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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서재입니다.

곤륜파 제자가 천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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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7.15 10:49
최근연재일 :
2022.08.04 12:21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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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43
추천수 :
209
글자수 :
110,994

작성
22.07.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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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생사관의 괴물 (3)

DUMMY

“그걸로 되겠어?”

“당연하지.”


바위처럼 단단한 강시의 몸을 검으로 베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검기를 쓴다면 충분하다.


- 서걱


검기를 두른 검으로 가볍게 휘두르니 강시의 목이 그대로 날아갔지만, 몸은 여전히 움직였다.


“뭐야?”

“단전을 공격해야 해. 기의 흐름을 막으면 그냥 시체로 변해.”

“알았어.”


일류 고수정도 되는 실력에 머리가 날아가도 죽지 않는다니.

이미 한번 싸워보지 않았다면 2년 후에 있을 시험에서 고전했을 것이다.


- 푹


빠르게 움직여서 하단전을 정확하게 찌르니 강시는 그대로 쓰러졌다.

더는 움직이지 않으니 정말 썩은 냄새만 나는 시체와 다름없었다.


설아에게 검을 돌려주고 강시를 유심히 바라봤다.

우리 나이 때로 보이는 녀석.

스승을 잘못 만났다면 나도 이렇게 될 수도 있었다.


“이제 돌아가자.”

“잠깐만.”


이왕 나온 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생사관은 고수를 기르기 위해 영약 같은 걸 준비했을 것이다.


“좋은 생각이 있는데 들어볼래?”

“뭔데?”


설아는 내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더니 이내 정색을 했다.


“가능성은 있지만, 교관들이 지키고 있을 텐데?”

“그러니깐 아수라장으로 가는 거지.”


고독과 강시가 있는 곳은 영약 따위 없을 것이다.

우리가 있는 생사관을 제외하고 영약이 있을 곳은 규칙 따위 없는 생사관이다.


“그건 이쪽이야.”


설아는 마지못해 나를 그곳으로 인도했다.

규칙 따위 없는 곳이기에 영약을 먹어도 모를 것이다.


음기가 넘치는 강시 소굴을 지나 다른 동굴로 걸어갔다.

내가 있던 곳과 같은 구조.

다만, 지켜보는 교관이 한 명도 없었다.

게다가 항상 싸우고 있을 거라는 예상과 다르게 심하게 조용했다.


“흠.. 여기 맞지? 고독 그 구역이랑 헷갈린 거 아니지?”

“맞아. 여기가 확실해.”


어두운 동굴 속 저 멀리 불빛이 보였다.

누군가가 있다는 소리다.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 끼익


빛이 흘러나오는 나무문을 열었다.

어쩌면 이 방에 영약이 있을 수도 있었다.


“저게 다 피야?”

“그런 것 같은데...”


방안은 좁고 습했다.

게다가 벽면에는 피가 잔뜩 묻어있었다.

대체 이곳에서 뭔 일이 있었는지.


혹시 모를 상태에 대비해 방 안에 있는 먼지가 잔뜩 묻어있는 검을 집었다.

그렇게 다시 방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어? 이거 봐.”


설아가 그때 바닥에 있는 구멍을 발견했다.

은밀한 공간.

느낌이 왔다.

조심히 그곳으로 내려갔다.


- 똑, 똑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동굴에 울렸다.

어두운 복도는 끝도 없이 이어졌다.

이런 곳에 영약이 있을까?


계속 걷다 보니 어둠 속에서 흰색으로 빛나는 것이 보였다.

저게 대체 뭐지?


조심히 걸어가니 둥근 그릇 같은 바위 안에 흰색 물 한 방울이 담겨있었다.


“헉, 이거 공청석유 아니야?”

“공청석유?”


전에 들어본 적이 있다.

대지의 기운이 물방울의 형태가 되었다는 귀한 영약.


단 한 방울뿐이었지만, 효과는 굉장할 것이다.

내공을 몇 갑자 증가시킬 수 있는 영약.

이거라면 절정 고수 경지를 돌파할 수 있었다.


“일단 챙겨서 돌아가자.”

“좋아.”


그렇게 공청석유 단 한 방울을 설아가 들고 온 조그만 호리병에 담았다.


- 터벅


그 순간.

뒤에서 누군가가 다가왔다.

영약에 집중해서 다가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하하, 오랜만에 살아있는 놈들이군.”


뒤를 돌아보니 낯선 남자가 거대한 도를 들고 서 있었다.


“넌 누구지?”

“이 생사관의 유일한 생존자. 정확히는 모두를 죽이고 살아남은 사람이라고 해두지.”


얼굴에 잔 상처가 많은 무인.

생김새만 보면 산적 두목인 줄 알았다.

나보다 훨씬 나이 많아 보이는 녀석.


