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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서재입니다.

곤륜파 제자가 천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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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7.15 10:49
최근연재일 :
2022.08.04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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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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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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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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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마교와 손을 잡다 (2)

DUMMY

“에취!”


재채기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를 너무 맞아서 감기에 걸린 듯했다.

조용한 집안.

노인 아니 스승님은 어딜 가신 건지.


- 휘이잉


비가 온 후 어느새 맑게 갠 하늘.

시원한 가을바람이 내게 불어왔다.

세차게 울던 하늘도 원래대로 돌아왔는데, 난 곤륜에 있지 않았다.


“일어났네?”


누가 봐도 은거고수처럼 보이는 스승님은 거대한 멧돼지를 한쪽 팔에 끼고 가볍게 들고 오셨다.


“스승님 이건?”

“뭐긴 뭐야. 3일 동안 쓰러진 나약한 제자를 위한 식사지.”


곤륜은 도교 문파.

도사는 고기를 먹지 않는다.

배가 고팠지만, 꾸욱 참았다.


“뭐, 도사라서 고기 못 먹는다는 소리는 하지마라. 넌 이제 신교의 일원이다.”

“넵...”


마교에게 절을 할 때, 스승님의 모든 것을 배우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건 도교의 교리를 벗어나는 행위다.


- 치이익


스승님은 순식간에 고기를 손질하더니 잘 달궈진 솥 위에다가 고기를 올렸다.

윤기가 흐르는 선홍빛의 고기.

지글거리는 기름 소리와 고소한 냄새.


- 꿀꺽


입가에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기절한 동안 밥을 먹은 적이 없었기에 배가 너무나도 고팠다.


“아플 때는 잘 먹어야 하는 거야. 이것도 훈련이다. 맛있게 먹어라.”


이것 또한 복수를 위한 발판이자 훈련의 일종이다.

정말 먹기 싫지만, 제자로서 스승님의 말을 따라야 하기에 억지로 먹어야 한다.

어쩔 수 없다.


“짜식, 숨도 안 쉬고 맛나게 먹네. 고기는 육체의 성장에 중요하다. 너같이 꼬마에게는 필수지.”


특별히 이번만 몸의 회복과 성장을 위해 마교의 간악한 술수에 넘어가 주었다.

그 사건 이후로 오랜만에 밥을 배부르게 먹었다.

식사를 마친 스승님이 내게 가까이 다가오셨다.


“그렇게 피를 뒤집어쓰고 있었는데 다행히 피를 무서워하지 않는구나. 우선 다시 맥을 봐야겠다.”


의외로 섬세한 면이 있는 스승님이었다.

스승님은 내 손목을 잡고 눈을 감았다가 이내 말씀하셨다.


“흠. 역시 완전히 부서져 있구나.”

“단전 회복할 수 있는 거죠?”


나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본 스승님은 웃으며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라. 물론 나같은 고수는 가능하다. 다만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은데...”

“얼마나 걸릴까요?”

“대략 1년은 걸린다.”


1년.

그 후로 내공을 쌓고 힘을 키워서 복수하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사실 인생 전체를 바쳐서 복수할 수 있다면 몇 년이 걸리든 상관없었다.


“그럼, 첫 번째 훈련이다.”


스승님의 말에 긴장했다.

마교에서 어떤 훈련을 할까?

사람을 죽이는 법?

광기를 참는 법?


“바로, 집안일이다.”

“네?”


집안일이 무슨 훈련인가.

당장 심법을 익히고 검술을 배워도 모자란 데, 집안일이라니.


“네 몸 상태로는 훈련을 진행할 수 없다. 일단 회복이 중요하기 때문에 집안일을 하라는 거다.”


하긴 단전이 파괴되면 죽을 수 있다고 했는데,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했다.

그래도, 가만히 있는 게 회복에 더 좋지 않나?


“집안일을 시키는 게 의문이겠지. 근데, 단전도 회복시켜주고 잠도 재워주고 무공도 알려주는데, 이정도는 해야지?”


스승님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이거 아무래도 사기당한 것 같은데...


“단전이 회복될 때까지 1년 동안 그릇을 키운다고 생각해라.”

“알겠습니다. 대신 매일 고기를 주시죠.”

“알겠다. 오늘은 쉬고 내일부터 시작해라.”


훈련이라고 생각하자.

몸도 가만히 있는 것보다 움직이는 걸 바랄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 밤이 되니 내 방으로 스승님이 들어오셨다.


“이제부터 단전을 회복시킬 거다. 어떤 고통이 밀려와도 참고 견뎌라.”


