로에 도달해야 하는데...”

“이만... 끝내자.”


너무 오래도 싸웠다.

이젠 이 처절한 싸움을 끝낼 시간이다.


마지막 힘을 짜내서 내공을 끌어올렸다.

붉은 검사가 마치 내게 반응하듯 검을 감싸기 시작했다.

혈랑 대주도 지지 않기 위해 기를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마지막 일격.

서로 한 방이면 쓰러진다.


머릿속에서 이기겠다는 생각 따위 버렸다.

살아남겠다는 생각도 버렸다.














그저.

베었다.














- 서걱


붉은빛의 검사를 방출하여 녀석의 목을 베어냈다.

최고의 궤적.

녀석은 반응하지도 못하고 그래도 쓰러졌다.

지금까지 반복한 모든 검 중에 가장 완벽한 검술이었다.


“이겼어?”

“새로운 마군의 탄생이다!”

“대단해!”


다른 사람들의 함성이 들려왔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녔다.


- 붕


방금 했던 그 궤적을 잊지 않고 따라 해보려고 노력했지만, 도저히 불가능했다.

내가 어떻게 그런 검술을 했는지도 잘 모르겠다.


- 쨍그랑


녀석의 죽은 걸 확인하고 긴장을 푸는 순간.

감당하지 못할 큰 고통이 밀려와서 검을 손에서 떨어뜨렸다.


손을 바라보니 이미 물집이 잡히고 굳은살이 날아가서 피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검을 잡을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커억.”


게다가 입에서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이미 한계인 몸을 너무 무리하게 움직여서 내상을 입은 것 같았다.


계속 서서 승리를 만끽해야 했지만, 강한 피로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너무 졸렸다.

나도 모르게 눈이 감겼다...


#


“일어났어?”


누님의 목소리에 눈을 떠니 익숙한 천장이었다.

내 방 침대에 누워있었다.


“으으...”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순간적으로 고통이 밀려왔다.

내 몸을 살피니 온몸이 붕대투성이였다.


“진정해. 3일 동안 기절했었어.”


3일이나 기절하다니.

한번 타면 영영 못 일어날 뻔했다.


“진홍아. 열심히 훈련한 보람이 있었어.”

“네?”


누님은 나를 바라보며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너 이제 마군이야. 약관을 넘기 전에 마군이라니. 딱 한 명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이런 일은 없었어.”


딱 한 명?

짐작 가는 사람이 있었다.


“그래, 교주님이야. 그분의 괴물 같은 기록을 네가 따라온 거야.”

“아...”

“게다가 마치 한 마리의 용을 보는 것 같았어. 그런 심오한 검법은 나도 살면서 처음 본다.”


마군으로 올라갔다는 것도 좋았지만, 스승님에게 배운 천강혈룡검법(天降血龍劍法)의 극의를 봤다는 것이 더 기분이 좋았다.


이로써 천마에 더 가까이 도달할 수 있었고 이런 검술이라면 어쩌면 화경의 경지에 들어갈 수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방안에 누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혈목마창(血木魔槍) 그놈은 네가 먹을 죽을 만들고 있고, 대주님은...”


누님은 말을 하다가 말았다.

생각해보니 그날 대주님은 혈랑 대주에게 크게 다쳤다.


“대주님은?”

“그게...”


설마?

불길한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왔다.

분명 치료를 받으면 괜찮았을 텐데?


- 끼익


그 순간.

문이 열리며 무영 대주와 형님이 웃으면서 들어왔다.

대주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나도 바로 안심이 되었다.


“일어났다고?”

“다행히...”


무영 대주는 건강해 보였지만, 그의 오른팔이 없었다.

내가 너무 뻔히 바라본 것에 무영 대주는 어색한지 왼손으로 그 부분을 가리면서 이야기했다.


“괜찮아. 슬슬 은퇴를 생각하고 있었거든.”


괜찮다고 말하는 무영 대주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무인에게 주로 쓰는 팔이 절단된 건 매우 크다.

하지만, 대주를 위로할 만한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


- 똑, 똑


어색한 정적을 뚫고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형님이 그릇에 따뜻한 죽을 들고 내 방으로 들어오셨다.


“일어났네. 일단 이거 먹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죽을 한 입 크게 떠서 입에 넣었다.

지친 몸이 약간 회복되는 느낌이 들었다.


맛 이외에도 다른 걸 느낄 수 있었다.

곤륜파와 스승님에게서 느낀 감정.

사랑.


무영대의 사람들이 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맛있는 죽 안에 담겨있었다.


“천천히 먹어.”


살짝 눈물이 새어 나올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

이제 마군.

함부로 눈물을 보일 순 없었다.


“아, 그리고 너를 찾아온 사람이 있어.”


죽을 먹는 것에만 열중하여 형님 뒤에 누가 서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천마의 책사.

금노인이 나를 찾아왔다.


“무슨 일이죠?”

“일단 대단하다고 말하고 싶다. 일류 고수였던 네가 검술의 극의를 보여주다니. 그 영감이 확실히 괴물을 키워냈군.”


금노인은 나와 악수를 했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건가?


“이건 내가 개인적으로 말하고 싶던 말이고 사실 축하를 위해 여기 온 것이 아니다.”

“네? 그럼 왜...”


금노인은 다시 중저음으로 목소리를 깔고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교주님이 너를 부른다. 진홍. 몸이 회복되면 신궁으로 와라.”


천마와 약속했던 것이 생각났다.

아직 약관을 넘지 않은 나이.

드디어.

소교주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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