“당신은 교관인가?”

“그렇지. 규칙 따위 없는 이곳은 망했다.”


고작 규칙이 없다고 이렇게 다 죽었다고?

우리 생사관도 강하면 죽여도 된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극단적이지 않았다.

짐작 가는 건 한가지였다.


“네가 죽인 건가?”

“뭐?”


설아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내 말에 교관은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맞다. 내가 다 죽였지. 네 녀석 뒤에 있는 공청석유를 혼자 차지하기 위해.”


녀석은 자연스럽게 내 뒤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표정이 굳기 시작했다.


“네놈이 가져갔나?”

“그래.”


거대한 도를 어깨에 올린 녀석은 여유롭게 내게 손가락질했다.


“좋은 말 할 때, 내놔. 살려는 줄게.”


공청석유가 담긴 호리병을 건네려는 설아를 막아 세웠다.

설아는 교관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듯했다.


“주지마. 내가 가져간 게 아니어도 죽일 생각이면서...”

“어린놈이 눈치가 빠르군.”


녀석에게서 피 냄새가 진동했었다.

그건 단순한 살인으로는 불가능한 수준이다.

아마도 내려오기 전에 봤던 벽에 있던 핏자국도 이놈이 했을 것이다.


“그래. 네놈은 다른 생사관에서 온 녀석들이겠지?”

“맞아.”


녀석은 설아를 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이곳도 탈출하고 게다가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겠군.”

“역겨워...”


설아는 당장 검을 꺼내 들고 녀석에게 달려갔다.


- 챙


일류 고수의 경지가 되는 설아의 검을 아주 가볍게 막았다.


“오, 실력도 있군. 마음에 들어.”

“닥쳐!”


녀석의 얼굴이 역겹긴 한데, 이렇게까지 감정적으로 대할 일인가?

우선 꽤 강한 놈인 것 같으니 설아를 돕기 위해 나도 오래된 검을 들고 녀석에게 달려갔다.


- 챙


그러나, 녀석은 측면에서 공격한 내 검을 주먹으로 막았다.

검을 주먹으로 막은 것도 신기한데, 오래된 검이라서 그런지 바로 검이 부서져 버렸다.


“네 녀석은 좋은 검이나 들고 다녀라.”

“여기다!”


나의 부서진 검을 보며 웃는 녀석.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설아가 검기를 가득 담은 검으로 녀석의 뒤를 노렸다.


- 쾅


“뭐야?”

“왜, 절정 고수는 처음인가?”


설아의 검격을 검기로 완벽하게 막아냈다.

젠장.

무기에 담긴 무형의 기를 방출하는 경지.

분명한 절정 고수다.


그리고, 녀석은 당황하고 있는 그녀에게 다가가 아주 빠른 속도로 그녀의 배를 주먹으로 가격했다.


“커억.”


그녀의 몸이 순간적으로 공중에 떴다가 이내 바닥에 떨어졌다.

설아를 갖고 노는 수준.

이곳에 있는 녀석들을 모두 학살했다는 것이 단순히 허풍이 아니었다.


- 쾅


바로 양팔과 양다리의 철환을 모두 풀었다.

각각 6관이나 되는 철환은 그 소리도 굉장히 컸다.


절정 고수.

잘못하면 이런 곳에서 죽을 수 있었다.

힘을 숨길 필요 따위 없다.

모든 힘을 다해서 살아남아야 한다.


“이제 너만 남았네?”

“후우...”


설아 녀석을 확인하면서 그녀의 검을 집었다.

숨은 쉬고 있지만, 그대로 기절한 듯했다.

검을 들고 건방진 녀석을 바라봤다.


나 또한 검기를 쓸 수 있지만, 아직 저 녀석처럼 방출하는 경지는 아니다.

따라서 검끼리 부딪치면 바로 검이 부서진다는 뜻이다.

그럼, 무조건 죽는다.


“덤벼. 꼬마야.”

“그래...”


확실히 철환을 모두 푸니 속도는 녀석보다 한 수 위였다.

녀석의 도를 모두 피하면서 조금씩 검상을 남겼다.


“쥐새끼 같은 놈. 당당하게 붙자.”


당당하게?

저 녀석에 공격을 정면으로 맞으면 죽는다.

괜히 속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데 멍청하게 힘 싸움으로 바꿀 필요가 없었다.


“네가 느린 거지.”

“딱 한 번만 걸려라.”


조금씩 녀석에게 검상을 남기고 있었지만, 결정적인 한 방을 만들어 낼 수 없었다.

우선 계속 빠르게 돌면서 빈틈을 노렸다.


“헉헉...”


몇 시진째 싸우는지 모르겠다.

슬슬 숨이 거칠어지고 있었다.