스승님은 내 등에 손을 대고 무언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단전 부분이 점점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커억.”


손가락 마디 하나하나가 꺾기는 듯한 고통이 온몸을 덮쳐왔다.

근육이 찢어질 것 같고 정신이 아득해지기 시작했다.


“정신 차려! 여기서 기절하면 죽는다.”


당장이라도 포기하고 싶었지만, 이를 꽉 물었다.

그들에게 당한 그 날의 상처가 이것보다 아프다.

이따위 고통 무조건 견딘다.


“헉헉...”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온몸이 땀투성이였다.

다시는 느끼기 싫은 고통.


- 탁


스승님은 내 등을 손바닥으로 살짝 쳤다.

그리고, 자랑스러운 듯이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다.


“잘 참았다. 한 번 내공을 운영해봐라.”


스승님은 흐르는 땀을 닦으며 밖으로 나가셨다.

당장이라도 너무 누워서 자고 싶었지만, 우선 내공을 운영해보았다.


곤륜에서 배운 유일한 심법.

도룡신공(屠龍神功).

용을 벤다는 뜻이 있는 심오한 무공.

장문인 아니 배신자가 알려준 곤륜의 뿌리 깊은 심법이다.


단전이 모두 산산조각이 났지만, 그중에 아주 조그마한 조각이 단전에 남아있었다.

스승님이 온몸에 퍼진 단전 조각 중 하나를 내공으로 원상태로 옮긴 것이다.


정말 미량이지만, 덕분에 단전에 내공을 쌓을 수 있었다.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남아있던 감기 기운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


다음날.

본격적으로 집안일을 하기 시작했다.

물 길어오기, 지붕 수리, 청소, 밥 짓기.

물론 종일 이것만 하면 지루하겠지만, 다른 훈련도 같이했다.


“진홍아, 너에게 가장 필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니.”

“심오한 무공이 아닐까요?”


스승님은 씩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바로 체격을 키워야 한다. 내공이 떨어졌을 때, 믿을 건 단순히 몸뿐이다.”


스승님은 갑자기 공중에 앉는 자세를 취했다.


“우선 마보와 달리기다. 다리의 힘을 키워주고 체력을 키울 수 있지.”


일단 무작정 스승님을 따라 했다.

살면서 처음 해보는 자세지만, 조금 지나니 바로 다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버텨라. 오래 버틸수록 몸은 더 강해진다.”

“크흠...”


잠깐 사이에 땀이 비 오듯이 나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바늘이 다리를 찌르는 것처럼 근육이 저렸다.


- 털썩


1각이나 지났을까?

결국,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스승님은 나를 보시더니 바로 고함을 질렀다.


“일어나. 가만히 있으면 근육이 뭉친다. 뛰어라. 절대 쉬지 말고 뛰어라.”

“넵!”


후들거리는 다리를 잡고 겨우 일어났다.

그리고, 산길을 뛰기 시작했다.

사실 제대로 뛴다고 말할 수 없었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당장이라도 앉아서 쉬고 싶었지만, 스승님은 쉬라고 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처음 보는 산길.

나뭇가지에 상처가 나고 숨은 계속 차올랐다.

그러나, 이 또한 복수를 위한 것으로 생각하고 뛰는 걸 멈추지 않았다.


다리가 풀려서 넘어질 때마다 쉬고 싶은 마음이 끊임없이 들었지만, 우리 부모님을 죽인 흑풍대와 단전을 파괴한 배신자를 생각하며 다시 일어났다.


“후우...”


이를 악물고 달리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다리가 빠질 것 같았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때처럼 그저 앞만 보고 계속 달렸다.


다시는 도망치지 않기 위해.

힘을 기르기 위해.

멈추지 않았다.


“그만!”


정신없이 달리던 도중 갑자기 스승님이 나를 막아섰다.


“앞을 봐라.”

“네?”


주위를 둘러보니 앞은 낭떠러지.

더는 갈 곳 없는 산 정상이었다.


“우욱.”


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왔다.

바로 숲으로 가서 먹은 모든 음식을 토해내었다.


“어이가 없군. 이정도 독기와 근성은 처음이야. 천마 녀석 이상이군.”


스승님이 칭찬한 것 같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름다운 산 정상의 풍경도 시원한 가을바람도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살기 위해 바위 위에 누워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너의 재능을 알았다. 독기와 노력이다.”

“노력이... 어떻게.. 재능...”


똑바로 말하고 싶었지만, 폐가 터질 것 같아서 제대로 말할 수 없었다.


“너처럼 죽을 때까지 달리는 놈은 몇 없어. 다들 내일을 기약하며 몸을 사리지. 그런 녀석은 오늘만 사는 놈을 못 이겨.”


스승님의 설교 따위 관심 없었다.

단순히 목이 너무 말랐다.


“스승님.. 물좀...”


그의 옆구리에 있는 물이 담긴 호리병을 벌벌 떠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스승님은 물을 건네주면서 농담을 하셨다.


“이러다가 넌 오늘 죽겠다. 체하지 않게 천천히 마셔라.”


차가운 물이 몸속으로 들어오니 비로소 아름다운 산정상의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노을이 지고 있어서 거대한 산들이 붉게 물들어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 내게 펼쳐졌다.

잠시 후, 스승님은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내가 앉은 바위 옆으로 와서 말했다.


“진홍아, 정말로 복수를 할거나?”

“네. 물론입니다. 그렇기에 마도(魔道)를 걸어갔죠.”

“...”


스승님은 노을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셨다.

저 나이에 등산을 해도 전혀 지쳐 보이지 않은 스승님은 바위에서 일어나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내 모습이랑 너무 닮아서 큰일이군.”


무슨 뜻인지 다시 물어보기도 전에 나를 버려두고 혼자 산에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눈 깜빡하는 찰나에 스승님의 모습을 놓치고 말았다.


“저녁은 고기를 준비할 테니까 알아서 내려와라.”


숲속에서 스승님의 음성이 메아리치기 시작했다.

맛있는 고기를 먹는 건 좋긴 한데.

나는 길을 모르는데?


#


눈 깜박할 사이에 반년이 지나갔다.

추운 겨울이 지나 화장한 봄이 찾아왔다.


물을 길어오거나 지붕을 수리하면서 몸은 완전히 회복되었고, 단전도 반절이나 돌아왔다.

매일 매일 단전을 치료하는 건 정말 죽을 것같이 아팠지만, 복수를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견뎌내었다.


“슬슬 괜찮은 것 같으니 이제 마교의 심법을 배우겠다.”


천마의 스승이기도 하니 천마 신공을 배울 수 있다는 혹시 모를 기대감이 들었다.


“눈에 호기심이 가득하구나. 우선 천마신공같은 고결한 무공은 천마에게 구전으로만 전해지기 때문에 나도 모른다.”


하긴 마교의 최강 무공을 쉽게 배울 수 있다면 누구나 천마가 되었을 것이다.


“네가 배울 것은 마교의 근본 심법. 혈화신공(血花神功) 이다.”


피로 피운 꽃?

심법 이름이 뭔가 불안했지만, 마공을 쓰기 위해서는 일단 배워야 한다.


“불안해하지 말아라. 그만큼 피와 땀을 흘려야 꽃을 피울 수 있다는 무공이다. 근성이 넘치는 너에게 잘 어울리는 심법이지.”


단전이 모두 회복되면 도망친 후 독학을 하면서 복수를 해보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고작 심법밖에 모르는 내가 독학으로 화경의 경지인 장문인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다.


스승님도 거짓 없이 열심히 가르침을 주시니 우선 스승님의 모든 걸 배울 것이다.


“네 장점은 독기다. 원래 잃을 게 없는 놈이 제일 무서운 법이지. 고통으로 피로 꽃을 피워라.”


원래 심법은 운용하면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해진다.

그러나, 혈화신공은 뭔가 이상했다.


“스승님, 심하게 고통스러운데 이게 맞나요?”

“맞다. 복수를 원하는 너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무공이지.”


온몸이 가시에 박힌 것처럼 아팠지만, 이제 이정도 고통은 익숙하다.

단전을 치료하는 순간의 고통보다는 덜하다.

오히려, 이 심법은 그날의 상처를 절대 잊지 않게 해주는 좋은 고통이 되었다.


“역시 너라면 이정도 고통에서도 내공을 모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직 단전이 반절밖에 회복되지 않았지만, 순식간에 많은 내공이 단전에 쌓이기 시작했다.


“혈화신공은 빠른 성취를 얻을 수 있는 대신 높은 경지에 도달하기 힘들다는 약점이 있다.”

“그럼.”

“하지만, 너의 근성이라면 더 높은 곳에 닿을 수 있겠지. 게다가 원래 곤륜의 심법도 꾸준하게 배우고 있었으니...”


스승님의 말대로 마교의 무공은 빠른 대신 불완전하기에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없다.

반대로 그동안 연습했던 곤륜의 무공은 느린 대신 높은 경지까지 올라갈 수 있는 깊이가 있다.


그 순간.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만약, 혈화신공의 빠른 성취와 도룡신공의 깊이를 더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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