점점 체력도 떨어지고 있었기에 이제는 시간이 없었다.


“언제까지 도망치기만 할 거냐? 날 새겠다.”


녀석도 지친 듯 땀을 흘리고 있었다.

저놈도 한계이다.

녀석의 다리 쪽이 뻔히 비어있었다.

누가 봐도 함정이었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들어가기로 했다.


어차피 이대로 있다가는 언젠가 녀석의 공격을 맞는다.

머리를 공격하는 척하고 바로 발목을 노렸다.


“걸렸구나!”


역시나 녀석은 내가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곧바로 검으로 내리치려고 했다.

검은색으로 방출되는 검기.

그냥 검으로 막았다가는 그대로 죽는다.


- 쾅


몸을 날려서 겨우 피했다.

그래도 그 순간 녀석의 발목을 살짝 베어내었다.


“으...”


그러나, 무리하게 몸을 움직이는 바람에 왼쪽 발목을 접질렸다.

유일하게 이기는 속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었다.


위기의 상황.

녀석은 가소로운지 호탕하게 웃었다.


“날쌔군. 그러나, 결과는 정해져 있다. 이만 죽어라.”

“후우... 아직이야.”


이대로는 안 된다.

결정적인 강력한 한방이 필요했다.

그 순간.

설아 옆구리에 있는 호리병이 눈에 들어왔다.


“공청석유...”


어느새 정신이 든 설아는 힘겹게 내게 호리병을 건넸다.

호리병에 담긴 공청석유를 한 방울을 입안에 넣었다.

원래 영약은 준비하고 먹지 않으면, 주화입마에 빠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었다.


“야, 그 귀한걸!”


녀석은 화가 잔뜩 난 채로 내게 달려왔다.

공청석유가 목구멍에서 넘어가는 순간.

순간적으로 모든 것이 천천히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 우웅


뭔가 물에 빠진 것처럼 이명이 들려왔지만, 위험한 상황이기에 무시하고 최대한 내공을 끌어올렸다.

붉은 검기가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스승님이 절대 내공을 끝까지 끌어올리지 말라고 했지만,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

마치 혈맥이 파괴되는 것처럼 고통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늦었다! 이만, 죽어라! 도둑놈아.”


녀석은 검을 들고 공중에서 내게 내려치는 시늉을 했다.

어차피 몸 상태도 좋지 않기에 피할 수 없고 녀석도 공중에 있기에 피할 수 없다.

이판사판이다.


“검기도 방출 못 하는 놈이 당당하구나.”


온 힘을 다한 일격.

이게 막히면 이제 죽는다.


- 부웅


검을 녀석을 향해 휘두르는 순간.

검에서 붉은 검기가 방출되기 시작했다.


“저건?”


무형의 검기.

오랜 시간 동안 쌓아 올린 노력이 터지면서 절정 고수의 반열에 드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훈련하면서 단 한 발자국만 남은 절정 고수의 영역.

공청석유로 인해 그 한 발자국을 더 내밀 수 있었다.


- 타다닥


붉은 검기가 녀석의 검기를 부수면서 그대로 나아갔다.

조금만 더.

조금만.


엄청난 반동에 검을 잡은 손을 당장이라도 놓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복수할 때까지 고작 저런 놈에게 죽을 수 없었다.

검기가 점점 녀석에게 가까이 가기 시작했다.


“안된다. 이건 말도 안 돼!”

“돼.”


- 서걱


붉은 검기가 녀석을 관통했다.

검기로 인해 녀석의 몸이 상반신과 하반신으로 갈라졌다.


내 검기처럼 많은 양의 붉은 피가 나를 덮쳤고 녀석의 상체는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다.

녀석의 피가 마치 물처럼 바닥에 가득 퍼졌다.


“그 나이에 절정 고수라니... 어떻게 강해진 거지? 나처럼 피에 대한 욕망인가?”

“복수...”

“복수? 고작 그따위 이유로 이렇게 강해질 수 있다고? 어이가 없네...”


마지막 말을 마친 녀석은 더는 미동도 없었다.

곧바로 녀석의 숨이 끊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


이제야 절정 고수의 벽을 살짝 발만 걸쳤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지만, 공청석유의 영향 때문인가?

거친 숨이 서서히 원상태로 돌아왔다.


“업어줘...”


정신을 차리고 설아를 바라봤다.

어차피 경쟁자.

발목도 다쳤는데, 업는 건 불가능하다.

도와줬는데 죽이는 건 아닌 것 같고 그냥 생사관으로 가기로 했다.


“야!”


그녀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철환을 줍고 계속 걸어갔다.

복수의 길에는 사랑 따위 필요 없었다.


#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


“이제부터 생사관 마지막 훈련을 진행하도록 하겠다. 몹시 어려울 거다. 모두 건투를 빌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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